"소백산 우뚝솟은 영남의 북단...좋은 전통 받아오는 우리 풍기교.. 화살같은 이세상에 뒤지지말고 창조적인 새-문화 자아내어서 삼천리의 새일꾼을 길러나가는 우리들의 학사는 엄연도하다...^^"
우리 초등학교가 배출해낸 강경식전 부총리님...김영한 기무사령관님..황헌 MBC보도국.. 공로패를 받는 모습에서 우리는 자랑스러웠다.. 햇빛은 왜이리 내리 쬐이는지 행사내내 더워 죽는줄 알았다.. 그래도 높은신 선배님들이 끝까지 자리하셔서 쉽게 일어날 수도 없는 상황.. 교가를 부르면서 송인규선생님의 만세삼창을 끝으로 기념식이 끝났다.. 나는 80이 되어서야 저 자리에서 공로패 한장이라도 받을 수 있을런지.. 뭐가 해놓은게 있어야 받든동 말든동 하지..
체육행사가 시작되었다.. 전야제는 59회가 주관하고 68회가 체육대회를 주관했는데.. 남동생과 여동생들이 다 같이 섞여 있어서 보는 내내 안쓰럽기만 하였다.. 대신 의자를 날라줄 수도 없고...
훌라후프도 나가고 싶었고.. 장애물경기도 나가고 싶었고.. 모든걸 참여하고 싶지만 몸이 말을 안 들으니 우에먼 좋을동.. 참여한다해도 동문들의 눈요기로 웃음만 선사하지 싶어서 그늘 밑에 앉아서 그 놈의 박수만 열나게 치고 또 쳤다.. 우리 57회기수는 교실에서 학교다닐때를 그대로 재현하는 MBC방송 촬영을 하였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갈려고 폼잡을 쯔음에 모든 경기가 끝이 났다.. 4시30분.. 기차역으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가는데.. 다들 피곤에 지치고..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친구들과 회포를 푸느라 잠들도 못잔 기색이 역력하였다
몸은 힘들고 지쳐도 우리 일생에서 이런 기회가 또다시 찾아나 올까싶으다.. 어젯밤 백신까지 가는 택시안에서 운전기사가 말했다.. "나는 영주사람인데요..이렇게 기차까지 전세내어서 내려오는 동문회를 첨 봤어요.. 영주에서도 이야기들을 막 하고 그랬어요..단합들이 엄청스레 잘되드라고요..부럽습니다.."
앞집에 살던 성영이 오빠도 만났고.. 개울 입구에사는 과수원집 영수 오빠도 만났다.. 박샘거리에 살던 나만다리오빠도 만났고.. 성내교회 뒷동네에 살던 융기오빠도 30여년만에 처음 만났다... 나는 너를 어릴때 좋아했었다.. 나는 저 오빠를 어릴때 좋아했었다.. 58회 유재기가 말했다..나는 영라이선배를 좋아했었니더...ㅎㅎㅎ 진작들 이야기하지..다 늙어서 그런 말듣고 뭐하라고?..지금에사 하는동 몰래.. 그래도 ..남사시룹지 않고 좋아했다는것도 추억으로 남았으니 얼마나 기쁜지..
풍기에 사는 친구들이 기차에 올라타서 악수를 청한다...어깨를 안는다.. 이제는 100주년이 저멀리에서 바라보고 있는 시간.. 우리의 즐거웠던 기억들도 생활속에 묻어야 할 시간.. 차창에 얼굴을 박고 눈인사를 했다.. "창섭아...운기야..주완아..다 잘있거래이..이틀동안 너무 고마웠었다..애썼대이.."
시보네 선배님이 모든 짐을 내려놓고 허탈한듯이..지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즐겁게 떠들고 웃으며 지내다 온것을 ..모든 집행부들이 뒤에서 수고했음을 잊고 있었다..
기차를 타고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고.. 술잔이 이리저리 옮겨다니고..노랫소리가 차안을 흩어져 날린다.. 청량리역에서 1차로 내리는데..세상에..세상에..풍기사람들이 무리지어 나오는 광경이란.. 1박2일의 100주년 행사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나는 기뻤고 즐거웠고 그리고 슬펐다..
기차안에서 64회 오재학이란 후배도 만났다.. 선한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선배님 글을 잘 읽고있습니다..저도 여직껏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은데요.." 나는 그 후배의 말에 가슴이 저려왔다.. 이틀을 보내면서 왜그리 가슴이 저리는 일이 많은동,,이 놈의 오지랖은 어디가 끝인동 모르겠다.. 너무 힘들었던 지난 이야기들이 내 글을 읽으면서 새로이 상기된다고.. 내 글이 웬수따.. 내 혼자 하는 고생이 뭐 잘났다고 이리도 카페에 올리는동 나도 몰따.. 재학이가 다음을 약속하면서 원주역에 내렸다..재학아...잘 살아라...
들리는 소식에 병으로 미리 떠난 우리 동문들이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고.. 내 오빠가 유달리 생각나 55회자리를 보면서 슬퍼했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것을 실감했다..
밤늦게 홍성에 도착하니 밤 12시.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또렸했다.. 나는 풍기인의 한 일원이란게 새삼 자랑스럽다.. 그리고 모든 선후배님들의 정겨운 모습을 사랑한다... 언제 이런 날이 또 올려나?..
나이를 먹어가는게 안타깝다.... |
첫댓글 선배님글을 읽고보니 그날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는군요.잘읽었슴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