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매화 꽃잎
바람에 떨어져 흩날리고
너도 나를 두고
바람 따라 가던 날
상처 입은 마음으로
강가를 걸으면
-괜찮아, 괜찮아
비단 물결 따라
반짝이며 토닥이는 윤슬
단발머리 소녀에서
머리카락 하얗게 변하는
긴 세월을 지켜주고
앞으로 남은 시간도 함께하며
언제라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어머니 품속 같은
영원한 사랑의 강
내 삶의 강
우리들의 강
당선소감문
제가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가는 공주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역사와 문화의 도시입니다. 금강이 비단을 펼쳐놓은 듯 반짝이며 흐르고, 그 뒤로 계룡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공산성과 무령왕릉, 곰나루 등 눈을 호강시켜주고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자연풍광들이 넘쳐나는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공주에는 문인들과 화가, 작가 등 예술인들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공주에서 아름다운 풍경들을 화선지 위에 먹물로 옮겨 그림으로 그리는 화가로 살고 있으며, 때로는 아름다운 시어들을 모아 시 쓰기를 즐기고 있답니다.
10편의 시를 현대계간문학에 보내고 기다리던 중 신인상 수상 작품으로 금강, 동행, 정안천 이 뽑힌 것을 보고 세 편 모두가 공주를 배경으로 한 시라는 것에 놀랐으며 역시 저는 뼛속부터 공주사람이구나 하고 실감하였습니다.
그림을 그려서 상을 받아 본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이 나이에 시로 상을 받는 것은 너무도 기쁜 일입니다. 특히 현대계간문학에서 신인문학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되어서 더욱 기쁩니다.
제 작품을 뽑아 주신 현대계간문학 심사위원 여러분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시인으로서 열심히 노력하며 시를 쓰겠습니다.
현대계간문학의 무궁한 발전을 빌며 수상소감을 마칩니다.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색이 돋보여
이종옥이 응모한 「봄날은 간다」 외 9편은 전반적으로 신인이라고 하기엔 오랜 연륜을 알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고 고른 수준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 「금강」 「동행」 「정안천」 등 3편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이 3편의 공통점은 사물과 자아의 접속이 빼어날 뿐 아니라 시인이 갖추어야 할 새로운 눈이 빛나기 때문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했다. “참된 발견의 항해는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라고. 금강이나 공산성, 그리고 정안천은 모두 이종옥에게는 아주 낯익고 친근한 경물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친근함에 젖어 사고력이나 표현면에서 진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덕분에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금강」은 화자에게 “단발머리 소녀에서/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지금까지 그 오랜 시간 속에서 “어머니 품속 같은/ 영원한 사랑의 강/ 내 삶의 강”으로 자리하고 있다. 금강이 단순한 장소나 공간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강가를 “상처 입은 마음으로 걸으면” “괜찮아, 괜찮아” 토닥이는 따뜻한 생명성으로 재탄생한 걸 볼 수 있다.
「동행」 역시 화자가 “생각이 복잡하거나 답답하면” 찾아가는 “공산성” 역시 “구불구불한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그 복잡했던 생각이나 답답함“이 어느새 풀어지고 평안해져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오는“ 안식의 장소로 자리한다. 또한 그곳에는 ”오래된 참나무“도 함께 자리해 화자의 마음을 다스려주는 데 일조를 하는 이정입경(移情入景)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정안천」은 ”어릴 때 살던 동네 뒷동산을 넘어가면“ 맑게 흐르는 시냇물이었는데, 이곳에 ”아버지 자전거 뒤에 타고“ 따라가 아버지가 ”투망을 회오리바람 불 듯“ 던져서 천렵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쓴 시다. 그러나 단순히 추억만으로 끝내지 않고 ”세월 저편으로 떠난 젊은 아버지“가 보고 싶은 날 산책길에서 듣는 정안천 물소리가 아버지의 목소리로 투영되면서 절실한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