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정작 피니시 라인에 도착할 때는 울지 않았는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눈물이 왈칵 흘러내렸습니다. 제가 눈물을 흘렸다기 보다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아요.
런 4lap 중에 마지막 보급소에 구례 자원 봉사분들이 마지막까지 힘내라고 응원을 해주셨는데요. 감사한 마음에 "저 이제 집에 갑니다~!"라고 외쳤는데 자원봉사 하시는 어머님들께서 "축하해요~ 조심히 들어가요. 고생 많았어요!"라고 화답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갑자기 울음을 터져 나왔습니다. 정말 별 말 아닌 말인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감정이 복받쳤던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사이클 마치고 들어오면 오후 4시가 넘을 거 같은데. 그러면 굳이 고글이 필요 없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눈물을 감추기 위해 고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속으로는 "에이~ 정말 눈물이 날까?" 생각했어요. 그래도 눈물범벅인 상태로 사진에 찍히면 안 되겠다 싶어서 혹시 몰라 썼던 고글이었는데... 역시 유경험자 선배님의 이야기를 듣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철인 3종은 막연하게 관심이 있었지 내가 직접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한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고성 하프 대회에 참가하고 그게 계기가 되어서 세영총무님과 만나 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때까지도 제가 이번 구례 대회에 참가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아니 여주 대회도 참가할 거란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답니다. ^^;;
성격상 느릿느릿하게 천천히 접근하는 걸 선호해서 내년이나 내후년이나 나가봐야지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사실 너무 급하게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대회 전날까지도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오픈 워터 경험이 딱 2번인데 그게 고성 하프대회랑 잠실 아쿠아 슬론 대회였거든요. 쉬지 않고 4km 수영을 해본 적도 없는데 이게 오픈워터 3번째 경험이라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었답니다.
달리기도 오래 하긴 했지만 천천히 거북이처럼 달리는 걸 좋아해서 기록이랑은 거리가 멀었고 자전거는 두어 달에 한번 탈까 말지 하는 정도로 거의 타질 않은 상태여서 아무런 준비 없이 대회에 참가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실제로 180km 이상 장거리를 쉬지 않고 타본 적도 없고 피팅은 대회 전 주에 처음 받아봤고 유바는 전날에 급하게 달아서 연습을 20분 밖에 못했던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대회에 참가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 "멘탈 관리"였어요. 만약에 제가 이 상태에서 저랑 비슷하게 걱정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였다면 완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느끼지 못했겠다 싶었어요. 함께 대회 참가하는 클럽 분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만일이 너는 충분히 완주할 수 있어.", "약 좀 그만팔어.. ㅋㅋ" 이야기 해주시니 대회에 참가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제가 완주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이건 막연한 긍정 신호랑은 좀 다르게 느껴졌는데요. 그냥 대책 없이 낙관적인 게 아니었기 때문에 용기를 주고 기운을 더해주는 응원의 힘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대회 시작하면서 이미 난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중간중간 힘든 상황이 닥쳐도 완주에 걸림돌처럼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완주를 극적으로 해주는 장치로 느껴질 정도였답니다.
제 목표는 완주였고요. 대회 참가하며 생각했던 포인트는 현석팀장님의 말이었어요. "수영은 최대한 천천히, 싸이클은 최대한 안전하게, 마라톤은 걷지만 말자." 제 실력으로 계산해 보니 이렇게 하면 15시간 정도에 완주할 수 있겠다싶더라고요. 그래서 최초 계획은 수영 2시간, 사이클 7시간 30분, 마라톤 5시간 30분으로 잡고 대회에 임했습니다. 정말 무리하지 말고 대회를 즐기자는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다행히도 3종목 모두 조금씩 당겨서 어느 하나 뒤처지는 것 없이 안전하게 잘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를 시작하고 결승선에 들어올 때까지 보급소를 방문한 걸 제외하고는 한번도 걷지않았다는 거예요. 첫 오르막부터 중간중간 얕은 언덕도 모두 뛰어 올랐는데요. 걷지않고 런을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
마지막으로 제가 6월에 고성에 참여할 때 했던 생각으로 글을 마칠까 하는데요. 그때 우연히 외팔로 대회에 참가하고 양팔 없이 3종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를 보았어요. 그 영상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뭔가 제가 부끄럽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첫 대회 첫 오픈워터였지만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완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도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대회에 참가했는데요.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면 대회를 즐기자는 거였어요. 이왕 100만 원 넘게 내고 참가하는 거라면 그 시간 동안 충분히 즐겨봐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수영이 기다려지더라고요. 바다에서는 해수욕장에서 수영할 기회가 가끔 있지만 호수에서 수영할 기회는 정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렇게 안전하게 호수에서 수영할 기회는 자주 없다! 고 생각해서 수영하면서 가끔 주변 풍경도 보고 하늘도 보고.. 자전거 탈 때도 달리기할 때도 주변 풍경을 눈에 담아가며 달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잘 보냈습니다~
아! 그리고 완주 후의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건 나 혼자 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었어요. 블랙스톤 선배님들의 훈련 지도와 회장님 세영총무님을 비롯한 지원들. 또 새벽부터 주먹밥 싸가며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 가족 자 봉분들. 여러 에너지가 모여서 내가 결승선 위에 서 있을 수 있었구나 싶었거든요. 마음속에 고이 접어두었던 철인 킹코스 완주를 함께 해 주셔서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 마지막에 너무 높이 뛰는 바람 전광판에 손이 부딪혀서 약간 상처가 났습니다. 영광의 상처라 생각하려고요. ^^
첫댓글 손은 괜찮으세요?^^ 몰랐네요..
짧은 준비시간이였을텐데, 주로에서 응원해주셔서 저 또한 완주할수 있었던거 같아요~
킹코스 참 긴시간인데,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 더욱 멋진 우리 만일이형 기대하겠습니다. 🫡
심하게 다친게 아니라 괜찮습니다~
준비는 짧았지만 모두 함께 해주신 덕분에 속성으로 준비한 느낌이예요. ㅋㅋ
내년에도 완주가 목표입니다! ^^
너무너무 고생했고..
나도 첫킹코스에서 피니쉬 10키로전쯤에 눈물이 왈칵,...ㅋㅋㅋ
암튼 한만일철인 수고했습니다!!!
막상 지나고 보니 어떻게 완주한거지? 하긴했나? 싶고 고생한 기억이 잘 안나네요 ^^;
저는 갑자기 눈물이 나와서 살짝 당황했어요 ㅋㅋ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만일 철인 축하합니다
첫 만남부터 아 울팀에 와주면
너무 좋겠네 했어 항상 웃는얼굴에
반갑게 맞이해주는 만일 함께해주어서 고마워
즐기면서 운동하는 만일이가
최고입니다
즐겁게 같이 오랫동안 함께 하자.
너무 일시켜서 미안하고 고맙다
전 마라톤 할 때도 기록욕심이 별로 없어서.. ^^;
어쩌면 그래서 오래 한 거 같기도 해요.
내년에도 다치지 않고 꾸준히 훈련 참여하고 이야기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
만일님~ 철인 킹코스 완주 축하드립니다 ^^
은근히 유쾌하시고 밝으신 분 같았는데, 역시 철인킹코스도 즐겁게 완주하셨네요
함께 운동하면서 만일님의 잠재된 에너지를 멋지게 쏟아 보자구요 ㅎㅎ
오래오래 같이 운동해요!
훈련팀장님~ 항상 훈련 끌어주시고 힘나는 이야기 들려주시고 감사합니다.
저는 첫째도 무사완주 둘째로 무사완주가 목표(?)라서요.
항상 즐겁게 웃으며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잠재된 에너지가 오래 남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철인세무사 유튜브 구독자이자 찐팬입니다. 바쁘시겠지만 영상 꾸준히 올려주세요~~ ^^
형 저희 오래오래 같이 운동해요!
처음 봤을때부터 잘 웃어 주시고,
너무 잘해주셔서 오래 알았던 형 처럼 편했어요.
아시죠? 처음 라이벌은 영원한 라이벌 ㅋㅋ
나름 마음속으로 구례때도 형 생각하면서 열심히 했습니다! ㅋㅋㅋㅋ 형 완주 너무나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항상 팀을위해 고생하시는 만일형! 최고! 완전 축하! ❤️
아니! 라이벌이라니! 이미 팀의 에이스가 된지 오래인데! ㅋㅋ
난 첫 대회 때 같이 지명된 것 만으로도 충분히 영광이었어! ㅋㅋ
첫 대회부터 좋은 기록 나온거 정말 너무너무 축하하고~
항상 밝은 모습 보여줘서 고마워~ 이제 곧 초등학교 가겠네~
경명초에서 학부모 행사 때 보면 반갑겠다! 애기들 너무 이쁘더라~
다 가진 선용이 항상 행복해 ^^
경기중 찍힌 모든 사진들이 평온해보여서 대단하다 생각되더라구요
조용히 여러 봉사를 해줘서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즐겁게 건강하게 운동하시길^^
첫킹코스 완주 추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댓글을 늦게 달았네요~
제가 최근에 불교대학을 졸업해서.. 평온한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긴 해요. ^^;
근데 제가 일요일 첫 훈련 때는 평온하지 못했거든요.. 그래도 첫 날 자전거 끌어주셔서 참 감사했답니다.
어디에 계시든 항상 꾸준히 운동하실 것 같은데 동네에서 뵈면 인사드릴게요.
항상 건강하시고요~ 감사합니다. ^^
살면서 처음이라는게..얼마나 소중한것지..오래 기억되는 것들은 몇 개 없습니다' 그 중 철인완주는 많은 추억을 줍니다.
기나 긴. 시간동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어서 눈물이 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첫완주 축하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안그래도 구례 대회 며칠 전에 수영장에서 회식이 있었는데요.
우연히 옆 자리 동생(정문성)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 회사 선배님 한 분이 철인을 하신다고 하셔서 성함을 여쭤보니~
남권우 형님이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사이클 잘 타신다는 소문이 여기까지 퍼져있더라고요!
많이 뵙지는 못했지만 일요일에 뵐 때마다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첫 완주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게 좋은 이야기 남겨주셔서 또 감사드려요. ^^
언제봐도 멋진 한.만.일.
항상 천친히 차근차근 나가는 모습이 나와는 달라서 본받고 싶은 면이 많네요.
이번 경기 때 저와 대결구도가 있어서 내심 좋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하고, 덕분에 나도 좋은 기록이 나와서 더 좋았습니다.
여유있고 멋진 모습은 항상 본이됩니다.^^ 같이 오랫동안 열심히 운동해요~
형님이 너무 유쾌하셔서~ 여주 대회 때 운전하며 돌아올 때도 좋은 에너지를 가득 받았답니다. 좋은 기운이 있어서 구례도 잘 마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첫 출전이 4명이지만 상춘형이랑 선용이는 다른 레벨이라~ 철이형 믿고 완주만 하자 다짐하며 경기한게 정말 큰 힘이 된 거 같아요. 같은 안경잡이라 더 각별한 느낌이 들었구요. (안경 수령처에서 고생하셨어요 ㅠ) 유쾌 상쾌한 에너지 나눠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도 오래오래 다치지 않고 천천히 같이 운동하면 좋겠어요! ^^
첫 철인 킹코스 완주 추카해..
경기내내 여유있는 모습으로 한결같은 페이스 유지하는 모습이 첫 완주하는 사람처럼 안보이더라구..
대단하고 멋지더라~
왠지 만일이는 토끼와 거북이의 주인공인 거북이 같은 성실함과 꾸준함이 몸에 베여서 딱 철인운동 적임자 같다는 생각 ㅎㅎ
이제 시작이니 해마다 별 따면서 좋은 경험담 뿜뿜 해줄수 있는 클럽의 중심이 되어가길 바랄게..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들이 큰 힘이 됐답니다. 필요한 내용들은 빠뜨리지 않고 챙겨주셔서 더 안심이 되었어요. 말씀하신대로 이제 시작이니 무리하지 않고 거북이처럼 천천히 스며들어보려고요. 처음부터 환영해주시고 기분좋게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저도 블스 팀원 분위기 해치지 않고 적게나마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까지 긍정적인 칭찬으로 기운 더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