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의 『봄바람』읽기
♠박 상 률 (朴 祥 律, 1958 ~ )
1958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를 졸업했다. 1983년 월간「사상계」신인상에 당선된 후 1990년「한길문학」에 시 ‘진도 아리랑’과 「동양문학」에 ‘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1996년 ‘문학의 해 기념 불교문학상’ 희곡 부문을 수상했다.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삶을 그려내기 위해 애쓰는 한편 현실 세계와 판타지 세계를 넘나드는 작가이다. 현재 숭의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지도하고 있으며, 계간 문예지 「문학과 경계」의 편집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집으로는 〈까지 학교〉, 〈바람으로 남은 엄마〉, 〈나비박사 석주명〉, 〈인권변호사 조영래〉, 〈풍금치는 큰 스님 용성〉, 〈봄바람〉, 〈진도 아리랑〉등이 있다.
♠ 핵심 정리
1. 갈래 : 장편 소설, 성장 소설
2. 배경 : 시간적 - 1960년대~1970년대로 추정됨
공간적 - 목포 근처의 어느 섬 (진도로 추정됨)
3.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4. 주제 : 13세 소년의 방황을 통한 성장과 성숙의 과정
♠ 등장 인물
(1) 나(훈필) : 이 작품의 서술자이며 주인공이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며 13세이다.자아가 강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며 소극적인 성격. 훈필은 은주와 결혼하여 목장을 운영하는 게 꿈이다.
(2) 은주 : 훈필이가 좋아하는 소녀.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으로 훈필을 좋아하 지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3) 꽃치 : 꽃망태기에 꽃을 가득 담고, 노래를 부르며 우리 마을에 나타난다. 꽃동냥아치를 줄여 ‘꽃치’라 부른다. 마을의 아무 집으로 옮겨다니며 며칠간의 숙식을 해결하곤 다른 마을로 떠나가는 신비로운 사내. 남의 말을 알아듣기는 하나, 절대로 말하지는 않는다.
(4) 은주 고모 : 시집갔다가 아이를 못 낳는다고 남편에게 폭행에 시달리다 정신이 이상해져서 친정으로 쫓겨온 은주의 고모.
(5) 은주 언니 : 서울로 가출했다가 잠시 돌아온다. 그후 서울로 되가출해서 영등포역 근처의 어느 술집에서 일하다 취객한테 맞아 죽게 되고 화장하여 뼈가루만 고향으로 돌아온다.
(6) 할머니 : 훈필이 목포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 할머니. 인정이 많다.
(7) 할머니 딸 : 목포 부둣가에서 ‘나그네 식당’운영. 훈필의 고향 출신의 아주머니. 목포에서 가출한 훈필을 첫눈에 알아보고 혼내지만 집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인정 많은 성격이다.
(8) 서울 아이 : 아빠는 서울에서 사업 실패 후 자살하고, 어머니와 둘이서 고향으로 내려와 사는 소녀. 어머니는 면사무소 앞에서 ‘삼거리 다방’을 운영한다.
♠ 구성
▷발단 : 열심히 키우던 염소가 갑자기 앓다가 죽음
▷전개 : 성공을 꿈꾸며 배를 타고 가출을 하여 목포로 감
▷절정 : 서울로 가기 위해 역에 들렀다 대합실에서 가져온 돈을 몽땅 잃어버림
▷결말 : 할머니 딸의 도움으로 집으로 무사히 돌아와 일상으로 돌아감
♠ 줄 거 리
봄바람이 불어왔다. 봄바람이 불어오면 어른들은 들에 나가 일을 시작하거나, 이십 리 길 너머 바닷가 어른들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이렇게 봄바람을 타고 떠나는 이가 있으면 봄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이도 있다. 꽃치는 말을 하지 않는 대신 항상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아이들은 모두 그런 꽃치를 무서워한다.
나는 좋아하는 은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웅변 대회에 나가게 된다. 하지만 웅변 대회에 나가서 국어책을 읽듯 원고를 읽고 내려오고 만다. 그날 이후 은주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봄바람을 타고 얼마 전 뭍으로 떠났던 은주 언니가 돌아왔다. 은주 언니는 신고 나갔던 고무신은 뒤축이 거의 닳을 정도였고, 입고 간 옷은 꽃치의 옷 이상으로 뗏국이 흘러 반들반들했다. 은주 언니는 떠나기 전과 많이 달랐다. 다시 집을 나간 은주 언니는 죽어서 뼛가루가 되어 돌아왔다. 나는 은주에게 아무런 위로의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은주를 놀리고 있었다.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나도 모르게 아이들 앞에서 은주 편을 들었다. 아이들은 나를 은주 남편이라고 놀려댔다. 하지만 은주 남편이라는 말이 왠지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다.
개학을 사흘 앞둔 날 저녁때 은주가 우리 집에 와서 방학책을 빌려달라고 했다. 나도 숙제를 못했기 때문에 나는 내일 빌려 주겠다고 하고선, 밤새 숙제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 은주에게 책을 빌려 주었다.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은주와 조금 친해지게 된다. 나의 꿈은 열심히 염소를 키워서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하고, 후에 은주와 푸른 목장을 하는 것이다. 이런 나의 꿈이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아직 열세 살밖에 되지 않았고, 학교도 다녀야 한다.
개학하고 며칠 뒤 서울 아이가 전학을 왔다. 그 아이는 시골 아이들과는 너무도 달라 보였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명랑했다. 서울 아이는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은주가 푸른 목장에 옥수수를 갖고 왔다. 은주는 나에게 서울 아이를 좋아하냐고 묻는다. 나는 속으로 ‘서울 아이보다 은주 니가 더 좋다.’고 말하고 싶지만 끝내 말하지 못하고 목장에서 내려온다.
동네에 꽃치와 은주 고모가 연애를 한다는 소문이 났다. 꽃치가 꽃을 꺾어 은주 고모에게 준다고 한다. 꽃치는 자기의 몸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도무지 상관하지 않는다. 꽃치는 이렇듯 절대로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도 없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하면 어쩌면 꽃치가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꽃치는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걸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서울 아이와 은주를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자신의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은주가 밉다. 서울 아이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서울 아이에게 꽃을 선물했다. 그런데 그날이 바로 서울 아이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은주와 학교에 모든 아이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은주는 나에게 자신에게는 꽃을 준 적이 없으면서 서울 아이에게는 꽃을 주었다고 서운해 한다.
내가 키우던 염소가 갑자기 앓더니 죽어 버렸다. 나의 꿈이자 친구였던 염소가 이렇게 허망하게 나를 떠날 줄을 미처 몰랐던 나는 울어버린다. 염소가 죽은 후 나는 문득 다른 아이들처럼 되는 대로 살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과 함께 큰물에 나가서 놀자는 생각을 하고 가출을 결심한다. 하지만 나의 가출은 며칠 만에 끝나고 만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던 것이다. 집에 다시 돌아온 나를 부모님과 동생은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가출이 있은 후 은주와 나의 관계는 예전처럼 별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정도에서 멈추었다.
봄바람이 불던 날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꽃치의 목소리를 듣는다.
“꽃이 아름답지 않냐?”
나는 그의 말에서 뜻밖에도 꽃 냄새를 맡았다.
♠ 작품의 이해와 감상
‘봄바람’은 훈필이라는 소년의 성장과정에서 겪는 꿈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이어지는 2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작품은 13살 어린 훈필이가 보고 느끼는 사랑과 그리움, 세상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 반감과 도전의 의지를 과장 없이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훈필이는 섬에서 사는 소년으로 뭍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훈필이는 가출을 통해 그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가출’이라는 사건의 과정에서 희망과 좌절을 경험하고 현실에 대해 비로소 눈을 뜨게 된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이동 경로인 ‘섬’과 ‘항구’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섬’이 지니고 있는 공간적 의미가 주인공의 안온한 유년의 삶을 나타낸다면, ‘항구’라는 공간은 성인이 된 주인공이 살아가야 할 각박한 현실 세계의 삶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개의 배경을 설정한 것은 자기만의 세계에 머물러 있던 유년기의 인물이 성장하면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계에 대해 점차 깨닫게 되는 정신적 갈등과 성숙 과정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숙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을 성장 소설(成長小說, 통과제의 소설)이라고 한다. 성장 소설은 지적, 도덕적 정신적으로 미숙한 상태에 있는 어린아이, 혹은 소년의 갈등이 중심을 이루며, 그가 자아의 미숙함을 딛고 일어서서 자신의 고유한 존재 가치와 세계의 의미를 깨게 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또한 소설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어떤 현실을 승화시키는, 그러면서 보편적인 진실로 향하는 창조된 세계이다. 즉 허구라는 통로를 통해 개인의 진실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진실로 승화하는 곳이다.
이러한 소설적 특징이 잘 결합된 ‘봄바람’은 훈필이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일, 즉 13살 훈필이가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상, 훈필이가 좋아하는 은주, 훈필이의 꿈, 훈필이의 가출과 귀가 등의 과정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가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아울러 정신적 성숙도 함께 경험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 독서 토론 문제
1.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인 ‘꽃치’란 사내에게 그러한 별명이 붙게 된 유래를 설명해 보세요.
2. 우리 마을 어른들 가운데 들에 나가 일을 하지 않는 두 사람은?
3. 웅변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나 재능이 없는 ‘나’가 웅변대회에 나갈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4. ‘나’가 학교 웅변대회에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지 못한 이유는?
5. 아버지의 훈필에 대한 소망은?
6. ‘나’(훈필이)가 ‘은주신랑’이란 별명이 붙게 된 까닭은?
7. ‘나’의 꿈은 무엇인가?
8. 여름방학이 끝난 후 학교에서 들려온 굉장한 소식의 내용은?
9. ‘나’가 어렴풋하게나마 은주도 자신을 좋아하는구나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10. 은주가 ‘나’에 대해 토라지게 되는 까닭은?
11. 애써 키우던 염소의 죽음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나요?
12. ‘나’가 가출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13. ‘나’는 촌구석인 고향을 뜨기로 결심하고 책상에 글자를 몇 개 새긴다. 그때 새긴 단어들은?
14. ‘나’의 가출은 어디로 간 것이며, 며칠만에 막을 내렸나요?
15. 이 작품의 주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