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조용남 선생님이
세계 교사 정보화대회에 한국을 대표해서 참가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진 주말입니다.
성심학교 가족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면서,
며칠 전부터 느껴오던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글로 적어봅니다.
바로 이틀 전, 삼일절 휴일이었지요.
차를 타고 충주댐 잔디 광장을 찾아갔습니다.
휴일이지만 사람은 거의 없는데 시내버스가 한대 들어오더군요.
충주시내와 댐을 오가는 노선버스겠지요.
버스가 들어와 잔디광장 곁에 서고 이어서 기사 아저씨가 내리더니
벤치에 앉아 담배 한대를 입에 무는 것입니다.
기사는 그렇게 혼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발로 바닥에 글씨를 쓰고
또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더니
한참이 지나 이윽고 차를 몰고 댐 아래쪽으로 사라졌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한 7, 8년 전이겠나요.
초가을에 중등부 한 학년이
수안보 지나 고사리 수련원으로 소풍을 가는데 따라 갔었습니다.
그때 시내버스를 타고 갔는데 손님은 우리 밖에 없었고
바로 그 곳이 버스종점이었습니다.
우리는 고사리 수련원을 지나 그 위의 3관문 가까이까지
산보하고 내려왔는데 시간이 한 두시간은 걸렸겠지요.
그런데 그때까지도 버스는 도로 옆 공터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인적도 없는 외진 곳에서 차를 세우고는 그 긴 시간 동안을
기사는 혼자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까요.
예전에, 아직 지하철이 없을 때 우리는 늘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면 버스는 배가 불룩하도록 사람을 싣고,
서울 거리를, 동대문과 서울역과 광화문과 용산을 바쁘게 오갔습니다.
충주댐에서, 고사리 수련원 초입의 시골도로에서 혼자 앉아
손님을, 세월을 기다리던 외로운 기사를 보면서
갑자기 예전의 서울거리를 떠올렸습니다.
아직 젊어 보이는 이 버스기사들의 삶도 앞으로는 많이 변하겠지요.
언젠가 서울이나 부산이나 대전같은 대도시에서 버스를 운전하기도 하겠지요.
그때 이분들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겠나요.
새학기 들어 성심학교의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떠나고 어떤 분들은 새로이 오셨어요.
학교를 떠나간 행정실장 수녀님한테서 한번 전화가 왔습니다.
새로운 근무지는 평화방송인데 서울의 명동이라고요.
그리고 수녀원은 종로2가에 있어 걸어서 명동까지 출퇴근 하신다더군요.
명동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외로운 산길을 오가는
시골버스 기사들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도 영원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겠지요.
현재 우리가 사는 삶은 어떤 것인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았어요.
학생들에게는 좀 어려운 글이겠나요.
좋은 주말 보내고 월요일에 학교에서 만나기 바랍니다.(2007년 3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