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 제29권
대반열반경_11. 사자후보살품③
생사는 왜 열반이 아닌가/ 열반의 자체에는 인도 과도 없다?/
중생의 불성은 함께인가 각각인가/ 욕초는 하나인가 여럿인가/ 왜 장애가 없는가/
몸들은 하나가 아닌데, 어찌하여 불성은 하나라고 하는가 /
왜 변방의 나쁘고 누추하고 작은 구시나성에서 반열반에 드시려고 하시는가/
과거의 인연1/ 과거의 인연2/ 과거의 인연3/ 과거의 인연4, 기수 급고옥원
[생사는 왜 열반이 아닌가]
사자후보살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만일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것을 대열반이라고 한다면,
나는[生] 것도 그러하여,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데, 어찌하여 열반이라고 이름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선남자야, 그렇다, 그렇다. 그대가 말한 것처럼, 나는 것이 비록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나 처음과 나중은 있다.”
“세존이시여, 이 나고 죽는 법도 처음과 나중이 없습니다.
만일 처음과 나중이 없다면 항상하다고 이름할 것이며,
항상하면 곧 열반인데 어찌하여 생사를 이름하여 열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선남자야, 생사하는 법은 모두 인과 과가 있으니,
인과 과가 있으므로 열반이라고 이름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열반의 자체에는 인도 과도 없기 때문이다.”
사자후보살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열반에도 인과 과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인을 따라서 천상에 나고
인을 따라서 나쁜 갈래에 나고
인을 따라서 열반한다.
그러므로 모두 인이 있는 것이다.
[열반의 자체에는 인도 과도 없다?]
부처님께서 예전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제 사문의 도과(道果)를 말하겠다.
사문이라고 함은 계와 정과 지혜를 갖추고 닦는 것이며,
도라고 함은 8성도이고, 사문의 과는 열반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열반이 이러한데, 어찌 과가 아닙니까?
어찌하여 말씀하시기를,
‘열반의 자체에는 인도 과도 없다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내가 말한 열반의 인이라고 함은 불성을 말한 것인데, 불성의 자성은 열반을 내지 않는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열반은 인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능히 번뇌를 깨뜨리므로 대과(大果)라고 하는데,
도(道)로부터 나는 것이 아니므로 과가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열반은 인도 없고 과도 없다고 한다.”
[중생의 불성은 함께인가 각각인가]
사자후보살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중생의 불성은 모두 함께 가졌습니까, 각각 가졌습니까?
함께 가졌다면, 한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모든 중생들도 함께 얻어야 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마치 20명이 함께 원수진 사람이 있는데,
만일 한 사람이 원수를 없앴다면, 다른 19명도 함께 원수가 없어진 것입니다.
불성도 그와 같아서, 한 사람이 얻을 때에 다른 사람들도 얻을 것입니다.
만일 각각 가졌다면 곧 무상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셀 수가 있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중생의 불성은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닙니다.
만일 각각 가졌다면 모든 부처님께서는 평등하다고 말할 수 없고,
불성이 허공과 같다고도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선남자야, 중생의 불성은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며,
모든 부처님께서는 평등하고 허공과 같아서,
모든 중생들이 공동으로 가졌으니, 만일 8성도를 닦는 이가 있으면, 이 사람은 분명히 보게 될 것을 알아야 한다.
선남자야, 설산에 풀이 있으니, 이름이 인욕(忍辱)이다.
소가 먹으면 제호가 되는데, 중생의 불성이 이와 같다.”
[비유의 이해, 인욕초는 하나인가 여럿인가]
사자후보살이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인욕초(忍辱草)는 하나입니까, 여럿입니까?
만일 하나라면 소가 먹으면 끝날 것이며, 여럿이라면 어떻게 중생의 불성도 이와 같다고 하십니까?
부처님 말씀과 같이 8성도를 닦는 이는 불성을 볼 것이라고 하시나,
이치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도가 만일 하나라면, 인욕초와 같아서 끝남이 있을 것이며,
만일 끝난다면, 한 사람이 닦고 나면 다른 이는 닦을 분이 없을 것입니다.
도가 만일 여럿이라면 어찌하여 구족하게 닦는다고 말할 수 있겠으며,
또한 살바야 지혜[薩婆若智]라고는 이름하지 못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마치 평탄한 큰길은 모든 중생들이 모두 그 위로 다니고 장애할 것이 없으며,
중간에 나무가 있어 그늘이 매우 서늘해서 오고 가는 사람들이 수레를 멈추고 그 아래에서 쉬어 가는데,
그 나무 그늘은 항상 있어서 옮겨가지 않으며 없어지지도 않고, 가지고 가는 사람도 없는 것과 같다.
길은 성인의 도에 비유하고,
그늘은 불성에 비유하였다.
선남자야, 마치 어떤 큰 성에 문이 하나뿐인데 여러 사람이 드나들지만 아무도 막을 자가 없으며, 파괴하거나 훼손하거나 가지고 가는 자가 없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마치 사람마다 다니는 다리가 막을 사람도 없고 파괴하거나 가지고 갈 이도 없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마치 용한 의원이 여러 사람의 병을 모두 치료하는데, 아무도 의원을 제지하여 이 병은 다스리고 저 병은 버리라고 할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
성인의 도와 불성도 그와 같은 것이다.”
[비유의 이해, 왜 장애가 없는가]
사자후보살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끌어대시는 여러 가지 비유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앞에 가던 사람이 길에 있으면 뒷사람에게 방해가 되는데, 어찌하여 장애할 것이 없다고 하십니까?
다른 비유도 그러하니 성인의 도와 불성이 그와 같다면, 한 사람이 닦을 때에 다른 이에게는 방해가 될 것입니다.”
“선남자야, 그대의 말은 이치가 맞지 않다.
내가 비유한 것은 일부분만 비유하는 것이며, 전부를 비유한 것은 아니다.
선남자야, 세간의 도는 장애가 있으며, 이것과 저것이 달라서 평등하지 않다.
그러나 무루의 도는 그렇지 않아서,
중생들로 하여금 장애가 없게 하고 평등하여 둘이 없으며,
이것과 저것이 다른 곳이 없다.
이렇게 바른 도는 모든 중생의 불성을 위하여 아는 인[了因]이 되는 것이며,
내는 인[生因]을 짓지 않는다.
마치 밝은 등불이 물건을 비쳐 알게 하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모든 중생이 모두 무명의 인으로 행(行)을 반연하여 주니,
한 사람의 무명이 행을 반연하여 주면, 다른 이는 그러한 몫이 없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중생이 다 무명의 인이 있어서 행을 반연하여 주므로 12인연이 모든 것에 평등하다고 말한다.
중생들이 닦을 무루의 바른 도(道)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의 번뇌와 네 가지로 태어나는[四生] 모든 경계의 유(有)의 길을 평등하게 끊는다.
이런 뜻으로 평등하다고 하며,
그것을 증득하는 이는 피차의 지견(知見)이 장애됨이 없으므로 살바야 지혜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몸들은 하나가 아닌데, 어찌하여 불성은 하나라고 하는가]
사자후보살이 말씀드렸다.
“모든 중생들의 몸은 한 가지가 아니어서, 혹은 천신의 몸이며 혹은 사람의 몸이며 혹은 축생ㆍ아귀ㆍ지옥의 몸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몸으로 차별하여 한결같지 않은데, 어떻게 불성이 하나라고 말씀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젖에 독약을 넣으면, 나아가 제호까지 모두 독이 있게 된다.
그러나 젖은 타락이라고 부르지 않고, 타락은 젖이라고 부르지 않으며, 나아가 제호도 그와 같다.
이름은 비록 변하였으나,
독약의 성질은 없어지지 않고 다섯 가지 맛 속에 두루 있으며,
모두 그와 같아서,
설사 제호를 먹더라도 사람을 죽게 하지만, 제호에 독약을 넣은 것은 아니다.
중생의 불성도 그와 같아서,
아무리 다섯 갈래로 다니면서 다른 몸을 받더라도,
불성은 항상 동일하여 변함이 없다.”
[왜 변방의 나쁘고 누추하고 작은 구시나성에서 반열반에 드시려고 하시는가]
사자후보살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16대국에 여섯 성이 있으니, 사위성(舍衛城)ㆍ바지다성(婆枳多城)ㆍ첨바성(瞻婆城)ㆍ비사리성(毘舍離城)ㆍ바라나성(波羅奈城)ㆍ왕사성(王舍城)의 여섯 성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성인데,
어찌하여 여래는 큰 성을 버리고, 이렇게 변방의 나쁘고 누추하고 작은 구시나성(拘尸那城)에서 반열반에 드시려고 하십니까?”
“선남자야, 그대는 구시나 성이 변방이고 나쁘고 누추하고 작다고 말하지 말고,
이 성이 미묘한 공덕으로 장엄한 것이라고 말하라.
왜냐하면 부처님들과 보살들이 수행하시던 곳이기 때문이다.
선남자야, 마치 미천한 사람의 집이라도 임금이 한번 다녀가면 반드시 찬탄하기를,
‘이 집이 화려하고 웅장하여 복덕으로 이룩되었으므로 임금까지 거둥하였다’ 하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중병에 걸렸을 때에 보잘것없는 약을 먹고라도 병이 나으면,
반드시 기뻐서 찬탄하기를,
‘이 약이 가장 훌륭해서 내 병이 나았다’고 할 것이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가 배가 별안간에 파괴되어 의지할 데가 없었는데,
마침 송장을 의지하여 저 언덕에 이르면 크게 기뻐서 찬탄하기를,
‘이 송장을 뜻밖에 만나서 내가 살아났다’라고 할 것이다.
구시나성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과 보살들이 수행하시던 곳인데, 어찌하여 변방이며 나쁘고 누추하고 좁다고 하겠느냐?
[과거의 인연1]
선남자야, 내가 기억하기로, 지나간 옛적 항하사(恒河沙)겁 전에 선각(善覺)이라는 겁이 있고, 그때 전륜성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교시가(憍尸迦)였다.
7보가 성취되고 1천 아들을 구족하였는데, 그 임금이 처음 이 성을 지었다.
성의 사방이 12유순씩이며 7보로 장엄하였고,
흐르는 강이 많았는데 밝고 부드럽고 아름답고 맛 좋은 물이 가득하였다.
이른바 니련선하ㆍ이라발제하(伊羅跋提河)ㆍ희련선하(凞連禪河)ㆍ이수말퇴하(伊搜末堆河)ㆍ비파사나하(毗婆舍那河) 등의 강이 500이며, 강의 언덕에는 수목이 무성하고 꽃과 열매가 아름다웠으며, 그때 백성들의 수명이 한량없었다.
그 전륜왕이 100년을 지난 뒤에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온갖 법이 모두 무상하며,
열 가지 선한 법을 닦는 이는 이렇게 무상한 고통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백성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열 가지 선한 법을 닦았다.
나는 그때 부처님의 명호를 듣고 열 가지 선한 법을 받아 지니고 생각하고 닦아 행하면서 처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이 마음을 내고 나서 또 이 법으로 한량없는 중생들을 교화하여 온갖 법이 무상하고 변천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내가 지금 여기서 모든 법이 무상하여 변천하는 것이며,
오직 부처님 몸만이 항상 있는 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지난 옛적에 행하던 인연을 생각하므로,
지금 여기 와서 열반에 들려는 것이며,
또 이 땅의 지나간 은혜를 갚으려는 것이다.
이런 뜻으로 나의 경에서 말하기를,
‘나의 권속들은 받은 은혜를 갚으라’고 하였다.
[과거의 인연2]
또 선남자야, 지나간 옛적 중생들의 나이가 한량없을 때에는, 이 땅의 이름이 구사발제(拘舍跋提)였으며 가로와 세로가 50유순이었고,
염부제에 사는 사람들은 닭이 날아서 서로 미칠 만큼 인접하여 살았다.
전륜왕의 이름은 선견(善見)이었으며, 7보가 성취되었고, 1천 아들이 구족하여 사천하에서 임금이 되었는데, 제1 태자가 바른 법을 생각하여 벽지불과를 얻었다.
전륜왕이 태자가 벽지불 된 것을 보니, 위의가 단아하고 신통이 희유하였다.
그런 것을 보고 즉시 임금의 지위를 침 뱉듯이 버리고,
출가하여 이 사라나무 사이에서 8만 년 동안 인자한 마음[慈心]을 닦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悲非]ㆍ기뻐하는 마음[喜心]ㆍ버리는 마음[捨心]도 각각 8만 년씩 닦았다.
선남자야, 그때의 선견왕은 곧 나의 몸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이러한 네 가지 법에 노닐기를 항상 좋아하는 것이며,
이 네 가지 법은 삼매라고 이름한다.
이런 뜻으로 여래의 몸은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것이다.
선남자야, 이런 인연으로 지금 이 구시나성의 사라나무 사이에 와서 삼매에 드는 것이다.
[과거의 인연3]
선남자야, 내가 생각하니, 지나간 옛적 한량없는 겁 전에는 이 성의 이름이 가비라(迦毗羅)였고,
그 성에 있는 임금의 이름은 백정(白淨)이며, 그 부인의 이름은 마야(摩耶)였고, 왕의 외아들은 실달다(悉達多)라고 하였다.
그 왕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지도 않고 저절로 생각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두 제자가 있었으니, 하나는 사리불이고, 다른 하나는 목건련이며, 시봉하는 제자는 아난이었다.
그때 세존께서 쌍으로 선 나무 사이에서 이와 같은 『대열반경』을 연설하였는데,
나도 그때 그 회중에 참석하여 모든 중생에게 모두 불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는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스스로 원을 세워서,
‘내가 이다음에 부처를 이룰 때에, 부모와 나라 이름과 제자와 시봉하는 사람과 법문을 말하여 교화하는 일이 지금 부처님과 같게 하여주십시오’라고 하였으며,
이 인연으로 지금 여기 와서 『대열반경』을 연설하는 것이다.
[과거의 인연4, 기수 급고옥원]
선남자야, 내가 처음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였을 때에,
빈바사라(頻婆娑羅)왕이 사신을 보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실달 태자여, 그대가 만일 전륜성왕이 되면 나는 신하가 될 것이며,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면, 바라건대 먼저 왕사성에 와서 법을 말하여 사람을 제도하면서 나의 공양을 받으십시오.’
그때 나는 말없이 그의 청을 받았다.
선남자야, 나는 처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교살라국으로 향하였다.
그때 니련선하에 바라문이 있었으니 성이 가섭(迦葉)이었다.
500제자들과 함께 그 강가에서 위없는 도를 구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사람을 위하여 일부러 가서 법을 말하였다.
그러자 가섭이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나는 지금 나이가 늙어서 120살이 되었고 마가다국 사람들과 그 임금 빈바사라왕은 모두 내가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이제 당신의 앞에서 법을 듣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뒤바뀐 마음을 내어서 대덕 가섭이 아라한이 아니었구나 할 것입니다.
바라건대 구담이여, 빨리 다른 데로 가십시오.
만일 이 사람들이 구담의 공덕이 나보다 나은 줄을 알게 되면, 우리들은 다시 공양을 받을 길이 없습니다.’
나는 그때 이렇게 대답하였다.
‘가섭이여, 당신이 나를 대단히 미워하지 않는다면, 하룻밤만 쉬고 내일 아침에 가게 하시오.’
가섭은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나의 마음에는 다른 생각이 없고, 당신을 매우 소중히 여깁니다.
그러나 이곳에는 독한 용이 있는데, 성질이 매우 포악하여서 당신을 해칠까 염려됩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가섭이여, 독한 것 가운데는 3독보다 더 독한 것이 없는데, 나는 그것을 모두 끊었소.
그래서 세간에 독한 것은 두려울 것이 없소.’
가섭은 또 말하였다.
‘만일 두렵지 않다면 자고 가도 좋습니다.’
선남자야, 나는 그때 가섭을 위하여 경에서 말한 것처럼, 18변화를 나타내었다.
가섭과 500권속들이 이것을 보고 듣고 나서 모두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가섭은 두 동생이 있었는데 하나는 가야가섭(伽耶迦葉)이고, 하나는 나제가섭(那提迦葉)이며, 그들의 권속까지 모두 500사람인데, 역시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때 왕사성에 있던 외도 6사(師)들이 이 소문을 듣고는 나에게 악한 마음을 가졌다.
나는 그때 신의를 지키고 왕의 청을 받아서 왕사성으로 가고 있었는데, 반쯤 갔을 때에 왕이 한량없는 백천 사람과 더불어 와서 나를 영접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법을 말하였다.
이 법문을 듣고 욕계천의 8만 6천 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빈바사라왕이 거느리고 왔던 12만 사람은 수다원과를 얻었으며, 한량없는 중생들이 인위의 마음[忍心]을 성취하였다.
성에 들어가서는 사리불과 대목건련과 그의 권속 250사람을 제도하여, 본래의 마음을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하였다. 나는 그 성중에 있으면서 왕의 공양을 받았는데, 외도 6사들은 서로 모여 사위성으로 나아갔다.
그때 그 사위성에 사는 수달다(須達多)라고 하는 한 장자가 며느리를 맞으려고 왕사성에 왔다가 산단나사(珊檀那舍) 장자의 집에서 묵었다.
그런데 주인 장자가 밤중에 일어나서 권속들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은 일어나서 옷을 정돈하고 방과 뜰을 깨끗하게 쓸고 음식을 장만하라’고 했다.
수달다가 이 말을 듣고 생각하기를,
‘마가다국 왕을 청하려는 것인가?
경사스러운 혼인 잔치를 하려는 것인가?’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장자에게 가서 물었다.
‘대사(大士)여, 마가다국의 빈바사라왕을 초청하렵니까?
즐거운 혼인 잔치가 있습니까?
무슨 일로 바쁘게 서두르십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거사여, 나는 아침에 위없는 법왕(法王)이신 부처님을 청하려는 것입니다.’
수달다 장자는 처음으로 부처님이란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래서 ‘어떤 이를 부처님이라 합니까’ 라고 물었다.
장자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당신은 아직 듣지 못하였습니까?
가비라성의 석가씨 문중에 한 아들이 있으니, 이름이 실달다이며 성은 구담이고, 부왕의 이름은 백정(白淨)입니다.
처음 났을 때에 관상 보는 이가, 반드시 전륜성왕이 될 것이니, 마치 암라 열매를 손바닥에 놓은 듯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버리고 출가하여서 스승도 없이 혼자 깨달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탐욕ㆍ성내는 일ㆍ어리석음이 아주 없어지고,
항상 있어서 변하지 않으며,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고, 근심과 두려운 일이 없으며, 모든 중생에게 마음이 평등하기가 마치 부모가 외아들 보듯 하며,
몸과 마음이 여러 사람 중에 가장 훌륭하지만 교만한 생각이 없습니다.
살을 베거나 약을 발라 주거나 두 가지 일에서[塗割二事] 마음이 한결같으며,
지혜가 통달하여 무슨 법에나 걸림이 없으며,
10력ㆍ4무소외ㆍ다섯 가지 지혜삼매와 대자대비와 3념처에 머무는 일을 구족하였으므로 부처님이라고 합니다.
아침에 우리 집에 오시게 되었으므로 바쁘게 서두르느라 서로 쳐다볼 겨를도 없습니다.’
수달다는 이렇게 물었다.
‘대단히 좋은 일입니다.
보살[大士]의 말과 같이 부처님의 공덕이 그지없는데, 지금 어디 계십니까?’
장자가 대답했다.
‘이 왕사성의 가란타 죽림정사(竹林精舍)에 계십니다.’
수달다는 일심으로 부처님의 공덕이신 10력, 4무소외, 5지혜삼매, 대자대비 및 3념처를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에 갑자기 환하게 밝아지니, 그 밝기가 대낮과 같았다.
밝은 빛을 따라서 성문까지 이르니, 부처님의 신력으로 성문이 저절로 열리고, 문 밖으로 나가니 천인을 위하는 사당이 길 곁에 있었다.
수달다가 지나다가 공경하여 예배하였더니 밤은 다시 캄캄하여졌다.
무서운 생각이 나서 있던 데로 다시 돌아오려 하였더니,
그 성문에 어떤 천신이 있다가 수달다에게 말했다.
‘당신이 만일 부처님 계신 데 가면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오.’
수달다가 물었다.
‘어떤 것이 좋은 이익입니까?’
천신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장자여, 가령 어떤 사람이 좋은 보배로 장식한 준마(駿馬)가 100필, 향상(香象)이 100마리, 보배 수레가 100대, 금으로 만든 사람 100명과 몸에 영락을 차고 있는 단정한 여인과,
여러 가지 보배로 잘 꾸민 훌륭한 궁전과 여러 가지 무늬를 아로새긴 전당과 금쟁반에는 은쌀을 담고 은쟁반에는 금쌀을 담은 것들을 각각 100으로써 한 사람에게 보시하며,
이렇게 염부제에 있는 사람에게 모두 보시하여 얻는 공덕도 어떤 사람이 부처님 계신 데로 한 걸음만 나아가려는 마음을 낸 공덕에 미치지 못합니다.’
수달다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천신이 이렇게 말했다.
‘장자여, 나는 승상(勝相) 바라문의 아들로서 당신의 옛날 선지식이오.
나는 예전에 사리불과 대목건련을 보고 기쁜 마음을 낸 인연으로 몸을 버리고 북방천왕 비사문의 아들이 되어 이 왕사성을 수호하고 있는 것이오.
내가 사리불과 목건련에게 예배하고 환희심을 낸 인연으로도 이렇게 훌륭한 몸을 얻었는데,
하물며 부처님을 뵙고 예배하고 공양한 과보겠습니까?’
수달다 장자는 이 말을 듣고 곧 걸음을 돌려서 나에게 왔다.
와서 머리를 조아려 나의 발에 예배하기에 나는 그에게 알맞게 법을 말하였다.
그랬더니 장자는 법을 듣고 수다원과를 얻었다.
그리고는 다시 나에게 청하였다.
‘대자대비하신 여래시여, 바라건대 저를 굽어 살피시어 사위성에 왕림하셔서 저의 변변치 못한 공양이나마 받으십시오.’
나는 이렇게 물었다.
‘그대의 사위성에는 우리가 묵을 만한 절이 있느냐?’
수달다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저를 가엾이 여겨 왕림하신다면 힘을 다하여 절을 새로 짓겠습니다.’
선남자야, 나는 그때 잠자코 청함을 받았다.
수달다 장자는 허락을 받고 나에게 말하였다.
‘저는 한 번도 이런 일을 경험하지 못하였으니, 바라건대 여래께서 사리불을 보내셔서 규모를 가르쳐 주십시오.’
나는 곧 사리불에게 가서 감독하라고 하였더니,
사리불은 수달다와 함께 수레를 타고 사위성으로 떠나서 나의 신력으로 밤낮 하루 동안에 그곳에 도착하였다.
수달다는 사리불에게 물었다.
‘대덕이시여, 이 성 밖 어느 곳에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으면서 샘과 못이 많고, 훌륭한 숲과 꽃과 과일이 무성하고 한적하고 깨끗한 데가 있습니까?
나는 거기에 부처님 세존과 비구스님들을 위하여 절을 짓겠습니다.’
사리불은 이렇게 말하였다.
‘기타 동산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고 깨끗하고 고요하며, 샘도 시내도 많고 수목이 우거지며 꽃과 과일이 때를 따라 열리니, 거기가 절을 짓기에 가장 적당합니다.’
수달다는 그 말을 듣고는 그 길로 기타 장자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내가 지금 위없는 법왕을 위하여 절을 지으려고 하는데, 그대의 동산이 절터로 적당하기에 사려고 합니다. 허락하실 수 있겠습니까?’
기타가 대답하였다.
‘설사 진금을 그 땅에 가득히 깔아 놓는대도 팔 수 없습니다.’
수달다가 말하였다.
‘좋은 말씀입니다. 기타여, 숲 동산은 내 것이 되었으니 그대는 금이나 받으십시오.’
기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의 동산을 팔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금을 받겠는가?’
수달다가 말했다.
‘뜻에 맞지 않거든 나와 함께 재판관에게 가서 말합시다.’
두 장자는 함께 재판관에게 갔더니,
재판관은 이렇게 말했다.
‘숲 동산은 수달다가 차지하고 기타는 금을 받아라.’
수달다는 사람을 시켜 말과 차에 금을 실어오게 하여, 오는 대로 땅에 깔았는데 하루 동안에 500보밖에 금이 채 깔리지 못하였다.
기타는 이렇게 말했다.
‘장자여, 만일 후회하거든 그만두어도 좋소.’
수달다가 대답하였다.
‘나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소.
생각건대 광의 금을 얼마 더 가져오면 넉넉할 것이오.’
기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이신 법왕은 진실로 위가 없으시고, 말씀하는 법문은 청정하여 티가 없는가 보다.
이 사람이 그렇기에 보배를 아끼지 않는구나.’
그리고 즉시 수달다에게 말하였다.
‘아직 깔지 못한 것은 그만두시오. 그대로 당신에게 주겠소.
그리고 나는 문루(門樓)를 지어서 여래께서 출입하시도록 하겠소.’
그래서 기타 장자는 문을 짓고, 수달다 장자는 이레 동안에 300간의 큰 집을 지었는데, 조용한 선방이 63개이며, 겨울에 머무는 방과 여름에 쓰는 방이 각각 다르고, 부엌과 욕실과 발 씻는 데와 대소변 보는 곳을 모두 구비하였다.
절 짓는 역사를 마치고는 곧 향로를 받들고 멀리 왕사성을 향하여 말하였다.
‘지을 것을 모두 마쳤으니, 바라건대 여래께서는 중생을 가엾이 여기셔서 이 절을 받으십시오.’
나는 장자의 마음을 알고, 대중을 데리고 왕사성을 떠나서 장사가 팔 한 번 굽힐 동안에 사위성의 기타숲 동산 수달다의 절에 이르렀다.
수달다 장자는 그 절을 나에게 보시하고, 나는 그것을 받아 그 가운데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