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원 피스"란 이름을 들었을 땐 여자들이 입는 옷의 일종인 "원 피스"(one- piece)가 생각이 나서 여자들 옷 만드는 써클이라는 착각이 들었다. 그런데 주선해 주신 분이 춤 써클이란 말을 해서 취재를 하기 전날까지 그 이름의 유래가 자뭇 궁금했었다.
특히 같이 근무하고 있는 여자 선생님들이 (마누라를 포함해서) 춤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요즘 부쩍 많이해서 아니나 다를까 춤에 대한 호기심이 새록새록 돋던 때였다.
미루고 미루던 끝에 4월5일 식목일을 취재날로 잡았다.
무려 한 시간 반이나 기다린 끝에 나타난 장본인들은 그야말로 자유분방 그 자체였다.
회장인 김세진(경북전문대학 1학년)씨는 인디언 추장처럼 머리를 치렁치렁 땋아내린 레게
머리 스타일에 추상무늬 형상을 한 두건을 질끈 동여매고 손에는 회색 빛이도는 굵은 은반지를 몇 개씩이나낀 잘 생긴 젊은이였다. 거기다가 춤까지 잘 춘다고하니 여자들이 통발에 몰려든 붕어새끼들처럼 줄줄 따를 것 같았다. 속됨없는 그 젊음이 짧은 순간 부러웠다.
"왜 원 피스란 이름을 지었나요?" 가장 궁금한 것을 가장 먼저 물을 수 밖에 없었다.
" 원 피스란 하나의 평화(one- peace)란 뜻으로 다 같이 하나되어 평화롭게 살고 단합하자는 의미로 지었습니다" 갑자기 폭탄이 들락거리는 이락크 전쟁이 생각났다.
" 더군다나 오늘이 저희 모임이 만들어진지 3주년되는 날이거든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취재 날짜 하나는 잘 잡은 것 같았다.
"어떻게 해서 모이게 되었나요?"
"춤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식목일날 산에 나무를 심으러 갔다가 필(feeling)을 받아서 즉석에서 댄스 동아리를 맏들자고 합의를 받어요. 물론 그 전부터 개인적으로 모두들 춤을 추고 있긴 했지만 뭔가 개개인 보다는 하나의 단합된 단체나 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들을 은연중에 갖고 있던 때라서 쉽게 모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춤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이 젊은 친구들이 추는 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고 했다.
즉, "브레이킹 댄스"와 "힙합"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브레이킹 댄스는 다시 파워 무브와 스타일 무브로 나누어지고 힙합은 라킹,하우스,팝핑, 웨이브, 재즈 등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춤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부연 설명을 요구하자 그 대답이 걸작이었다
"쳐 보지 않고는 말로 해서는 몰라요"
"지금까지 행사는 얼마나 했나요?"
" 청소년 어울마당, 가흥복지회관, 금영 이벤트, 오성 이벤트, 안동YMCA 등 웬만한 무대는 거의 서 봤어요"
"상도 맣이 받았겠네요?"
"그럼요. 단양대회에서는 전국 2등상을 받았고 영주 어울마당에서는 1등, 벚꽃대회에서는 3연 연속 우승 그리고 대구 우방대회에서는 3등, 봉화 송이 축제 때는 1등 상을 받는 등 셀 수 없이 많이 받았어요, 경북 북부지방에서는 저희들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원 -피스"에는 총회원이 15명 정도 되는데 그 회원들이 다시 연습멤버와 팀 멤버로 나누어 진다고 한다. 연습멤버에서 실력이 어느 정도 습득이 되어야 팀 멤버가 될 수 있는데 현재는 팀 멤버8명에 연습멤버가 7명 정도라고 한다.
봉화 통로 삼거리에 있는 "국인 체육관"이 이들이 춤을 연습하는 장소인데 평일은 매일 저녁 8~10시, 토요일은 오후 3~7시까지 연습을 한다고 한다. 회원은 중학교에서부터 대학생까지 주로 청소년들이 주축이고 여자회원들도 몇 명 있다고 한다.
"춤은 왜 추죠?"
" 그냥 좋으니깐요. 어른들이 축구나 바둑, 장기를 좋아 하듯이 그냥 춤이 좋아서 춰요.
춤을 추다보면은 자기만족이라는 걸 느끼게 돼요. 잘 안되던 기술을 오랜 노력 끝에 성취했을 때의 그 기분이란 안해본 사람은 모르거든요" 건현이(제일고등학교)가 거들었다. "돈도 안되고 밥도 안되지만 재미있어요. 그냥 재미삼아 추는 춤이 아니라 나중에 다른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춤은 꼭 생활속에서 출거여요. 춤이 제 생활의 일부니까요" 영진이(영주고)의 말이었다.
"춤추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아요. 맨날 재들은 공부도 안하고 딴따라처럼 춤만 추는 양아치라는 인식들을 주위에서 많이 해요. 춤에 대한 편견이죠. 춤은 어른들이 축구를 좋아하듯 우리가 좋아하는 일종의 오락이자 스포츠예요. 그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죠. 공연을 하자면 돈도 많이 들고 피곤하고 힘들지만 오히려 그런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춤을 추는 우리들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이 오히려 더 우리를 힘들게 해요"
춤을 추면서 그들이 가장 기뻤을 때는 가흥복지관에서 소년소녀가장들을 불러 놓고 춤을 출때였다고 한다.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그들에게 마음을 열고 한바탕 신명나는 춤판을 보여주자 마지막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해서 원- 피스단원 전부와 소년소녀가장들이 전부 울었다고 했다.
"그 때 형도 울었지?" 건현이는 그 때의 감동이 아직도 눈에 삼삼한지 세진이를 보고 다그친다.
"특별히 회원에 자격이 필요한가요?"
"춤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환영해요. 오는 사람 안막고 가는 사람 안붙잡죠. 그게 저희들의 원칙이에요"
그들은 프로 댄서가 되고 싶어한다. 그것이 아무리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일지라도
그리고 돈과 명예와 상관 없는 길일지라도 그들에겐 그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춤을 추는 순간 그들은 행복할 뿐이다. 작지만 큰 성취감을 느낀다. 행복이나 살아가는 방식은 획일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선택의 문제이다. 무언가를 선택했고 그선택에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 인생은 행복한 것이 아닐까?
그런 그들에게도 고민이 많다. 춤을 직업으로 삼아야하는지, 아니면 한 때의 재미로 간직해야하는지에 대해서 그들은 오늘도 고민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오늘도 무대 위에서 땀을 흘린다. 땀을 흘리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사람도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도 춤을 배우고 싶어한다. 라틴댄스나 재즈를 배우고 싶어한다. 춤은 이제 우리의 일상사가 되었다. 그들이 춤출 수 있는 무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점점 환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