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 장. 말괄량이 달래기.
과연, 백검운의 말대로 남궁혜는 자신의 조부를 데리고 사라진 후였다.
제갈청청은 아까 대청에 잠깐 나왔다가 들어가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일시 기이한 흥분에 사로 잡혀서 일을 망쳤다는 것을 통감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예상대로 위지려하는 아직 침상위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이곳에는 두개의 침상이 있는데, 하나는 남궁현상이 누워있던 곳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위지려하가 누워있는데 그것은 다소 문 입구와 가까이 있었다.
그것은 제갈청청이 남궁혜를 감시하기 위해 그렇게 배치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제갈청청의 안색은 전과는 달리 아주 화사하고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위지려하의 다소 표독스러우면서도 수척한 얼굴과는 다소 대조적이었다.
그녀들은 거의 비슷하게 고생을 했다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사랑의 차이라고 말할 수가 있었다.
제갈청청과 백검운이 그녀에게 다가가자, 늘 그랬듯이 위지려하는 싸늘하고 독기서린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제갈청청은 다소 안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그녀에게 말했다.
"미안해요, 위지소저! 이것은 결코 우리의 본의가 아니니 이제 얼마 후면 당신을 안전하게 풀어드릴 게요."
허나, 위지려하는 이 말을 결코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제갈청청은 이미 이 말을 그녀를 볼 때마다 무수히 말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한번 속지 두 번 속느냐는 식의 태도였다.
이것을 보고 제갈청청은 자신은 어쩔 수가 없다고 여기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헌데, 백검운은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문득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나를 기억하겠소?"
원래, 위지려하는 요 며칠간 같은 장원 내에 살면서도 그의 얼굴을 전혀 볼 수가 없어서 처음에는 그저 제갈청청과 같은 한패인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문득 그는 전에 어디에선가 본적이 있는 사람 같지 않은가?
그리하여 그녀는 잠시 눈빛을 굴려보다가 마침내 그가 전날 다리 위나 평안루에서 만났던 사람임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별로 그녀의 마음을 끄는 것이 아니어서 그녀의 눈빛은 다시 시큰둥하게 변했다.
그것을 보고 백검운은 그녀에게 다시 말했다.
"우리는 사실 당신을 구하려는 것이오. 내가 이제 당신의 혈도를 풀어줄 테니 당신은 제발 도망치지는 마시기 바라오."
그 말에, 위지려하는 그것을 어떻게 믿느냐는 식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헌데 그때였다.
갑자기 전신에 화끈한 기운이 일더니 오랫동안 막혔던 혈도가 풀리고 전신의 점혈 당했던 혈도가 시원하기 형통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스스로도 매우 놀랐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이대로 죽거나 잘못될 것으로만 알았지 상대가 자신의 혈도를 정말로 풀어주리라고는 믿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상대는 전혀 몸을 움직인 것 같지 않은데 그녀의 혈도가 풀리다니 신비한 노릇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돌연 우수를 세차게 휘둘렀다.
백검운의 따귀를 때린 것이었다.
그러자,
짝!
한소리 맑은 격타음과 함께 백검운의 좌측 뺨에는 붉은 손자국이 나고 얼굴은 다소 돌아갔다.
이는 정녕 의외의 일이었다.
제갈청청은 이 여인이 느닷없이 자신의 남자에게 손을 휘둘러 따귀를 때릴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백검운이 일부러 그것을 피하지 않고 맞아 주리라고는 더욱더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녀가 일시 어이가 없어서 멍한 표정을 지을 때, 문득 위지려하 역시 멍하니 백검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싸늘하게 눈빛을 고치며 말했다.
"내가 당한 수모는 원래 갚을 수가 없을 만큼 큰 것이지만 이것으로 비긴 것으로 하겠이요.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어요!"
이어, 그녀는 그 자리에서 훌쩍 신법을 날려 대청 밖으로 날아갔다.
이것은 느닷없는 사건인 것이다.
이 위지려하는 무황성에서 자랐기 때문에 역시 무공이 고강하여 그 신법도 빠르기 그지없었다.
제갈청청은 비록 무공이 그녀만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백검운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자 역시 그녀도 멍하니 위지려하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대체 지금 백검운은 무슨 생각으로 위지려하를 놓아주는 것일까?
위지려하는 어느새 대청의 문 앞까지 나아가서 마악 문밖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이제 그 문밖만 나서면 그녀의 종적은 찾을 길이 없어질 것이다.
제갈청청은 이런 광경을 보면서 마음이 절로 초조해졌다.
허나 바로 그때, 마악 문을 나서려던 위지려하가 돌연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신형을 멈추는 것이 아닌가?
이어, 그녀는 문득 백검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은 왜 나를 잡지 않는 거죠?"
백검운은 그녀가 그런 말을 하자 다소 안색에 웃음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당신이 간다고 한다면 그것은 막을 수가 없을 것이오."
백검운은 비록 이 말만 했지만 그 뒤에는 이상한 여운이 남았다.
따라서, 위지려하는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무슨 다른 문제라도 있단 말인가요?"
백검운은 그녀의 말에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그 얘기를 듣고 싶으면 저쪽의 자리에 가서 앉는 것이 어떻겠소?"
그 말에, 위지려하는 다소 멈칫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녀는 다시 백검운에게 잡히면 영영 달아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바로 조금 전에 백검운이 자신을 풀어주고 따귀를 맞아준 것을 상기하고는 비교적 이 인간은 믿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어, 그녀는 주저 없이 대청 안으로 다시 돌아와서 탁자 앞의 자리 하나를 잡아서는 털썩 앉아버리는 것이었다.
원래, 그녀는 무황성에서 아주 귀여움을 받고 자라다보니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비록 요 며칠간 믿을 수 없는 비참한 처지가 되고 고통을 받았지만 그녀의 그러한 성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며, 또한 그녀는 유달리 모험심이 강했다.
만일 그렇지 않고 일반의 여인이었다면 결코 이렇게 겁 없이 되돌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지려하가 대청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백검운은 안면에 미소를 떠올리며 제갈청청과 함께 걸음을 옮겨서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위지려하가 뾰족한 음성으로 그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다른 문제가 있는지 말해 봐요!"
그 말에, 백검운은 담담히 웃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대는 바로 얼마 전에 그대와 다른 침상에 누워있던 한 노인을 보았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그러자, 위지려하는 싸늘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물론 나는 봤어요. 나에게는 눈이 열려 있었으니까요! 그는 그 계집에게 들려서 밖으로 나가버리던걸요?"
백검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소, 헌데 그대는 그 사람이 누군 줄 아시오?"
위지려하는 그 말에 일순 아미를 찌푸렸다.
"그럼 그 사람이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인가요?"
백검운은 웃으며 대답했다.
"세상의 사람들은 은연중 거의 모두에게 관계가 닿아있지."
위지려하는 그 말에 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을 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잠시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원래 당신을 구하려던 사람이오."
그 말에, 위지려하는 잠시 눈빛을 기이하게 빛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랬군요?"
이때, 제갈청청은 백검운이 설마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지라 일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그는 일을 이렇게 만들어서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가?
만일 그 남궁현상을 두둔하려고 한다면 필시 그 누명은 백검운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제갈청청은 이제는 그와 남이 아닌지라 다소 간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허나, 그녀는 백검운에게 달리 생각하는 바가 있으리라고 생각하고는 결코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때, 위지려하는 백검운을 바라보다가 다시 제갈청청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럼 그는 나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당신들에게 잡히게 되었고 여태 내 옆에서 고생을 했었단 말이군요? 그럼 당신들이 바로 나를 원래부터 잡아온 범인인가요?"
백검운은 그 말에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소, 뒷간에서 당신을 잡아온 사람은 바로 나요."
그 말에, 제갈청청은 더욱 놀라서 그만 벌떡 신형을 일으키려다가 겨우 마음을 억울러 참았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마음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다행히, 이때 백검운의 손길이 그녀의 손을 탁자 밑으로 잡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있었다.
백검운의 손길은 매우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녀는 비록 지금 백검운의 말이 얼마나 중대하며 그로인해 얼마나 엄청난 여파가 밀어닥치게 될지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었지만 이 따뜻한 손길만 있으면 무엇이든 감당할 수가 있다고 여겨져서 그녀는 다시 기이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하여 그녀는 안색이 다시 부드럽고 화사하게 풀렸다.
이러한 그녀의 심정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위지려하는 일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싸늘하고도 적의에 찬 코웃음을 발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흥, 감히 간담이 적지 않은 도적이로군! 그래 나를 잡아와서 어떤 수작을 꾸미려고 했지?"
백검운은 이미 그녀에게 의미심장한 운을 띄워놓았던 터라, 그녀는 더욱 놀랍고 궁금증이 치미는 듯 했다.
백검운은 그녀를 보고 대답했다.
"그것은 당신이 한번 생각해 보지 않겠소?"
위지려하는 그 말에 다시 냉랭한 코웃음을 날렸다.
그러나, 그녀는 즉시 반박하지 않고 스스로 잠시 생각을 한 후에 묻는 것이었다.
"너희들은 혹시 무황성의 어떤 보물에 눈이 어두워서 나를 몰래 잡아다가 나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흥정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냐?"
그것은 가히 있을법한 얘기였다.
하지만, 그때 문득 제갈청청은 남궁현상이 대체 무엇 때문에 이 어린소녀를 납치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났다.
그녀가 보건데 그는 결코 지금 위지려하가 말하듯이 무황성과 어떤 흥정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남궁세가가 느닷없이 무황성과 흥정을 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대체 무슨 목적이었을까?
이제 그는 달아났으니 그것을 물어볼 수도 없을 것이다.
헌데 혹시 백검운은 그 목적을 알고 있지 않을까?
이어, 그녀는 곁눈질로 백검운의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지금 상황이 너무도 이상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지라 더 이상 그런 생각을 오래할 수가 없었다.
백검운은 과연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소."
그는 아마도 남궁현상 대신에 자신이 그 죄를 뒤집어쓰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다.
그것을 보고 위지려하는 일순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소리쳤다.
"뭐라고? 내가 너희들을 가만둘 줄 아느냐!"
그녀의 태도는 일시 서슬이 시퍼랬다.
그녀는 무황성에서 모든 사람들을 부리고 살아온 몸이라 이런 위엄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줄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니 그리 냉철한 성격은 아닌 것 같았다.
지금 그녀의 행동은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난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랬다가 만일 지금에서 백검운이 정말로 범인이라면 그녀를 다시 잡을 것이 아니겠는가?
허나, 백검운의 행동은 지금 다소 이상한 데가 있었다.
그는 위지려하가 그렇게 소리치자 다소 고개를 숙이며 웃으며 대꾸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대의 마음이 아주 넓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 말에, 위지려하는 다소 눈빛을 기이하게 변모시켰다.
그리고는 다시 찬찬히 백검운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기이한 눈빛으로 묻는 것이었다.
그대는 내가 마음이 넓다는 것을 어떻게 알수가 있었지?"
그녀는 문득 백검운의 사죄에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린 것일까?
그녀의 음성은 비교적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제갈청청은 이러한 장면을 보고 있자니 마치 자신이 철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지금의 상황은 실로 중대하여 결코 이렇게 해결할 계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대체 백검운은 무엇 때문에 그녀의 비위를 자꾸만 맞추려는 것일까?
그가 일단 범인의 누명을 뒤집어 쓴다면 위지려하의 용서를 받는다고 해도 결코 소용이 없는 일일 텐데?
백검운의 지금 행동은 다소 이상하고도 야릇했다.
그리하여 제갈청청은 비록 그를 철석같이 믿고는 있었지만 그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게 되었다.
백검운은 위지려하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
"당신의 마음이 넓다는 것을 나는 한눈에 보고 알 수가 있었소."
위지려하는 그 말에 다소 아미를 찌푸렸다.
그리고, 자리에 다시 천천히 주저앉으며 물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그 말에, 백검운은 웃으며 대답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내가 무엇 때문에 당신을 이리로 납치했겠소?"
위지려하는 그 말에 아미를 가늘게 찌푸렸다.
"그럼 당신이 요구하려던 보물이라는 것은 그럼?........"
백검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맞았소!"
위지려하는 일순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보물이 바로 나였다는 말이야?"
백검운은 대답했다.
"무황성에서 가장 값진 보물은 누군가가 제왕검급이 아니냐고 했소. 그러나 그것은 아직 당신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지 실로 그가 당신을 보았다면 그 보물은 바로 당신이라고 말했을 것이오."
위지려하는 그 말에 다소 두 눈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렇다면 당신은 영웅대회에서 우승하면 되잖아?"
백검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영웅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것은 실로 쉬운 일이 아니라오."
이때, 제갈청청은 두 사람의 말을 들을수록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대체 이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 다른 나라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갈청청은 분명 이 가운데에는 뭔가 다른 참 뜻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즉시 깊이 생각에 잠겼다.
그때, 위지려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그래........ 영웅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나를....... 나를 그런 식으로 잡아오다니 너는......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 문득 몹시 서러운 듯 두 눈에 눈물을 줄줄 흘려댔다.
"........"
백검운은 잠시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이윽고, 위지려하는 겨우 눈물을 멈추고 옷소매로 그것을 닦을 다음에 다소 처연한 눈빛으로 물었다.
"지금 아마 영웅대회는 끝장이 났겠지?"{
백검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것은 무산되고 말았소."
위지려하는 다시 물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지금쯤 나를 몹시 찾고 있겠지?"
백검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뿐만 아니라 무림전체는 거의 수라장이 되었다오. 금릉은 아주 살벌한 분위기요."
위지려하는 다시 처연하게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하지?"
백검운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벼운 미소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모든 것은 나에게 맡기시오. 그러면 모든 일은 잘 풀리게 된다오."
그 말에, 위지려하는 일순 처연한 표정을 지웠다.
그리고 눈빛을 반짝거리며 다시 묻는 것이었다.
"정말이야?"
백검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대답했다.
"그렇소."
그 말에, 위지려하는 문득 제갈청청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하지만 그대에게는 이미 그녀가 있는데 어찌.......?"
이때, 제갈청청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자 그녀는 일순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그, 순간 뭔가 어렴풋하던 그녀의 머릿속은 훤하게 밝아졌다.
그때, 백검운은 위지려하에게 다시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그대의 것처럼 아주 넓은 편이라오."
위지려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기가 어려운걸?"
이어, 그녀는 제갈청청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마 얼마 전이었다면 제갈청청은 이게 무슨 뜻인가 하고 매우 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마음은 맑고 온화한 빛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백검운에게서 옮아온 것 같기도 했다.
위지려하의 눈길이 자신에게 옮겨지자, 그녀는 즉시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위지동생, 내가 그대를 동생이라고 불러도 되겠어?"
그 말에, 위지려하는 순간 안색이 환하게 밝아졌고 매우 기쁜 빛으로 빛났다.
동시에, 그녀는 즉시 자리에서 펄쩍 뛰어서 일어나서는 즉시 탁자 건너편의 제갈청청의 품속으로 달려드는 것이었다.
"제갈 언니!........."
이어, 그녀들은 일순 서로를 힘차게 얼싸안았다.
제갈청청은 나이가 위지려하와 비슷했지만 먼저 백검운의 아내가 되었기에 언니라고 호칭하는 것이었다.
즉, 말할 것도 없이 위지려하는 지금 백검운의 아내가 되는 것을 승낙 받은 것이다.
그러한 그녀는 매우 감격과 기쁨에 가득차 있었다.
일순 그간의 모든 고통과 회환은 그녀의 얼굴에서 사라져서 다시 그녀의 얼굴은 환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은 그야말로 꽃보다도 아름다웠다.
원래, 그녀의 별호는 꽃 중의 꽃, 화중화가 아니었던가?
백검운은 옆에서 다만 이를 조용히 웃음 띤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 *
남궁혜는 과연 도망쳤을까?
그리고 그녀가 도망쳤다면 과연 그녀는 지금쯤 어디에 가 있을까?
제갈청청은 비록 위지려하를 감화시켰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런 점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과연 남궁혜는 지금쯤 어디에 가 있는 것이며 그녀의 앞으로의 행동은 어떠한 것일까?
그에 따라서 무림의 형상은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제갈청청은 평소에 남보다 머리가 좋다고 자부해왔었지만 그러한 것들을 한꺼번에 생각하자 일시에 머리가 혼돈스러워졌다.
그녀는 결코 그러한 모든 앞일을 예측할 능력이 없었다.
다만, 백검운의 표정은 시종일관 담담하고도 부드러웠다.
거기에는 단 한 점의 불안감도 섞여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에 이르러서도 모든 일은 잘 되어 나갈 수가 있다는 말일까?
제갈청청은 그에게 그러한 것들에 관해 묻고 싶었지만 일순 참기로 했다.
일순 그녀의 뇌리에는 전에 백검운이 말했던 천기는 누설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하는 말이 생생하게 떠올랐던 까닭이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위지려하가 마침 그녀의 그러한 심사를 알았는지 대신 백검운에게 물어주었다.
"나를 구했다던 그 사람은 앞으로 전혀 만나볼 수가 없는 건가요?"
그 말에, 백검운은 다소 웃더니 대답했다.
"그들은 잠시 후면 되돌아올 것이오."
"..........?"
위지려하는 그 말에 다소 의아한 표정을 했다.
제갈청청 역시 그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 * *
백검운의 예측은 과연 귀신같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남궁혜는 과연 돌아왔다.
여전히 그녀의 조부인 남궁현상을 안아든 채,
그녀를 처음 발견한 것은 바로 위지려하였는데, 그녀가 크게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키자 제갈청청은 자연 그것을 알게 되었다.
남궁혜는 그러한 광경을 보며 천천히 그녀의 조부의 몸을 안고 대청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일순, 그녀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그런 가운데 그녀는 백검운에게 물었다.
"정말, 정말로...... 저의 할아버지를 무사하게 해주실 건가요?"
백검운은 그 말에 담담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그 말에, 남궁혜는 일시 몸을 휘청하더니 그대로 쓰러질 듯 하다가 무심결에 백검운의 품에 안겨버렸다.
그러자, 백검운은 그녀를 부축하듯 부드럽게 안아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남궁혜는 힘없는 얼굴로 백검운에게 다시 물었다.
그녀의 이런 창백한 얼굴은 그녀가 얼마나 심한 고심을 했는가를 역력히 보여주는 일이었다.
"당신은 내가 왜 돌아왔는지 아시나요?"
백검운은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그러자, 남궁혜는 일순 안색을 붉게 물들이더니 두 눈에서 눈물을 뚝뚝 떨구며 백검운의 품에 적극적으로 안겨들기 시작했다.
"아아, 당신이 저의 마음을 알아주시니 고마워요!"
이러한 광경을 보자, 제갈청청과 위지려하는 일순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자세히는 알 수가 없어도 대강 그 뜻을 짐작할 수가 있어서 즉시 달려들어 남궁혜를 껴안으며 밝은 음성으로 말했다.
"남궁동생! 축하해! 우리는 이제 세 명의 자매가 되었네?"
그렇다.
그 말뜻은 역시 아까의 위지려하의 경우와 같이 남궁혜가 백검운의 또 하나의 여인으로 인정받는 것이었다.
남궁혜 역시 매우 기뻐서 그간의 모든 고뇌가 가득했던 안색을 지우고는 그녀들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마구 흘렸다.
그렇다면, 대체 그녀는 무엇 때문에 돌아온 것일까?
그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가 있을 것이다.
우선 그녀는 거의 반죽음이 되다시피 한 조부의 몸을 안고 다시 남궁세가로 돌아가기가 두려웠고 제갈청청과 백검운에게 배신을 하게된 일이 무엇보다도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일은 어떤 음모가 개입된 것이 틀림없어 보이지 않는가?
그녀가 자칫 자신의 조부를 남궁세가로 데리고 갔다가는 그 음모가 어떻게 변모해갈지 알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따라서, 그녀는 일단 장원을 나서서 은밀한 곳에 숨어 있으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친인척간의 정리로 보면 당연히 그녀가 조부를 구하는 것이 적절하게 여겨졌다.
허나, 이것이 과연 옳은 방법일까?
그녀는 청운장에 있을 때에는 감정에 사로잡혀서 올바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일단 밖으로 나오게 되자 그녀의 생각은 다소 냉철하게 변했다.
그리고 순간, 그녀는 자신의 조부를 무사하게 해주겠다는 백검운의 언약을 떠올렸고 거기에 용기를 입어서 다시 되돌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그녀는 만일 그가 자신의 조부를 무사하게 해준다면 자신은 어떠한 희생이라도 그에게 감수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백검운은 그녀가 무안하지 않게 말을 길게 끌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즉석에서 그녀의 청을 받아 주었던 것이다.
백검운이 받아들인 청이 단순히 혼인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인지는 오직 두 사람만이 알수가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때 제갈청청과 위지려하가 지레짐작하고 그녀를 자신들의 동료로 취급함에 따라서 남궁혜는 일약 백검운의 또 하나의 여자가 되고 말았다.
그러니, 그녀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제 자신의 조부의 일은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검운이 어찌 자신의 처의 조부를 상하게 하겠는가 말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