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옮긴 아르바이트 직장은 수출용 악세사리 빗을 만드는 회사였다.
아크릴을 잘라 기계로 찍어서 빗 모양을 만들고 여러단계 가공을 거친 후, 유화물감 그림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그 일은 주로 여직원들이 담당했다.
나의 첫 직장은 여자들이 많은 전자회사였지만 두번째 직장도 역시 여자들이 많았다
이곳도 직원들 대부분 10~20대 여성들이었고 내가 근무했던 부서는 남자들은 나를 포함해서 달랑 세명뿐이었기에
그야말로 꽃 밭에 둘러싸여 있었던 셈이었다.
그 많은 여자들 중,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무실 직원 김양이 눈에 띄었다.
얌전한 성격에 말을 할 때는 살며시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도파민이 솟구치면서 좋아하게 되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첨 보는 순간 몇 초 사이라고 한다.
그 만큼,남녀의 만남에 있어서 첫 인상이 대단히 중요하다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김양에게 몇 번 데이트를 요청했지만 그녀는 내게 긴 편지를 보내서 자기 마음을 표현했는데
조만간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 한 뒤, 대학에서 만나자고 하였지만 결론적으론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시했던 여자에게 차인셈이다.
얼마 후,김양은 편지 내용대로 내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회사를 그만 두었다.
떠나가는 그녀의 뒷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은 착잡하였다.
회사에서 매일 보면서 좋아했던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 한 구석이 텅 빈 느낌이었다.
물론,회사에 여자들은 얼마든지 있었기에 김양 말고도 다른 여자를 만나면 그 뿐이었지만
"풍요속에 빈곤"처럼 아가씨들은 많아도 선뜻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내가 일하던 부서에는 나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학생들도 몇 명 있었는데 그녀들은
한강여자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이었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3광이라고 해서 한강,염광,은광,이 세 여학교는 기가 아주 세기로 유명한 학교들인데
하필이면 한강에 다니는 여학생들이다.
비록,그녀들보다 나는 1살이 더 많았지만 학년이 낮았기에 나는 그 여학생들에게 후배 취급을 받았다.
그렇다고 내가 그녀들에게 자존심상 선배님이란 호칭은 절대 쓰지 않았지만 웬지 모르게 그녀들 앞에
있으면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2학년,그녀들은 3학년 졸업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들 중 유일하게 1학년이었던 한 여학생이 나에게 호감을 갖고 다가왔다.
여자가 먼저 다가오면 기분이 나쁘지는 않겠지만 선뜻 마음에 내키지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참한 조선 규수 같은 여자들을 선호하는데 반해 나를 좋아했던 그녀는 웬지 모르게 날라리처럼 보였다.
남녀 관계는 어느 한 쪽만 눈에서 스파크가 튄다고 되는게 아니다.
내 눈에서 하트가 뿅뿅 튀어나오면 저 쪽에서 시큰둥했었고 반대로 상대방이 다가오면 내가 또 별로였다.
이것이 연애의 "엇 박자 법칙"이다.
문득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옛 여자친구가 다시 생각이 났다.
나에게 너무도 헌신적이었고 내가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자기가 벌어서 학비를 대준다고까지 했던,
마치 심순애와 같은 순애보를 갖고 있었던 여자였었는데 멀리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를 소홀히 대했었다.
그러다 다른 여자들을 만나려해보니 역시 구관이 명관이란 사실을 통감하게 되어서 다시 편지를
보내 그녀와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야 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러나 한 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서였는지 선뜻 다시 편지를 하기에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용기를 내어서 어느 날,친구가 일하고 있었던 대전의 직장에 편지를 보냈다.
얼마 후,답장이 왔지만 여친의 답장이 아닌 그녀의 친구가 보내 온 편지를 받았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여자친구가 다시 서울로 올라 간 뒤 소식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전 여자친구는 그만 잊고 자기와 사귀지 않겠냐는데 뜻 밖의 편지 내용을 읽고는 좀 혼란스러웠다.
웬지 모르게 여자친구가 나를 시험해 본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가 아주 오랫만에 보내 온 내 편지를 읽고 자기 친구를 통해서 내 마음을 떠 보려 하는 것 같았다.
설령 친구 답장의 내용이 맞는다 할 지라도 누군지도 모르는 새로운 여자와 연애 할 생각도 없었기에
나는 다시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옛 여자친구와는 그 이후로 연락이 완전하게 끊겼고 그녀를 놓친 것은 내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실수였다는 것을
내 나이 40이 훨씬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
첫댓글 여학생 분들이 많은 곳에서 근무하셨던 피카소님이 너무 부럽습니다.
여학생들은 세명 밖에 없었구요
나머지는 일반 여성들입니다.
@[양주]피카소 세명이면 많은거죠^^
@[의령]윤주사랑 음...난 세명 갖고는...
최소 30명 정도는 되어야.ㅋㅋ
경력이 화려하십니다.
저는 중매를 봤는데, 아가씨 성 하고 이름이
저하고 똑같더라구요~~
하늘이 내려주신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첫 만남에 버섯전골을 좋아한다고 해서
제가 버섯을 싫어해서 쫑이 난 추억이 있네요.
제가 술을 못한게 후회는 됩니다.
자빠뜨리지 못해서요. ㅋㅋ
다른 버섯 아니었을까요?...ㅋ
@[수원] 깡통 손도 못잡았어요.ㅋㅋ
여자 잘 못 자빠뜨렸다가 미저리 같은 여자
만나면 무쟈게 개고생합니다.
저는 자그마치 6년 동안 개고생ㅋㅋ
재미 있게 잘읽었습니다. 여자와의 만남은 타이밍인것 같아요
타이밍 맞습니다 그 타이밍 놓치면
많은 여자들 만나도 말짱 꽝이죠.
아까운 인연을 놓치신것 같군요 그래도 일생의 인연이 어찌 한번뿐이겠나요 다음 인연이 기대 됩니다
이제 시작 일 뿐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