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의 개황
▶인구 : 317만 명 (독립 국가 중 세계 최고로 인구 밀도 낮은 나라)
▶가축 수 : 7,500만 마리 (100명 중 66명은 정착민 / 34명은 유목민 )
▶면적 : 1,564,116km2 ( 한반도의 15배 )
▶지형 : 남부-사막지대, 서부-높은 산맥과 호수, 동부-초원지대, 북부-산림지대
▶고도 : 1,580m
▶1인당 GDP : 4,100$
▶민족 : 핥아 몽골족(86%), 카자흐족(6%), 기타(6%)
▶전화 국가번호 : +976
▶전압 : 220V / 50Hz
▶몽골의 정치제도 : 의원내각제 공화정
▶시간대(시차) : UTC +08:00(한국보다 1시간 느림)
▶언어 : 몽골어(95%), 카자흐어(5%)
♣ 출발 전
우연히 몽골 여행이 시작되었다. 평소 아는 조형제 경영지도사님과 개인적으로 카톡을 하다, 대구시와 몽골과 산업교류 차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몽골문화경제원 남상대 원장을 소개받았다. 몽골에 대한 호기심이 작동하여 혹시 양국 자매결연이나 산업투자 협력단 방문 시,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하니, 몽골여행사도 겸하고 있어 이 기회에 몽골산업 현황 파악과 여행 목적으로 한 번 가자고 제의하기에 흔쾌히 수락하였다.
늘 호기심이 강하여 몽골은 어떤 나라와 환경이고 역사적으로 한 때 세계를 제패한 국가의 저력과 후손들은 과연 어떻게 사는지 등이 궁금하여 참여하고 싶었다. 이런 기회를 통해 몽골 역사와 문화에 관한 공부는 물론 좀 더 시야를 확대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몽골 여행의 멤버들은 이런저런 인연으로 엮어 11명이 참가하게 되었다.
이질적인 조합으로 어떤 이념이나 동호 단체가 아닌 순수 자발적 모임으로 막연히 몽골에 대한 여행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의식이 잠재된 분들이 참여했다. 주로 조형제 대표님과 인연을 중심으로 연결되거나 내 주위의 3분도 같이 참여하면서 애초보다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단체를 大夢會(大邱+蒙古 모임/ 큰 꿈을 꾸는 사람들 모임)라 정했다.
이번 여행은 상업적인 여행상품이 아니라, 평소 몽골을 자주 왕래하면서 여러 가지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남원장의 경험과 정보만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나선 용감한 멤버들이다. 이는 몽골 문화경제원이란 대외적 신뢰도와 남원장의 개인적 경험을 믿고 큰 준비 없이 동참했다. 큰 밑그림은 제시되었지만, 구체적인 것은 상황과 일정에 따라 다소 가변적이라 했다. 이점이 오히려 만들어가는 여행으로 궁금증과 긴장감을 높일 수 있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다들 몽골은 처음이라 다소 긴장은 되었지만 든든한 가이드가 있기에 전적으로 의존하였다. 그래도 여행을 같이 가는 사람들이라 사전에 얼굴이나 익히고 가야 하지 않겠나 싶어, 8명은 3차례 예비 모음을 가졌다. 그러나 출발 이틀 전에 전적으로 3명이 추가 합류하게 된 기막힌 사연이 있다. 나름 사연은 다 있겠지만 일반 패키지여행이 아니기에 가능했다.
나는 그동안 예비논문 한 편 마무리와 여름방학을 맞아 영어특강으로 3주간 빡빡하게 마치자 다소 여유와 머리를 식힐 겸 해외여행을 한 번 해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코로나 재확산으로 다소 불안했지만 이런 기회를 미루면 다시 찾아오기 어렵다 싶어 기꺼이 참여하게 되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산업시찰도 포함되어 있기에 이 기회에 전기공급이 어려운 유목민들에게 딱 맞는 ESS 배터리를 시범적으로 찬조하여 향후 배터리 시장을 선점토록 할 수 있는 ㈜한중 NSC에 만든 큐브 제품을 생각했다.
사전에 한중 김회장님 공장을 방문하여 취지를 설명하고 공장 견학도 했다. 김회장님이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면서 한 대를 기증받았다. 문제는 밧데리 제품이라 폭발 가능성 때문에 운송이 극히 제한되어 몽골로 가보지도 못하였다. 다행히 8월 중순 경산에서 나담축제 할 때, 방한하는 몽골 고위직에 직접 전달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당초는 날라흐구 공단 관리실이나 코트라 무역센터, aT센터 중 한 곳에 직접 기증할 행사를 기획했는데 불발되어 다소 아쉬웠다.
♣ 여행 첫째 날
계획된 여행상품이 아닌 다소 유동적인 산업시찰 겸 문화답사라 전날에 변경되었다. 비행기가 애초 13시쯤 출국하기로 되었는데 4시간 정도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첫날은 이동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동대구 터미널에서 12시에 10명이 만나 상견례 겸 인사를 나누고 고속버스로 김해공항에 가서 창원에서 오신 1분과 합류하여 총 11명이 떠나게 되었다. 여행을 주관하는 남원장은 첫날 비행기가 4시간 늦어지는 바람에 사실상 하루는 허비하게 되는 이상, 5박 6일 계획표를 제시하여 당황했지만 일단 진행 상황을 보고 판단하기로 합의했다.
3차례 예비모임이 있어서 그런지 덜 서먹서먹하게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4시간 정도 하늘을 날아서 몽골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했다. 하늘에서 본 몽골은 여름철이라 대평원에 펼쳐진 풀밭이 지평선 넘어 아늑하고 포근하게 다가와 시원한 눈맛과 확 트인 가슴을 씻어주는 청량감이 제일 먼저 느껴졌다. 먼저 공항을 배경으로 우리가 온 목적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고 여행사에서 마련한 미니버스를 타고 목적지 중간인 식당에 가서 늦은 저녁으로 피자와 맥주 한잔을 먹고, 다시 1시간 30분 정도 달려 테를지 국립공원 내 게르에 도착하니 이곳 시간 1시가 넘었다.
오늘은 대구에서 부산을 거쳐 몽골의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하여 이곳 테를지 게르 캠프까지 머나먼 길을 달려왔다. 종일 이동하는 시간만으로 채워졌다. 여행 첫날이라 피곤하지만, 게르에 모여 간단하게 술 한잔했다. 이곳은 공기가 맑고 습도가 없고 눈맛이 시원해서 그런지 장거리 이동치고는 그렇게 피곤하지 않았다. 밤에 도착하여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 처음으로 게르라는 주거환경에 적응하여 곤한 잠을 잤다.
♣ 여행 둘째 날
아침에 일어나 사방으로 펼쳐진 광활하고 푸른 초원과 언덕을 보니 정말 여행을 온 기분이 났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잠깐 둘러보고 이 벅찬 감격을 담아보고자 한 편의 시를 써보았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나무가 거의 없는 언덕에 펼쳐진 푸른 초원이 주는 평온함과 친근감은 정말 머리를 식히고 싶은 분에게는 꼭 필요한 풍광이지 싶었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눈맛 사이로 펼쳐진 게르 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지만, 워낙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라 아침은 상쾌했다. 아침 게르에서 일어나 멀리 초원과 떠오르는 햇살을 보며 이곳 풍광과 느낌을 적어보았다.
어제 멀리 장기리 이동으로 인한 피곤도 아침이 되자 말끔히 씻어지고 상쾌한 아침 식사를 게르 뷔페에서 먹었다. 아침 먹고 사실상 여행 첫날이 시작되었다. 국립공원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비포장도로가 군데군데 있고, 게르 촌도 말끔히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워낙 넓고 푸른 초원 속에 있어 그런지 그렇게 지저분하게는 보이지는 않았다. 첫 관광지로 테를지 국립공원 내에 있는 거북바위로 갔다.
몽골에서는 사방에 펼쳐진 넓고 푸른 언덕이 주는 안락감과 평온함이 여행객들에게 가장 큰 힐링을 주기에 어디를 둘러보아도 멋진 풍경이 아닌 곳이 없다. 차를 타고 게르 숙소에서 한 30분 정도 지나니 길옆에 커다란 거북 모양의 바위가 우뚝 솟아 있었다. 외롭게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거북이가 길을 잃은 안타까움으로 뭍을 쳐다보는 형상이었다. 약 30m 크기의 큰 바위는 테를지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어 잠깐 내려 단체 사진을 찍고 인근에 있는 사원으로 갔다.
사원을 오르기 전 몽골의 무명 화가가 그린 유화를 감상하고 또 몇 점을 구매하기도 했다. 아침 식전 게르 식당 입구에서 자기 아버지의 미술작품을 가져와 여행객을 상대로 작품을 팔던 딸과 아버지가 사는 커피점 겸 전시장이었다. 작품 배경은 테렐지 국립공원 풍광과 馬을 아주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어 그만한 값어치는 하는 것 같았다.
잠시 미술품을 감상하고 새벽 사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테를지의 대표적 라마 불교 사원인 아리야발로 갔다. 입구를 지나 올라가는 길에 부처님 말씀이 새겨진 간판들이 쭉 서 있고, 길옆에는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사원 입구에 108계단이 만들어진 약간 오르막으로 조금 힘들었지만, 주위 야생화를 구경하면서 푸른 하늘과 발아래 쫙 펼쳐진 초원을 보면서 올라갔다. 날씨가 약간 더워 잠시 사원 안 법당에 앉아 쉬고 내려왔다.
다음은 게르식 유목인 허르헉과 말 탑승 체험을 하기 전 천진벌덕(Tsonjin Boldog)에 있는 몽골의 랜드마크인 대형 동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칭기스칸 대형 동상 입구에는 여행객을 상대로 독수리를 손에 얹거나, 낙타를 타고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 행사에 우리 여행객 일원도 거의 다 한 번씩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동상의 높이는 40m이고 밑에 기념관과 합치면 50m 정도로 그 웅장함이 멀리서도 느껴질 정도의 세계에서 가장 큰 기마상이라고 했다.
2006년 몽골제국 800주년 기념으로 건립을 시작하여 2010년에 완공된 최근의 건축물로 안에 들어가서 보면 높이 9m, 길이 6m의 대형 장화가 보인다. 실제 칭기즈칸 기마상의 발 크기에 맞춘 장화 크기라 한다. 이 장화에 가죽은 소 120여 마리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세계에서 가장 큰 장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이곳 대형 동상 전망대에 올라가 주위 사방을 둘러보는 풍광도 일품이었다.
너른 들판에 우뚝 솟은 은색의 칭기즈칸 대형 동상은 역사적 인물의 무게만큼 크게 조각되어 벌판을 굽어보며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호령하는 칸의 위력과 품위를 느낄 수 있었다. 나라에서 세운 것이 아니라 한 기업가가 자가 나라의 자부심을 위해 세웠다고 하니 후손들이 얼마나 칭기즈칸을 존경하고 내세우고 싶은지 이해가 갔다.
다음은 양고기와 채소를 달궈진 돌과 함께 냄비에 넣어 쪄내는 몽골의 전통음식인 허르헉 (Horhog)을 먹고 말 타는 체험을 위해 갔다. 이곳 천진벌덕에서 약 1시간 30분 가량 달려 어느 유목민 촌에 갔다. 끊임없이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비포장 초원길을 달려 점심시간이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유목민이 사는 게르로 안내하며 준비된 음식과 간단한 생활상을 소개받았다. 빵과 우유 비슷한 몽골 음식인 수태채, 야를, 어러먹, 아이락 등을 소개받고 실제 유목민이 생활하는 게르 안을 구경하였다. 나름 규칙을 갖고 게르 내 영역을 구분하여 의식주 생활한다고 했다. 오늘의 주메뉴인 허르헉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미리 잡은 양고기와 돌을 달구어 놓은 상태에서 우리가 도착하자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다. 쪄내는 동안 우리는 말 타는 체험을 했다. 넓은 초원에 말을 타고 간단히 돌아보는 환상적인 모습에서 여행의 묘미를 만끽했다. 몽골 말은 일반 말보다 다소 왜소하지만, 지구력이 강한 전통 토종말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이 조랑말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품종으로서 유목민(遊牧民)에 의해 대량으로 사육되어 목축 관리 및 이동, 전령(傳令), 운송 수단 등으로 사용된 말로 세계를 정복할 때 타고 다닌 말이라고 했다.
중동이나 유럽의 말들과 맞닥뜨렸을 때 체구나 속도에서는 상대되지 않았지만, 지구력이 강한 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철갑을 두른 중무장은 가능하면 피했고, 적진을 향해 빠르게 돌격하지도 않았다. 병사 1인당 대여섯 마리 말을 데리고 다니며 원정 중 계속 갈아타 말이 지치지 않도록 하여 전투에서 이겼다고 한다.
서양말같이 큰 키가 아니라 처음 타도 그렇게 무섭거나 어렵지 않아 가볍게 초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오늘의 주메뉴인 허르헉을 맛보았다. 별다른 양념이나 첨가물 없이 구운 돌 사이사이 소금과 양고기와 감자. 당근. 양파만 넣고 찐 것이라 담백하고 잡냄새도 없이 갓 잡은 고기라 신선해서 맛이 좋았다. 기름기도 없고 느끼함도 없이 고기 본연의 맛을 만끽하며 모두 늦은 점심으로 맛있게 먹었다. 처음 먹어보았지만 강추하고 싶은 맛이었다.
나무 한 그루가 없는 허허벌판이라 그늘이 없어 세워둔 차량의 그늘을 이용해 이곳 사람들의 생활을 물어보고 몽골 가이드의 간난 애기와 같이 놀았다. 이곳으로 멀리 어렵게 온 이상 늦게까지 기다렸다 저녁도 먹고 밤하늘의 별도 보자고 제의했지만 대부분 사람이 마땅히 쉴 곳과 그늘이 없고 별을 보기까지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가자고 하여 포기했다. 그렇지만 너무 아쉬워 가이드와 박원장과 나 3명은 말을 다시 한번 타고 먼 언덕 위를 한 바퀴 돌고 왔다.
말을 타고 푸른 초원을 걷거나 약간 달리는 승마 체험을 통해 묘한 야생의 쾌감과 긴장감을 맛보았다. 요번 몽골 여행에서 단순히 말을 타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초원을 몇 KM 달려보는 이색적인 체험을 직접 해보았다. 체험장에서 게르까지 약 2시간가량 비포장길을 거쳐 숙소인 게르에 도착하니 저녁 8시 30분 정도 되었다. 다소 늦은 시간에 점심을 맛있게 많이 먹은 허르헉 덕분에 별도로 저녁을 먹지 않고 게르로 돌아와 컵라면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오늘은 초원을 한 바퀴 돌고 온 시원한 눈맛과 마음이 정화된 느낌으로 모두 평온하게 하루를 함께 하고 와 그냥 잠만 자기에는 아쉬워 게르 숙소에 모여 11명 모두가 각자 살아온 인생역정과 소회를 돌아가면서 이야기했다. 이유 없는 무덤이 없듯 각자 오늘의 이 순간이 있기까지 치열하게 살아왔던 나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살아있는 지식이요 경험이기에 모두 공감하고 좋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런 고요한 게르에서 뭐 특별히 다르게 할 것도 없으니 대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 더 가깝고 친밀해질 수밖에 없다. 다르게 살아온 여행동행자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이곳 테를지 국립공원 내 게르에서 쏟아지는 별빛을 이불 삼아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눌 공간과 시간을 얼마 만에 가져본 것인가! 거의 2시간가량 이야기하다 내일을 위해 다시 각자 게르로 돌아가 잠을 푹 잤다.
♣ 여행 셋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는 버릇이 있어 이곳 시간 6시에 기상했다. 일어나 주위를 돌아보니 다시 한번 시원한 눈맛과 푸른 초원이 주는 싱그러움에 반해 몇 사람들을 깨워 게르 숙소 뒷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야생화에 맺힌 싱그러운 아침 이슬을 보면서 생명력을 확인하고 바위틈 사이가 있는 언덕을 올라갔다. 올라가니 이미 다른 한국 관광객 몇 사람들이 올라갔다 내려오고 있었다. 약간 오르막이었지만 군데군데 에델바이스 등 야생화를 구경하면서 8부 능선에 올라 반대 방향을 살펴보니 풍광이 장관이었다.
어제 간 거북바위와 아리야발 사원이 멀리 아스라이 굽이 보이는데 눈 닿는 사이로 펼쳐진 아늑한 초원과 바위만 보였다. 위에서 멀리 굽어보는 풍광이 정말 멋들어지게 펼쳐졌다. 이때까지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일품이었다. 물론 이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예쁜 곳도 많지만, 끊임없이 펼쳐진 넓은 시야 가득 채워지는 초록의 담백함과 단출함에서 우러나는 부드러움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으리라 본다. 부지런한 5명은 아침 멋진 풍광을 감상하고 내려와 게르에서 뷔페 아침을 먹고 3일 차 여행을 시작했다.
먼저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오는 길목에 있는 날라흐구 공단으로 갔다. 허허벌판에 공장이라곤 2개 정도 있고, 기반 조성 정도만 되어 있었다. 공단사무실에 들러 공단 관리자로부터 간단한 브리핑 자료를 통역해 듣고 기업 투자 유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질의응답을 거쳐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였다.
땅은 얼마든지 무상으로 임대를 할 수 있지만, 과연 이곳에 투자할 수 있는 업종과 수익성 및 인력공급, 물류 대책 등 많은 난제가 있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었다. 2018년 한국남부발전(주)이 주도해 날라흐구 현지에 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사업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대대적 홍보했지만, 그 이후로 별 진척이 없는 것으로 보아 쉽지 않는 모양이다.
다음은 울란바토르에 있는 E-MART로 갔다. 3호점으로 우리나라 E-MART와 별반 차이가 없었고 디스플레이나 운영방식 등도 같았다. 그러나 실제 몽골 대기업이 한국 E-MART 브랜드만 붙이고 운영한다고 했다. 상표권 등에 대한 수수료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한국과 큰 연관은 없지만 대부분 한국제품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침 하늘호수에서 위탁방식의 샴푸대리점이 입점하고 있어 잠시 둘러보고 과일과 술 등 필요한 것을 구매한 후 인근에 있는 샤부샤부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다음 코스인 몽골 코트라 지사로 갔다.
시장개척사업(중소기업 해외 판매 출장 지원, 시장개척단 지원, 방한 구매단 유치 및 개별 소비자 방한 유치)과 조사사업(수출 유망 상품 및 산업별 시장동향 조사, 수출 직결정보 수집 및 거래알선, 해외시장 조사대행) 및 중소/벤처기업 지사화 사업 추진 업무를 수행하는 곳으로 코트라 울란바토르 사무실은 울란바토르 은행 타워 23층에 있어 전망은 좋았다. 이곳 관장으로부터 간단한 코트라의 업무와 몽골진출 기업지원에 관하여 브리핑을 받았다.
우리가 비록 관광객으로 왔지만 멤버들이 경영지도사이거나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 나름 몽골 진출 예정 기업들의 현황과 애로점 등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나왔다. 몽골진출 기업에 있어 특히 물류비용과 종업원의 기술 수준과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는 현실적 애로점이 많다고 하며, 코트라에서는 나름 몽골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에 최대한의 자료와 정보를 안내해주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또 인근에 있는 aT센터로 갔다. 이곳도 남원장과 사전 조율이 되어 있어 소장이 직접 브리핑을 했다. 이곳은 농수산물을 몽골로 수출.입하는데 있어 사전 조사 및 지원업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몽골로 수출입 할 수 있는 품목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타국에서 사업을 하기란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에, 충분한 사전 검토와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했다.
다음은 한국가든으로 갔다. 식당 주인은 대구 조원진 전 국회의원의 친동생이 운영하는 한국식당으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몽골지회장 겸 한인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김치찌개 등 한국 음식을 먹고 대구에서 왔다고 하니 사장님이 특별히 캐시미어 양말 한 켤레씩 선물 받았다. 식사 후 마사지를 받기 전 자투리 시간이 있어 인근에 있는 자이승 승전탑과 울란바토르 전망대에 올랐다.
이곳은 몽골이 구소련과 함께 연합국으로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것과 자이승 승전탑이 있는 지역으로 몽골에서는 부자들이 사는 동네 중의 한 곳이라고 한다. 한국으로 보자면 강남 같은 곳이다. 바로 앞에 톨강이 흐르고 뒤에 복드 산이 위치하는 높은 지역에 세워졌기 때문에 울란바토르 시내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본 울란바토르는 한창 개발 중이고 조만간 유목민의 생활인 게르를 청산하고 도심의 아파트로 젊은이들이 대거 몰려들지 않나 싶다. 게르 유목민의 생활로는 장래성이 없고 교육이 힘들기에 우리나라 70년대와 같이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어 울란바토르는 이미 포화상태라고 한다.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란바토르 곳곳 아파트와 건설 현장을 볼 때 도시가 팽창하고 있음을 느꼈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유랑생활을 끝나고 안락한 도시의 아파트에 거주해 생활하고픈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은 교육과 문화 혜택을 위해 기필코 도시로 모이다 보니 울란바토르도 애초 몇십만의 도시 계획에서 백오십만 명이 넘는 거대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모습이 곳곳의 아파트 건축 현장이 이것을 잘 설명하고 있지 싶다.
여행의 피곤함을 잠시 잊고자 1시간가량 톨강 주위에 있는 마사지 집에 단체로 갔다. 아이들은 젊었지만, 마사지 기술이 아직 세련되지 않아 만족감은 별로였다. 마사지를 마치고 호텔로 이동하여 투숙하고 각자 잠잤다. 나는 남원장과 옥상에 올라 맥주 한잔을 나누며 이번 여행의 의미와 숙제에 관해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누다 호텔로 와 잤다. 이곳 옥상에서 울란바토르 야경은 제법 볼만했다. 저녁에는 추워서 바깥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담요를 두르고 있을 정도였다.
♣ 여행 넷째 날
아침 라마다 호텔에서 일어나 주변을 산책했다. 외국에서 한 시간이라도 더 보고 촌음을 아끼자는 의미에서 계획에 없는 아침 산책으로 간당서원을 둘러보았다. 아침 일찍 문은 열지 않아 주위만 둘러보고 왔다. 이곳은 라마 불교국가로 제법 큰 규모의 사원이었는데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아 한 바퀴 돌고 호텔로 돌아와 호텔식 뷔페로 아침 식사했다.
애초 몇 분은 하루 일정을 더 추가하여 온 김에 인근 사막에도 가보고 초원에 말 타보기를 만끽하려는 계획을 잡았지만 여러 사람이 국내 일정표상 애초 계획대로 4박5일만 하고 가자는 사람이 많았고, 하루 더 있다 가려면 인천공항으로 귀국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불편 사항이 예견되어 포기하고 한꺼번에 귀국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귀국 하루 전 이곳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하기에 인근 검사소에 가서 비교적 간단하게 검사받았다. 다행히 검사 후 1시간 이내 결과를 통보받은 결과 다 음성반응이 나와 가볍게 다음 여행 일정을 하게 되었다.
다음은 칭기즈칸 광장 인근에 있는 국립박물관에 갔다. 어제 몇 사람은 캐시미어 쇼핑하는 시간에 한 번 둘러보았지만, 같이 4층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한국어 가이드가 없고 현지 가이드도 몽골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알지 못하여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들러보고 나와 아쉬웠다. 단체가 오면 나라별 가이드를 배치해 설명했더라면 훨씬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갈 텐데 아쉬웠다. 관광에 대한 인프라와 서비스에 대한 수준이 낮아 외국인에게는 다소 불편했다. 몽골 현지 가이드나 여행 주관인 남원장도 사전 공부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웠다.
전체를 꿰뚫고 개략적인 역사의 흐름과 간단한 시대적 문화나 유물들에 관해 설명만 해주더라도 이번 여행을 통해 좀 더 몽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친근감을 높일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저 우리와 상관없는 변방의 어느 국가에 대한 흘러가는 역사로만 기억되게 기회를 망쳤다. 나는 사전에 나름 자료를 준비하면서 개략적인 흐름은 읽었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한 지식이나 정보가 없어 갑갑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다음은 아침에 4명이 먼저 산책했던 간당사원으로 갔다. 한자로 감단사(甘丹寺)인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있는 이 사원은 19세기 중엽에 건축되었고 현재 몽골에서 가장 큰 사원이라고 한다. 과거 공산정권하에서 유일하게 종교활동을 보장받아 남아있는 사원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불상과 여러 개의 작은 절과, 승려들의 기숙사, 부설 불교대학이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관세음보살" 불상으로 20톤 규모의 대불로서 사원에서 가장 볼거리였다.
간당 사원을 갔다, 인근 몽골식 전통 음식점에 점심 먹으로 갔다. 나름 상당히 고급 몽골전통음식점으로 만두 등이 나왔으니 일부 회원들은 입맛이 맞지 않아 고생했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남자들은 칭기즈칸 광장 인근의 국영백화점을 둘러보고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자매결연으로 조성된 서울의 거리를 잠시 걸어보았다. 여성회원 두 분은 따로 캐시미어 공장으로 쇼핑가고 저녁 몽골 전통 공연 시 합류하기로 했다.
국영백화점은 우리나라 백화점과 별다르지 않았지만 약간 지방 대도시의 백화점 정도의 시설 규모나 디스플레이 수준으로 그저 한 바퀴 휙 둘러보고 나왔다. 국영백화점 앞 공원 같은 도로 일부를 서울의 거리로 명명하고 서울의 집 정자 하나가 덩어리의 서 있었다. 자매결연을 하였으면 좀 더 지속적인 후원과 관리를 통해 진정 한국문화를 알릴 기회를 마련되었음에도 후속 진행이 없어 아쉬웠다.
실질적인 관리와 관심이 지속되어야 애초 취지와 의미가 남는 것인데, 일회성 생색내기용 이벤트 행사로 이루어지다 보니 오히려 아니함만 못하고 후일에 찾는 사람들에게 실망과 원망만 남기는 꼴이 되어 안타깝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한국인의 거리를 걸어보고 다음은 복드 칸 여름. 겨울궁전으로 갔다. 몽골의 마지막 칸 젭춘담바 후툭투 8세(Жавзандамба хутагт VIII)의 궁전으로 1893년부터 1903년 사이에 지었고 20여 년간 칸이 거주했던 복드 칸국 시대의 궁전이다. 티베트 불교 탱화 등 불교 미술품들과 차르가 보낸 금빛 장화, 80마리의 여우 모피로 만든 예복, 눈표범 150마리의 가죽으로 장식한 게르, 몽골 독립 선언서 등의 전시품이 있었다. 원래는 여름 궁전이 별도 있었으나 파괴되어 없고 현재는 겨울궁전이 박물관으로 이어져 오고 있었다.
몽골의 역사와 시대적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둘러봐야 하는데 사전 지식을 모르는 체 가이드도 없어 다른 팀 한국 가이드의 틈에 끼어 대충 둘러보았다. 근대 몽골의 역사에 비중 있는 역할을 한 인물로 당시 생활했던 여러 가지 고급품과 생활상을 아주 잘 보관되어 있어 박물관으로서 가치는 충분했다. 좀 더 사전 지식을 알고 갔더라면 더 관심과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마침 비가 와서 다음 코스인 이태준 기념관은 지나치게 되었다. 이태준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이곳 몽골에 오기 전까지는 잘 몰랐지만, 한국인으로 몽골인에게 슈바이처 또는 허준으로 칭송받는 몽골 마지막 황제 어의였다. 당시 청나라 말기 몽골인의 말살 정책의 하나로 매독을 퍼뜨려 공포의 병이었으나 한국 출신 이태준이 치료해주어 영웅으로 칭송받는 인물이었다. 이곳 몽골도 요즘은 지구온난화의 탓으로 비가 자주 오고 기온도 올라, 여름에는 한국의 여름과 별반 차이기 없을 정도로 덥고 저녁에는 약간 쌀쌀할 정도라고 한다. 때마침 비가 퍼-붓고 우산도 없어 모두 그냥 패스하자고 해서 다음 코스인 공연장 앞에 기다렸다 6시가 되어 공연장을 들어갔다.
몽골 전통공연이라 큰 기대 하지 않고 들어갔는데 내용은 알차지고 볼만했다. 몽골 전통 음악과 춤 및 전통악기를 잘 조합하여 1시간가량 임팩트하게 공연해 좋았다. 관객도 꽉 찼고 호응도 좋아 출연자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모두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특히 낙타를 눈물 흘리게 한다는 마두금과 한 사람이 두 가지 소리를 내는 흐미는 유목민 특유의 음색으로 말 타고 초원을 달리며 양과 소를 모는 묘한 분위기를 잘 표현하는 것 같았다.
마두금(馬頭琴)은 몽골의 전통 현악기로, 원어 명칭을 따라서 머릉 호르라고 일컫기도 한다. 몽골의 음악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하는 악기로서, 줄감개 끝에 말머리 장식을 썼다 하여 마두금이라고 한다고 한다. UNESCO에 의하여 선정된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흐미(khoomei : 목 노래라고 번역)는 중앙아시아 주변에 거주하는 몽골인들이 노래를 부를 때 사용하는 전통적인 창법으로 몽골 선조들이 모든 사물에는 영혼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에서 유래하였으며, 드넓은 초원에서 동물을 부르기 위하여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와 같이 자연의 소리를 흉내 내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공연을 보고 나와 같은 장소에 있는 한국관으로 갔다. 이곳 음식점은 역대 한국 대통령이 방문한 장소인 만큼 유명한 곳으로 한국 음식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다양한 음식을 마지막 날 밤 저녁이라 주문하여 술과 한잔하며 이번 여행의 의미와 느낌에 대하여 총평하는 자리를 가졌다. 음식은 한국과 별반 다름이 없어 우리 組는 안동찜닭과 갈비찜을 시켜 먹었는데 먹을 만했다. 대형 음식점으로 많은 사람이 다양한 메뉴로 즐겨 찾는 고급음식점이었다.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와 박원장의 대학교 친구가 이곳 울란바토르에 업무상 3개월 파견 나와 있어 같이 호텔 옥상 BAR에서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12시쯤 돌아가고 숙소에 돌아와 마지막 울란바토르에서 밤을 보냈다.
♣ 여행 다섯째 날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 울란바토르 국제공항까지 가는 시간과 입국 절차를 위해 호텔에서 4.30분에 일어나 짐 챙겨 5시에 출발하여 6.30분쯤 공항에 도착하였다. 짐 붙이고 입국 준비를 마친 후, 로비에서 도시락을 먹고 대기하였다. 제법 많은 사람이 한국과 울란바토르를 오가는 사람들로 공항은 분비었다.
아침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몽골에서 출발하여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하니 거의 12시가 되었다. 오는 비행기는 기류를 활용해서 그런지 30분 정도 빨랐다. 김해 도착하니 대구로 가는 고속버스가 어중간하여 김해공항 로비에서 2시간가량 기다렸다. 창원과 거창으로 가시는 두 분을 제외한 9명이 공항 로비에서 여행 갔다 온 사진을 올리고 밴드 활용과 간단한 위치추적 등 휴대폰 활용에 대하여 정보를 교환하며 시간을 보냈다.
14시 40분에 김해 공항에 출발해 동대구 터미널에 도착하니 16시 정도 되었다. 마침 마중 나온 박원장 부인 차로 경산 방향 4분이 같이 타고 바로 경산보건소로 PCR 검사를 받고 각자 귀가하니 거의 18시가량 되었다. 오늘 하루는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부산과 대구를 거쳐 집으로 오는 지난한 여정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 여행 결산
이번 여행은 뜻하지 않게 우연한 기회로 몽골에 대한 호기심이 작동하여 이리저리 이질적 인연을 조합한 급조팀으로 각자 분야에서 나름, 성공 내지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과의 특별한 여행이었다. 일반적인 패키지여행이나 친구나 가족. 계모임 등의 여행은 미리 준비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여정이지만, 요번 몽골 여행은 2개월도 안 된 준비와 모집 기간을 거쳐 급조된 팀으로 마지막 3분은 여행 3일 전에 전격 합류한 사람들이었다.
이런 급조된 팀을 팀워크로 엮어 단순히 보는 관광여행에서 벗어나 몽골산업에 대한 향후 투자 가능성과 시장조사를 곁들인 혼합된 여행상품으로 확정된 프로그램이 아닌 그날그날 상황에 맞추어 만들어가는 여행이었다. 몽골경제문화원 남원장이 큰 틀에서 기획하고, 내가 옆에서 나름 모양새와 내실을 다지기 위해 자료준비와 예비모임을 3차례 주도했다. 또한 금상층화로 휴대용 배터리 기증까지 멋지게 엮어서 출발하려고 했는데 옥에 티로 반출이 되지 않는 바람에 다른 기증 방법으로 변경되어 버렸다.
남원장은 비즈니스로 몽골에 여러 번 다녀왔고 또한 몽골 현지 여행사에 투자한 경영자로의 식견과 경험을 믿고 우리 회원들은 개략적인 윤곽만 들어보고 무작정 아는 지인들이 추천하니까 믿고 따라나섰다. 왜냐하면 거의 다 예순이 넘은 나이로 여러 번 해외여행을 해본 경험과 이때까지 살아온 경륜으로 가볍게 힐링하는 기분으로 따라나선 것이다. 회원 중 일부는 나름, 몽골과의 사업교류 및 정보 수집차 참여한 분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일차적 목적은 몽골에 대한 호기심 여행이 대부분이었다.
해외여행을 많이 하신 분들이니까 단순히 관광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몽골 사람은 어떻게 살고 주산업이 무엇이고 어떤 점이 경쟁력은 있는지 등 산업시찰도 포함되어 있어 더 흥미로웠는지 모르겠다. 다들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르겠지만 막연히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아무런 조건과 격식 없이 출발 3일 전에도 전격 합류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주로 조형제 대표님 중심의 경영지도사와 거래업체 사장님 몇 분과, 나의 지인 중심의 이질적 조합으로 같이 떠나게 되었다.
처음에선 상당히 이질적 조합으로 남녀. 연령대가 다른 사람 11명이 모여 서먹했다. 자연히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배경에 대한 이해도가 없기에 당연했다. 그렇지만 둘째 날 밤, 전체가 게르에 모여 각자 살아온 길과 철학에 대하여 돌아가며 이야기하고 경청을 한 결과 서로가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 열심히 살아온 삶의 역정에 대한 격려와 위로를 나누면서 많이 가까워지고 친숙해져 여행을 마칠 때쯤에는 농담도 나누고 아주 친밀해졌다.
특히 해외여행은 서로가 전혀 다른 환경과 철학을 가진 사람들도 같이 대화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여행 기간 내내 시간과 공간을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 생각과 목적은 달라도 같은 추억을 만들고 또 이해관계나 조건 없는 만남이기에 훨씬 편하고 빨리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가 말하기를 3人行 必有我師 라고 하지 않았는가!. 각자의 소질과 능력을 갖추고 60년 넘게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과 품격에서 무엇이든 다 배울 것이 있기에 서로가 존중하고 귀중한 존재들인 것이다.
5일간 여행하면서 11명 모두가 별다른 문제 없이 재미나고 즐거운 몽골 여행을 함께 마칠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했다. 이는 남원장의 그간 몽골 경험과 회원들의 60년 이상 살아온 노하우들이 잘 조화를 이루면서 원만하게 서로가 협의 또는 양보하여 이룩된 것 같다. 여행 주관인 남원장이나 회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으로 잘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몽골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느낌과 감동은 각자 가슴과 머릿속에 담고 먼 훗날 돌아볼 때 아주 즐겁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몽골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행 3일 동안 광활한 초원이 주는 무한한 눈맛과 시원한 뻥 뚫림이 제일 압권이었던 것 같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나무 한 포기 없이 초원들만 펼쳐진 지평선이 보이는 공간 속에 드문드문 살아가는 유목민과 가축들의 삶이 도시와 급박하게 살아가는 오늘의 현대인들에게는 지상낙원이자 힐링 공간으로 좋은 장소였던 것 같다. 다만 이런 광경도 매일 보면 익숙해지고 질려버리겠지만 여행객들에게는 더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이 주는 넉넉함과 평온함이 가장 기억에 남지 싶다.
그 외 칭기즈칸 대동 상에서 바라본 몽골 민족의 기개와 그들이 이룩해 놓은 역사적 의미와 북방 민족들의 생존의 삶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복드 칸 겨울궁전과 양을 직접 잡아 구운 돌에 쪄서 먹는 허르헉이 벌써 그리워진다. 비록 짧은 4박 5일 동안 날라흐구 공단, 코트라, aT센터, E-MARE, 원마트 등 산업현장 확인은 물론 게르와 허르헉, 말타기 체험도 해보았고, 복드 칸 겨울궁전과 몽골국립박물관 관람은 물론 몽골 전통 공연 등도 체험했다. 짧은 기간 알차게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해볼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복합체험 상품이었기에 가능했고, 이 모든 것을 사전 경험과 준비를 해 온 남원장의 덕택이었던 것 같다.
애초 목표대로 많은 것을 보고 현장 확인하여 온 알찬 4박 5일의 몽골 여행이었다. 여행은 다리 떨릴 때가 아닌 가슴 떨릴 때 해야 하고, 돈이 아니라 용기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좋은 분들과 사귈 수 있는 인연과 기회를 만들어준 이번 여행에 감사할 뿐이다. 이것이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좀 더 차근차근 몽골의 역사와 산업 및 현실을 인식하고 투자나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또 언제 다시 한번 가볼지는 모르겠으나 한 번쯤은 힐링 겸 머리를 비우로 몽골로 떠나보기를 강력히 추천해본다. 땅에 대한 소유의 개념에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개념으로 전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호기심이 결국 또 다른 추억과 정보를 얻게 하는 결과를 낳아 요번 몽골 여행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되면 또다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진다.
2022. 08. 08. 12:17분
첫댓글 몽골의 상세한 자료 잘 보고
좋은 글에 머물다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