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 우리 국궁(國弓)이 좌정관천(坐井觀天)의 우(愚)를 범하지 않고 있지는 않은가?
선인과 속인의 차이가 무얼까?
선인(仙人)은 산(山) 위에서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형상이고,
속인(俗人)은 계곡(谷) 속에서 좁은 시야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모습이다.
좌정관천(坐井觀天)은 우물 속에 앉아 동그랗게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는 형국을 말한다.
정저지와(井底之蛙)는 우물 속 개구리를 일컫는 말이다.
둘 다 넓은 세상을 바로바라보지 못하고,
좁은 시야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속인의 삶을 비유한 말이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선인(仙人)의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속인(俗人)의 것은 아니다.
고구려의 조의선인(早依仙人)이나 신라의 화랑을 국선(國仙)이라 했던 것이
바로 그것을 말해주는 예이다.
유불선 삼교 중에서 仙敎가 우리 사상의 근저인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중국은 우리나라를 일러 <신선(神仙)의 나라>라고 했던 것이다.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가르침은 선인사상(仙人思想)에 입각한 개방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기에 우리의 정신은 결코 폐쇄적 사상일 수가 없는 것이다.
최근 많은 이들이 우리 국궁의 앞날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분명히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우려가 나올 리가 없을 것이다.
국궁의 세계화라는 명제 앞에서 한 번쯤 현실을 바르게 돌아 볼 때,
프로그램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현대적 삶에 걸 맞는 다양성을 지니지 못한 것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미래첨단과학과 접목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 국궁이 좌정관천의 우를 범하고 있지나 않은가 하는 걱정을 해 본다.
전통문화는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 보존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변화를 주어서는 아니 되는 고유성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전통을 바탕으로 한 삶은 미래문화와 접목되면서 변화하고 발전되어 가야 한다.
거기에 진정한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것이다.
국궁을 우리는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로 지칭하는데 자긍심을 가진다.
그런데 공식대회에 선수들이 입고 나오는 경기복장에서 전통의 맛을 찾을 수가 없다.
최근 가장 많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사대사상이 싹트기 전,
고구려를 비롯한 삼국의 초기 의상은 모두 좌임이었다.
좌임은 활을 쏘던 복장이다.
왜 활 대회의 경기복장은 그런 역사를 외면하고 있는가?
경기 프로그램 면에서 보면,
국궁은 145m 거리에 사각의 과녁을 맞추는 것을 골자로 개인전과 단체전이 있다.
이 한 가지 규정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본다.
어린 유치원생에서부터 초등학교까지의 어린이에게는 우선 사거리가 너무 멀다.
또 80세가 넘는 고령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사거리가 너무 멀다.
왜 사거리를 하나로 통일해야만 하는가? 과녁의 크기도 하나로 일정하게 해야 할까?
활이 전 국민이 즐기는 국민 스포츠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
활은 수렵과 전쟁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활을 쏘는 지형은 높고 낮은 것을 비롯 여러 가지 형태였을 것이다.
평평하기도 하였을 것이고 장애물이 있기도 하였을 것이다.
표적은 정지하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고려한 여러 가지의 다양한 경기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골프에서 9홀이 있듯이 활에서도 그와 버금한 경기장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상업시설을 계획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의 하나는
고객에게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것이다.
먹고, 마시고, 만나고, 사고, 약속하고, 즐기는 그러면서 이용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활터도 이제 단순히 활만 쏘는 곳에서 탈피해야 한다.
다양한 즐거움 줄 수 있는 현대적 사회공간으로 탈바꿈해 가야 한다.
독립공간에서 복합공간화 해 나가야 한다.
활터도 이제 그러한 다양한 만족을 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경기의 신속 정확한 진행을 위해서 이제 원시적 관리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발전하는 디지털 문화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간혹 경기장에서 고전이 화살에 맞아 불행을 당하는 경우를 본다.
원시적 관리 상태에서 벌어지는 아픔이다.
현재 활터는 경기의 진행과 점수집계를 인력에만 의존하고 있다.
디지털 문화를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대체해 나가야 한다.
과감한 변신을 위해서 활터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활터가 전통무술연마장이란 협의의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통문화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할 때이다.
현대문화의 다양한 욕구를 한꺼번에 수용하기 위해 활터는 어떻게 변신해야 할까?
현대적 경영기법에서 흔히 벤치마킹을 말한다.
어느 곳 어느 모습을 벤치마킹 해야 활터가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국궁은 坐井觀天의 형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20071031和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