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천 순 희
드디어 봄인가보다. 아스팔트 도로위에는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겨우내 얼었던 산과 들에는 움츠리고 있던 냉이와 누룽지 나물 등이 파란 새싹을 빼 꼼이 내밀고 있다.
오늘은 3.1절 국경일이라서 전주에서 학교에 다니는 막내아들 이사를 하러 가야 하는 날이다.
지금까지는 학교에 남자기숙사가 없어 주변 동네 원룸에서 살았는데 올해부터는 새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어 참 기쁘다.
큰아들 이사를 도와주기 위해 내일 서울에 가려고 했는데 친정 막내여동생 부부가 오늘만 쉬고 내일은 출근해야 한다기에 전주에서 곧바로 서울로 가야 하는 형편이다.
남편은 산불조심 기간이라서 휴일이면 출근을 해야 하므로 친정어머니와 동참하기로 했다.
막내여동생에게 4년 동안 맡기려면 챙겨야 할 짐들이 많았다.
우선 없어서는 안 될 양식 쌀40키로와 찹쌀, 화장지 한 박스와 선물하려고 미리 사놓은 주방기구, 세제, 물티슈까지 차에 실었다.
전주에 도착하니 기숙사 입실까지는 한 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다.
원룸에서 이불, 옷가지, 책, 세면용품 등 을 챙기려니 방학동안 비워둔 방이라서인지 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1년 동안 기거했던 원룸과 이별을 하고 새로 지은 학교 안에 있는 기숙사에 도착했다.
아직 담당 선생님이 보이지 않아 차속에서 잠시 기다렸다.
한 참을 기다리니 방 배정 명단을 가지고 선생님께서 오셨다.
2층이었는데 출입문에서 가까운 곳에 배정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1학년부터 차례대로 배정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6호를 배정받았다.
방에 들어가 보니 2층 침대가 2개로 4명이 사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원룸에 있던 짐을 줄여서 옷장에 옷가지를 넣고도 수건하고 피아노 책들이 남아서 사물함을 침대 발쪽 구석에 놓아야만 했다.
다행히 2학년 4명이라서 편하게 지낼 수 있어 안심이 되었다.
피아노 연습실도 바로 앞 동에 위치해 있고, 교실도 가까워서 좋았다.
이사를 마친 후 네비게이션을 찍고 서울로 향했다.
휴일이라서인지 천안부터 차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가다보니 누가 졸음운전을 했는지 사고가 나 있었다. 그래서 밀렸었구나!
예정보다 1시간 늦게 도착했는데 제부랑 막내여동생이 환하게 반겨주었다.
더욱 기분이 좋았던 것은 제부가 특별히 저녁요리를 혼자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메뉴는 주부들도 꺼려하는 맛있는 잡채,마른명태를 조림한 코다리, 돼지고기를 삶아낸 수육, 싱싱한 야채로 만든 샐러드 등 융숭한 저녁상을 받으니 환호성이 절로 난다. 대접을 받는 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친 후 마시는 커피 맛이란? 행복 그 자체!
오랜만에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수목드라마인 해를 품은 달 할 시간이다. 해를품은달 마니아인 우리 모두는 TV속에 푹 빠져서 각자 주인공이 되어 시청했다. 서로가 각자 바쁘게 살다 보니 이렇게 만나 한 밤을 같이 지내는 것도 좋아서 자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약속을 했다.
한 달에 한번은 서울에서 만나고, 다음 달에는 부여에서 만나자고.
저녁에는 간호사인 여동생이 비타민을 첨가한 영양제 주사를 친정어머니와 나에게 놓아 주었다.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듯 했다.
이렇게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평일이라서 교통은 혼잡하지 않았다. 망향휴게소를 지나는 데 대학원을 같이 다닌 학우로부터 전화가 왔다.
빨리 끊고 싶었지만 상대편이 진지하게 통화하는 바람에 서논산고속도로를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이일을 어쩌나! 다음 나들목은 청주였다. 이미 지나친 것은 접고 하는 수 없이 청주나들목으로 빠져나왔다.
이곳에서는 연기, 조치원, 공주로 가면 될 거라 생각하고 네비게이션을 의지하면서 달렸다.
공주 거의 도착하니 세종시를 조성하느라 기존 도로도 없어졌고 여우에 홀린 것처럼 공주로 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세종시 첫마을도 갔다가 공사하는 곳도 갔다가 우왕좌왕 하다가 겨우 공주로 통하는 도로를 찾았다.
비포장도로인 공사장을 헤맸더니 차는 엉망!
공주에 도착하여 자동차 검사를 맡으러 전에 검사를 맡았던 곳에 갔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주위 사람에게 물었더니 최근에 없어졌다고 했다.
자동차 검사는 다음으로 미루고 옥룡동 지나 터널을 막 통과하다 보니 좌측에 자동차검사소가 나를 유혹한다.
유혹에 이끌려 검사를 맡기고 고객센타인 휴게실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70세 어르신의 생을 들을 수 있었다.
인공난리를 어릴 때 겪으셔서 힘든 상황 속에서도 대학교를 3년 수료를 하신 분인데 듣기 어려운 옛날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죽을 고비를 넘긴 얘기와 아들 셋을 잘 키운 얘기들을 들려주셨다.
검사를 끝내고 부여에 도착하여 따끈한 갈비탕 한 그릇을 비우고 친정어머니를 모셔다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을 했다.
1박2일 동안 10여 시간 운전을 하고 돌아다녔지만 건강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앞으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운동을 챙겨서 걷기와 등산을 즐겨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첫댓글 <1박 2일>.
숨가쁘게 바쁜 시간을 보내셨네요.
님과 함께 기숙사에 들린 후에 서울에 다녀온 듯 착각을 했습니다.
늘 아름답게 바쁜 님을 위하여 짝!짝!짝!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천순희 님, 세 자녀를 고루 챙겨 주시느라고 얼마나 바쁜신가요? 대단하십니다. 귀하의 진지한 삶의 자세에 감탄할 뿐입니다. 늘 행복하세요.
사랑주신것 진심으로 감사 합니다 부족한글 보아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늘 보람으로 만 사시는 님의 모습 보면서 나는 늘
헛늙었구나를 생각합니다 기왕 일직 님을 만났어도 내가 변했을 텐데를 늘 생각합니다 열심히 사시길 바랍니다 사진을 올렷다는 데 어데서 찾을지 길이 없읍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