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협, ＜관서 승려 현소에게＞증별서 등산기, 세간의 출세간 동경, 산은 세간 모색, 승려 안식 득도표상/조동일그림 ＜일신유정(一身有情)＞＜심중비록(心中秘錄)＞

[연경]

金昌協, <贈西僧玄素序>(증서승현소서), <<農巖集>> 권21

김창협, <관서 승려 현소에게>

원문:

余少好游 嘗欲徧觀方內山川 而顧不能如其志

間嘗 東游楓嶽 放乎大瀛海 觀日月所出 撫永郞述郞之遺跡 西入天磨聖居 窺朴淵之壯 南登月出 以臨漲海 亦嘗家白雲山下 得窮春州谷雲之勝 其他 如摩尼首陽龍門諸山 亦皆一寓目

然此在方內山川 特十之一二耳 世所稱大山如智異太白漢挐者 皆未及見 然 余獨聞妙香在諸山最雄特奇秀 其佛宇最精麗 又最多高僧名釋 以此最願見 而地遠未能 往往歲 嘗西渡浿江 登百祥樓 以臨薩水 從樓上東北望香山 在百里外 可一宿至 會行事迫遽 不暇往 至今恨之

今者 遇西僧玄素於三角山中 爲余道香山之勝甚悉 余於是益聞所不聞 幾欲棄百事往 而不可得矣 玄素 容貌雅靜 言談有趣 嘗入是山 坐禪十年間者 出而周游 徧歷七寶楓嶽龍門寶蓋諸山 以至于此 今將復歸于山中 而不復出矣

余旣夙慕是山 早晩必當一往 舊聞 金仙佛影之間 常多入定僧 余將於是乎問素 其尙可以得見否 於其行 書以約之

읽기:

余少好游(여소호유)하여 嘗欲徧觀方內山川(상욕편관방내산천) 而顧不能如其志(이고불능여기지)하도다.

間嘗(간상)에 東游楓嶽(동유풍악)하여 放乎大瀛海(방호대영해)하고 觀日月所出(관일월소출)하고 撫永郞述郞之遺跡(무영랑술랑지유적)하도다. 西入天磨聖居(서입천마성거)하여 窺朴淵之壯(규박연지장)하도다. 南登月出(남등월출)하여 以臨漲海(이임창해)하도다. 亦嘗家白雲山下(역상가백운산하)하여 得窮春州谷雲之勝(득궁춘주곡운지승)했도다. 其他(기타) 如摩尼首陽龍門諸山(여마니수양용문제산)도 亦皆一寓目(역개일우목)하도다.

然(연)이나 此(차)는 在方內山川(재방내산천)의 特十之一二耳(특십지일이이)니라. 世所稱大山如智異太白漢挐者(세소칭대산여지리태백한라자)는 皆未及見(개미급견)이니라. 然(연)이나 余獨聞(여독문)하니, 妙香在諸山最雄特奇秀(묘향재제산최웅특기수)하고 其佛宇最精麗(기불우최정려)하고 又最多高僧名釋(우최다고승명석)하므로, 以此最願見(이차최원견)하나 而地遠未能(이지원미능)이도다. 往往歲(왕왕세)에 嘗西渡浿江(상서도패강)하고 登百祥樓(등백상루)하여 以臨薩水(이임살수)할새 從樓上東北望香山(종루상동북망향산)이 在百里外(재백리외)라 可一宿至(가일숙지)하나, 會行事迫遽(회행사박거)하여 不暇往(불가왕)함을 至今恨之(지금한지)하노라. 

今者(금자)에 遇西僧玄素於三角山中(우서승현소어삼각산중)하니 爲余道香山之勝甚悉(위여도향산지승심실)하니 余於是益聞所不聞(여어시익문소불문)하여 幾欲棄百事往(기욕기백사왕)이나 而不可得矣(이불가득의)라. 玄素(현소)는 容貌雅靜(용모아정)하고 言談有趣(언담유취)하며, 嘗入是山(상입시산)하여 坐禪十年間者(좌선십년간자)니라. 出而周游(출이주유)하여 徧歷七寶楓嶽龍門寶蓋諸山(편력칠보풍악용문보개제산)하고 以至于此(이지우차)하여 今將復歸于山中(금장복귀우산중)하고 而不復出矣(이불부출의)하니라.

余旣夙慕是山(여기숙모시산)하여 早晩必當一往(조만필당일왕)하리라. 舊聞(구문)하되 金仙佛影之間(금선불영지간)에 常多入定僧(상다입정승)이리라. 余將於是乎問素(여장어시호문소)하면 其尙可以得見否(기상가이득연부)이나, 於其行(어기행)에 書以約之(서이약지)하노라.

풀이:

“余少好游”(여소호유)는 “나는 어렸을 적에 유람을 좋아하다”이다. “嘗欲徧觀方內山川”(상욕편관방내산천)은 “일찍이 나라 안의 산천을 두루 보고 싶어 하다”이다. “而顧不能如其志”(이고불능여기지)는 “돌아보니 그 뜻대로 되지 않다”이다.

“間嘗”(간상)은 “근래”이다. “東游楓嶽”(동유풍악)은 “동쪽으로 풍악에 유람 가다”이다. “放乎大瀛海”(방호대영해)는 “큰 바다에 다다르다”이다. “觀日月所出”(관일월소출)은 “해와 달이 돋는 곳을 보다”이다. “撫永郞述郞之遺跡”(무영랑술랑지유적)은 “영랑과 술랑의 옛 자취를 더듬다”이다. “西入天磨聖居”(서입천마성거)는 “서쪽으로 천마산과 성거산에 들어가다”이다. “窺朴淵之壯”(규박연지장)은 “박연폭포의 장대함을 엿보다”이다. “南登月出”(남등월출)은 “남쪽으로 월출산에 오르다”이다. “以臨漲海”(이임창해)는 “남해를 내려다보다”이다. “亦嘗家白雲山下”(역상가백운산하)는 “또한 백운산 아래에서 살다”이다. “得窮春州谷雲之勝”(득궁춘주곡운지승)은 “춘천 골짜기의 좋은 경치를 궁구하다”이다. “其他”(기타)는“그 밖”이다. “如摩尼首陽龍門諸山”(여마니수양용문제산)은 “마니산, 수양산, 용문산 등과 같은 여러 산”이다. “亦皆一寓目”(역개일우목)은 “모두 한 번씩 눈여겨보다”이다.

“然”(연)은 “그러나”이다. “此”(차)는 “이것”이다. “在方內山川”(재방내산천)은 “국내에 있는 산천”이다. “特十之一二耳”(특십지일이이)은 “특출한 것 열의 한둘에 지나지 않는다”이다. “世所稱大山如智異太白漢挐者”(세소칭대산여지리태백한라자)는 “세상에서 크다고 일컫는 지리산, 태백산, 한라산 같은 것들”이다. “皆未及見”(개미급견)은 “아지 보지 못하다”이다. “然”(연) “余獨聞”(여독문)은 “내가 홀로 듣다”이다. “妙香在諸山最雄特奇秀”(묘향재제산최웅특기수)는 “묘향산은 여러 산 가운데 가장 웅대하고 특별하며, 기이하고 빼어나다”이다. “其佛宇最精麗”(기불우최정려)는 “그 곳의 절간이 가장 정갈하고 아름답다”이다. “又最多高僧名釋”(이최다고승명석)은 “또한 이름 높은 스님이 가장 많다”이다. “以此最願見”(이차최원견)은 “이 때문에 가장 보고 싶어 하다”이다. “而地遠未能”(이지원미능)은 “그러나 땅이 멀어 가능하지 않다”이다. “往往歲”(왕왕세)는 “이태 전”이다. “嘗西渡浿江”(상서도패강)은 “서쪽으로 패강을 건넌 적 있다”이다. “登百祥樓”(등백상루)는 “백상루에 오르다”이다. “以臨薩水”(이임살수)는 “살수를 내려다보다”이다. “從樓上東北望香山”(종루상동북망향산)은 “누각 동북쪽으로 묘향산이 바라다보이다”이다. “在百里外”(재백리외)는 “백리 밖에 있다”이다. “可一宿至”(가일숙지)는 “가히 하루 밤 자면 이를 수 있다”이다. “會行事迫遽”(회행사박거)는 “맡은 일이 바쁘다”이다. “不暇往”(불가왕)은 “갈 겨를이 없다”이다. “至今恨之”(지금한지)는 “이제까지 그 일을 한탄하다”이다.

“今者”(금자)는 “이제”이다. “遇西僧玄素於三角山中”(우서승현소어삼각산중)은 “관서 승려 현소를 삼각산에서 만나다”이다. “爲余道香山之勝甚悉”(위여도향산지승심실)은 “나를 위해 묘향산의 빼어남을 아주 소상하게 말하다”이다. “余於是益聞所不聞”(여어시익문소불문)은 “나는 듣지 못한 것을 더욱 많이 듣다”이다. “幾欲棄百事往”(기욕기백사왕)은 “백사를 그만두고 가고 싶다”이다. “而不可得矣”(이불가득의)는 “그러나 그대로 되지 않다”이다. 玄素(현소) “容貌雅靜”(용모아정)는 “현소는 생김새가 단아하고 조용하다”이다. “言談有趣”(언담유취)는 “말에 흥취가 있다”이다. “嘗入是山”(상입시산)은 “일찍이 그 산에 들어가다”이다. “坐禪十年間者”(좌선십년간자)는 “앉아 참선하기를 십여 년 한 사람”이다. “出而周游”(출이주유)는 “나와서 두루 유람하다”이다. “徧歷七寶楓嶽龍門寶蓋諸山”(편력칠보풍악용문보개제산)은 “칠보산, 풍악산, 용문산, 보개산 등 여러 산을 둘러보다”이다. “以至于此”(이지우차)는 “이에 이르다”이다. “今將復歸于山中”(금장복귀우산중)은 “이제 산중으로 돌아가려고 하다”이다. “而不復出矣”(이불부출의)는 “그러고는 다시 나오지 않다”이다.

“余旣夙慕是山”(여기숙모시산)은 “나는 전부터 이 산을 사모하다”이다. “早晩必當一往”(조만필당일왕)은 “조만간 한 번 반드시 가다”이다. “舊聞”(구문)은 “전에 듣다”이다. “金仙佛影之間”(금선불영지간)은 “금선대와 불영대 사이”이다. “常多入定僧”(상다입정승)은 “참선하는 승려가 언제나 많다”이다. “余將於是乎問素(”여장어시호문소)는 “나는 장차 거기서 현소를 탐문하다”이다. “其尙可以得見否”(기상가이득연부)는 “볼 수 있을 것인지 없을 것인지”이다. “於其行”(어기행)은 “그 사람이 가는 길에”이다. “書以約之”(서이약지)는 “글을 써주고 약속하다”이다.

번역:

나는 어렸을 적부터 유람을 좋아했다. 일찍이 나라 안의 산천을 두루 보고 싶어 했다. 되돌아보니 뜻대로 되지 않았구나. 

근래 동쪽으로 풍악에 유람 갔다. 큰 바다에 다다라 해와 달이 돋는 곳을 보고, 영랑(永郞)과 술랑(述郞)의 옛 자취를 더듬었다. 서쪽으로 천마산과 성거산에 들어가, 박연폭포의 장대함을 엿보았다. 남쪽으로 월출산에 오르고, 남해를 내려다보았다. 또한 백운산 아래에 살면서, 춘천 골짜기의 좋은 경치를 궁구했다. 그 밖의 마니산, 수양산, 용문산 등과 같은 여러 산도 모두 한 번씩 눈여겨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국내에 있는 산천 가운데 특출한 것 열의 한둘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에서 크다고 일컫는 지리산, 태백산, 한라산 같은 것들은 아직 보지 못했다. 내가 홀로 들으니, 묘향산은 여러 산 가운데 가장 웅대하고 특별하며, 기이하고 빼어나다고 한다. 그 곳의 절간이 가장 정갈하고 아름답고, 또한 이름 높은 스님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 때문에 가장 보고 싶어 하지만, 땅이 멀어 가능하지 않다. 이태 전에 서쪽으로 패강을 건넌 적 있었는데, 백상루에 올라 살수를 내려다보았다. 누각 동북쪽으로 묘향산이 바라다보였다. 백리 밖에 있어 가히 하루 밤 자면 이를 수 있었으나, 맡은 일이 바빠 갈 겨를이 없었다. 이제까지 그 일을 한탄한다.

이제 관서 승려 현소(玄素)를 삼각산에서 만나니, 나를 위해 묘향산의 빼어남을 아주 소상하게 말했다. 듣지 못한 것을 더욱 많이 들었다. 백사를 그만두고 가고 싶으나, 그대로 되지 않는다. 현소는 생김새가 단아하고 조용하며, 말에 흥취가 있다. 일찍이 그 산에 들어가, 앉아 참선하기를 십여 년 했다. 나와서 두루 유람하며, 칠보산, 풍악산, 용문산, 보개산 등 여러 산을 둘러보았다. 이에 이르러서는 산중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고는 다시 나오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전부터 이 산을 사모했다. 조만간 한 번 반드시 가려고 한다. 전에 들으니, 금선대와 불영대 사이에서 참선하는 승려가 언제나 많다고 한다. 장차 거기 가서 현소를 탐문하는데, 만나볼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그 사람이 가는 길에 글을 써주고 약속한다.

논의:

옛 사람들은 생활의 고비마다 쓰는 글이 정해져 있었다. 떠나가는 사람에게 주는 증별서(贈別序)라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지금은 구두로 몇 마디만 하는 말을 자초지종을 갖춘 글로 써주어 두고두고 읽어볼 수 있게 했다. 반드시 문집에 수록해 당사자가 아닌 우리도 읽고 생각할 것이 있게 한다.

고금이 다른 것은 무슨 이유인가? 교통이 불편한 시절에는 왕래를 쉽게 할 수 없어 이별이 중대사였으며, 어쩌다가 있는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삶에 대해 깊은 성찰하는 여유가 있어 전하고자 하는 사연이 단순하지 않았다. 다시 만날 기약이 없어도 친분을 확인하고 처지나 생각이 다른 것도 잊지 말자고 했다. 만나고 헤어지는 관계가 용건 처리가 아니고 생각의 교환이던 시절의 이런 증별서를 소중한 유산으로 여겨야 한다.

이 글은 간추려 쓴 전국 등산기이다. 글쓴이가 산을 좋아해 찾아가 유람한 산이 아주 많으며, 오늘날과는 비할 바 없이 교통이 불편하던 사정을 생각하면 놀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 도처에 명산이 있는 것이 이 나라의 자랑이고, 산이 좋아 산에 오르는 것이 이 나라 사람의 특성임을 확인하게 한다. 

글쓴이가 유람 실적을 자랑하고 만 것은 아니다. 세간(世間)의 속인이 출세간(出世間)의 승려에게 글을 써주면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바쁜 일을 맡고 살아가는 자기도 기회 있을 때마다 산천유람을 했다고 하면서 경력을 소개하고, 더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고 했다. 높고 우람해 이름이 크게 난 거봉들보다 경치가 빼어나고 수도하는 고승이 많은 묘향산을 더욱 동경해 반드시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가장 좋은 곳은 아직 가지 못해 생각한 바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세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서 출세간을 동경한다. 묘향산의 승려를 만나 이런 생각을 글로 써주고 뜻한 바를 실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출세간의 경지에서 노니는 승려를 인도자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승려를 얕잡아보던 시대의 위계질서를 뒤집어, 지체와 식견은 차이가 반대로 된다고 했다. 

출세간의 승려와 세간의 속인은 산을 좋아하는 것이 같으면서 다르다. 승려는 돌아볼 곳을 다 돌아보고 자기 산으로 들어가 탐구가 완결되는 것을 알려주었다. 속인은 머무를 곳을 찾지 못한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모색을 계속하기만 한다. 가고 싶은 곳을 다 가지 못해 안달하고, 승려의 안식에 동참하기를 열망한다. 산이 득도의 표상이지 못하고, 방황의 과정이기만 하다. 

이 글을 읽고 독자도 많은 생각을 한다.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멀고 아득한 곳을 돌아다니는 자유를 얻고 싶다. 책을 읽는 것이 좋은 공부가 아니며, 크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야 식견이 열린다. 산이 방황의 과정이기만 하지 않고 득도의 표상이기를 바란다. 산을 좋아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한다.

*<일신유정(一身有情)>

*<심중비록(心中秘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