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로 기억될 것 같아요.
어치는 오랜 시간동안 어린이들의 자유의 의지대로 실컷 놀게 하는 것을 숲산책활동의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 표본이 될 만한 하루였답니다. 산에 가지 말자는 어린이들의 뜻을 받들어(?) 오늘은 모래놀이터에서만 한번 실컷 놀 수 있도록 했지요.
우리의 오전코스는 근육 단련코스지요. 숲까지 약 2시간을 걷고 놀기 때문에 충분히 걸어요. 가끔은 뛰기도 하고, 가파른 산을 오르기도 하지요. 근육이 단단하게 자리잡아야 면역력도 생기기 때문에 오전에 무조건 걸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날도 더워지기도 했고 우리 친구들이 처음부터 놀이터에서 너무 잘 놀아서요, 오늘은 모래놀이의 날!로 갑자기 정해졌답니다.
우리 친구들은 산에 안 간다니까 "야호!" 합니다. 막상 산에 가면 누구보다도 잘 놀거면서.....
와아!~! 새 나뭇잎이 나오고 있어요. 잎안에 검은 무늬를 넣어 마치 병든 것 처럼 보이는 개암나무와, 하트잎과 왕관잎이 함께 있는 생강나무에요. 생강나무는 잎에서 생강향기(레몬향기)가 강하게 난답니다. 이 향은 동물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여름까지 잘 살수 있어요.
숲을 걸어가다보니 민들레가 둥근 씨앗을 만들었네요.
어디서 해 봤는지 태오가 후우 불어 씨앗을 날려줍니다.
숲을 오르면서 늘상 하던 것을 또 하고... 천주산도 좋지만 아기자기한 분성산도 참 좋아요. 하루도 여기가 좋다면서 앞으로 몇번 더 오냐고 묻더라구요.
자~ 이제 우리의 놀이터에 도착했습니다. 주말과 휴일에는 이곳 숲체험관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서, 정자에서 쉬고는 가방을 모두 한쪽으로 몰아놓고 누구든 앉을 수 있게 마련했지요. 그리고는 놀이터로 쌔앵 달려갑니다.
으악~~ 집게벌레가 나왔다며 모두 혼비백산합니다. 물론 물리면 많이 아파요. 꽁지의 집게로 집으면 눈물이 날 정도지요. 집게가 짧은 것으로 보아 암컷입니다. 어치가 손을 대니 계속 도망갑니다. 언제든지 집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요,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때 그때 사용합니다. 모든 곤충에게도 힘을 쓴다는 건 무척 피곤하고 힘든 일인거에요.
정자에서 놀 준비를 하고 놀이터로 가면서보니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컷 찍어봅니다. 낯선 가족도 자유롭게 다니며 우리와 어울리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합니다. 우리 친구들도 낯선 친구들이 오면 자연스레 끼워줍니다. 착한 친구들같으니라구. 여기가 오늘 하루 우리의 주된 아지트입니다.
지우와 윤슬이, 그리고 동생들도 한번씩 거쳐간 스피드놀이터입니다. 곰솔샘이 기구 끝에서 시간을 재고 있고, 지우와 윤슬이는 무한대로 움직이면서 소요시간을 체크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몇초에 가는지. 흥미진진한지, 동생 태오까지 도전을 해 봅니다.
태오는 또 밧줄놀이터에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난 형들이 하는 건 뭐든지 할거야! 라고 말하는 듯 해요.
어느 순간에는 동갑내기 네명이 이렇게 넓은 그네를 탑니다. 하루가 밀어주는데 센스가 있어요. 한 명도 떨어지지 않고 모두 안전하게 잘 탔어요. 어치도, 곰솔도 한번씩 밀고 당겨주었어요.
놀이는 일단 기구를 이용하는 것 부터 시작해요. 자기방식대로 놀면서 남과 함께 놀고, 다시 흩어지고... 어린이들의 놀이는 정말 자유롭고요 아무 규칙도 없는 것 같지만, 놀이중에 규칙을 여러개 만듭니다. 저걸 어떻게 다 지키지?^^;;
흙놀이를 하자며 어치가 도구를 내어 놓았습니다.
너무 땡볕에서 놀기에 그늘로 불렀습니다. 어린이들은 사실 땡볕에서 놀기를 좋아해요. 땀을 흘려도 눈이 부셔도 그쪽이 좋은가봐요. 그러나 한두시간 놀 것이 아닌 우리는, 쉽게 지치지 않는 그늘에서 놀아야 해요. 어렵게 어렵게 손님들을 그늘로 모셨어요.
곰솔의 사다리가 해체되자 냉큼 계단으로 쓰는 나무도구를 가지고 옵니다. 이걸로 고운 흙을 만들려는데 써도 돼? 합니다. 그럼 그럼 우리 탐험대에는 안되는 게 없어!!
막대기를 다 쓰고 나니 곰솔샘에게 가져다드린다며 태오가 모았어요. 은근히 태오는 곰솔샘을 참 좋아해요. 따르려고 무척 애를 쓴답니다. 어치는 아직 물렁하게 보는지, 어치이야기는 잘 듣지 않아요(^^;;). 어치가 사실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아직 태오는 모르니까 이해해줄래요.
마을도 만들고,
신호등도 만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꽃 신호등이 있다면 정말 재미있겠어요.
새로 나눠 준 돗자리를 바닥에 고정시키는 지승이랍니다. 캠핑을 많이 해 봤다면서, 짧은 나무토막을 가져와 모종삽으로 두드려 박고 있어요. 형이 하니까, 하랑이도 따라서 해 보고 있어요.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깔았건만 이 놀이터는 금세 종목이 바뀌어 버립니다.
각자 자신의 돗자리를 고정시키느라 바쁩니다. 캠핑에서는 모두 엄마 아빠가 했던 일인데 오늘은 우리가 하네요.
돗자리둘레에 고속도로가 생기고 있어요. 길을 파고 연결하고 터널을 만들고 공사하느라 바쁩니다.
공사는 점점 커지고 길도 여러개가 더 생기고, 어치도 협조하라며 큰 소리칩니다.
길이 완성되어 가는데, 어치는 말로 돕습니다. "고속도로가 너무 울퉁불퉁해서 차가 다닐 수 있을까요?"
저희들이 봐도 심했는지 다시 작업을 합니다.
하루가 신발을 벗어 바닥고르기 작업을 합니다. 그래도 편평하지 않으면 어치가 다시 지적합니다 하하하. 이렇게 까지 심혈을 기울일 것이 아닌데.... 라며 우리 친구들이 속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실은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땅속 생물들이 땅굴을 팔때도 절대로 쉽게 파지 않거든요. 우리도 오늘 제대로 한번 해 봅니다. 놀이가 끊어지지 않도록 어치가 계속 지켜보면서 조금씩 피드백을 합니다.
하루, 하랑이, 준영이가 모두 신발을 벗고 있는데, 왜 그런가 했더니, 아까 고속도로를 닦을때 신발을 쓰더니만 그때부터 신지 않았네요. 신발을 벗으니 시원하다며 모래놀이터에서 놀 동안 계속해서 벗고 있어요.
그늘에서 신나게 모래놀이하는 친구들을 보니까 어치도 정말 행복해져요. 어린이는 이렇게 놀아야 하쟎아요. 매일 매일 이렇게요. 학원에 다녀야 한다고 하는 어른들이 많지만, 초등학생은 놀면서 사회를 배우고 놀면서 친구관계를 다져야 해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초등생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많이 놀랬대요. 초등생이 골목골목에서 놀던 것은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언젠가 다시 그런 때도 올거에요. 그날까지 어치는 탐험대에서 실컷 놀고 있을게요.
터널 놀이를 정리하고 갑자기 모두 돗자리를 개달라고 하네요. 오늘이 처음이니까 개는 법을 설명하면서 주머니에 넣어주었어요. 여기서 새로운 놀이가 떠올랐는지 다시 돗자리를 펴야 한다고 해요. 모두 돗자리를 들고 와 펴는데요 무슨 놀이를 하는걸까요?
황금박쥐놀이를 합니다. 낮은 기둥에서 한 사람이 떨어지는 놀이에요. 막내동생 태오도 형들따라 무서움없이 하네요. 대신 돗자리를 펴지 않고 날아갑니다.
자 돗자리를 펴야 하는데 각자 사용법이 달라요. 성윤이는 모두 다 펴서 양끝을 잡아요.
성윤이가 뛰어내려요. 성윤이는 돗자리를 모두 펴서 양끝을 잡고 뛰어내립니다. 이 모습을 본 친구들은 제 각각의 방법을 고안해서 뛰어봅니다.
준영이도 모두 다 핀 채로 뛰어내리는데 아마 다섯번도 넘게 했을걸요? 햇빛에 얼굴이 벌개져서는 해도 해도 재미있답니다.
고학년팀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분들은 조금 피곤하시답니다. 긴 그네에 누워있거나,
이렇게 그네를 타거나
그러고 보니... 자주 눕네? 4학년이라서 많이 피곤한거야? ㅎㅎ 바위가 시원하다면서 제대로 누워있네요^^
시원해 보이는 그늘과 우리 친구들의 모습이 참 편안해 보여요.
정자에 앉아 맛있는 점심을 먹고 계곡놀이를 가기로 했어요. 오전내내 실컷 놀아서인지 산으로 조금 올라간다고 하니 잘 따라나섭니다. 이제 우리는 물속생물을 찾아보러 가요.
좁은 계곡에 물이 많이 차 있어요. 이 정도면 물속 생물을 찾기에 충분하지요. 길게 자리잡고 각자의 위치에서 잡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잡는 것이 서툴지만 매달 연습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에요. 뭐든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으니까요.
물속곤충은 처음 만나는 태오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제일 열심히 잡아요.
엽새우와 뱀잠자리 유충
무늬하루살이와 무늬하루살이를 잡아먹는 뱀잠자리
플라나리아와 잠자리 수채
다양한 크기의 잠자리유충이 물속에서 살고 있고, 그들의 먹이가 되는 하루살이도 오른쪽에 보여요.
자 이제 산을 내려가는데 길다란 나뭇가지를 찾은 하루가 개나리봇짐을 나무에 걸던 우리 조상님처럼 하고 출발합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산을 내려갑니다. 이미 다른 친구들은 곰솔과 앞서가고, 지승이와 하루는 어치랑 뭉쳐서 이동합니다.
뭐든 스스로, 각자의 방식과 생각대로, 스스로 놀이를 구상하고 이끌어가는 우리는 정말 멋진 탐험대입니다.
어치는 전국으로 생태강의를 다니고 있는데요, 우리 탐험대이야기를 하면 모두 놀라면서 부러워 해요. 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시작하지 못하죠. 7시간을 숲에서 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누구에게요? 어른들에게요.
놀아보니 어린이들은 10시간도 놀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어른들은 달라요. 그래서 모두 시작하지 못한다고 해요.
곰솔과 어치는 16년동안 꾸준히 탐험대를 이끌어왔기 때문에 어린이들과 똑 같이 10시간도 더 놀수 있답니다.
앞으로도 체력을 다져 친구들과 더 열심히 놀 것을 다짐합니다!!!!
오늘 하루도 정말 행복하고 또 즐거웠습니다. 다음달도 분성산에서 놀이를 진수를 보여 줄 친구들과 만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