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강구곡가 답사길
푸른 솔 / 문 규 열
능강!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기에 능강구곡가가 지어졌을까?
황강구곡가 중에서 8곡에 속해 있는 능강계곡을 두고서, 조선시대의 시인이었던 옥소 권섭의 시문에는 능강동의 경치 좋은 그 속살을 보고 감탄을 했다한다.
청풍명월의 본향이라 부르는 하류에서부터서 상류로 올라가는 과정에는 1곡 대암, 2곡 화암, 3곡 황강, 4곡 황공탄, 5곡 권호, 6곡 금병, 7곡 부용벽, 8곡 능강, 9곡 귀담 같은 이름을 붙혀가며 황강구곡가를 만들었다.
그 황강구곡가 중에서 능강구곡의 능강계곡에는, 사시사철을 두고서 언제든지 찾아가 보아도 그 계절에 어울리는 풍경이 살아있다. 봄의 전령이라 부르는 산수유로부터 시작해서 연초록 잎 새들이 裸木가지에다 옷을 입히면 능강은 매일매일 변해간다. 자연은 창조의 오롯한 기원덕분에 신비한 선물을 주는가 보다. 이런 곳에서 죽어서도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라는 옥소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이따금 유유히 흐르는 물 바라보니
날마다 해마다 근심이 샘솟네
갈수록 깊어지는 적막한 마을
쓸쓸한 이 낸 몸이 쉴 곳이라네
능강계곡은 충주 땜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능강나루터가 있었던 인근에는, 두 절벽을 이루었던 쌍벽담과 꿈속연못에서도 논다는 몽유담과 구름이 누워서 흘러간다는 와운폭이 있고, 구술을 꿴 듯한 폭포라 해서 지어진 관주폭이 여행객들에게 선물로 보여주었지만 지금은 볼 수가 없다. 어쩌면 숨어버리지는 않았을까 생각하고 싶기도 하다.
큰 아쉬움을 어떡하랴~ 가슴에 묻을 수밖에는....
우리 제천문화사랑 일행은 천년의 고찰이 자리 잡고 있는 정방사 방향을 향하여 능강교밑에서부터 시작되는 5곡부터 찾아보았다. 5곡인 용주폭舂珠暴을 보고는 빠름을 요구하는 문명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난 개발로 훼손된 상처가 남아 있어서 본연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절구 방아를 찧듯이 옥수가 떨어진다는 용주폭포! 계속된 가뭄 때문이었는지 낙수량이 적어서 실감은 작은 편이었다. 우리 일행은 여기에서 용주폭을 두고 에피소드 하나가 있었다. 찧을舂이라는 각자를 봄春으로 읽었으니 말이다. 무식이 용감했다.
제천청풍호자드락길 3코스(얼음골 생태길)인 이정표를 오른쪽으로 두고 지나치며, 정방사길로 들어서다가 아담한 소沼 하나와 자연대석 절벽을 다리위에서 내려다 보았다. 이곳이 바로 6곡인 금병대錦屛坮다. 병풍을 두른 듯한 암석 밑으로 아담한 소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沼 밑으로 깔려있는 조약돌까지도 들어다 볼 수 있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말 그대로 청정수를 간직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 역시 정방사 길을 만들다가 거의 훼손되지 않았는가. 안타까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허허~
![](https://t1.daumcdn.net/cfile/blog/204B10385078D8250F)
북동방향으로 향하여, 지나쳐 왔던 얼음골 생태 길로 다시 접어들었다.
초가을비 내린 촉촉한 자드락길을 1Km쯤 걸었을까, 오방색물방울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이 그렁그렁하게 맺혀 있는 솔잎사이로 돌탑군락이 나왔다. 평화를 기원하는 표시 문 앞뒤로 즐비한 돌탑들 가운데에서 사진 찍기에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마음만이라도 보태고 가라는 듯이~
![](https://t1.daumcdn.net/cfile/blog/193D70345078DAAF28)
덩치 큰 탑의 나열을 따라 우측으로는 출렁다리 건너에 금수암이 보이고, 바른 길섶에는 초록보석 빛깔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굴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 신갈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들이 내 친구라도 된 것 마냥 다감하게 느껴지고, 쑥부쟁이도 나와서 우릴 반기고 있었다.북향 능선에서는 제비가 앉아있는 모습으로 보인다는 7곡인 燕子岩이 나타난다.
울창한 숲속에 앉아있는 제비탑을 식별 할 수가 없어서 아쉬움은 있지만, 마음은 가을 소풍을 나온 기분으로 답사 길을 계속 진행하다가 중국의 한시에 나오는 初, 盛, 中, 晩에서 인용되었다는 설을 가진 晩唐岩을 만났다. 30~40명은 거뜬하게 앉아서 편히 쉴 수 있는 널따란 암석마당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꿀맛이 따로 없다. 커피 한잔도 그렇고... 즐거움 이라는 게 따로 없는 것 같다, 이런 맛으로 행복한 답사를 자주 다니지 않을까싶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4731C3C5078DEA026)
점심도 먹었고 휴식도 쉴 만큼 취한 발걸음은 와불臥佛이 있는 계곡으로 가봤다. 족히 5m가 넘을 정도의 큰 부처가 월악산을 향하고 있지 않은가? 크나큰 암석위에서 선명하게 돌출되고 골 깊은 선으로 그어진 自然臥佛! 자연은 이렇게 신비를 만들어내고 있나보다. 진행되는 길 양쪽엔 화전민들이 살았다는 삶터가 가끔 보이곤 했다. 축축한 폐담으로 남아 있는 돌담에서는 이끼들이 세상을 만들고, 가난한 흔적은 무심한 세월 앞에서도 말도 없이 쭈그리고 있는 듯해서 쓸쓸한 마음이 생기는 건 무슨 이유인가?
60년대 까지만 해도 30여 가구가 삶을 일구었다는 그 화전민들은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후예를 거느리고 살고 있을까
![](https://t1.daumcdn.net/cfile/blog/162D854D5078F0EF0B)
수직절리 ,평상절리도 군데군데 보이는 그 옆에는 단애한 자태까지도 품는 멋스런 암석들도 있어서 흥미를 더 갖게 했다. 내 마음대로,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 취적소에서 발을 담가 본다. 세상에~ 차갑다 못해 오장이 떨리는 듯 웅크리다가 하늘을 쳐다보니 오른쪽 하늘에 翠滴坮가 하늘에 매달려있지 않은가! 물총새 두 마리가 큰 바위에 앉아있는 형상 같은 암석이다. 이곳이 바로 능강구곡가 중에서 9곡이며 寒陽地 턱 밑인 셈이다. 여기서 부터는 힘든 산행이 시작되는데 안내판대로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황갈색 화산암이 잘잘하게 부서진 너덜지대에 40도가량 경사진 곳에서 氷穴이 숨어있다. 한 여름에도 차가운 얼음이 발견되는 얼음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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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코까지 만들어져 있어서 구경하기에 편리 하게끔 되어있다. 능강교에서 이곳 까지 5.4km. 신선봉이나 금수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다시 5.4km 되돌아 하산해야한다. 3시간을 걸려 올라온 시간에 비해 1시간 30분은 걸리는 하산 길에는, 겨울철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옹달샘에서 달콤한 식수 한 사발을 마시는 것도 가히 좋고, 오늘 하루를 遊山如讀書 하는것 같아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