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루 공화국의 개괄은 1편에서 잘 봤습니까?
1편을 보시고 오세요...롤리의 좌충우돌 해대스토리
<2편>
회사에서 배를 나우루에 보내는 VOYAGE CHARTER 계약을 해왔다. 나우루에 가서 인광석 10,000톤을 싣고 장항의 풍농비료에 운송해 주는 것이다. 운항담당이라서 우선 배를 넣기전에 나우루에 대해서 전반적인 조사를 하여야 한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PORT INFORMATION을 알아보려면 필히 "Guide to Port Entry" 책자를 보고 꼼꼼히 기록해 두어야 한다.
[아직도 이 책자는 법정구비책자로서 선박에 비치되어 있고, 선박회사에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우선 대략적인 하역속도가 얼마인지가 중요하고 청수보급, 벙커보급 등 기본적인 사항들을 체크하여 선장에게 Sailing Instruction을 보낼때 모든 정보를 함께 제공하여야 한다. 그 일이 나기전까지 우리는 나우루가 일반적인 항만을 가진 아주 평범한 항구로 생각하고 여수에 있는 배를 투입하기 위하여 수리작업에 박차를 가하였다.
나우루에 투입할 선박은 "MIDAS OCEAN" 마이더스 오션이다.
그리스 신화의 뭐든 만지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보물의 손을 가진 미다스신의 이름을 딴 우리배. 정말 이 배는 신기하다. 벙커링(선박의 연료유 보급)을 100톤 했다하면 며칠후 기름량이 120톤으로 불어나 있다.
<퀴즈1> 상기 기름량이 늘어나는 원인은??
책임선장으로 있던 권X 선장이 여수항에서 휴가를 받아 내리고 대타 선장으로 홍XX 선장이 오셨는데 서울대 출신이라고 그랬다. 당시 회사 회장님이 서울대 화공과 나와 현대그룹 선박본부장을 지내신 분인데 회의때 "야..체육과도 서울대로 쳐주나??" 그러셨다. ㅋㅋㅋ..하튼 홍선장은 한항차만 땜방하는거다. 우리배 마이다스오션은 보무도 당당하게 듣보나(듣도보도 못한 나우루)라는 곳으로 향하였다. 항차 계약 운임이 짭잘해서 회사에서도 기대가 컸다. 예상 CHARTERBASE가 5,000불에 달하니 HIREBASE 3,200불을 제하면..으..특별보너스 좀 받을 수 있겠다..
나우루 대리점과는 전화나 팩스가 되지 않아 텔렉스로 통신을 하여야 한다. 매일매일 본선의 위치 및 ETA NAURU 통보를 해주곤 하는데 그쪽에서는 3-4일에 한번 몇마디 답신뿐이다. 그리고 항비 보내라는 얘기만 있다. 10여일의 항해끝에 우리배는 나우루섬에 접근하였다. 그리고 나우루 대리점에 텔렉스, VHF 다 동원하여 호출을 하였지만 그저 대기하라는 말 뿐..도대체 뭘 어떡하라는지 알수가 없다. 또 섬나라라서 그런지 수심이 너무 깊어 어디 적당히 앵커 놀 자리도 없다고 본선은 DRIFTING 상태로 계속 있어야 한단다. 스웰과 강조류로 배가 한참 떠내려가면 다시 엔진을 써서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며 며칠을 흘려 보냈다. 매일 아침 선장은 망원경으로 나우루 항만을 쳐다보고 회사로 텔렉스 보고를 해주곤하였다. 대리점이 아무 소식을 안주니 그저 선장에 의존하여 아침회의때 운항보고를 하니..이거 참 체면이 말이 아니다. 영업부에서는 왜 빨리 접안을 안하느냐? 언제 선적작업을 하느냐? 성화가 보통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선장에게 받은 정보를 터트릴수 밖에 없었다.
"나우루에는 방파제가 없대요. 그냥 OPEN SEA에다 부두 비슷하게 만들어 LOADER를 설치하여 있고 배는 브이돌이로 고정하여 빨리 로더로 짐싣고 빠져야 한답니다. 만톤 선적하는데는 4~5시간이면 된대요"
[네번째 사진 화살표가 가르키는게 브이(BUOY)인데 거기에 배를 임시로 매달아 정박하는걸 브이돌이라고 한다]
"그건 알겠는데..왜 빨리 작업을 안하는거야?"
"지금 너울이 심해 배에 선적할때 로더를 치게되면 로더가 망가져 안된다는거죠. 로더가 고장나면 나우루 사람들 다 굶어 죽는다고 절대 잔잔한 날만 작업을 한답니다"
도대체 언제 바다가 잔잔해 지는지 아무도 알지를 못한다. 대리점도 아몰랑..
햐..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배에 나우루 가서 일주일째 떠있고 바로 눈앞에 선적지를 보고도 들어가지를 못한다. 기관실에서 DO 떨어져 간다고 난리란다. D/O는 디젤유(경유)인데 선박이 떠있으면 F/O 연료유 소모는 없지만 발전기는 계속 돌려야 하므로 발전기에 사용되는 연료 D/O는 꾸준히 소모된다. 예상치 못한 일정 지연으로 D/O량이 모자라게 되어 운항팀은 긴급히 D/O를 보급받을 수 있는 근처의 항구를 찾는다고 바쁘다. 사이판, 하와이, 그리고 파푸아뉴기니의 포트 모레스비 모두다 컨텍을 해 보았다. 사이판에서 주유소 경유를 탱크로리로 하여 배에 주유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정규 벙커링포트가 아니라서 가격이 일반에 비해 5배이상이다..그래도 어쩔수 없는 일..본선 기관장 연락에 의하면 10일째까지 접안을 못하면 DO 보급 받으러 사이판을 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우루측에는 우리가 10일째까지 선적을 못하면 기름 받으러 다른 나라로 갈거라고 연락을 하였다. 10일째 되는날 새벽..6시에 사무실에 나왔다. 영업부 차장들, 공무부 감독들도 일부 일찍 나왔다. 그날 텔렉스에 실시간 톡 기능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요금이 일반 텔렉스에 비해 수십배 한다고 하는데..나우루 대리점과 실시간 톡을 주고 받았다. 10일째 되는 아침에 배를 붙여서 작업을 할거라고 하여 너무 기뻤다. 그때 이후로 30분마다 톡을 연결하여 우리배 보이냐? 접안했냐? 물어보기를 몇차례..드디어 본선에서 브이에 접안했다는 텔렉스가 와서 모두 아침에 만세를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후일담이지만 그날도 조금 SWELL이 있는 날이었으나 우리배가 딴데 가버리면 나우루측도 수입이 끊기니 무리해서 접안작업을 한것으로 보이고..본선에 기름이 모자라서 안된다고 했을때 대리점이 해결해 주기로 한 것이었다. 아마 이렇게 되었을 것이다.
"아.아..주민 여러분..이장입니다.
지금 선적중인 선박이 기름이 모자르다고 하니 모두모두 집에 있는 기름들을 갖고 바닷가로 나오세요. 이배가 못나가면 수입이 안들어와 여러분도 뿜빠이 못 받습니다."
다행히 집집마다 개별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쓰는 상황이라 경유 드럼통이 몇개 나왔고, 뿜빠이 안나온다는 무서운 말에 집에 있는 식용유를 들고 나온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모든 기름을 일단 받아서 식용유는 조금만 섞어서 필요한 D/O 양을 마추고 남은 식용유는 보일러 연료로 돌려쓰면 된다.
<퀴즈2> 우리가 가짜휘발유라고 하는 것들은 보통 휘발유에 벤젠, 톨루엔 등을 섞어 휘발유로 팔아먹는데, 이를 사용하면 엔진의 폭발점이 달라져 수명을 단축시키고 심하면 엔진이 터지는 수도 있습니다. 기름별로 폭발점을 계수화하 것을 뭐라고 할까요?
우여곡절, 천신만고 끝에 마이더스 오션은 접안 6시간만에 10,000톤의 인광석을 싣고 징글징글한 나우루를 출항하였다.
이배는 구조적 결함 때문에 항상 마이너스 오션이라고 우리가 불러댔는데, 공무부는 항상 죽을 맛이었다. 한국에 올때마다 수리를 하고 높은 분들은 감독들을 다그치고...공무부 차장 김XX감독(목해31기)하고 나는 많이 싸웠다. 배가 항상 수리일정이 명확치 않아 화물부킹도 어렵고 운항계획 짜기도 어려우니
"도대체 언제 수리가 끝납니까? 3-4일전에는 알려줘야 할것 아닙니까? ㅆㅂ"
"이 ㅆㅌㅇ가..잘 났으면 니가 내려와서 감독해라..더러워 몬해 먹겠네"
이렇게 싸우다가도 출장 마치고 올라오면 술한잔 찐하게 하면서 미안해요..내 입장도 있으니 이해해 줘요..그리고 해기사 출신들 육상직원들은 남들 군대 얘기하듯이 항상 배탈때 추억담을 나누며 기분을 풀어가곤 하였다.
++
[저하고 닮은 모델 찾느라 혼났시오]
3항사 아들이 애기일땐 임마는 항상 엄마, 아빠 사이에서 잠을 잔다. 그래서 그 이후로 우리 부부는 손도 못잡아보고 지금껏 살아왔다. 어느날 새벽에 집전화가 심하게 울려댄다.. 애가 먼저 깨어 울더니 마느님이 나를 발로 밀어버려 침대 밑으로 떨어졌다. 전화가 온 모양이다..여보세요?...헉..사장님(한해대 26기)이 전화를 주셨다.
"김과장, 일본 해상보안청에서 우리 외교부로 전화가 와서 나한테 연락이 왔는데, 마이다스 오션이 현재 침수중이란다. 빨리 사무실로 나가봐야겠다. 딴 직원들도 좀 연락하고.."
새벽 3시를 좀 넘고 있었다. 부천에서 삼성동 사무실까지 새벽에 가려면 택시밖에 없는데..시외요금이라고 엄청 나오겠네..급하게 몇군데 전화를 넣어봤는데, 대다수가 안받는다. 영업부 조대리(외대 중국어과)가 받는다.."조대리, 나 지금 사무실 나가봐야 하니까 딴 직원들 연락 좀 해줘. 아..다 필요없구..영업부 이차장님, 공무부 전원, 영업부 차병X과장(청풍님 고교동기)만 나오라고 해..부탁해"
사장님이 이미 사무실에 와 계셨다. 청담동 사시니까 삼성동까지 금방 오셨네. 텔렉스를 찢어 주욱 훑어보니 배가 포트쪽으로 기울어 현재 힐링이 30도 정도 되고 조금씩 더 기울고 있다고 하며 선장 추측으로 1번창 포트쪽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레포트가 와 있었다. SSB를 호출하여 본선과 통화를 시도해 보았으나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속속 직원들이 들어온다. 공무부 이차장님, 영업부 이차장님, 공무 김xx감독, 영업 차병x과장..오자마자 회의실에 모여 텔렉스를읽어본 나의 얘기를 듣고 사장님의 지시를 듣는다.
"차과장, 일본 해상보안청 오키나와 지부 전화번호 받아놨으니 거기로 전화 좀 해보고"
"김과장은 본선하고 계속 전화 시도해 보고 동시에 텔렉스도 계속 넣어..10분 단위로 본선 상황 보고 하라고.."
"공무 김감독은 부산에 살비지 업체 혹시 모르니 파악해 두고.."
어..여직원 이회x씨가 새벽에 나왔다. 텔렉스 치는것 도와 주는데 너무 고마웠다. 우선 선급 NK에 팩스로 미리 상황 노티스를 하고 보험사 신동아화재에도 간단한 팩스 넣어둔다. 홍콩에 있는 피앤아이보험사 앤드류에도 영문 노티스를 작성해서 타이핑해서 팩스로 보낸다. (당시는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라 빈종이에 메세지를 갈겨주면 여직원이 타이프라이터로 쳐서 다시 스펠링 확인받고 팩스로 보낸다)
" DEAR MST
PLS RPT PSNT SITUATN EVRY 10 MIN. IF DANGER, PLS CALL JPN COAST GUARD & RESCUE BOAT. IF MORE 30 DEG, DECLARE ABANDON SHIP AND TRY BEST CREW'S SAFETY"
일본 해상보안청 구조함이 현재 본선 주위를 돌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안도를 하고 있었다. 배가 침수가 시작되면 어느정도까지는 서서히 가라앉지만 부력의 임계점을 넘으면 급하게 침몰하기 때문에 선장의 빠른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우리 선원들은 구조함으로 모두 안전하게 옮겨타고 마이다스 오션은 일본 오키나와 인근의 깊은 바다로 침몰하고 말았다.
<3편에서 종결예정>
첫댓글 헉 결국은 침몰ᆢ
슬픈 스토리입니다
어디에서도 들어 볼 수 없는 귀한 스토리 감사합니다.
마지막 침몰사고에서 심장이 두근두근 해졌습니다.
1번 문제는 알것같네요
정답 : 이름값 하느라고.
기관쪽은 어떡하든 답을 맞춰야 합니다.
부력과 짐의 무게와 관련이 있을듯 한데ᆢ ᆢ
이름값 ㅡ 정답 짱!
3편 얼른 올려주세요
숨 좀 쉬게 해 주세요.. 한편 쓸려면 며칠 걸려요.
ㅎㅎㅎ 다음이 넘 궁금해서...
아~~~긴 글 무지 잘 읽었습니다
근데 대체 퀴즈 답은 알수도 없구요
공부할라면 머리가 쥐나요 ㅠㅠ
그리고 모델이 비슷하다고요~~~???
누가 그래여~~~~??? 비슷하다고 ㅋㅋㅋ
나우루는 진짜 특이한 나라여요
자기 나라 어려우믄 안되니 그 오랜 시간
못들어오게하고 ㅎㅎ
기름이 안떨어져서 다행이고요
담부터 닮은 모델 찾지마요
기관과가 답을 모르면 유급입니당.
태클 사양
아 유급해야것네요 ㅎㅎ
졸업하기 싫어요 ㅋㅋ
머리 쥐납니다..ㅋ글 감사합니다..
쥐를 잡으세요.
침몰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조마조마
기름양이 어쩌면 더 늘어날수 있나요 완전신기~ 갈수록 퀴즈가 어려워집니다
아주 쉬워요.. 넌센스급
사회자 여기 정답~
온도 차이땜에 그렇습니다
온도가 낮은때는 밀도가 올라가고 높을때는 팽창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ㅎ
너무 많이 알아서 틀림
힝~미워
ㅎㅎㅎ 그럴줄 알았어요 ㅋㅋ
아~~~ 그렇군요
저 마보님 줄에 설게요~ㅋㅋ
아~
바다사나이로 사는게 힘들어요~ㅠ
모델은 똑 같아요
1번 물이 새서 들어옴
2번 옥탄가
게임 끝
저도 1번은 물 희석~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