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위해서 오신다면 뭐든지 도와드릴 수 있어요.
하루 중 제일 덥다는 오후 2시, 멋지게 선글라스 끼고 정운용 사무국장님이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정운용 선생님은 ‘철암 살리기 범발전추진위원회’사무국장입니다. 어린 시절 철암에서 자라고 서울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다 철암을 돕고 싶어 귀향한, 철암을 사랑하는 분입니다.
2021년 철암의 석탄 공사가 폐광될 예정입니다. 정운용 선생님은 폐광된 마을 철암이 자생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폐광된 도시 460군데를 알아봤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폐광된 도시가 460군데 있었는데 자생한 곳이 열 군데였어요. 450군데가 왜 망했는지 알아보니까 전부 관에 맡긴 거예요. 반면 열 군데 중 하나인 뉴캐슬은 관이 빠져나가고 주민들이 운영한 거예요.”
광산 도시에서 광산이 폐광되면, 정부 보조금이 나온다고 합니다. 450군데의 도시는 정부 보조금만 믿고 관에 맡겨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뉴캐슬은 정부 보조금도 받지 않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생에 힘썼다고 합니다.
막장에서 석탄을 캐도, 땡볕 쬐며 논밭 일을 해도, 거친 파도를 맞으며 고기를 낚아도, 제 힘으로 살고 제 터를 지키는 당당함. 우리 뿌리인 ‘전사의 삶’, ‘야생성’을 기억해야 합니다. 넉넉한 재원보다 소박한 삶 속에 복지가 생동합니다. - 복지수상록 45쪽.
나아가, 후원금 지원 자체를 고민합니다. 외부에서 돈 가져오는 일이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룰 기회를 놓치게 할 수 있습니다. 복지관과 같은 곳에서 벌이는 일은 거의 외부 공모가 아니어도 그저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면 이룰 수 있습니다. 그렇게 소박하게 이뤄가야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강점과 역량이 들어납니다. 그렇게 이뤄가는 과정에서 사람 사이 관계가 만들어지고 인정이 자랍니다. 외부 후원금을 받지 않으면 출처도 고민할 일이 없습니다. 돈을 끌어오지 않으면 사회사업가가 편안하고 무엇보다 마을이 편안합니다. - 사회복지사 김세진의 독서노트 29쪽
“동네를 위해서 오신다면 뭐든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우리 동네를 위해 오시는 분들은 정말 고마워요.”
정운용 선생님이 철암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철암으로 살리고 싶어 돌아오신 정운용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정운용 선생님과 대화가 끝나고 동요 ‘고향의 봄’ 불렀습니다. 철암에서 놀던 때가 그리워 귀향한 정운용 선생님에게 알맞은 곡이었습니다. 정운용 선생님은 민망한지 말없이 웃기만 합니다. 선생님은 철암에서 활동 열심히 하라고 포옹 해주었습니다.
도서관 건축주가 찾아왔어요.
바람 잘 부는 도서관 열람실에 앉아있는데 20대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찾아왔습니다. 평소 아이들, 학부모,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도서관에 젊은 여성이 들어오자 눈이 갔습니다. 알고 보니 철암에서 자란 학생들이 방학을 맞이해 도서관을 찾은 거였습니다. 이름은 성다예, 김지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도서관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김동찬 선생님의 소개로 수줍게 호형호제했습니다.
성다예, 김지윤 학생은 어릴 때부터 광활을 한 고수입니다. 현재 도서관을 지은 건축주이기도 합니다. 경험이 많은 학생들에게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짝꿍 활동 중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어디 놀러 가는 거 좋아하고요. 태백에서 축제도 하니까 가셔도 좋아요.”
놀러 가는 걸 좋아한다고 합니다. 시간만 되면 자전거 타고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계획해야겠습니다.
“도서관에서 나쁜 추억은 없어요. 다 좋았어요. 어릴 때 아지트가 여기였어요. 자주 와서 놀고, 밥 먹을 때 집 갔다가, 다시 와서 또 놀고.”
성다예, 김지윤 학생은 어릴 때 도서관에서 재밌게 놀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인이 돼서 도서관을 다시 찾았습니다. 함께 활동 아이들도 좋은 추억만 가득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거들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태백을 사랑하는 역장님.
철암역 역장님인 김남국 역장님에게 인사하러 갔습니다. 김남국 역장님은 철암에서 아내에게 책 읽어주기 사업을 했습니다. 동네에서 소문난 애처가입니다. 김남국 역장님은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시원한 냉커피 대접받았습니다.
“신안군 증도면이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가 슬로 시티로 지정됐는데, 얼마 전에 흡연자들이 모두 금연을 해서 담배 연기 안 나는 곳으로 공표됐더라고요. 태백이 그런 곳이면 좋겠어요.”
“여기 옆에 산타 마을이라고 있어요. 분천이라고. 그래서 관람객들이 몇만 명씩 오는데 그러다 보니 젊은 청년들이 분천에 돌아온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장사도하고. 태백도 그러면 좋겠어요.”
김남국 역장님은 태백을 아끼는 분인 듯합니다. 담배 연기 안 나는 깨끗한 마을, 청년이 돌아와서 사는 활기 넘치는 마을을 꿈꾸는 듯 보입니다. 역장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태백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우리 지역 아이들은 순수해요. 마음에 때 묻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승규처럼 시를 쓰는 아이도 있고 그런 거죠.”
역장님은 철암 아이들이 순수하다고 합니다. 그것이 강점이라고 말합니다. 승규를 언급하며 때 묻지 않은 것이 자랑이라고 합니다. 광활 면접 왔을 때,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주고 웃으며 반겨주었습니다. 처음 보는 선생님들과 줄넘기 하고 놀았습니다. 사람은 선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철암 아이들은 순수하고 때 묻지 않았습니다.
역장님은 신안군 천사도라는 섬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합니다. 동요 ‘섬집 아기’를 같이 불렀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굴 따러 가면, 제가 동생들 밥 해주고 그랬는데, 이 가사가 딱 맞네요.”
마을 인사 다니며 동요를 부르면 민망해하고 쑥스러워하는데 역장님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사를 보며 같이 불러주었습니다. ‘섬집 아기’의 가사가 자신의 이야기 같다 합니다.
역장님은 저희에게 겸손하고 건강하게 광활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었습니다. 기도 마치고 포옹도 해주었습니다.
“포옹을 한 번 하면 6초는 해야 된대요.”
역장님은 헤어지기 전 고맙다는 말과 함께 따뜻하게 포옹해주었습니다.
첫댓글 “도서관에서 나쁜 추억은 없어요. 다 좋았어요. 어릴 때 아지트가 여기였어요. 자주 와서 놀고, 밥 먹을 때 집 갔다가, 다시 와서 또 놀고.”
노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저도 추동아이들과 놀면서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