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주일날 날씨가 유난히 좋았습니다. 며칠 심하게 불렀던 스산한 바람이 멈추고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되어 정말 다행이었어요. 오늘은 용암동 성당 ME 야외 쉐링이 있는 날입니다. 야외에서 행사를 치를 때는 뭐니 뭐니 해도 날씨가 받쳐줘야 하는 데 비도 안오고 바람도 불지 않았어요. 그래서 동막골 곽헌규(도마) & 권영희(제노베파) ME 대표 부부님의 농원에서 모처럼 ME 야외쉐링을 예정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4월에 동막골 농원에서 만남을 가졌는 데 다시 이곳에서 야외 쉐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선발팀이 먼저 가서 준비를 했고 나머지 부부님들은 성당에서 만나 오후 3시에 봉고 차로 출발 했습니다. 모임 시간이 늦지 않느냐고 도마 대표에게 넌즈시 물었더니, 밤에 '불멍'이 있다고 해서 더 기대를 갖게 됐습니다. 청주 시내를 빠져나가 논두렁의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서 40여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을 했죠. 대표부부님과 총무부부님은 먼저 와서 삼겹살과 야채 등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모임을 위해 시장을 보고 준비를 하느라 고생을 했을 듯해서 조금 미안해졌습니다.
참석할 인원수를 고려해 식탁 테이블도 있고 낮은 상처럼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꾸민 탁자도 있었어요. 우리는 함께 상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불판도 갖다 놓고 파절이와 야채를 담아서 상에 놓았어요. 삼겹살과 목살을 섞은 제주 흑돼지라면서 가격은 좀 비싸지만 맛이 좋을 거라고 하네요. 늘 먹는 음식에 진심인 오안나 언니는 이번에도 묵은지와 파김치를 가져와서 모두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모처럼 야외에서 마음껏 고기를 구워 먹는다고 하니 약간은 들뜨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게다가 봉고 차로 왔으니 시원한 맥주도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으니 최고의 날입니다. 거의 상들이 세팅이 되어서 맛 좋은 돼지 고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날이 밝고 여유 있게 고기를 구워 쌈채와 오이, 풋고추, 그리고 깻잎과 맛있게 싸서 먹었답니다. 고기엔 역시 술이 빠지면 안 되죠. 그래서 소주 드실 분들은 드시고, 맥주와 소맥 하실 분들 각자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게 푸짐한 쌈을 싸서 맛나게 먹었답니다.
전에도 알았지만 오안나 언니는 보기와는 달리 완전 공주과랍니다. 우리는 삽겹살을 대충 구워도 잘 먹는데 바삭하게 기름에 튀기다시피 해서 먹어야 하고 못 먹는 것들이 꽤나 많았어요. 우리는 '완전 공주'라고 놀렸는데 그사이 토마스는 안나 언니가 혹시 고기를 못 먹을까 봐 우리 테이블로 와서 직접 구워 주기까지 했답니다. 에궁~ 닭살부부가 따로 없더라구요. ME 모임이지만 오늘은 형제님들과 자매님들이 나눠져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식사를 하는 동안 조금씩 어둡기 시작했습니다. 밭에 남아 있는 고추도 따다가 먹고 방울 토마토도 따서 즉석에서 씻어 먹으니 싱싱하고 맛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뒤쪽과 앞쪽으로 산이 있어서 숲속에 있는 것처럼 공기도 맑았습니다. 동네와 멀리 떨어져 있으니 이곳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으니 마음도 편했어요. 공기도 좋고 마음도 편하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최고였습니다. 형제님들도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어요.
어두워지자 한쪽에서는 바깥으로 불이 새나가지 않도록 돌로 경계를 만들어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삼겹살을 먹었던 테이블과 상은 치우고 불 근처에 가서 앉았습니다. 상에 있던 것들이 다 정리가 될 때쯤 모닥불은 더 환하게 타올랐죠. 기다란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과자와 삶은 땅콩과 떡을 놓고 먹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가져온 고구마와 밤도 모닥불에 굽기로 했어요. 밤은 한쪽 부분을 살짝이라도 흠집을 내야 터지지 않으므로 그 작업 후에 불에 넣었습니다. 안나 언니는 통마늘을 가져와 구웠는데, 호일에 싸지 않고 굽다 보니 까맣게 타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까서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늘 레지아에 다녀오느라 늦게 온 유요안나 자매까지 합세를 하여 분위기는 더 좋았습니다. 캄캄한 밤에 혼자 찾아 오느라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그래도 오다가 바라본 석양 노을빛이 무척 아름다웠다고 하네요. 남은 삼겹살과 항아리에 구운 닭을 불판에 구워 허기진 배를 달랬지요. 그런 다음 우리는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함께 노래는 부르기 시작했어요. ' 조개껍질 묶어~'도 부르고 ' 상하이 트위스트' ' 도 불렀는데 술을 마셔인지 미카엘은 춤까지 추어 가면서 흥겹게 분위기를 띄웠답니다. 앞에 불이 있는데 패딩을 입은 상태로 몸을 흔들어 넘어질까 봐 불안해 말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연신 즐겁게 웃어가면서 밤하늘에 별도 보면서 노래를 이어 갔지요. 날씨가 흐려서인지 별들은 몇 개 보이지 않았습니다. 구름이 끼지 않아서 별까지 무수히 보였으면 훨씬 낭만적이었을 거에요. 그래도 모처럼 모닥불을 피우며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오늘 혼자 오신 분도 있는데 그중에 얼마 전에 ME를 다녀온 토마스 아퀴나스 형제님입니다. 선아녜스 자매님이 딸과 함께 지금은 스페인에 가서 산티아고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이렇게 빠지지 않고 참석해 주니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토마스아퀴나스 형제님은 8월에 ME를 다녀오고 지난달에 브리지 과정을 마쳤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 좋았다고 했어요. 전에 주변에서 ME를 다녀오면 부부관계가 더 좋아진다고 추천 했지만 누구나 그렇듯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권유해도 흘려듣고 안 갔다고 해요. 그런데 길안드레아 형제님이 쌍곡에 차박을 갔다가 ME를 꼭 가보라고 했답니다. 술김에 간다고 해놓고 안 갈 수가 없어서 가게 됐다고 농담 삼아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ME를 참여해 보고 나서야 아이 셋 키우면서 힘들었을 아내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의 잘못된 부분들도 들여다보게 됐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니 제때에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도 못하고 가장의 책임에 그냥 앞만 보고 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ME 주말과 브릿지 과정을 통해 다른 부부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부부싸움 방법을 배우게 됐다고 합니다. 아무리 부부싸움을 크게 하더라도 아내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말고 잘해 줘야겠다면서 앞으로 ME 많은 분들께 알려서 체험하게끔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스스럼없이 말씀해 주시는 형제님의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함께 노래도 부르고 밤과 고구마, 마늘도 구워 먹고 또 토마스아퀴나스 형제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저녁이 깊어 갔습니다. 밤 8시 반이 돼서야 대표부부의 마무리 인사와 멘트를 듣고 일어나 짐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 두어야 할 것들과 싸갖고 올 것들을 분류해서 차에 실었어요. 모닥불은 물을 뿌려서 불씨가 하나도 남지 않도록 신경을 썼습니다.그런 다음에 뒷정리를 마무리 했지요. 유요안나는 차를 가져와서 따로 마태오+보나부부와 가게 됐어요. 길안드레아 형제님은 감사하게도 술은 일체 마시지 않았고 밤길 운전을 자처했습니다 .
우리는 봉고차에 타서 밤길을 조심스럽게 달렸습니다. '캄캄한 밤길에 어떻게 집에 가지?' 라고 걱정을 했는데 막상 차에 타서 헤드라이트를 밝히니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다만 포장이 안된 좁은 길을 갈 때는 아슬아슬했지만 그래도 잘 빠져나와서 큰길로 오게 됐습니다. 가을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날을 선택해 이렇게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 주고 농원으로 기꺼이 초대해 준 대표부부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준비와 수고로 함께 해 준 총무 부부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10월 단풍으로 물든 멋진 가을날에, 용암동 ME 부부들과 동막골에서 '삼겹살 파티'와 '불멍'은 오래도록 기억될 거예요.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어제의 시간을 되돌려 글을 적어 봅니다. 모두에게 행복한 추억으로 남길 바라면서~
첫댓글 정말 오랫만에 야외에서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몇십년만에 불멍도 해보고 젊었을적 부르던 노래도 60이 넘어서 다시들 불러보고......
다시한번 행사를 주최하신 대표부부님, 그리고 총무부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오랜만에 모여 고기도 구워 먹고
불멍도 하면서 떼창까지 하니 아주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여유로운 공간에서 이런 시간을 갖을 수
있도록 준비해 준 대표님과 총무님 부부님
수고 많으셨고 감사 드립니다~^~^
함께 해 준 ME 부부님들 행복했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