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머리카락
리 태 근
한평생 머리기름 한번 못바르고 살아오신 어머니 머리카락은 머리숫이 생길새 없었다. 할일이 태산같은 모진세월 아버지의 쪽지게를 대신해서 가난한 생활의 중임을절반 떠이고 나선 광주리에 짖눌리여 머리카락은 해마다 빠지고 또 빠져서 녀자답지 않게 번대머리 되였다. 해넘어가는 논밭에서 채돌피 할때면 잠자리들이 머리꼭뒤가 헬기들이 활주로인줄 알고서 오르내리였고 해솟는 아침이면 나비들이 가물든보금보금자리인줄 알고서 춤추며 날아들었다.
팔자도 기구하지 중년에 상처한 어머니는 걸음발타는 어린아들 둘씨나 엎고서 코물번벅인 젖먹이 녀자애 둘씨나달린 톱질재 령감에게 억지로 재가했다. 산넘어 산이라고 량쪽식구 여섯에 콩알같은 자식넷을 키우노라 씹으신 설음인들 오죽했으랴 거기다 전주리씨 가문에 삼대장손 나를낳고 아버지의 다욕심에 패끼알같은 딸까지낳고 콩꼬투리같은 어린자식 여섯남매를 시중하느라 삼킨설음인들 오죽했으랴 옷고름이 썩어서 흙이된지 오래다. 윤기는 못속인다고 푸대죽먹는 세월에 죽그릇 않고서 네쪽 내쪽쪽만캐는 이붓딸의 못돼먹은 속알이에 피멍이든 가슴에 한이서려서 찬바람만 불어쳤다. 남자들이란 다 그런가 데려올때는 꼭두각시를 만든다던 아버지가 이붓딸들이 얄미운 고자질에 피한방울 썩이지 않은 이붓아들들이 날이갈수록 개밥에 도토리로 보이여서 눈치밥만 먹였던가 잔뼈가 굵어서 부모를 도울만 하니깐 섬이들기 바뿌게 항미원조 구실대고 뿔뿔히 떠나갔다.하긴 허파에 바라만차는 모진세월에 식구여섯을 한구둘에 앉혀놓고 등곬에 진땀으로 썩어나도록 톱질했건만 굶어서 짹짹거리는 병아리들의 무서운 입을 막을수 없었던 아버지 쩍하면 술지정이라 이삭주이 하다못해 풀뿌리도 싹이날새없이 뜯어들이던 어머니 한밤중에 애매한 머리카락만 쥐여뜯어서 그렇게 곱던 단발머리가 억새밭이 된지오래다.
씨름꾼 머리에 모래알 떨어질새 없다더니 어머님의 머리에 풀부리 나무잎 벼짚이 떨어질새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 쥐구멍에도 해가들날이 있다더니 어머님의 머리칼도 일년가다 몃번씩 잔치하는 날이 따로있었다. 두번다시 옮겨앉은 과부문전에 바람잘새 없엇건만 그래도 반갑게 맞아주는 매돌짝이 있는게 다행이였다. 기름칠하는 료리재간은 못 배웠어도 장태질하는 시골집 밑반찬은 모르는게 없는데 거기다 두부앗는 남다른 재간을 갖고있어서 초두부물에 감아올린 머리카락에 은비녀를 꼽고 나서면 동네 아낙네들이 새각시 왔다고 함성을 지르는데 먼발치에서서 구경하던 나그내들도 눈이 부셔서 고개를 못든다.
어머니 머리카락이 번쩍이는 날이면 동네 괘씸한 주정뱅이들이 한구들 미여지게 모여든다. 하들하들한 초두부에 알근들에 취하면 어머니 머리카락을 놓고서 있는자랑 없는자랑 줄기차게 보태가며 달래각시 같다고 평판이 자자하다. 머리카락도 좋겠지만 은비녀가 광을쳐서 춘향이 왔다가 울고간단다. 주정뱅이들이 어머님의 은비녀가 부러워서 군침을 흘릴때마다 아버지는 어쩐지 서러워났다. 언젠가는 내손으로 벌어서 전임 남편이 사준 은비녀보다 더좋은 금비녀를 사주리라고 벼르고 또별렀지만 마음대로 안되는게 세월이라 사망될때까지 한맺힌 소망을 풀어주지 못하고 말았다.
앞뒤 터밭에 철따라 이그러진 남새는 치마자락에 날라오면 필이지만 앞남산 비석거리 캐황지에 풀이 무섭게자란 오이와 호박. 옥수수. 열콩. 감자 그리고 철따라 돋아나는 닥시삭 고사리 곰치 참나물 뽕그대 삽지나물 도라지 더덕이 광주리에 넘쳐났다. 밭에 나는 남새가 끝나면 숲에나는 산나물 숲에나는 산나물이 끝나면 가을 찬바람 흣알리는 탈곡장의 모래알섞인 싸래기 한줌도 안되는 싸래기도 없으면 눈덮힌 광야를 헤치고 언감자를 파들이는 어머님의 믿굽빠진 버들광주리는 하루도 쉴새없어서 마른것 젖은건 언것 녹인것 가릴새없이 지지눌러서 어머님의 머리카락은 시름놓고 자랄새 없었다.
어머님의 보배광주리는 손발이 갈라터진 어머님의 성질을 닮아서 믿굽이 달아빠지면 버들나무 싸리나무로 역어대면서 하루도 놀새없엇다. 어설푼 때시걱을 한줌식 보태느라 광주리에 넘쳐나는 푸르고 노랗고 둥그러진 남새와 무거운 호박까지 일년사철 광주리믿굽을 비울새 없었다. 거기다 한평생 집짐승치기로 소문난 하다못해 굶암돼지 먹거리 도토리 칙뿌리와 흔해빠진 개돌피 능쟁이며 살구잎 콩깍대 그리고 때도시걱도 없이 방아간을 찾아다니며 떡을 구부려도 먼지가 묻을세라 방아호박을 믿바닥까지 쓸고 또슬어낸 나벽제와 일년사철 달고다니는 소먹거리 깔단과 가을이면 악을쓰고 뜯어들인 돌피쌀 하여간 어머님의 광주리는 하루도 쉴새없이 무거운짐이 되여서 어머님의 꼭뒤를 지지눌렀다. 무거운 광주리에 눌리워서 나이에 앞서서 꼬부랑 할머니가 되여서 꼬부랑 머리카락이 흣날리였는가.
죽을고생을 이고 다녀서 빠질대로 빠진 머리카락이 번대머리 된게 전부가 아니였다. 가난한집 아이가 섬이 먼저든다고 눈치밥 먹고 자란 아들이 어느새 도끼나무를 할만 하니깐 죽음이 뭔지도 모르고 항미원조에 탄원해 나섰다. 가문에 없는 영웅이 되겠다고 어머님의 피멍이든 상처에 소금알 뿌리며 쑥대밭이된 어머니 머리카락에 불을 놓지못해서 죽음의 불바다로 뛰여들었던가 .
마음의 상처야 세월이 약이라지만 두눈에 새겨진 하얀그리움은 세월이 갈수록 영원히 수술할수없는 쓰라린 백내장이 되여서 눈에흙이 들어갈때까지 사라질줄 몰랐다. 행여나 꼭 살아서 돌아오겠지 피발이선 두눈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지켜본 앞남산 비석거리 고개길에 그늘이 갈세라 풀부리 나무뿌리를 손톱이 물러나게 뜯으며 기다렸지만 항미원조가 끝난지 반세기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아서 죽어서라도 아들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기어이 지켜보겠다고 가을바람 스산한 고개길에 뭍히신 어머님 오늘도 비구름이 흣날리는 남녘하늘 애타게 바라보며 한숨을 쉽니까 변덕많은 날씨는 개일줄 모릅니까
기다리는 딸은 안오고 외눈깔 사위만 온다더니 이건 외눈깔 병신이라도 좋으니 살아만 돌아오면 원이 없겠는데 날벼락같은 무서운 소식이 날아들 줄이야 렬사증도 아니요 그렇다고 아들이 유언장도 아닌 포탄에 그슬린 어머님이 배보자기와 포연에 그슬린 땅크병 모자가 날아왔다. 시루떡을 만들어서 아들이 옆차기에 싸보냈던 배보자기를 가슴에 않은 어머님 무슨말이 필요하랴 무슨말을 더 물어보랴... 피눈물이 말라버린 어머님의 새하얀 꼬부랑 머리카락은 삼검불처럼 빠지기 시작했다. 형님이 유골이라도 찾아온다고 피멍이든 어머님의 가슴에 맺힌 원한을 기어코 풀어드린다고 둘재가 또다시 죽음의 불구덩이로 찾아간단다. 아예 이 에미를 산채로 땅에다 묻어놓고 가렴무나.. 아! 전생에 무슨죄를 졌길래 끌날같은 아들 둘이나 무고한 전쟁에 바쳐야 합니까?...
희망의 등불이 사라져가던 오두막에 개똥불이 나졌는가 그래도 늙그막에 삼대독자로 태여난 내가 있어서서 막 나가던 부모님의 인생에 봄이 온다고 기뻐했던 어머님 나를보며 아들 둘이나 잃어버린 고통을 억지로 씹어 삼키시는 줄 번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눈앞만 바라보면 대학이고 공인이고 다 때려부시고 아버님이 유언대로 며느리를 맞아들여서 며느리 손에서 밥을 자셔보게 해야했는데 불효자식이 따있습니까 아버지의 피맺힌 유언도 지켜드리지 못하고 또다시 꼬부랑 어머님을 남겨두고 북녘을 바라고 떠나간 나는 천추에 용납못할 도리깨 아들이요 불효자식이였다.
소똥무지에 박힌 나리꽃인줄 알고 언젠가 내힘으로 기어코 솟아나 보겠다고 결혼은 입밖에 번지지도 못하게 하였다. 꼬부랑 고개길에 속히워서 눈앞이 점점 흐려져서 보이지 않는데 또다시 아득한 끝없는 북녘에 하얀그리움을 펼쳐놓은 어머님이 그렇게 잘하던 두부도 제대로 앗지못하는데 어쩌라고 온천지에 머리카락 천지이다. 밥에만 섞여있으면 그런대로 습관되여서 가려내면 그만인데 이건 시래기국에 염채김치에 고추장 된장 온집안에 어머님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널려있었다.
망창 십리도 넘는 먼밭으로 일하려 갈때면 창피해서 도시락을 싸들고 갔다가도 도무지 내놓고 먹을수 없었다. 그런데 어쩌라고 내가 코빨때 부모들이 미리봐둔 쥐며느리라고 하면서 머리카락이 치렁치렁한 처녀들이 쉴새없이 찾아왔다. 삐둘기 마음은 콩밭에 가있는줄 모르고 학교가기전에 말을떼라고 성화가 불같다. 있는믿천 없는밑천 다 긁어서 술안주라고 만들어 올린 반찬마다 널려있는 머리카락 때문에 내가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술한잔만 들어가면 찾아오는 처녀마다 맏며느리 감이란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세번째 선을 본다고 찾아왔던 역전 김공장의 딸이 생각난다. 다른 처녀들은 인물은 없어도 말잘하는 나를 농촌에 두기는 아까운 인재라고 하면서 밥상에 마주앉았는데 가마목에서 그럴줄 알고 머리카락을 열번이나 줒어냈는데도 시래기국에 숨어있는 하얀머리카락을 발견하고 손톱에 걸고나서서 어머님을 보라고 뭐라고 씨벌대다가 데리고온 아버지의 매서운 눈치도 모르고 까불다가 내게 쫒기워간 일이 엇그저께 같은데 오늘 찾아온 김공장이 딸은 여늬 처녀들과 달리 번연히 머리카락이 내눈에도 멀찌감치 보이는데 그런대로 눈을 딱감고 삼키는게 아닌가
뭔가 가슴이 찡해났다. 이런 처녀라면 두말없이 무던한 맏며느리로 부모님을 호강시키고도 남으련만 말 한마디 없이 어머님의 머리카락을 삼켜버린 그녀를 나는 그만 와락 끓어 않을번 하였다. 대학을 가서라도 꼭 편지를 하겠노라고 열백번 맹세한 나는 우물안에 개구리가 세상을 구경하지 않았더라면 그녀와 백년계약을 맺았는지도 모 른다 어머니 머리 카락만 보면 친아들인 나도 짜증을 내면서 수절을 뿌려던지였는데 그녀가 낮색 한번 변하지않고 그대로 삼켜버리던 그 장면을 두고두고 잊지못해서 오늘도 고향에 가기만 하면 잊지않고 언녕 페허가된 와룡역전 거리를 찾아본다. 그옛날 김공장의 딸을 속으로 외워본다 비록 첫사랑은 아니였지만 첫사랑보다 더 귀중한 그 녀를 어머님의 머리카락을 그대로 삼켜버린 그녀를 오늘도 찾고있습니다. 혹시 이글을 보시는 분들중에 누군가 그녀의 행방을 아시는분이 있다면 련계해 주십시요
한많은 입에서 실물이나는 고생에 뿌리까지 썪어서 온전한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어머님의 머리카락이 자꾸만 생각나서 전교에서 머리카락이 제일 긴 외태머리 처녀가 차레졋는지도 모른다. 씨비리야 찬바람 불어치는 송화강 강반에 조선말이라고는 한마디도 통하지 않는 낮선 대학교에서 조선족 녀학생을 만난다것은 하늘에 별따라고 아예 생각도 하지않았는데 반주임이 한족 처녀들처럼 외태머리를 엉덩이 아래까지 치렁치렁하게 땋아내린 그녀가 조선족이라고 알려주었을때 흙속에서 진주를 얻어본듯 두번다시 눈을 비비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 어쩌면 어머님이 눈에 흙이 들어가도록 그토록 바라던 며느리가 인제야 찾아왔던가 그것도 한학교 한반급에 조선족 학생이 단둘이 있다는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같다. 하느님이 우리부모의 어질고 순박한 마음을 담아서 이 세상에 둘도없는 천상배필을 묶어서 내려 보내셨다.
쥐굴에도 햇빛이 들날이 있다고 하더니 어쩌면 하늘에 별따기라고 하는 대학에 추천해 준것만해도 너무 고마워서 자다가도 꿈이냐 생시냐 내살집을 꼬집어 보는데 맙시사 어저면 한학교에 한반급에 많지도 적지도 않게 조선족 남녀학생 쌍둥이처럼 둘을 앉혀 놓았을가 그것도 어머님의 처녀시절의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똑떼 닮은 선녀같은 묘령의 처녀를 나에게 보내주신 하느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날마다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나라에 가서도 선지선명하신 하느님께 우리둘의 앞길을 위하여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신 부모님께 검은머리 백발이 될때까지 잘 살겠노라고 백번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졸업할때까지 종래로 미혼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덮어놓고 우리집 <외태머 리>라고 불렀다 그 넓은 길림시에서 어디에 내놓아도 그녀의 치렁치렁한 외태머리를 따를 녀인이 없었으니 잃어버릴 걱정도없고 구태여 딱딱하게 이름부를 필요가 없었 다. 워낙 천성이 진품인 그녀의 모든것이 나를 위하여 준비된 녀인이라 키낮은 초가집 에 데려 왔을때 그녀는 어머님이 시키지도않는 부엌을 차지하고 어머님이 시키는대로 된장국을 끓이는데 어머님이 머리카락이 들어간 염채김치를 내가 못먹는다고 상밑에 감추면 기어코 올려놓고 김치물까지 남기지않고 맛있게먹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나는 또다시 그옛날 역전공장장 처녀를 떠올렸다.
어머님은 내보다 그녀를 더 좋아하셨다 입안에 혀도 깨물때가 있다고 부부간에 살면서 말다툼할때가 없으랴 하찮은 일가지고 치렬한 언쟁을 할때면 무조건 며느리편에서는 어머님이 괘씸하다 할가 그럴대마다 외목에나는 할말을 잃었지만 마음은 한량없이 기뻤다. 운명할때까지 며느리 품에서 눈을감고 싶다고한 어머님의 유언대로 마누라가 운명하는 어머님을 꼭 끌어않고 있던 그 모습이 한평생 나를 울리고있다.
한평생 머리기름 한번 발라보지 못한 어머님의 머리카락 대신해서 세상좋다는 머리기름을 듬뿍듬뿍 바르라고 파마도 한달에 두 세번씩 하면서 요즘 세상에 제일 잘 류행되는 비싼 외국제 머리로 돈을 콱콱쓰라고 등을 떠미는데도 마누라는 머리를 만질때마다 어머님의 하얀머리카락이 생각난다고 하면서 그냥 일반머리로 만족한다. 어느새 귀밑이 휘여지는 마누라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나는 어머님의 삼검불같은 깡마른 머리를 생각한다 몇백원 몇천원짜리 머리를 한다는 현대식 머리빵을 지날때마다 나는 머리물감 한번 못들인 어머님의 머리카락이 생각나서 한참식 서성거리며 떠나지 못한다.
거리에서 나래치는 오색찬란한 금발머리 처녀들의 머리발을 바라볼때면 모진세월속에 어설푸게 흣날리던 어머님의 까츨한 회오리 머리발이 생각난다. 뛰약별아래 구술땀에 번벅이된 어머니 머리카락. 눈보라 강추위에 기발처럼 날리던 어머님의 주눅이든 머리카락. 초두부물에 곱게감고서 참빗으로 정성껏 빗어넘기고 은비녀를 꼽고 거리에 나설때면 주정뱅이들이 달래각시라고 그렇게 좋아하던 어머님의 머리카락이 한맣은 그리움에 새하얗게 희여서 밥상에 오르내릴때가 그립습니다. 어머님도 처녀시절이 있었겠건만 그때는 단발머리였을가 아니면 마누라처럼 외태머리 였을가 어머님의 고향이 남쪽이란 말만 들었지 어머님의 처녀시절을 물어보지 못한 죄진마음이 오늘도 내 마음을 아프게한다
아! 어머님의 처녀시절의 머리가 외태머리라고 말해줄 사람은 없습니까 ?... ….
2009년 3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