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핫트랙스 매거진에 연재했던 <베스트 30> 시리즈 중 켈틱 & 아이리시 포크 앨범 편.
베스트 30을 통해 지난 두 달 동안 소개된 미국 모던포크, 브리티시 포크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마주치는 음악이 켈틱 음악이다. 켈트족의 문화에 기원하는 켈틱 음악은 대중음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민속음악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켈트족은 기원전 6세기 이래 북유럽 일대를 장악했다. 로마 제국의 압박 이후 뿔뿔이 흩어진 켈트족은 지금의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 북유럽을 비롯해 프랑스 브레따뉴,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고유의 문화를 끈질기게 이어나갔다.
현재 우리가 향유하는 켈틱 음악은 영국으로부터의 아일랜드 독립 이후 1920~30년대에 진행된 ‘게일 리바이벌’에서 복원된 음악에 기반하고 있다. 하프를 퉁기며 노래했을 중세의 이름 모를 음유시인부터 18세기 아일랜드를 여행하며 200여곡의 노래를 작곡한 털로 오캐롤란, 19세기에 민요 수집 작업을 통해 켈틱 민요를 고증한 조지 페트리, 1950년대 이후 지그, 릴과 같은 전통 춤곡의 부활에 앞장선 숀 오리아다 등 선구자들에 의해 우리에게 전해진 켈틱 음악. 온갖 문화적 침탈 속에서 살아남은 켈틱 음악은 월드뮤직으로 자리 잡음과 동시에 대중음악의 자양분 역할을 해오고 있다.
켈틱 음악은 모태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진화중이다. 이번 베스트 30에서는 1960년대 이후로 켈틱 음악의 복합적인 변화 양상을 담은 앨범을 30장 선정했다. 선술집에서 피들, 파이프, 틴 휘슬로 연주된 흥겨운 춤곡부터 아이리시 모던포크, 켈틱 록, 뉴에이지 등 다양한 켈틱 음악을 담았다. (앨범 순서는 장르와 데뷔시기를 기준으로 나열했다.)
01. The Chieftains 「The Wide World Over: A 40 Year Celebration」 (2002)
켈틱 음악의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나라는 아일랜드다. 치프턴스는 50년 가까이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켈틱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아이리시 포크의 수호자, 전도사 역할을 해온 이들은 허비 행콕의 최근작 「The Imagine Project」에도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민요연구가 숀 오리아다가 켈트족 민속음악 고증을 위해 결성한 ‘케올토이리 쿠알란(Ceoltóirí Chualann)’ 출신의 파이프 연주자 페디 몰로니는 하피스트 데릭 벨, 피들 연주자 션 키언 등과 함께 1962년 치프턴스를 결성했다. 이들은 영국에 대한 아일랜드 독립 과정의 일환이었던 ‘게일 리바이벌’에서 부활한 전통 켈틱 음악을 충실히 계승했다. 치프턴스의 음악은 지그, 릴 등 기악 위주의 흥겨운 춤곡이 주를 이룬다. 40주년 기념 모음집인 본작에는 이들 특유의 트레디셔널한 켈틱 음악과 함께 롤링스톤즈, 사이먼 앤 가펑클, 벤 모리슨, 스팅, 시네이드 오코너 등이 협연한 켈틱 퓨전이 골고루 담겼다.
02. Clancy Brothers & The Dubliners 「Irish Drinking Songs」 (1993)
아이리시 포크를 미국에 전파한 클랜시 브라더스와 켈틱 음악의 전통을 지켜온 더블리너스가 협연한 앨범이다. 클랜시 브라더스는 1951년에 일찌감치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 진출해 밥 딜런을 비롯한 미국 포크가수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치프턴스처럼 전통을 고수하기보다는 모던포크를 수용함으로써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하는 등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다. 더블리너스는 치프턴스와 함께 켈틱 음악 뿌리 캐기에 천착한 아일랜드의 국보급 밴드다. 이들은 아일랜드 민요, 이완 맥콜의 곡을 주로 노래했다. 「Irish Drinking Songs」는 제목처럼 시끌벅적한 노래들로 가득하다. <Whiskey In The Jar>, <Beer, Beer, Beer>, <Drink It Up Men>을 듣노라면 마치 아일랜드 선술집에서 춤을 추며 밤새 맥주를 퍼붓는 경쾌한 상상을 하게 된다. 온갖 문화적 침탈 속에서 끈질기게 지켜온 켈틱 문화 특유의 시끌벅적함, 수난의 역사 속에서 민중을 달래준 바로 그 흥겨움이 담겼다.
03. Clannad 「Clannad 2」 (1975)
뉴에이지라는 음악은 귀로는 구분이 어렵지 않지만, 막상 말로 정의 내리기에 상당히 애매하다. 이 모호한 장르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음악이 바로 켈틱 음악이다. 클래너드는 켈틱 음악과 뉴에이지, 팝의 접점을 잘 보여주는 밴드다. 이들은 치프턴스, 더블리너스의 왁자지껄함보다는 맑은 음색과 서정적인 아름다움, 켈틱 특유의 신비로운 멜로디를 선보였다. 클래너드는 아일랜드 브레넌 가(家)의 친척들로 이루어졌다. 자매지간인 모야와 엔야가 바로 클래너드 출신이다. 초기작인 이 앨범에서는 뉴에이지 특유의 작위적인 자연성이 아닌 목가적인 정서가 물씬 배어나온다. <An Gabhar Bán (The White Goat)>, <Eleanor Plunkett>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모야의 청아한 목소리는 동시대 브리티시 포크 씬의 펜탱글, 포더링게이 등과도 닮아있다. 이후 세계의 팝으로 뻗어가는 켈틱+팝의 초창기 모습이 담겼다.
04. Planxty 「Planxty」 (1973)
1920년대에 진행된 게일 리바이벌 이후 아일랜드에는 전통 켈틱 음악을 보존하는 움직임과 미국의 모던포크, 록을 흡수하는 움직임이 진행됐다. 플랭스티는 모던포크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켈틱 밴드다. 켈틱 음악과 모던포크의 융합은 동시대 브리티시 포크 씬에서도 진행된 바 있다. 이들에 비해 플랭스티는 아이리시 포크의 전통을 중요시했다. 72년 결성된 플랭스티는 크리스티 무어, 도널 루니, 스위니스 맨 출신의 앤디 어빈 등 아이리시 모던포크 씬 젊은 주역들의 집합체였다. 무어의 「Prosperous」 녹음 중 의기투합한 이들은 도노반의 오프닝 밴드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본작에는 자작곡과 <Arthur McBride>, <The Blacksmith> 등 아일랜드 민요가 모던포크로 연주되고 있다. 통기타와 어우러지는 일리언 파이프, 보란, 부주키 연주는 미국 모던포크, 브리티시 포크보다 에스닉한 느낌을 전한다.
05. Christy Moore 「Ride On」 (1984)
크리스티 무어는 아이리시 모던포크의 거인이다. 그는 솔로활동을 통해 프로테스트 포크를 추구한 한편, 플랭스티, 무빙 하츠에서 켈틱 음악과 미국 대중음악의 퓨전을 시도했다. 이러한 선구적 활동은 U2, 시네이드 오코너 등 후배 뮤지션의 음악적 노선에 큰 영감을 줬다. 무어의 대표작 「Ride On」에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과 옹골찬 사회의식이 잘 나타난다. 스페인 내란에서 자행된 파시즘의 횡포를 비판한 <Viva la Quinta Brigada>,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 이후 핍박으로 점철된 미국 이민사를 다룬 <City Of Chicago>, 엘살바도르 내전에서 우익 쿠테타 이후 좌익에 대한 정부의 탄압을 이야기한 <El Salvador> 등 수록곡은 부당했던 역사를 노래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외침(外侵), 수난의 역사를 가진 아일랜드의 프로테스트 포크는 미국 프로테스트 포크에서 나타나는 ‘가해자의 반성’이 아닌 ‘피해자의 항변’이 담겼기에 보다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
06. The Bothy Band 「The Bothy Band」 (1975)
켈틱 음악이라고 하면 흔히 신비롭고 서정적인 뉴에이지 풍의 멜로디를 떠올리곤 하지만 사실 전통 켈틱 음악은 춤곡의 비중이 더 높다. 켈틱 음악의 춤곡으로는 3박 형태의 ‘지그’, 4박 형태의 ‘릴’ 등이 있다. 이 특유의 리듬은 재즈의 스윙, 블루스의 셔플 리듬과 같이 켈틱 음악과 켈틱 음악에서 파생된 아이리시 모던포크에 여타 장르와 구별되는 고유의 차별성, 정통성을 부여한다. 보씨 밴드는 미칼 오두날과 플랭스티 출신의 도널 루니, 플루트 연주자 맷 몰로이 등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아이리시 모던포크의 중추들인 이들은 보씨 밴드를 통해 켈틱 음악 전통으로 회귀를 꾀했다. 이들의 음악은 치프턴스처럼 지그, 릴 등의 전통 춤곡이 주를 이룬다. <Do You Love An Apple>, <Pretty Peg>와 같은 곡들은 언뜻 브리티시 포크를 떠올리게 하지만 켈틱 음악 특유의 리듬, 악기 편성에서 전통의 색이 배어난다.
07. De Dannan 「Anthem」 (1985)
아일랜드 켈틱 음악을 대표하는 목소리 돌로레스 키언과 메리 블랙이 동시에 참가한 대넌의 대표작이다. 아일랜드 켈틱 음악 씬을 살펴보면 유난히 ‘헤쳐모여’식의 밴드 구성이 많았던 것을 알 수 있다. 일정 지역 내에서의 뮤지션 간 교류는 여러 음악 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들은 밴드 멤버 간 얽히고설킴이 특히 두드러졌다. 75년 데뷔한 대넌은 아일랜드 켈틱 음악 씬의 여러 밴드를 오가며 활동한 돌로레스 키언, 메리 블랙 등 걸출한 여성보컬을 배출했다. 이 앨범에는 <Anthem For Ireland>라는 제목으로 실린 ‘대니 보이’를 비롯해 <Johnny I Hardly Knew Ye> 등 우리에게 친숙한 아일랜드 민요가 주로 수록됐다. 대넌은 비틀즈, 퀸 등의 팝 레퍼토리를 켈틱 스타일로 편곡하곤 했는데 여기서는 <Let It Be>를 커버하고 있다. 민요와 팝, 전통 춤곡이 골고루 섞여있어 켈틱 음악 입문용으로 적절한 앨범이다.
08. Dr. Strangely Strange 「Keep Of Serenes」 (1969)
닥터 스트레인질리 스트레인지는 스위니스 맨, 스틸리 스팬과 함께 아이리시 모던포크와 브리티시 포크의 경계선상에 위치한 밴드다. 두 개의 씬은 정치적인 지역감정과 상관없이 지리적 인접성 덕에 서로 교류하며 발전해왔다. 사실 켈틱 음악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나 페어포트 컨벤션 류의 브리티시 포크는 일종의 켈틱 퓨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인 닥터 스트레인질리 스트레인지는 닉 드레이크 등 수많은 브리티시 포크 명반을 제작한 프로듀서 조 보이드와 함께 데뷔작 「Keep Of Serenes」을 작업했다. 이 앨범에는 아이리시 모던포크 특유의 애수감과 사이키델릭이 공
존한다. 특히 <Donnybrook Fair>, <Roy Rogers>에서는 켈틱 음악의 전통이 드러난다. 이들은 이후 게리 무어 등과 작업하며 본격적으로 록을 수용했다.
09. Horslips 「The Táin」 (1973)
켈틱 록의 원조로 꼽히는 호슬립스의 대표작. 호슬립스는 켈틱 음악과 록의 본격적인 퓨전을 시도했다. 이들은 아이리시 튠을 활용한 멜로디와 지그, 릴의 전통리듬을 강한 록의 질감으로 표현했다. 일렉트릭 악기와 피들, 일리언 파이프, 보란, 콘서티나 등 전통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호슬립스의 연주는 영미 록을 그대로 차용한 여타 아일랜드 록 밴드들과 궤를 달리 했다. 아일랜드 고전 문학을 소재로 한 컨셉트 앨범 「The Táin」은 이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여러 앨범 중 켈틱 요소가 특히 강하다. 구슬픈 아일랜드 민요풍의 <Cu Chulainn’s Lament>, 켈틱 축제에 온 듯한 <Silver Spear>의 전통성과 <Gae Bolga>의 실험성, <Faster Than Hound>의 나른한 감성이 한데 뒤엉켜 복합적인 감흥을 전한다. 호슬립스는 실험적 요소 때문에 프로그레시브 록 계열로 간주되기도 한다. 실제로 본작은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 명반들과 나란히 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출중한 구성을 지닌다.
10. Pererin 「Haul Ar Yr Eira」 (1980)
웨일즈 앵글시 출신의 켈틱 포크 밴드 페레린의 데뷔작.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의 켈틱 문화는 지리적 인접성과 더불어 앵글로 색슨족의 문화적 침탈 아래 형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웨일즈의 경우 다른 켈틱 문화권에 비해 자국 언어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 위의 태양’을 뜻하는「Haul Ar Yr Eira」은 앨범 전체가 웨일즈어로 되어있다. 켈틱 음악과 일렉트릭 포크가 혼합된 본작에는 3곡의 웨일즈 민요와 자작곡이 수록됐다. 웨일즈 어린이들이 술래잡기 할 때 부르는 전래동요 <Can Y Melinydd>, 잉글랜드에 대한 웨일즈의 독립을 염원하는 민요 <Pan Ddawy Brenin Yn Ol> 등이 일렉트릭 포크의 질감으로 해석됐다. 드라마틱한 구성을 지닌 <Dechrau Y Gan Pererin>, <Gloyn Byw>에서는 토속성과 서정성이 교차하며 투명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11. Moya Brennan 「Perfect Time」 (1998)
아일랜드 켈틱 음악의 퍼스트 레이디, 클래너드의 메인 보컬이자 엔야보다 9살 많은 친언니 모야 브레넌의 솔로작이다. 그녀는 40년 가까이 클래너드의 프론트우먼 자리를 지켜오며 켈틱 여성 보컬리스트들에게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모야는 솔로활동에서 종교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주로 발표했다. 로마가톨릭인 그녀의 솔로 4집 「Perfect Time」은 그래미의 베스트 뉴에이지 앨범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교회와 뉴에이지 음악의 묘한 대립각을 생각해보면 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이다. 신과 개인의 관계 등 종교적인 주제를 노래한 이 앨범의 사운드는 뉴에이지 성향이 강하다. 전통악기를 통해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추구한 초창기 클래너드보다는 오히려 엔야 스타일에 가까운 사운드가 담겼다. 클래너드에서의 소박함과는 사뭇 다른 모야의 신비로운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12. Enya 「Shepherd Moons」 (1991)
켈틱 뉴에이지의 여왕 엔야가 세계적으로 누리는 인기는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그녀의 앨범 판매량은 싱글, OST를 제외한 순수 정규작만 7,000만 장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 기록은 아일랜드 뮤지션으로서 U2 다음 가는 성적이다) 그녀가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올린 이유는 미국, 영국시장 외에 북유럽, 캐나다, 스페인, 프랑스 등 켈틱 문화권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엔야의 약진은 켈틱 음악이 세계적인 시장을 가진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클래너드 출신인 그녀는 솔로 독립 이후 OST 시장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대표작인 「Shepherd Moons」를 비롯한 엔야의 음악에는 켈틱 음악의 자연친화적인 멜로디와 현대적인 음향기술이 공존한다. 과잉된 리버브와 오버더빙은 전통 켈틱 음악의 목가적인 정서와 거리가 멀지만, 대중은 이 인공적인 켈틱 음악에 열광했다. 엔야와 프로듀서 닉 라이언이 만들어낸 사운드는 현재까지도 켈틱 성향의 팝페라, 뉴에이지 씬에서 벤치마킹되고 있다.
13. Dolores Keane & Rita Eriksen 「Tideland」 (1996)
치프턴스, 플랭스티, 대넌 등 대표적인 아일랜드 켈틱 밴드를 두루 거친 돌로레스 키언과 켈틱 문화권인 노르웨이 출신 여가수 리타 에릭슨이 함께한 앨범이다. 아일랜드의 음악가 집안인 키언 가(家)에서 태어난 돌로레스는 뮤지션이었던 고모 리타 키언의 손에서 자랐다. 75년 대넌의 보컬로 데뷔한 그녀는 이후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앨범에 참여하는 한편 솔로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돌로레스의 목소리는 모야 브레넌, 메리 블랙과 달리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다. 청아하거나 여린 음색이 아닌, 고목과 같은 품격이 느껴진다. 앨범에서 이들은 노르웨이와 아일랜드의 민요를 번갈아가며 부른다. 돌로레스의 푸근한 목소리와 리타의 여성적인 음색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켈틱 음악의 전통을 제대로 짚어낸 출중한 세션이 앨범의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14. Mary Black 「No Frontiers」 (1989)
월드뮤직의 범주에 속하는 음악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지만, 아일랜드 켈틱 음악 씬에는 가족이 밴드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브레넌 가의 클래너드, 키언 가의 키언스 케일리 밴드, 블랙 가의 블랙 패밀리 등이 그렇다. 프랜시스 블랙을 비롯해 마틴, 마이클 등 남매로 구성된 블랙 패밀리로 데뷔한 메리 블랙은 돌로레스 키언의 뒤를 이어 대넌의 보컬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그녀는 「No Frontiers」가 미국, 유럽에서 성공을 거두며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발돋움했다. 이 앨범은 미국시장 진출작답게 팝 성향이 강한 켈틱 컨템퍼러리로 채워져 있다. 도널 루니, 디클랜 사이놋 등 켈틱 장인들이 빚어낸 사운드는 켈틱+팝의 모범답안이라 할 만큼 탁월하다. 메리의 음색은 다분히 여성적이고 섬세하다. 청명한 목소리로 부르는 <No Frontiers>, <Columbus>가 청자를 따듯하게 감싼다.
15. Loreena McKennitt 「A Mediterranean Odyssey」 (2009)
19세기 중반 ‘감자 대기근’으로 인해 아일랜드 이주민이 대거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면서 미국, 캐나다에는 자연스레 켈틱 문화가 녹아들었다. 멀티 연주자이자 켈틱 소프라노 보컬리스트인 로리나 맥키닛은 아일랜드계 캐나다인이다. 벤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식 무대에 서기도 한 그녀는 캐나다를 비롯해 세계 여러 켈틱 문화권 국가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로리나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켈틱 뉴에이지는 언뜻 엔야와 비슷하게 들리지만, 어쿠스틱 사운드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일례로 엔야의 경우 라이브에서 원곡의 재현이 어렵기 때문에 립싱크로 공연이 진행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로리나는 라이브와 스튜디오 앨범의 사운드가 별반 차이가 없다. 로리나의 대표작으로는 「The Book Of Secrets」가 꼽히는데, 소름 돋는 라이브를 체험하는 차원에서라도 이 실황앨범을 권한다.
16. Joanie Madden 「Song Of The Irish Whistle」 (1996)
켈틱 음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악기는 피들(바이올린)과 파이프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접근의 용이성 때문인지 아이리시 틴 휘슬이 더욱 친숙하다. (물론 셀린 디온이 부른 ‘타이타닉’ 주제가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네 정서에 부합하는 켈틱 음악 특유의 서정성을 더욱 부각하는 악기가 바로 틴 휘슬이다. 아일랜드 이주민 2세인 조니 매든은 미국 최고의 틴 휘슬 연주자로 꼽힌다.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아일랜드 틴 휘슬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그녀는 페디 몰로니, 믹 몰로니 등 켈틱 거장의 극찬을 한 몸에 받는 한편, 미국에서 아이리시-아메리칸 뮤지션 명예의 전당에 최연소의 나이로 선정되기도 했다. 「Song Of The Irish Whistle」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틴 휘슬의 다양한 매력이 담겼다. 소박한 정서부터 대자연을 머금은 듯한 광활함까지 표현하는 조니의 연주는 듣는 이의 ‘여행 본능’을 자극한다.
17. Carlos Nunez 「Cinema Do Mar」 (2005)
‘파이프의 지미 헨드릭스’라 불리는 카를로스 누네즈가 클래식, 영화음악을 커버한 앨범이다. 카를로스 누네즈는 ‘켈틱 스페인’이라 일컬어지는 스페인의 갈리시아 출신이다. 십대 때부터 탁월한 연주로 주목받은 카를로스는 치프턴스의 앨범 및 투어에 참여하며 전통 켈틱 음악을 섭렵했다. 이후 그는 솔로 데뷔작 「Brotherhood Of Stars」에서 초절기교를 바탕으로 켈틱 음악과 플라멩코, 재즈, 팝의 퓨전을 시도했다. 백파이프는 전통악기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카를로스의 손에서 연주되는 백파이프는 일렉트릭 기타만큼이나 뜨겁고 유연하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그는 원곡의 멜로디를 헤치지 않은 채 단정한 연주를 들려준다. 화려한 기교를 자제한 연주는 오히려 파이프 고유의 음색을 제대로 음미하게 해준다. 켈틱 스타일로 편곡된 라벨의 볼레로, ‘대부’의 테마 등이 담겼다.
18. Luar Na Lubre 「Lo mejor de Luar Na Lubre」 (2005)
켈틱 문화는 아일랜드 뿐 아니라 북유럽 전반에 걸쳐 있다. 북유럽을 벗어나 켈틱의 전통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으로는 프랑스의 브레따뉴 지역과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역이 꼽힌다. 이 지역들의 민속음악이 곧 켈틱 음악인 셈이다. 루아 나 루브레는 갈리시아를 대표하는 켈틱 밴드다. 켈틱 문화권인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역은 자치정부의 노력으로 인해 켈틱의 전통이 보존되고 있다. 루아 나 루브레는 켈틱 퓨전의 실력자 마이크 올드필드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세계 투어를 돌며 이름을 알렸다. 이들의 음악은 갈리시아어로 노래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아일랜드의 켈틱 컨템퍼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플라멩코의 기원지이기 때문인지 강렬한 리듬, 정열이 담긴 뜨거운 연주가 두드러진다. 켈틱 음악과 팝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로사 세드론의 목소리는 아이리시 디바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기품을 지녔다.
19. Mike Oldfield 「Ommadawn」 (1975)
마이크 올드필드의 음악은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곤란하다. 평단에서는 그를 최초의 뉴에이지, 프로그레시브 록, 신스팝 등 여러 가지로 이야기하는데, 이는 서술자의 취향을 반영한 평가일 뿐 별 의미 없는 구분이다. 올드필드의 작업에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바로 켈틱 음악이다. 그의 음악 저변에는 켈틱의 정서가 살아 숨 쉰다. 켈틱 음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그는 패디 몰로니, 로리나 맥키닛, 루아 나 루브레 등 여러 켈틱 뮤지션들과 작업해왔다. 일리언 파이프의 거장 패디 몰로니, 멜로 캔들 출신의 클로다 시몬즈가 참여한 「Ommadawn」에서는 충격적 데뷔작 「Tubular Bells」에서부터 선보인 실험성, 대곡 지향성
과 함께 켈틱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35년 전에 나온 본작은 켈틱 음악이 현대음악의 자양분으로 쓰이는 방식을 창의적으로 보여줬다. 2010년 리이슈된 앨범에서는 켈틱 소품들이 추가됐다.
20. Hector Zazou 「Lights In The Dark」 (1998)
헥토르 자주는 예술적 모험을 즐기는 음악가였다. 프랑스 엠비언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가한 그는 장르를 횡단하는 음악적 소스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듯 이미지를 담은 음악을 창조했다. 아방가르드 성향이 다분한 결과물은 동갑내기인 브라이언 이노와 닮아있지만, 헥토르는 비교적 아날로그 음원을 선호했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스페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평소 작품에서 켈틱 음악 특유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자주 차용했다. 「Light In The Dark」에서는 켈틱 음악에 대한 관심이 보다 직접적으로 발현됐다. 케이티 맥마흔, 카를로스 누네즈 등 켈틱 뮤지션들을 대동해 만들어낸 사운드는 약간 난해하면서도 신비로운 정서를 물씬 풍긴다. (본작은 그의 앨범 중 그나마 감상이 용이한 편에 속한다) 헥토르의 작업에 단골로 출현한 류이치 사카모토, 피터 가브리엘이 함께했다.
21. Gwendal 「Lo Mejor De Gwendal」 (1994)
아일랜드, 스페인 다음으로 전통 켈틱 음악이 잘 보존된 곳이 프랑스다. 「Lo Mejor De Gwendal」은 프랑스 출신 켈틱 밴드 그웬달의 베스트앨범이다. 74년 데뷔한 이들은 치프턴스 스타일 음악을 추구했다. 이들의 정통성은 아일랜드 고참 밴드들의 앨범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프랑스 출신이기 때문이었는지 그웬달은 한 때 국내에 유럽 아트록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모음집인 본작은 디스코그래피 순서대로 트랙이 나열돼 이들의 변천과정을 엿볼 수 있다. 앨범 초반까지는 지그, 릴의 전통 리듬이 흐르다가 재즈의 스윙, 즉흥연주가 가미된 <Joe Can't Reel>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후 록 질감의 <Cameleon>, 레게리듬을 타는 흐르는 <Le Reggae Gaie De Gueret>, 타이트한 힙합 비트의 <Celtic Break>가 차례로 이어진다. 전통 켈틱 음악이 켈틱 퓨전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이 한 장에 담겼다.
22. Altan 「Another Sky」 (2000)
아일랜드에는 켈틱 음악의 전통을 잇는 젊은 밴드들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이는 국악과 가요가 분리된 우리나라와 달리 민속음악이 대중음악으로 이어진 아일랜드의 문화적 특성 덕분이다. 실제로 치프턴스는 아일랜드에서 대중음악인임과 동시에 문화재와 같은 존재다. 알탄은 치프턴스, 더블리너스의 스타일을 이어가는 밴드다. 83년 보컬리스트 마레드 니 위니와 틴 휘슬 연주자 프랭키 케네디 듀오 체제로 데뷔한 이들은 87년부터 밴드로 활동했다. 이들의 초기작에서는 유명해지기 전의 엔야가 건반을 연주하기도 했다. 「Another Sky」는 켈틱 음악과 팝이 적절히 섞여있다. 대선배 클래너드처럼 편안한 멜로디가 귀에 쏙 들어온다. 특히 마레드 니 위니의 깨끗한 음색이 인상적이다. 켈틱 음악 씬의 마당발 도널 루니가 건반으로 참여했으며, 특별 게스트 보니 레이트가 슬라이드 기타를 연주해 팝적인 느낌을 더했다. 폴 매카트니가 앨범 커버를 촬영했다.
23. Kíla 「Mind The Gap」 (1995)
아일랜드의 켈틱 음악은 아직도 진화중이다. 그저 전통을 답습하거나 다른 장르를 무책임하게 가져와 섞는 것이 아닌,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켈틱 아티스트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킬라가 그러하다. 킬라의 음악은 ‘켈틱 음악은 옛날 음악’이라는 선입견을 무참히 밟아버린다. 이들은 양면성을 지녔다. 정통적인 맛, 스피리추얼한 색체로 주술적인 감흥을 전하는가 하면, 지극히 현대적인 록, 엠비언트 사운드로 뒤통수를 때리기도 한다. 87년 결성된 이들은 수많은 멤버 교체를 겪었다. 글렌 한사드의 프레임스, 스웰 시즌에서 피들을 연주한 콜름 맥 콘 로메이어가 킬라의 초기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앨범들이 고루 탁월한 완성도를 지녔기에 대표작을 꼽기 곤란한데, 초기작 「Mind The Gap」이 이들의 진보적이고 복합적인 스타일을 잘 대변하고 있다. 킬라는 세계 각종 페스티벌에 골고루 출현해왔다. 국내 페스티벌에서도 언젠가 이들의 다이내믹한 라이브를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24. Capercaillie 「Delirium」 (1991)
캐퍼케일리는 아일랜드와 유사한 문화적 저변을 가진 스코틀랜드 출신의 켈틱 밴드다. 캐퍼케일리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잉글랜드 출신 뮤지션들이 한데 섞여있다. 아일랜드 켈틱 음악의 거장 도널 루니의 동생 마누스 루니가 캐퍼케일리에서 기타, 부주키 등을 맡고 있다. 이들은 동시대의 팝음악을 수용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실제로 캐퍼케일리는 1992년에 켈트족의 고유 언어인 게일어로 노래한 뮤지션 중 최초로 UK 차트 탑 40에 오르기도 했다. 「Delirium」에는 켈틱 음악과 8, 90년대 컨템퍼러리가 공존한다. 언뜻 들으면 피들, 틴 휘슬 연주가 가미된 팝송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Coisich A Ruin> 등의 스코틀랜드 전통 민요를 대중적인 컨템퍼러리 스타일로 재현했다.
25. Solas 「The Words That Remain」 (1998)
켈틱 음악은 미국의 블루그래스, 컨트리 음악의 형성에 자양분을 제공했다. 달리 말하면 켈틱 음악과 흑인의 블루스가 미국 대중음악 근간의 두 축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차별과 탄압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아일랜드인, 흑인들의 음악이 미국 팝의 기저를 이룬다는 사실이 새삼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1994년 결성된 솔라스는 미국의 아이리시-아메리칸으로 구성된 켈틱 밴드다. 이들은 멜로디, 리듬운용에서 켈틱 음악의 전통을 따르지만 악기편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부주키, 하프, 일리언 파이프, 틴 휘슬 등이 제외되고 피들, 콘서티나, 어쿠스틱 기타가 사운드를 리드하기에 정통의 맛은 덜하다. 하지만 음악은 결코 가볍지 않고 수려한 멜로디를 지닌다. 「The Words That Remain」은 자작곡으로 채워져 있다. 켈틱 요소를 차용해 나름의 음악을 만들어 가는 방식은 국내 밴드 ‘두번째 달’과 비슷하다.
26. Young Dubliners 「With All Due Respect, The Irish Sessions」 (2007)
켈틱 음악은 세계의 음악이다. 월드뮤직의 범주에 속하는 음악 중에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랑받는 것이 바로 켈틱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켈틱 음악을 직접 시도하지 않는 뮤지션도 켈틱 음악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곤 한다. 영 더블리너스는 미국 출신의 ‘켈틱 로큰롤’ 밴드다. 이들은 켈틱 음악의 전통 리듬과 악기를 차용해 흥겨운 로큰롤을 들려준다. 록 밴드 편성에 정규멤버 채스 왈츠가 피들, 만돌린 연주를 구사해 켈틱 색을 입힌다. 타이타닉 주제가로 유명한 틴 휘슬 연주자 에릭 리글러가 투어, 레코딩에 단골로 출현하기도 한다. 켈틱 밴드들이 으레 그렇듯, 영 더블리너스는 라이브에서 굉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월드뮤직 성향과 켈틱 음악 특유의 즉흥연주 덕분에 이들은 종종 데이브 메튜스 밴드와 비교되기도 한다. 이 앨범에서는 아일랜드 민요와 대선배 더블리너스의 곡을 록으로 커버했다.
27. Mägo de Oz 「Gaia」 (2003)
‘오즈의 마법사’라는 뜻의 마고 데 오즈는 스페인의 포크 메틀 밴드다. 켈틱 록의 원조 호슬립스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포크음악인 켈틱 음악을 헤비메틀에 접목해 실로 유니크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언뜻 추측하기에 피들, 틴 휘슬, 콘서티나의 토속적인 음색이 작열하는 투 베이스 연타와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겠지만, 마고 데 오즈의 음악을 들어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Gaia Ⅱ」, 「Gaia Ⅲ」로 이러지는 록 오페라 3부작 중 첫 작품인 「Gaia」는 이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켈틱 악기의 에스닉한 정서는 이 앨범의 장중한 구성에 힘을 실어준다. 서막을 알리는 <Obertura MDXX>를 지나 이어지는 <Gaia>, <Alma> 등 수록곡은 켈틱 음악 특유의 애수 띤 멜로디 시작해 샤우팅과 함께 ‘랩소디’ 스타일의 순도 높은 멜로딕 메틀로 돌변하는 독특한 구성을 지닌다.
28. Great Big Sea 「Road Rage」 (2000)
캐나다 출신의 그레이트 빅 시는 아일랜드의 전설적인 밴드 플랭스티 스타일의 아이리시 모던포크를 잇는 켈틱 록 밴드다. 그레이트 빅 시는 1993년에 나온 데뷔작 「Great Big Sea」부터 2008년작 「Fortune’s Favour」까지 정규앨범 모두 플래티넘 및 골드(캐나다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이들은 2004년작 「Something Beautiful」부터 미국에 진출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밴드의 리더이자 기타, 부주키를 맡고 있는 앨런 도일은 이완 맥콜 등의 켈틱 음악이 삽입된 영화 ‘로빈 후드’ OST에 곡을 제공하기도 했다. 「Road Rage」는 초기 라이브 앨범으로 이들의 너무나도 경쾌한 무대매너를 접해볼 수 있다. 결성 초기 당시에 그레이트풀 데드처럼 1년 중 300일 이상을 공연장과 투어밴 안에서 보낸 그레이트 빅 시의 번뜩이는 내공이 고스란히 담겼다.
29. Secret Garden 「Songs From A Secret Garden」 (1996)
엔야와 함께 세계적으로 켈틱 뉴에이지 시장이 조성되는데 교두보 역할을 한 시크릿 가든의 데뷔작이다. 국내 드라마 및 방송에 뉴에이지 음악이 본격적으로 깔리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시크릿 가든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1995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을 계기로 알려진 이들은 유럽을 비롯해 한국, 홍콩 등 아시아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 이들의 인기는 특히 대단하다. 내한공연 때 전국 5개 도시 이상을 돌며 라이브를 할 정도로 편애를 받는 뮤지션은 시크릿 가든 외에 그리 많지 않다. 아일랜드, 노르웨이 출신인 이들 듀오의 음악적 토대가 켈틱 음악에만 국한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국내에 켈틱 음악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만큼 이들이 가지는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Nocturne>, <Papillon>은 언제 들어도 청자를 숙연하게 만드는 위력을 가졌다.
30. Celtic Woman 「Celtic Woman」 (2005)
팝페라와 켈틱 음악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아일랜드 출신 여성 중창단 켈틱 우먼의 출세작이다. 이들은 영화 ‘미션’의 테마 <Gabriel’s Oboe>를 연주한 세계적인 오보이스트 데이빗 애그뉴의 딸 클로에와 아이리시 댄스 뮤지컬 ‘리버댄스’(도널 루니 등 플랭스티 출신들이 곡을 담당했다)의 히로인을 맡았던 메이브, 리사 켈리 등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실력을 인정받은 멤버들이 모인 만큼 본작은 풍성한 화음을 자랑한다. 켈틱 음악의 요소 중 신비롭고 예쁜 소리들만 모아놓은 듯한 사운드도 나무랄 데 없다. 이들은 빌보드 월드뮤직 차트 기록을 갱신하는 등 엄청난 인기 때문에 대중에게 켈틱 음악의 대명사격인 모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켈틱 음악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다소 위험한 도식이다. ‘켈틱’이라는 이름을 달기에는 켈틱 우먼에게 켈틱 요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글. 권석정
본문은 Chrome 과 글자 크기 110%에 최적화 돼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