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통과한지 10여분이 지나자 드넓은 평지를 흐르는 네레트바(Neretva) 강변에 이르렀다. 강폭은 제법 넓었고, 건너편에는 아름다운 크로아티아의 작은 도시가 보였다. 그 강변을 따라서 버스는 풍요로운 평야를 가로질러 제법 높게 느껴지는 산을 넘었다. 그리고는 바로 바다와 고속도로가 보였다. 시계를 보니 16시 21분이었다.
고속도로를 진입하여 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국경검문소가 나타났다. 크로아티아에서 다시 보스니아로 들어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까다롭지 않게 통과했다. 그리고 작은 휴양도시도시 하나를 지나자 다시 국경검문소였다. 이번에는 보스니아에서 크로아티아로 진입하는 곳이었다. 역시 버스를 세우고 문을 열고는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라고 하자 곧바로 통과시켰다. 가이드 김 선생은 우리나라 국격(國格)이 그만큼 올라간 반증이라고 했다. 우리는 고속도로상의 국경을 통과할 때 간단한 검사를 하거나 혹은 곧바로 통과했는데, 만약 우리 앞에 중국인들이 탄 관광버스가 몇 대쯤 있었다면 몇 시간을 지체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봉 이사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인들이 탄 버스는 짐칸까지 철저하게 조사를 하기 때문에 한 대가 통과하는데 30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마약소지 등의 몇 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아해변의 대부분을 차지하여 남쪽으로 길게 뻗어있다. 그런데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인 두브로브니크에서 멀지 않은 북쪽 일부 해안이 보스니아 영토이다. 보스니아의 입장에서는 아드리아해로 통하는 유일한 숨통인 셈이기에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영토이다. 게다가 그곳에는 네움(Neum)이라는 멋진 휴양도시까지 있다. 크로아티아로서는 자기 영토인 두브로브니크를 오가기 위해서는 보스니아의 짧은 고속도로를 이용하야만 하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통과하면서 보니까 ‘네움’에는 대형 크루즈 유람선이 정박해 있었다. 유럽 사람들이 그런 유람선을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17시 55분, 이윽고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했다. 버스는 곧바로 우리가 묵을 ‘임폴턴 리조트 앤 호텔 두브로브니크(Importanne Resort & Hotel, Dubrovnik)’로 갔다. 가방을 끌고 로비에 들어갔더니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제법 보였다. 구조가 좀 묘하게 되어 있어서 두 번이나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계단을 통과해야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봉 이사는 바다가 보이는 쪽의 방을 잡느라고 애를 먹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덕분에 방에서 멋진 바다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같은 곳에 있으면서도 자기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 시원한 바다 풍경을 볼 수도 있고, 혹은 시야를 가린 가까운 언덕의 풍경만을 볼 수도 있다. 풍경을 볼 때도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체험을 하게 되듯이, 각자의 인생도 자기 마음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 사진 – (1)모스타르를 떠나 국경을 통과한 지 10여분 뒤에 만난 네레트바강. 건너편에 보이는 것은 크로아티아의 도시이다. (2)산으로 오르는 고속도로에서 내려다 본 네레트바 강변의 평야. (3)산을 넘자 곧바로 만나게 된 아드리아해변의 도시. (4)크로아티아 영토에 있는 해변의 휴양지. (5)길게 해변을 차지한 크로아티아 영토를 끊어 놓은 보스니아의 휴양도시 네움-지도의 붉은 선. (6)보스니아가 아드리아해로 통하는 유일한 도시인 네움 앞바다에 떠 있는 대형 유람선. (7)우리가 묵은 임폴턴 리조트 앤 호텔(Importanne Resort & Hotel Dubrovnik) -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망원렌즈로 잡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