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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사부님사부님 아 나의 사부님
♥ 「작 가」 문봉지홍
♥ 「메 일」 mhore@hanmail.net
♥ 「연재방」 뭉게구름3
♥ 「출 처」 ╋소설나라╋ (cafe.daum.net/sosulnation)
+ 불펌/도용/성형 은 비매너적인 행동입니다 +
+ 퍼가실땐 작가님 허락메일 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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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 같은 외출
사부는 빨랑 나와 봐라 /
까꿍 나왔다 /
제법 노실 줄 아시네요 /
그럼 동안이지 아직 소녀야 /
그러시고도 작가에요 /
동화 쓰는 작가 많아?
장우와 서진은 채팅 할 때 마다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상황 설정을 한다.
그리고는 순발력과 생활에서 본 모든 것을 응용하여 정보를 전달한다.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런 채팅이 서로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을 알고 있다.
사부님 어제 뭘 하셨어요?
사부의 사생활을 물어?
아니요 <안녕 >이런 발상을 떠난 기본 안부에요 /
어제는 이모가 과외 가르친 선생님께 고맙다고 저녘 대접을 하셨어 /
(서진은 계속 장우를 모르는 척하고 장우도 속아 준다.)
그럼 식탁이 전부 녹색이었겠네 채식위주니까?
아냐 메뉴가 돈까스야 / 넌 어떻게 지냈냐?
전 훌륭한 화가 선생님께 작품 하나를 받아서 밤 깊은 줄 모르고 몰두 하다가
새벽에 잠 들었어요 /
어떤 그림 /
한 마디로 환상이에요 /
그림 제목은 정하지 못 했고요 /
사부님 전 이럴 때마다 제 한계를 느껴요 /
왜?
글로 표현 할 수 없으니까요 /
가로 1m 세로 2m의 화폭 속에 담겨진 것이 무슨 비밀을 간직 한 거 모양
보고 있으면 춤을 춰요 /
각색 꽃이 조화롭게 나비랑 어울려 색이 변하고 /
굽이치는 물이 새와 같이 노래하고 파랑과 흰색이 여인의 춤에 도취해
어둠의 상징인 검은색을 밝게 일으켜 세우고는 여인의 손 끝 자락을 잡고
연기처럼 어울려 춤을 추는 그림이에요 /
그림을 몇 분 보고 있으면 심취된 감정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 나도 모르게
꽃과 나비와 더불어 여인과 함께 춤을 추는 것이 하나도 낯설게 여겨지지 않는
신비한 그림이에요.
좋겠다/ 오늘 일찍 자라/ 그리고 좋은 꿈 꾸고 /
쉾게 잠이 올 것 같지 않아요 /
참 공부는 열심히 하냐?
그럼요 전 한번 몰두하면 거기에 푹 빠져 버리는 바보 거든요 /
내일은 무슨 계획 있어요?
네가 남긴 글 이어 써야지 /
사부 정말 집필 하실거에요?
그래 1화 2화는 네 것 그대로 옮겨 쓰고 3화부터는 내가 인물 설정 하고
계속 연재 할거야 /
이왕 쓰실 거면 제가 포기 하죠 /
뭘?
1화 2화에 대한 기득권 말이에요 /
너 무섭다 나중 딴 소리 없기다 /
예 건필 하세요 /
다른 사람들은 채팅을 어떤 형식으로 하는지는 모르지만
사부와 제자는 항상 평범한 것으로 묻고는 숨겨져 있는 깊은 뜻을 음미한다./
이젠 채팅이 자주 꿈까지 연결 되어 이어나갈 때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다.
서너 시간 자고 일어난 장우는 간단히 식사를 한 후 설겆이를 마치고
어제 보다 만 수학풀이를 본다.
풀면 풀수록 끌리는게 옛 입시공부 하던 정취가 스며난다.
정신없이 몰두해 있는데 알람이 운다.
12시다 서진과의 약속을 지키려면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
양취를 하고 머리를 감고 쟈스민을 만지작거리다 뒷주머니에 그냥 손수건을 넣는다.
검은색을 좋아하며 목이 길어 폴라티를 즐겨 입는 장우다.
전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른 장우는 “”나야“”
어디서 만나 /20분 후에 차로 온다고 / 그래 시청 건너편에 서 있을게 /
흰색 승용차가 서고 장우가 올라타면서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입니다.“
“”자주 보네요.“”(오기사가 답례를 한다)
“예”
서진이 코를 “킁킁” 댄다.
장우가 손수건을 꺼내 흔든다. (아무 향이 없다)
서진이 오늘은 청바지를 입었다.
그 뒷주머니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흔들자 은은한 국화향이 장우의 옷자락에 소복히
떨어져 쌓이는 듯 하다.
서진은 장우와는 비교 할 수도 없는 섬세한 마음의 깊이를 보인 것이다.
장우는 서진에게 미안 이라는 말도 할 수 없고 또 멋쩍어 졌다.
궁여지책으로 “어디가 ?“”
“”미아리에 있는 고아원 /“”
“고아원??”
“”응 어떤 분이 꿈에 나타나 100가지 선물을 100명에게 나누어 주지 않으면
100일 안에 나 죽는데 그래서 실천하려는 거야/“
그때서야 장우는 차 앞좌석에 산재한 선물 꾸러미를 이해했다.
서진은 그저께 장우와 채팅한 내용을 그대로 실천해 보려고 하는데 겁이나 장우를
불러 같이 모른 척 하고 실행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차안에서 뜻하지 않게 죽는 다는 말을 꾸미고 그것은 슬픈 사실이 된다.
장우도 채팅하면서 얼떨결에 썼지만 한번도 고아원을 생각하거나 거시서 자라는 아이들을
헤아려 본 적도 없었다.
그저 부모님 잘 만나서 호의호식 하면서 하고 싶은 행동, 먹고 싶은 욕구 다 충족하면서
그것도 부족해서는 부모의 가슴에 못 박는 행실을 여러번이나 보인 것을 은근히 부끄러워
하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며 ,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가를 생각하는데
고아원 팻말이 보인다.
가파른 언덕에 자리 잡은 석조건물에 나무가 울창해서 울타리 역할을 하고,
120명을 수용하는 고아원 이다.
2시 30분 시간이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이
학교에서 오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서진과 장우는 70여명에게만 직접 선물을 주고
나머지 꾸러미는 원장님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서진과 장우는 마음이 뿌듯했다.
차에 올라 서진이 오기사에게 이야기 한다.
“”오기사님 저희 둘 경동시장 입구에 내려주시고 기다리지 말고 퇴근 하세요./“
“아가씨 하지만 외출 처음이신데 /”
“걱정 마세요 선생님 하고 할 일이 있어요./”
“늦지 않게 들어 갈 거에요.”
차에서 내린 장우와 서진은 사람들에게 부딪히며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이 물로 흥건해 질퍽질퍽 하면서 생선 비린네가 나고 한쪽에선 생닭을 꺼내 놓아
핏물이 흘렀다. 좁은 통로에 틈만 있으면 어김없이 나이 지긋한 분들이 박스 조각을 놓고
호박과 나물 들을 소복히 놓고 앉아 계신다.
약간 큰 틈새가 있으면 함지박을 놓고 콩나물이나 숙주나물 그리고 피가 흐르는 고기를
저울에 올려놓고 호객 행위를 하신다.
서진은 생각해본다.
저 함지박은 그렇다 치고 작은 박스를 찢고 그 위에 상추며 콩을 올려놓고 파시는
저 물건을 돈으로 환산 하면 아무리 많이 처주어도 이만원 정도인데 저걸 몇 시간에 걸쳐
판매 하시다니, 다른 한쪽에선 바리바리 과일을 지게에 지고 차가 있는 곳까지 나르느라
정신없는 작업 모습이 보인다.
좁은 통로를 비집고 리어카가 연실 행인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도 들어온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과일을 먹어 보라는 상술도 있다.
서진은 정신없이 사람에 밀리면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고,
그 뒤를 장우가 조심스레 따른다.
1시간 정도를 헤집고 다니던 서진이 주춤 하더니 주머니서 지폐를 꺼내들자
장우가 순간 적인 직감으로 허리를 굽히는 서진 양어깨를 양손으로 잡아 일으키며
서진을 한쪽으로 비켜 세우고는 황급히 그 자리를 피했다.
어느 정도 오자 장우가 서진 어깨위에 손을 내리고 뒤돌아서서 서진에게 설명한다.
두 사람이 쳐다보는 그 분은 하체를 두꺼운 고무로 칭칭 감으시고 두 손에 의지 하여
수레를 밀고 몸을 당기고 쉬고는 또 수레를 밀고 몸을 당기고 하셨다.
“”왜요? 적선 좀 하려고 하는데“”
“저분은 실은 멀정하셔 동정심을 사려고 일부러 다리가 없으신 것처럼 고무로
자신의 다리를 감추신 거야./“
“정말요 ?”
“이 시장에서 장사하는 분은 다 아시는 사실이야 /“
“” 우물안 개구리 공주님 “”
“놀리세요”
“”작가는 방에만 갇혀 작품을 구상하면 독자가 호응을 안해요.“”
“탐정처럼 센스도 있고, 추리력으로 경험을 살린 후,
“두루두루 사실을 나열 하여 허구와 어우러져야만 생명력이 있지요 알아들어요.?”
“그래서 오늘 실천 하고 있잖아요./”
“자 이제 이곳은 됐고 청량리 코너로 일단 갑시다.”
둘은 새로 지은 커다란 백화점 골목을 빠져 나왔다.
신호를 기다리던 장우는 서진의 팔을 끌고는 구두 판매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손님이 없는 관계로 다른 날 보다 더 점원이 친절하게 맞아 들인다.
“어서오십시오/ 숙녀화요? 신사화요 ?”
장우는 손으로 서진을 가리키자 “” 이쪽으로 오십시오“” 하며 안내를 한다.
서진은 살색으로 비치는 판타롱 스타킹을 신었다.
장우는 고아원 복도를 걸을 때, 서진이 검정양말을 신지 않은 걸 이미 보았다.
청바지를 손으로 조금 끌어 올리면서 검정/ 흰 꽃무늬/ 갈색 /샌달/ 부츠/
열 댓 가지를 곤혹스럽게 신고 벗고 신고 벗고 할 때 마다 장우는 고개를 저었다.
“서진은 그럴 때 마다 제거 말고 선생님 구두 하나 고르세요./”
“”제가 선물 할게요“”를 여러번 말했으나 장우는 듣는 척도 안했다.
이윽고 장우가 “죄송합니다 ”다른 곳 좀 둘러보고요 하며
서진의 팔장을 자연스럽게 끼고는 매장을 나왔다.
거리로 나온 서진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의식해 장우의 팔을 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처음부터 살 생각이 없었죠? 왜 그러셨어요.?“
“”응 서진이 발가락은 얼마나 예쁠까 보려고/“
일전에 공부 가르칠 때 보면 항상 검정양말을 신고 있어서 못 받는데
오늘은 보이는 양말을 신었길래...
서진은 신호를 기다리며 옆 사람들을 잊은채“” 뭐요 제 발가락을 보려고 그 생 쇼를 해요?“
큰 소리를 내고는 아직 잡고 있는 장우의 팔을 놓고 양 손으로 장우의 등을 두드린다.
서너대를 때리다 갑자기 주위의 시선에 얼굴이 붉어져 장우 등에 시선을 고정하고
장우를 따라 길을 건넜다.
치과라고 써있는 간판 앞에서 장우는 조금 떨어져 있는 모퉁이를 가리키며
“”저기 자리 위에 껌을 펼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장애우님 보이시죠?“
“”네“”
“”그분께 물어 보고 저 껌을 다사세요./“”
“”알았어요/“”
서진이 가까이 가서 무릎을 붙이고 앉자 장우도 합세했다.
“”무 무 무슨 껌 드려요?“” 제대로 발음이 안되는 분에게
서진이 고운 목소리로“” 이 껌 전부 얼마에요./“”
이그러진 눈이 서진을 또렷이 향한 채
“”저 전 전부 다“”
“”네“”
“”오 오 오만원 인데“”
서진은 만원 짜리 다섯장을 드린 후 그 자리의 껌 스물 댓통만 들어 장우의 손에
올려놨다.
몸이 불편한 그 분은 돈을 거머쥐고는 도로 뺐지 않나 하는 표정으로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제발 빨리 가라는 눈빛을 보낸다.
서진은 장우와 일어서면서 뒤돌아보지 말자 했으나 신호를 기다리는 횡단보도 앞에서
궁금한 나머지 뒤돌아보았다 그분은 움직이기도 힘든 손으로 돈을 세고 또 세고 계셨다.
서진이 고개를 돌리는 사이에 어둠이 알맞게 깔려든다.
백화점 세 번째 계단에 앉아 오늘 하루 무엇을 해냈다고 자랑 할 거리를 찾으려 해도
서진은 아무 자랑 거리가 없다는 것에 추위를 느끼고 계속 올라오는 사람의 무리를 피해
같이 앉아 있는 장우에게 몸을 기댄다.
장우가 “”진아 오늘 마무리 해야지?“”
“”무얼 ?“”
“일어나 /”
장우는 들고 있는 껌 반을 서진에게 주고 자신이 먼저 시범을 보인다.
계단에 올라오는 젊은 사람을 상대로 “”좋은 하루 되십시오“”하면서
껌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
서진도 합세해 “”좋은 하루되세요“” 하면서 껌을 주기 시작했다.
어색한 행각이 금방 기쁨이 되었다.
찾으려 할 때 없었던 것이 지금은 마음 하나 가득이 차고 넘치고 있는 것이다.
남에게 이유 없이 다가가서 껌 한통 조건 없이 전달 한 것이 가슴을 쁘듯하게
채우다니 서진은 세상의 정을 자신도 모르게 배우는 것이다.
사람들은 맛있는 것을 먹고 ,
재미있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하는데
오늘의 서진과 장우는 색다른 기쁨에 취해 어디를 가던 무엇을 보던
충만한 기쁨으로 모든 걸 다스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오색 레온이 비치는 거리도 서진과 함께 할 때는 그 거리가 너무 어둡고 초라하다고
느끼며 장우가 택시를 잡았다.
서진이 먼저 타고 장우가 뒤따라 타면서 “아저씨 워커힐 아파트요” 하자
“네” 하며 차가 출발한다.
장우가 서진과 채팅 하며 나열한 모든 것을 서진이 실행한 것이다.
장우는 대견하고 고마운 서진에게 무슨 치하의 말을 할까 생각 하는데 차가 중량교
방향으로 회전하자 서진이 장우의 어깨에 머리를 부딪친다.
장우가 놀라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서진이 졸고 있다.
고운거만 보면서 곱게 자란 소녀가 거친 소년의 이야기를 실천한 것이다.
흔들리는 서진의 고개를 살며시 잡고 장우는 팔을 뻗어 팔베게를 해준다.
택시를 아까부터 쫏아오던 짖궂은 어둠이 지나가는 연인들에게 소리쳐 묻는다
당신들 정을 알아요 ?....
알면 정을 무어라 하오 ?
결혼식
사부님 요즘 시간 적절히 잘 사용하시죠? /
그럼 작품 쓰랴 간접 체험하느라 책에 깔려 산다 ./
넌 ?
저도 쓰러질 정도로 책과 씨름해요./
어제는 하루를 어떻게?
가벼운 산책과 독서 반복 / 집필중이라 /
넌 ?
전 고아원 /청량리 / 백화점 /사람에 치이면서 하루를 정신없이 보냈어요./
친구랑?
아니요 굉장히 소중한 분 하고요./
엄마? 아빠?
아니요 이승에서 보기 힘든 소중한 분 하고요 /
어제의 서진과 마찬 가지로 무슨 숙명처럼 오늘 장우도 꾸며진 글을 쓴다./
사부와 제자는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그런 만남 자체가 싫어서 /
내가 사부였단다
제가 제자입니다 라고/
밝히고 싶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거다./
그러나 둘은 천상이 아닌 인간의 세상을 모르기 때문이다./
100년도 못 사는 인생사가 얼마나 허무하고 짧은지를 천상에서만 있었던 사람들은
가히 짐작도 하지 않고 1000년을 지내듯 기다림을 감당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부님 책을 서점서 한권 구입 했는데 표지색이 너무 무거워요 /
내용은 슬퍼도 표지는 좀 밝게 하시지 /
이모도 그러셨는데 /
수능에 쫏겨 출판사에 맡긴 건데 출판일이 정해진 관계로 내가 재심을 못 했어 /
언제 책 가지고 대학으로 찾아와 /
내가 싸인 해줄게 /
됐어요 사부님 저 화장실 가는 시간도 절약해야 해요 /
그런 놈이 어제 11시간을 돌아다녀?
사부님 설령 어제 같은 날은 제 남은 수명과 바꿔도 아깝지 않은 시간 이었다고요./
서진은 흐뭇했다./
자신은 하루의 일과를 속여도 장우는 사실을 기분 좋게 전달했다./
채팅을 떠나 항상 바라보는 장우는 우직하면서 솔직한 것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보면 볼수록 인정받는 특성인 것이다.
그런데 사부님 이제 이놈 저놈 하기에요.?
아 이놈아 그만큼 너 하고 나하고 거리가 좁혀진 거 아니냐?
???
장우야 화났냐?
화는요 사부님의 보이지 않는 사랑을 느끼려는 거에요 /
너 참 해석은 기막히다./
감기 조심하고 이제 공부해 /
사부님도 건강 챙기시고요 절대 제 꿈 꾸지 마세요/
야 글 속에 칼 있다./
항상 꿈 속에서 너 하고만 춤을 추어야 한다는 망상이 숨어있네 /
너 절대 그런 꿈은 꾸지도 마 /
사부 내가 꾸는 꿈이 꿈이고 사부 꿈은 꾸는 꿈이 아니라 /
야 모니터 끄면서도 이리 어려운 숙제를 내냐?
그래야 사부님이
현실과 꿈을 바로 알지요.(항상 제가 곁에 있다는 것을...)
장우는 실로 오랜만에 환희에 젖어 모니터를 끈다.
사부에게 자신의 존재를 용기 내어 조금 전달한 것이다.
천상의 기억을 공주가 빨리 찾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에 비치는
달빛에 자신의 심정을 전한다.
“장우야 /”
“혜민아 /”
“”토요일에 왠일 ?“”
“나 도서관에서 꼭 봐야 될 원서가 있어 /”
“”넌 ?“”
“연극 총 마무리야 시나리오 점검해야돼 /”
“”잘 만났다.“”
“이따 12시에 연극반으로 와/”
“리허설?”
“아냐 2시 결혼식장 가자 이난영 교수님 결혼식이야”
“뭐? 쉰살이 다되셨잖아?”
“야 사랑은 국경도 나이도 넘는 거야”
“하긴 / 초혼이셔?”
“응”
“알았어 내게 고마운 분이신데 꼭 가야지”
장우는 서진과의 만남이 이난영 교수가 원인 제공자로 알고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서
오늘 같은 날은 무언가로 보답하고 싶었다.
장우는 도서관으로 향하며 급히 전화를 한다.
“준형아 동창 모임 안내문은 우편으로 다 보냈냐?”
“야 오늘 날 위해 시간 좀 할애해라 /”
“11시 50분 까지 도서관 앞에서 만나자/”
“교수님 결혼식인데 내가 그분한테 죽어도 갚지 못 할 은혜를 입었어/”
“그래서 너하고 축가를 부르려고 ?”
“신부에게와 사랑으로 두곡 하자 그래 그럼 고맙다/”
장우는 시계를 보고 일어났다.
“야 준형아 너 무척 바쁘지 2회 동창 회장이 된 거 축하한다.”
“야 대학생 되더니 얼굴 보기 힘들다.”
“자식 며칠 전에 봤잖아/”
“야 어디서 화음 한번 맞춰보자.”
“따라와”
연극반에 들어서자 분주하게 오가며 대본 연습에 춤 동작에 정신이 없다.
혜민이 시계를 보고 교수님에게 귓속말을 하자 /
“자 점심 먹고 합시다”
장우는 교수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준형은 혜민에게 안부를 주고 받는다.
혜민이 서둘러 가방을 챙기고
“”야야 빨리 가자. 신부실에서 교수님 하고 교내 신문 인터뷰 해야해“”
“너 기자도 하냐 ?”“
“아니 편집부 선배가 나한테 급히 부탁했어”
“상주 콘서트 압사 부상자 중에 우리 학교 사진기자 두명이 있데.”
“그래서 편집부에 사람이 없데”
“뛰어”
“”어쨌든 바빠서 좋다 요즘 건성으로 대학가를 맴도는 학생 많다고 들었는데“”
준형이 투덜거리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뛴다.
“”야 이래가지고 힘들어 노래나 제대로 부르겠냐 ?“”
“”글쎄? 나 아직 노래 부른다는 이야기도 못 했어 일단 가보자.“”
화려한 분위기의 식장에 몇몇 친구와 가족들이 소담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부와 신랑이 초혼이지만 학문에 뜻을 두어 뒤늦게 만나 성사된 결혼이라
꼭 알려야 할 분들만 참석한 것이다.
양가 대표가 촛불을 밝히고
과 학장님이 자리를 잡자 곧 바로 사회자가 양쪽 이력을 소개하는데
하얀 원피스를 입은 이모와 서진이 눈에 띤다,
그제서야 장우는 이난영 교수가 서진 이모의 친구라는 것이 생각나
그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혜민은 신부실로 갔고 뒤를 준형이 따른다.
“”이모님 안녕하세요 / 진 안녕 /“”
“”어머 선생님 어떻게 알고?“”
“예 교수님께 사랑 받는 제자가 결혼식장에 저도 같이 가자고 해서 ,
물었더니 이난영교수님 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
뜻밖이라 이모님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작품 너무 감사합니다/ 볼수록 심오한게 저를 감화 시킵니다.“”
제 방이 마치 천상의 한 부분으로 느껴져요.
“그렇게 말씀 하시니 제가 보람이 있네요.”
사회자가 정식 인사를 하고 이어 식이 진행 됐다.
늦깍이 신랑의 빠른 걸음에 이어,
딴 딴 따 따 소리에 맞춰 신부가 나이에 맞게 혼자 입장하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친다.
예물 교환이 있고
성혼 서약에 이어 주례사가 간략히 자리 매김한다.
<사회에서 성공 했고 ...뜻을 학문에 두고...훌륭한 ..입니다.>
기다렸다는 박수가 실내에 퍼지고 / 사회자가“” 그럼 행복에 겨워 왜 이제야 만났나 ,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신랑 신부의 내일을 향한 힘찬 행진이 있겠습니다.“”
“”하객님들은 그동안 아껴 두셨던 박수로 화답하시기 바랍니다.“”
피아노 선율이 곱게 울리는데 (딴 따 따따)
극적인 상황이 연출 된다.
장우가 일어서면서 소리를 친 것이다.
양쪽 집 하객들은 다른 결혼식에 비교해 손님이 너무 적다는 사실과 특별한
이벤트도 없는 밋밋한 결혼식이 아쉬운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남자가 일어나자
서로가 친분이 깊은 관계로 얼굴을 마주보며 혹시 영화처럼 누군가 이 결혼식장에
나타나서 신부의 손을 잡고 식장을 빠져나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표정을 짓는다.
“”사회자님 /“” (하객 모두가 긴장한다)
그리고 사회자 마이크 앞으로 나간다.
“갑자기 죄송합니다.“”제가 존경하며 은혜를 받은 교수님에게 , 식순에는 없지만
제자로서 작은 보답의 표시를 축가로 바치고자 합니다.“”
“”교수님 하객 여러분 허락 해 주십시오.“
장우의 말이 끝나자 우뢰와 같은 허락의 박수가 이어졌다.
몇몇 하객은 별거 아니라는 듯 서로 대화를 그치지 않는다.
준형이 장우의 옆에 서자 사회자가 반주 하시는 분에게 귓속말을 전하고
은은한 전주가 식장에 퍼져 하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장우의 맑고 고은 고음과 준형의 떨리는 듯한 중저음이 피아노
선율을 이끌고 하객과 하나가 되자
예기치 못한 기쁨에 신부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조금 전에 별거 아닐거라고 잡담을 나누던 세사람이 놀란 눈으로 장우와 준형을 주시한다.
실내가 너무 고요한 가운데 노래가 끝나자 누군가가
“”신링 신부를 위하여 한곡 더 부탁합니다“” 라고 소리쳤고 뒤따라
또 박수가 응대하여 호응 한다.
다음곡으로 사랑으로를 부르는데
목소리가 어찌나 고운지 노래를 듣는 대다수의 하객이 눈을 살짝 감았다 뜨곤 한다.
이윽고 축가가 끝나 자리로 오자 이모와 서진이 더 반긴다.
“음대로 교차해요. 들으면 들을 수록 너무 목소리가 고와요.”
식사하기 위해 접시를 들고 줄을 섯는데 혜민이 왔다.
“”야 김장우 하여간 너 못 말리는 아이야 놀래키는 데 귀재야“”
음식을 들고 원탁에 온 장우는 이모와 서진에게 혜민을 소개한다.
“”이모님 이 친구가 오늘 결혼한 교수님이 아끼는 제자 이혜민 이에요“”
“이분은 이모님이시고 여긴 요번 수시에 합격한 서진양 ”
장우가 소개를 하자
“이혜민입니다 ”
이모가“ 저희랑 합석해요”
이어 서진이 일어서면서 “전 서진이라고 합니다”
“혜민이 반가와요 이야기는 들었어요” 하며 자리에 앉는다.
식사를 하는데 장우 등뒤에서 “오늘 정말 감동 받았다” 하면서 교수님이
말씀 하셧다.
모두가 식사를 멈추고 주시 하는데“ 여기 다 앉아 있네 (호호호)”웃으며
“”통성명은 하셨을 테고 전부 참석해 주셔서 고마워요.“”
“”우리 건배 한번 할까?“”
6명이 잔을 들고“” 교수님의 행복과 모두의 건강을 위해...“”
장우가 선창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오가는 가운데 혜민과 서진은 서로를 가끔 쳐다보면 서도
이렇다할 대화를 하지 않고 짐작만 한다.
<저 소녀가 장우의 채팅 사부...>
<저 언니가 모든 대화를 들어 주는 친구...>
그때 이난영 교수가 이야기 한다.
“서진이 이번 합격 축하한다.”
“”고맙습니다.“”
“”원래는 혜민이가 지도하기로 한 건데
혜민이가 영국 가는 바람에 장우가 갔지/“”
“난 다른 제자를 보내려 했는데 혜민이가 연3일을 장거리 국제 전화로 졸라 승낙했지/”
“”장우가 이과라 불안 했었어 그런데 문과 학생을 이렇게 훌륭하게
지도하고 내 결혼식 축가를 부를 줄 누가 알았겠어 /“”
장우와 서진은 고맙다는 목례를 혜민에게 하고 혜민은 쑥스러워 미소만 짓는다.
그제야 장우는 이 운명의 끈을 연결한게 혜민이 임을 알았다.
도대체 우연과 필연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우정에 자신이 있어 우정을 존속시키려고 서진을 찾아 장우에게 연결시킨 혜민은
어떤 확신이 있었길래...
마치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에서 벗어나지 못 하듯 나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는 걸까 /장우는 생각 속에 빠진다.
가족사진과 친지분들 사진 찍는 모습을 뒤로 하고 장우와 혜민 준형이 먼저 일어난다.
“이모님 또 뵙겠습니다.” 장우 인사에 이어 혜민과 준형도 목례를 한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그래요“” 이모가 답례 하자 서진이 예의상 일어나 “”안녕히 가세요“” 한다.
식장을 나오자 준형이 택시를 잡으며“” 어디로 가냐 난 기웅이 가게가려고 “”
“”너희는? “”일단 타 /“
“”아저씨 중량교요 /“”
혜민이 “”그래 우리는 그냥 구리로 직행하자.“”
장우가“” 기웅이 장사는 어때 /“”
“요즘 노래방 되냐 우리가 사무실 대용으로 한쪽 방 임대료 주고 조용히 사용해”
“아저씨 여기서 저만 내려주고 두 사람은 교문리 부탁합니다.”
“여기 택시비요” 준형이 이만원을 놓고 내린다.
“장우 혜민 자주 연락해”
“알았어 / 잘가 /”
장자 못에서 내려 한참을 거닐던 혜민이 “정말 이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장우야 맥주 한잔 하자.”
“그래” (둘은 가까운 호프집으로 향한다)
“여기 소주 한병에 맥주 한병이요.”
혜민이 기본 안주에 임의로 술을 주문하고는 술이 나오자
안주도 없이 혜민이 연거푸 소주를 마시자.
장우가 놀라 술잔을 뺏으며 “천천히 마셔 왜이래 ?”
“”장우야 내가 너 아프게 하니?“”
“우린 그런 사이 아니잖아 /”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어 /“”
“네가 너무나 나를 잘 이해하기 때문일꺼야?”
“”난 너 이해하기 싫어 /“”
“말하고 샆은대로 말하면서 투정 부리고 싶어 /”
“혜민아 너 많이 힘들구나 ?”
“너 두 손으로 귀를 막아도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를
넌 들어 본적 없니 /“
“언젠가 너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오토바이 타고 바람 가르며 달려야
마음이 진정 된다고 했지 /“(혜민이 또 소주를 그냥 마신다)
“그런 네가 ”
“나 보고만 이해하라고 ?”
“네가 나 이해하면 안되니 /”
장우는 아무 말도 없이 다 들어 주기로 한다.
이윽고 “가자 혜민아” 장우가 부축을 하고 계산을 치룬 후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가깝게 한다.
“춥다 바짝 붙어 집까지 걸어 갈 수 있겠어 아님 택시 잡아?”
“괜찮아 걸어”
“아까 네 사부 보니까 너무 곱다.”
“그렇게 고운 줄 알았으면 소개 하지 않는건데 /”
“”난 장우 네가 꿈에서 벗어나라고 일부러 수소문해서 2개월 만에 찾아 낸 건데
작가 협회에서 이난영 교수를 만났고 거기서 친구 조카 (서진)과외를 나한테 부탁 했어
그걸 너에게 연결 하려고 일부러 아빠를 졸라 학장님과 영국을 간 거고 /“”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
“사부와 난 이해의 문제가 아냐?”
“ 혜민아 취한 거 같으니까
오늘은 그만 말해 /“
“또 또 피하려고 하네 난 뭐냐 ?”
갑자기 장우는 혜민에게 <우린 친구라는> 말을 하지 못 한다.
집 앞 슈퍼에선 장우는 혜민을 세워두고 시원한 드링크제를 사가지고 따서 준다.
“먹고 정신 차리고 들어가 부모님 걱정하셔 /”
“야 채팅으로 만난 건 우연 이고 우정으로 만나건 필연 아니냐 ? 말해봐 /”
“혜민아 이거 마셔 /”
“그래 마신다. 취중에 진실 있다는 말 넌 아직 모른다 이거지 /”
“가 / 나 들어간다. 하나만 이야기 하자.”
“내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 전화하는 거 그거 유효기간 아직 안 지났지 /”
“그래 내가 원하는 자리에 혜민이 네가 있듯 네가 보고 싶을 때 그 자리에 내가 있을게”
“고맙다 혜민아 날 위해 힘써준 그 모든 날들...
“가 /공치사 듣자는 거 아냐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낸다)
“넌 나에게 친구라는 말도 못 하잖아 ?”
“나만 아플게 /”(비틀하며)
장우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혜민이 귀를 막고 집 안 으로 들어섰다.
장우는 벽에 기대어 먼 하늘의 별을 본다.
많은 아픔을 겪어 누구도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고 싶은데
가능 하면 나만 아팠으면 좋은데
모두가 나의 아픔을 대신 해 주는 것만 같아 장우는 그 두려움을 떨 칠 수가 없다.
아까부터 지켜보던 어둠이 갑자기 달빛 속으로 숨는다.
혜민이 문에 등을 대고 틈새로 장우를 보며 두 뺨위에 샛별 같은 눈믈을 흘리는 것이다.
동창회
사부님 이제 종강이에요 /
만족 할 만한 성적이 나왔어 ?
전 과목 올A로 만족해요 /
장하다./
고맙습니다/
참 사부 글은 잘 떠올라요/
전개는 쉬운데 사회경험이 없어서 전문가의 조언 좀 들어야겠어
부도 났을 때의 심정과 주가조작을 따르는 소주주들의 한탕 심정을 묘사하기가 힘들어/
한정된 이야기의 전개를 떠나 명소를 빗대어 사건을 꾸려나가고 싶은데 가본 곳도 없고/
상세히 나와 있는 책자도 없어 현실감 있는 문장이 안 떠올라.
사부 이젠 정말 전문가 냄새가 나네요/
독자들이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유 하니까 함부로 쓰면 독자로부터 외면당하지
내 글이 읽혀 지지 않으면 쓸 이유가 없잖아?
작가님 들이 2년 3년 외출도 안하고 목욕도 안하는 이유가 있네요
하지만 사부는 꼭 세면은 하세요/
보여줄 사람이 없는데 어때/
장담 못 해요 우연히 마주친 팬, 혹은 우체부 아저씨, 이웃아줌마,
이런분들이 사부의 외모가 너무 초라해서 느낀 실망이
나아가서는 삶의 허무로 이어 질 수도 있어요 ./ 기대감 상실로 /
얘가 소설 한편 다 쓰네 /
세월이 약이죠 (하하하) /
이제 데이트도 해야지 공부만 했으니까?
상대가 없어요 /
왜 너 참한 친구 있다고 했잖아?
그 친구 저로 인해 많이 힘들어 해요 /
너 때문에 힘들어 ???
제가 너무 일방적이잖아요
남 생각 안하고 받기만 하는 이기적인 면이 많아요 /
남자가 토닥 거려주고 상대의 말 좀 들어주면 돼잖아 ?
그게 아니라 제가 문제에요 /
써봐 ?????
제 마음에 틈이 없데요
누군가로 꽉 차 있는 걸 알면서도 나를 만나고 싶은 자신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제게 눈물을 보였어요 /
장우의 마음을 사부가 전부 차지하여 혜민이 들어설 자리가 없음을 말한 것인데
아무것도 알지 못 하는 서진은 /
넌 속된 말로 양다리 걸치고 있니?
사부 아니에요
전 오래전 영수란 친구를 잃고 어떤 누구도 마음에 담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그 후에 불량배에게 시달리는 소녀를 우연히 보았고 남자로서 지나칠 수 없어
불량배를 혼내 주고 .그 소녀를 오토바이로 집까지 태워 주었어요.
전 그게 다에요./
그리고 보고 싶을 때 불러내 만나고 야 맞지 ?
하지만 그 부분부터는 사부의 책임이에요 ?
뭐 ????
사부가 제 글을 읽고 꼬리말만 안 달았어도/
사부가 즉시 다음날 내게 응대 하는 글만 남겼어도 /
33일 안에 절 제자로만 받았어도/
????????
야 나 좀 쓰자 가만히 있어 ?
지금부터 5분 동안 자판에서 손때 알았지 ////////
그러니까 수시 붙고 PC방에서 글 올릴 때 까지 친구는 없었다.
내가 꼬리말을 달자 오기가 생기고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제자가 되고 싶다고
버티다 여느새 정들어 버렸다.
내가 응답이 없자 답답한 심정을 토할 상대로 소녀가 떠울랐고 소녀는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까지 다 이해해 주었다. /
그때까지 사부란 존재는 보도 듣도 못 했으면서 달랑 꼬리말 하나에
너의 인생을 걸 정도로 마음이 동했다./
어렵게 운명처럼 사부를 만나고 그것이 숙명처럼 되어 버렸다.
말이 되냐 ???????
너 소설 소재를 나한테 주는 거지 ./
이제 써봐 /
장우는 얼킨 실타래를 보는 심정이다.
쓸 말이 없다 .
공주님 제가 좌우장군입니다.
공주님은 지금 전생을 망각이 지독하게 지워 기억하기 힘들지만 전 기회가 문을
조금 먼저 열어 어렴풋이 기억이 나요. <장우는 눈물로 쓰고 싶은 것이다.>
꼬리말을 본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눈만 감으면 꾸던 꿈이 날이 갈수록
마음과 정신이 천상을 기억하곤 저를 지배하는 것을 공주님은 어찌 모른다 하는지요.
그러나 <송구합니다> 라고 쓴다 . /
야 혼란스럽다. 그냥 이런 주제는 어때요 하면 가볍잖아 ?
정말이지 나이도 성별도 모르면서 무작정 처음부터 사부라 하고 채팅 때마다 세상
비밀 다 아는 것처럼 쓰고 네가 사부지 내가 사부냐?
화 나셨어요 ?
화???
오토바이 타실래요 ?
이 밤에 ?
우린 젊잖아요?
않돼 이모님이 가만 안계셔 /
해본 소리에요 이제 그만 컴퓨터 끄고 하늘의 별이나 보세요./
사부와 제자는 채팅이 끝나면 밤하늘의 별 보기를 즐긴다.
하나의 공간에 서로의 마음을 담고 싶어서다.
“”에에 마이크 시험입니다.“”
분주하게 기웅이가 움직이고 행사위원으로 자청한 인상/ 미주 /상혁 등등
몇몇이 정신이 없다.
한쪽으로 스승님 자리가 마련되고 맞은편 쪽으로 음료수와 부폐식 음식등이
푸짐하다.
회비 보다 기부금이 더 많아 충분한 준비가 된 것이다.
이윽고 몇몇 선생님이 오시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준형이가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이 두 번째 동창회로 총 회장님이 계시지만 2회 졸업생인 관계로 제가
진행을 보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국민의례가 있고 교가에 이어 스승님께 감사드리는 노래와
모교에 장학금 전달이 있겠습니다.“”
교복을 입고 떠들고 하던 선후배들이 사복을 입고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한쪽에서는 박수 속에 자신들의 담임선생님을 업고 도는 풍경도 연출했다.
떠들고 자랑하고 때리고 소리치고 /모두가 정겹고 /지난 학창시절이 너무나
그립고/ 아름다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잘댄다.
윙 윙 마이크 소리가 나고“” 자 우리 건배 한번 합시다 .“”
“”제2회 00고 동창회에 참석한 모두를 위하여...“”
“”위하여“”
“”야 이번 재학생들은 어떠냐?“”
“”응 실력이 좋아 우리보다 합격률이 좋아“”
“”이과 와 문과 어디가 높냐?“”
“”항시 문과지 /우리 학교는 이과는 찬밥이잖아 /“”
“”아냐 이번부터 이과 비중을 높였다던데“”
“그래 /”
“야 재수한 애들 성적은 어때 /”
“선생님 말씀이 80%는 합격된데 /”
“야 군에 간 애들도 제법 있어 / 상수 만대 종화는 해군 갔고”
“기순 기상이 몇몇은 해병대 지원했어 ”
“너희들 신체검사 받았냐 ?”
“”응 의정부 병무청에 종혁이 봉렬이 시영이 한 열명 이상 같이 갔지“”
“급은 ?”
“”전부 2급 1급 다 현역이야 /“”
“”이번 동창회는 성공인데 선배들이 없으니까 우리가 맥을 잘 이어가자 /“”
“그래야 후배 보기도 좋지”
“하여간 준형이가 잘 할꺼야 /
우리가 열심히 회비내면서 자주 연락을 해야해 /
맞는 말이야 “”
“자 이제 헤어지자 내년에는 3기 졸업 후배도 있으니까 위 아래로 우리가 주축이네/
자 한잔들고 가자 “”
“자 내일을 위하여
위하여“”
동창회를 마치고 여럿이 대화하며 거리로 나오자
혜민이 장우한테 전화를 했다.
“나야
응 혜민아 /
“동창회 끝났어 여기 불루야 올 수 있어
그래 30분이면 갈 수 있어/“
장우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혜민이 손을 흔든다.
뭐 마실래?
커피 /
동창회 어때 ?
“생각만큼은 안 왔지만 분위기는 최고였어 우리 학교 2회 밖에 안돼잖아 /
너도 동창회 있었지 “”
“”응 설래는 마음으로 나갔는데 아는 애들이 30명도 안됐어 /
선배가 너무 많아 인사하는 게 부담이 돼서들 참석을 꺼려 하드라고
너희는 재미 있었겠다 너희들이 잘 해야 후배들이 맥을 있지“”
커피가 나오자
“”설탕 프림 다 타지/
응“” (혜민이 차 스푼으로 타서 저어준다)
“”나 그날 많이 취했지/
취하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곡을 찌르는데 나 쩔쩔 맸어 /“”
이해해 ?
야 쑥스럽게 왜이래 ?
“”난 혜민이 내가 편해 내 이야기를 들어 주어서가 아니라
내게도 누군가 있다는 존재로 족해“”
“그럼 피차 마찬가지네 /
서로가 필연이라 우정을 존속 시키자 이거지 /“
“”난 너한테 받기만 하니 자격도 없지만 변함도 없을꺼야
그나저나 서진이 문제는 고맙다 해야하나 정말 할 말이 없다.“”
“”됐어 잘해봐 차 마셔 식잖아?“” (혜민은 세심하게 장우를 돌본다)
“”자 이거 작년에 이어 장갑 짰어
쪼끼는 입었어“”
“”그럼 봐 이거
고맙다 가죽장갑 안끼고 이거만 끼고 다닐게/“”
“”그래 좀 시대에 뒤떨어지지만 끼고 다녀 내가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네/“
“아냐 나한테 과분하다.“”
“가자 /”
둘은 거리로 나오자 흰 눈에 발등이 뭏혔다
“야 올겨울 첫눈이네”
장우가 소리치며 눈을 작게 뭉쳐 혜민의 손에 쥐어준다.
“더 오면 좋은데 올 것 같진 않고, 너하고 나의 첫눈이니 받아 만져봐”
혜민이 받고 눈의 차가움을 몸속 까지 느낀다.
가까이 갈수도, 멀리서 모른 척 잊을 수도 없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집을 향하여 가면서 손에 든 눈이 다 녹아 손바닥에 흫건히 물이 고인 것을
장우가 보고는 혜민의 손을 털고 나서 손바닥을 자신의 옷에 문지른다.
두 사람은 어둠을 뚫고 말없이 서로의 마음을 전달한다.
교환학생
안녕하셨어요 사부님/
솟구쳐 오르고 싶은 푸르고 푸른 맑은 하늘의 하루를 보내고
뛰어들고 싶은 검은 밤하늘의 깊이에 끌리다 문득 사부님과의 채팅시간을 기억하곤
모든 걸 접습니다 /
.너무나 아름다운 별과 눈에 꽉 차는 달을 지금 잠시 창가에 걸어 둡니다./
장우가 걸어 둔 달을 따다 그 빛 아래서 별들과 노래하며 정신없이 자판과 지금 춤을 춘다.
내 손자락의 끝을 잡고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장우의 모습을 밤하늘에 수 놓으며
어둠이 깊어 갈수록 또렷한 정감의 다른 차원을 내게 글로 전한다./
그래 어제도 학습에 매진 했겠지 ?
운동시간 빼고 사부와의 채팅시간 제외하고 잠 자는 시간 쪼금 할애하고
밥먹는 시간 예외로 하고 세면 시간 당연시 하고 아빠 엄마와 대화조금 하고
필요한 뉴스 잠깐 보고 나머진 다 공부죠 /
어째 공부 시간이 없는 것처럼 보이냐 ?
사부 난 눈 내리는 겨울이 좋은데 사부님은 ?
야 네 마음을 달래려고 오토바이를 즐기는 사람이 미끄럽고 추운 겨울을 좋아해 ?
생활이 힘든 사람은 배고픔에 추위까지 이중고를 겪는데 ?
난 4계절이 다 좋아 /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 또 쓸쓸한 가을이 기다리고 겨울이 성큼 다가서지만
난 항상 어느 계절 속에서도 따로 봄이나 가을 등을 느끼지 않아 /
항상 4계절이 내 마음을 떠난 적이 없어 /
태양 아래서도 하얀 눈을 손으로 만지고 수줍어 떨어지는 꽃잎을 붙여 주기도해
몰라 내가 너무 아파트에 갇혀 살아 자연의 조화로움을 맛보지 못한 탓 인가봐 /
얼마 전엔 사람이 북적거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정신없는 시장 통을 걸었는데
그 당시에는 사람 처다 보는 것이 너무 피곤해 쓰러 질것 같더니 아파트에 돌아오니
모르는 사람과 부닥친 것이 감미로워 정감이 살아 나더라고 /
사부 사람들은 살면서 나만 떠나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애타게 동정하는데 /
내가 결부되면 양보가 안 되고 귀찮고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은 마음을 다스리지 못 해요
저도 그렇고 사부님도 그런 걸 경험해서 그럴거에요 /
전 모든 순간에 눈을 잠깐 감고 여기에 내가 없다를 세 번 세고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습성을 가지고 대학시절을 보내려 합니다./
그래 지진 / 테러 / 남의 불행을 보면서 동정하며 /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은
저런 사람도 사는데 하다가도
내 가진 것 조금 빼앗으려 하면 / 아니 얻으려 하면 / 조금 전 마음이 사라지니
사람의 마음이란 ?
사부 이제 화장도 하면서 숙녀 수업도 하셔야죠 ?
야 이 미모에 화장은 /
누구 기죽일 일 있냐 ?
하기야 집안에서 나가실 일이 없으니 ///
너 놀리냐 ? 나 한번 만나 볼래 ?
명만 내리시면 오토바이 타고 제가 모시러 간다니 까요 ?
좋아 /지금 신문에 연재 하는 소설 탈고 하고 내가 전화하마/
소신 그날만을 기다리겠습니다.
긴 밤 뒤척이지 말고 잘 자 제자 /
사부님도요 이런저런 상상에 마음 상하지 마시고요 편히 쉬세요/
“”나야 /“
“”혜민이“”
“”뭐해 학장님이 10시 까지 오라고 했다는데
아직도 집이야?“”(혜민의 전화다)
“”싫다고 했는데/“”
“”학장님 1시 세미나 3시에 끝나신다고 3시30분 까지 너 오라고 하니까 와
나도 기다린다/“”
장우는 혜민이 짜준 쪼끼와 장갑을 끼고 나선다.
학장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서자 혜민과 김경식 박사님이 차를 드시다 말고
“”어서와요 장우 학생 차 들래요.“”
“”예 감사합니다.“”
“”이리 앉아요.“”
“자 ”(혜민이 컵에 차를 따라왔다)
“”고마워“”
조금 있자 학장님이 말씀 하신다.
“”작년에 학교재단에서 장우 학생을 장학생으로 선발하면서 유학비용까지
다 책정하고 미국과 영국 어디를 선정할까 하는 중에 캠브리지 대학에서
교환 장학생으로 혜민양을 원하기에 장우 자네도 같이 결정 했다네“”
“”자네 성적을 보고 모든 비용을 그러니까 생활비 일체도 학교 측에서
다 준비해 준다고 하여 교수진들이 찬성했다네 /“”
“”그런데 자네가 찬성을 안 하니 / 왜 하바드를 원하나?“”
“”아뇨 기쁘죠 그러나 마음의 준비가 안돼서요“”
“”준비라니 ? 부모님 문제?“”
“”아니요 아직 유학은 생각 하지도 안아서 ...“”
“”자넨 충분한 자격과 능력이 있어 자네 같은 열성을 가진 사람도 흔치않아 /“”
“”감사합니다 학장님 하지만 전 싫습니다.“”
“”허허 이 친구 알겠네“”
“”아직 한 달 여유가 있으니 대답은 잠시 늦추기로 함세/“”
“”자넨 어쩔건가?“”(혜민에게 묻는다)
“”전 캠브리지 대학이 꿈이에요 존경하는 세익스피어 작품도 좀 더 연구 하고 싶구요“”
“알았네 그럼 나 먼저 실례하네 ”
“저희도 일어 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학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온 둘은 말없이 교정을 걷는다)
멀리 붉게 물든 황혼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고 가늘게 교차시킨다.
어느새 광화문 돌담길이다. 할 말을 다 알아 말이 필요 없는지,
신촌서 여기까지 1시간 동안 아무 말도 없이 걷기만 했다.
혹자는 연인이 이 길을 걸으면 반듯이 결혼에 이른다고도 하고
헤어진다고도 하지만 , 흘러간 세월만큼 낭만이 숨 쉬는 것은 확실하다.
혜민이 또 먼저 입을 땐다.
“왜 거절했어 ?”
“이번도 사부니 ?”
“”내 운명의 결정권자는 따로 있나봐/“”
“”사부도 혜민 너와도/ 결코 가까워 질수 없는 숙명이 자리 잡고 있나봐 /“”
“”사부랑 더 없이 다감하게 대화 하는 것도
혜민이 너랑 조각난 공간에 스스럼없이 자리 잡고 서있는 것도 불안하기 만해/“”
“”오래전 술 마시고 너한테 나의 모든 것을 보였으니 이 말도 해야겠다.“”
“”불확실한 것을 왜 쫏아가 잡으려 하니 ?“”
“”넌 작가가 꿈이라 많은 것을 설정하고 썻다 지울 수 있는 상상력이 풍부하잖아“”
“”너와 내가 모른다고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잖아 ?그렇지 ?“”
“”하지만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만 추구 한다면 산다는 것이
너무 허무 한 것 아니냐 ?“”
“”허구를 쫏겠다는게 아니고 아는 만큼만 소중히 지켜보겠다는 거야 “”
“”내 인생을 지키면서 해야지 포기 하면서 하냐?
내 말은 나를 위해 네가 멀리하고 사부를 위해선 네가 가까이서 지켜봐야하고
그리고 보이지 않는 운명을 두려워하고 개척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지 말고 유학가 / 갔다 오면 모든 것이 확실해 지니까 ?“”
“”운명이 기다리는지 숙명이 기다리는지 //“”
장우와 혜민은 말없이 손을 잡고 경복궁을 지나 비원앞을 걷는다.
인사동 골동품가게를 지나면서 장우가 말한다.
“”나 얼마전에 그림 한점을 선물 받았는데 내가 주인 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네가 가져가 보관해라.“”
“”무슨그림 ?“”
“”천상을 그렸어 /“”
“”한번 보고 “”
“”아니 무조건 내가 보관해 /그래주면 좋겠다.“”
“내 방이 천상의 한쪽을 떼어내 옮긴 것처럼 그림이 나를 지배해/
내가 지키지 못한 의무를 나에게 다시 시키는 거야 /
그건 내게 그림이 아냐, 오래된 이야기의 일부분을 내가 지키지 못한 것을 용서했다는
공주의 모습이야/“
“그럼 더 소장해야지/”
“사실을 보았으니(알았으니) 난 만족해 혜민이 네가 보관해/”
또 대화가 중단된다.
승동교회라는 입간판이 보이자,
“장우야 들어가 보자.”
“보이지 않는 힘을 보이지 않는 분께 기도해서 이기게 해 달라고 졸라보게/”
“네 믿음만큼 난 믿음이 없어 혜민아”
“지금 내 말이 그거야,
넌 꿈을 믿고 생활 하고 있잖아/“
“우리가 들어가게 성전문이 열려있으면 좋겠다.”
“가보자 장우야”(혜민은 벌써 기도한다.)
둘은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안다.
어둠속에서도 / 아니 눈을 감아도 보고 /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듣는 진정한 친구다.
이란
장우야 너도 군대 가야지 /
그럼요 대한 남아의 의무에요/
갑자기 왜요? 제가 군대가면 채팅 못 해 허전할 까봐 겁나죠 ?
그래서 제자 한명 물색 중이다 왜?
으악 /?/?
사실은 채팅 당분간 못 하겠다./
왜요 ?
나 이란가 이모하고 / 아빠 엄마 뵙고 오려고 /
그런 일이라면 제가 열 번도 참고 기다려야죠 ?
몇일 예정이세요?
보름 정도 /
각오 단단히 해야겠네요 /
나 그립겠지 ?
아니라면 믿겠어요 ?
응 / 난 가끔 거짓을 써도 장우는 사실만을 써서 날 즐겁게 했잖아 /
사부 /그런말로 날 울리고 갈꺼에요 /
호호호 대한남아가 아직은 아니다.
사부 하루를 건너뛰고 그것도 두 시간의 만남을 위해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인내냐고 나를 타이르고 달랬는데..
그 시간마저 며칠을 뺏다니 난 누구에게 따져야 해요 /
글쎄 /난 종교가 없으니 옥황상제님께 여쭈어봐 /
그래도 돼요?
내가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냐 /
그럼 지금 묻죠?
사부와 제자의 인연을 맺어 주신 옥황상제님 /
다른 사람 보다 더 많은 정을 가지게 하사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다음날의 두 시간의 만남을 위해 주위의 모든 사람을 소중히 대하고 이웃의 고통과
어려움을 자신들의 미력이나마 보태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공부)을 다하고 나면 거기에 맞는 보상도 주시고 ,생활 속에서
만나는 모든 인연 온전히 거두게 하심을 또한 감사드립니다.
작은 재주 주사 사부님은 글로 ,소생은 노래로 가끔 필요로 하는 슬픈자들에게
기쁨을 전할 수 있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하오나 사부와 제자 우리 두 사람이 무슨 연유의 잘못으로 옥황상제님의 노여움을 사 /
이틀에 두 시간 만나는 기쁨을 보름동안 가지지 못 하는지요
만약 제자의 불충이라면 제자가 사부를 모시지 못한 죄를 물어 이 놈의 혼을 걷어
지옥불에 던지시고 사부의 기쁨은 저를 대신한 천상을 보여 줌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
장우 자신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자판을 두드렸다.
어찌 이리 날렵하게 그동안의 생각을 쏟아 전하다니 사부가 아닌 공주를 향해..
아무 것도 기억 못하는 천상의 공주는 (사부는)장우의 글에 잠시 어안이 벙벙하다.
장난스럽게 쓴 옥황상제라는 글을 보고 사실처럼 쓰다니
흑흑흑... 장우야 나 네 글에 감격했다.
전 사부님 말을 그냥 믿고 제 심정을 옥황상제님께 아뢴 것이에요.
참된 기도라 해야죠/
그래 조금 있으면 무슨 소식이 있겠지
너 엉뚱하게 나 이란 가있는 동안 또 다른 사부를 물색하는 건 아니지 ?
사부 /제 손목을 잘라 사부께 보내 드릴 까요 ?
그럼 채팅도 못하고 절 쳐다보는 시선도 없으니 사부가 홀가분하잖아요/
장우야 왜 이런 험한 표현을 하니 /
모르겠어요 / 사부님 하고 채팅을 당분간 못 하는데 사부가 저를 믿지 못해 매도 하니까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요
손목이 없어도 사부님 변함없이 절 받아 주실거죠 ?
사부님 오실 때 까지만 오토바이 타야겠어요.
그럼 만고에 불변이지 /
나 가지 말까 내년에 귀국 하신다는데 /
사부 / 그러면 안되죠 입학식 까지 시간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 다녀오세요
너 오토바이 막 타고 싱싱 달리는 거 싫어 /
안 탈께요 /
정말 ?
사부 태우고 /자연에게 자랑하려고 잘 닦아 두었어요
기다린 만큼 기쁨도 클 것 같아서요/
사부 태우는 날 까지 참고 기다릴게요/
고맙다 마음 좀 진정 됐냐?
아니요 /지금부터 사부를 마음에 담아 두려고요 /
얼굴을 ???
아니요 항상 사부님과 같은 시간에 올려다 본 밤하늘을요/
이란에 가시면 시차로 인해 사부와 제가 보는 하늘이 다르잖아요/
너 처량하다 사진 한 장 전송할까 ?
사부 / 둘이서 나누기에는 너무나도 화려한 영광을 책으로 발간 하셨는데
거기에 사부 프로필하고 사진 실린 거 모르세요 /
제가 전국에서 10위 안으로 사부님 책 삿을 걸요?
하도 제가 들여다봐서 지금은 사진이 흐릿하지만 /
야 무슨 이별하는 연인 같다.
장우야 이란서 선물 뭐 사다줄까?
사부님 소설 쓰는데 도움 되도록 ,숨 쉬는 페르시아 제국을 제대로 보고 오시고요
아라비안 나이트의 상상의 땅을 밟는 첫 발자욱 앞에서 내 마음속 장우 나와라
참깨 하시고 그 마음 그대로 닫지 말고 열어 놓으세요 저도 느끼게 /
알았어 장우 참깨 /
잊지마세요 사부 참깨 /
느껴지니 참깨
네 느껴요 참깨
잘자요 제자
사부님 밤하늘 보실꺼죠 ? <화면이 꺼진다.>
간간이 낙엽을 볼 수 있다.
교정에 그 많던 학생도 어디선가 자리매김 하는데 장우와 혜진은 갈 곳 몰라
마냥 밴취에 앉아 추위와 실랑이 한다.
“”나 학기초에 맞추어 떠나 짐은 어제 아빠가 배로 보냈어“”
“”너 진짜 유학 포기 하냐?“”
“”응 지금은 요지부동이야 /“”
“”그래 / 우리 전화 말고 편지로 만 연락하자 장우야 /“”
“”목소리 들으면 내가 힘들거 같아 /“”
“”미안해 혜민아 편지 자주할게 영국가면 한국의 힘을 보여줘
절대 코 큰 아이들에게 지지마 /“”
“”너하고 같이 가면 한국의 이미지를 제대로 심어줄텐데 /“”
“”넌 잘할거야 /보통 독종이냐 ?이혜민이“”
“”장우 네가 일조한 보람이 있어서야 /“”
“”무슨 될 잎은 싹부터 알잖아 넌 자질이 충분해“”
“”영국은 기후가 안좋으니까 건강 유념하고 필요한게 있으면 편지만해
내가 꼭 구해서 보내줄게 /“”
“”알았어 너 한테 모든 부탁 다 할 거야“”
“”눈이 오길 아까부터 바라고 있었는데 /
너하고 눈에 뭏히려 했더니 시샘하는가 보다“”
“”가자 / 신촌의 라면을 마지막으로 장우와 함께 추억으로 간직해야지“”
혜민은 또 주방에 가 밥 한공기를 가져와 장우 그릇에 넣고는 수저로 말아준다.
“”먹어 큰 추억은 싫고 내가 너한테 해주는 이별의 정이야 /“”
말없이 맛있게 장우가 먹자 혜민은 보기만 한다.
장우가 국물까지 전부 마시자 혜민이 자기 라면을 장우에게 건네준다
“”왜 안먹어“”
“”응 너 먹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 눈에 담아 두려고“”
장우가 혜민의 마음을 알고 맛있게 고맙게 혜민이 남긴 라면을 다 먹는다.
분식집을 나오자 혜민이 말한다
“”여기서 헤어지자 “”
“왜 방향이 같잖아?”
“아냐 여기서 헤어져 / 나 장우 너랑 헤어지기 싫을까봐 두려워 /”
“혜민아 ?”
“가 아니 내가 먼저 갈게 내가 내 뒷모습 끝까지 지켜봐줘 /”
혜민이 지하도로 뛰어 내려간다.
장우는 멀어지는 혜민을 향해 혜민이 짜준 장갑을 흔든다.
항상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미련속에...
혜민이 영국으로 떠나버리면 장우는 친구가 없는 거다.
모든 것을 쉽게 결정하고 ,악착 같이 지켜보려고 노력하지 않은 자신이
또 다른 아픔을 소중한 사람에게 전가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고개를 든다.
땅속 깊은 곳에서 전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장우가 미친듯이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혜민은,
전철문이 열리자 발을 올려놓고 사람들이 계단으로 내려오는 모습을 살피다가,
급하게 뛰어내려오는 장우를 보고 떠나는 전철안에서 작은 소리로 <장우야 ...>
어둠만 그 소리를 듣고 눈시울을 적신다 .
(환희 그대와 함께 춤을...)
오늘부터 사부를 당분간 만나지 못 하다니...
저녘 8시에 컴퓨터 모니터를 켜고는 장우는 무엇을 해야 할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원서를 꺼내 놓고 사전을 찾다 말고 장우는 먼 하늘을 초점 없이 바라만 본다.
유난히 빛을 발하는 별이 장우를 주시하며 은하수와 춤을 추는 데도
장우는 아무생각 없이 그냥 어둠만 본다.
채팅이 끝나고 사부와 마주보는 하늘에서는 장우가 보는 공주의 별인데도
오늘은 전혀 장우가 느끼지를 못 한다.
처음부터 장우는 지난 일을 생각해본다.
자신의 시를 보고 깜찍한 이름 모르는 소녀가 철자를 지적한 꼬리말을 남긴다.
자존심이 상한 소년이 오기로 소녀에게 접근을 하다 반복되는 꿈을 꾸고 전생의 인연으로
치부하며 연민을 느끼자 / 안타깝게 보던 친구의 도움으로 그의 과외 선생이 된다.
그 후 꿈이 아닌 현실의 인연을 소중히 이어간다.
때론 목숨도 내어 놓고 싶고 모든 아픔과 괴로움을 대신하고도 싶고...
생각을 깊게 할수록 장우는 혼란하기만 하다.
정말 전생이 있는 걸까 ?
불교의 윤회설이 인간 삶과 연이 있는 건가?
내가 괜히 혜민에게 전생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혜민을 아프게 하는 건가 ?
<아까부터 모니터가 깜박이는데 장우는 관심도 없이 어둠만 보고...>
실지 사부를 보니 너무 예뻐서 내가 자꾸 전생에 집착하는 건가 ?
만약 사부가 기대 밖의 모습이었다면 ...
그래도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대했을까?
혜민이만 아니면 한번도 만나지 않고 채팅으로만 공주를 그리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대하면서 지낼 수 있을까?
생생히 기억나는 전생.... 이것이 정녕 내 마음의 허구일까?
아름다움에 홀린 욕망 /욕심 /안도감 / ??/
우연이라면, 부량배를 쫏고 오토바이를 태운 혜민이 더 우연아닌가 ?
사람은 만날수록 정이 든다는데 혜민을 만난 회수를 보아도 정으로 뭉친 사이아냐 /
오늘 무엇이 이토록 나를...
모니터에 1시간째 김장우 뭐하냐 ?가 깜박인다 .
내 이기심 때문에 모든 것을 변명하고 만드는 걸까?
영수를 잃고 소중한 혜민을 만난 내가...
사부라고 내가 정하고 내가 전생을 만들고 ...
혜민을 멀리 보내고 ...사부도 나를 떠나 자신의 작품세계의 입지를 굳히려 하면 ...
난 또다시 골방에서 책과 씨름하는 형편 없는 ...
생각을 말자.
장우가 돌아서는데
<야 10분전이다 >
<나 모니터 이대로 꺼야하니?????>
모니터를 본 장우가 급하게 뛰다 의자를 넘어트리고는
의자를 세울 틈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자판을 두드린다 .
사부님 무슨 일 ?
장우 드디어 내가 우려 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네 ?
사부님 ???
난 10시부터 접속을 시도했는데 넌 그 시간을 등한시 하고 볼일을 본다./
아니에요 8시에 모니터를 켜두고 제 방에서 밤하늘을 보며 사색에 잠겨
지난날의 추억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벌써 이란에 도착 하셨어요 ?.
아니 아빠 엄마가 오시는 중이라 이모와 난 안 간거야/
외무부에 전화 대신 문서를 제출 하셔야 하는 사항이 있나봐/
5일 머물고 출국하셔 /(장우가 얼른 의자를 세우고는 앉는다.)
사부랑 채팅을 오늘부터 할 수 없다는 강박 관념이 어둠에 정신을 내주고는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난 10시에 첫 글을 올리고 장우를 어떻게 놀래킬까 생각하다 5분이 30분 되고
1시간이 넘자 내가 마음이 조급해 몸이 달아오르는 거야 /
처음엔 요거 봐라 지각이야 하던게 /
혹시 사고 / 혹시 허전해서 거리방황/ 그동안 못 해본 야간 풍경 산책 /
어디서 호젓함을 달래려고 동창과 술한잔 나누나...등등 이런 생각 알려나 ?
그럼요/ ,방안에서 방황하고 외로움에 떠느라고 사부님의 글을 못 봤잖아요?
사부 제가 옥황상제님께 상소한 글이 효험이 있었나 봐요 /
아니 그전에 내가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기도한게 응답 한거야 /
사부가 제자의 방황과 외로움을 미리 짐작하고 기도를 ...
아니죠? 사부가 자신의 감정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자신이 외로워서 눈물 흘릴까봐/
이런 감정 처음이야 ...???
그런거죠 ???
야 /너 요즘 사부를 너무 놀리는 거 아냐 ?대자보 맛 좀 또 볼래 ?
아니에요 사부 나 지금 감동해서 손이 떨리는 거 안 보이세요 / 덜덜덜...
늦었어 /
사부 멋진 밤하늘 봐야죠 ?
그래 10분만 우리 은하수와 함께 춤추고 자자 ///
예 너무 곱고 고마운 밤이에요 .깜깜한 어둠속에서 사부를 뵙는 다는게...
“춥지”
“괜찮아 이모”
“저기 나오신다.”
“엄마 ,아빠 ”
“하하 서진아 아빠만 하구나 ”(대사님이 딸을 안아 본다)
이어 엄마가 뜨겁게 서진을 안아준다.
“조그마한게 이렇게 컸구나 ”(손으로 서진의 허리에다 대본다)
“우선 청와대 들리고 외무부 보고 하고 2시 청와대 오찬이 가족과 함께 있으니까/
서진이 이모랑 시간 보내고 2시에 만나자/“
수행원에 둘려 싸여 공항에서 얼굴만 본채 멀어 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서진은 허탈하기만 하다.
어려서 말을 배우고 줄 곳 이모와 생활하면서 엄마의 정을 모르고 큰 서진은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해야 했다.
응석을 부려 본적도 없고 / 엄마 손을 잡고 학교 가 본적도 없고/ 다른 아이처럼
졸업식장에서 아빠를 만난 적도 없다.
가족은 있는데 항상 쓸쓸하고 대화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오늘도 일과 일정에 쫏긴 엄마 아빠를 그저 보았을 뿐이다.
서진은 외로움이 몸에 스미듯 옷깃을 세워 당기면서 “이모 나 광화문에 내려주고
1시 30분에 만나요 /“
“어디 가려고 이모하고 화실 몇 군데 돌아보자.”
“아니에요 가보고 싶은 데가 있어요 ,제가 전화 할께요 /”
광화문에 내린 서진은 통화기록에 담긴 장우의 번호를 눌렀다.
“저에요 서진이요”
광화문에 있어요 / 선생님은 어디 ?네 /
제자가 선생인 것을 아는 서진은 장우가 자신의 전화를 기다린다는 자신이 있었다.
사부가 공황에 나가 대사님 일정 때문에 함께 하기 힘들면 전화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촌에 나온 장우는 서진의 전화를 기다리다 받은 것이다.
서진이 천천히 걸어 전화로 약속한 경복궁에 도착하자마자 택시가 서진 앞에 서고,
장우가 20분 만에 도착했다..
빨리왔지?
도서관에 원서 반납하고 혹시 하면서 헨드폰을 들고 있었어 /
하마터면 장우는 어제 채팅으로 사부의 부모가 아침 비행기로 공항에
오는 것을 알고 일정에 쫏겨 얼굴만 보고 헤어질 것 같아서 라고 말할 뻔했다.
둘은 만나면 전혀 다른 인물이 되는 거다.(마치 밤과 낮이 엇갈리는 숙명처럼)
서진은 이유 없이 소녀의 모습 그대로 우울 했다.
그림처럼 고운 입술을 열고는 “왜 여기로 오라고 했어요”
“응 시간에 쫏기지 않으려고 /”(속으로 청와대가 지척이거든.)
서진이 아무 말이 없자 / “입장료 내고 들어가자 .”
“날씨가 차가운데 내 웃옷 걸쳐줄까?”
“그 정도로 춥지 않아요 /”
“경복궁에 대해 아는 데로 이야기 해봐요 .”“
장우가 신바람 나게 웃는다. “하.하.하.”
그리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소신이 이곳으로 오자한 이유는 공주님께서 문과이고 소신은 이과이기 때문에
공주님으로부터 궁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우직에서 이오며 공주님의
고귀한 추억을 보태기 위함입니다.“”
“저 보고 추억을 간직하라는 거에요, 추억 속의 이야기를 하라는 거에요.”
“분명 제가 볼 때는 제 앞에 계신 분은 전생의 공주님이 확실하시니
자신의 생활을 이야기 하시면 소신 즐거운 마음으로 경청 하겠다는 것이옵나이다.“”
장우는 그동안 마음에 담아둔 한을 풀듯 준비한 이야기를 했다.
서진은 어이없어 “호.호.호”하면서
장우에게 살짝 기대면서 “역시 선생님께 전화하길 잘 했네요 .”
“우울 했던 기분이 사라졌어요.”
장우는 가볍게 왼손을 서진의 왼쪽 어깨위에 올리자 서진이 다소곳 하게
머리를 기댄다.
살랑 바람에 얕은 국화향이 스치는데 서진이 이야기한다.
오늘도 쟈스민 대신 국화를 택한 서진이 고맙기만 한 장우는 귀를 쫑긋 세우고는
작은 입에서 나오는 소리 소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원래 규모의 15%만 남았고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에 의해 시해당하면서
궁궐로서 기능을 마감했어요./ “
100년이 훨씬 넘은 은행나무의 앙상한 가지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 나무를 돌아,
근정전 앞에 오자 겨울에 맡는 국화향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하며
장우는 서진을 힐끗 보는데....
“여기는 조선시대 정궁이고 현재는 경복궁의 중심 건물이에요”
.우리 자경전으로 가요.”“한다.
“”저 무늬가 왕족의 장수와 건강을 기원하는 십장생무늬 고요 /
대비가 사용하던 곳이죠 /“
서진의 설명을 들으면서 장우는 <공주님도 이런 곳에서 기거 하셨는데 기억 안나세요 >
속으로 말하며 서진을 품에서 놓자 심장이 <쿵쿵> 띤다.
서너 걸음 앞서 가던 서진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 돌아서서 장우를 빤히 바라보자
장우도 걸음을 멈추고는 얼굴을 붉힌다.
서진이 두 걸음 다가서며 고운 흰 손을 펼쳐 장우의 왼손을 잡아끌며
“우리 경회루까지 뛰어요”하며 재촉한다.
한국 목조 건축 기술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누”가 화려한 단청의 집 /
서진은 장우의 손을 잡은 채 (너무나 따스한 서진의 체온을 몸속 까지 간직한 장우)
춤을 추듯 흔들면서 이야기 한다.
“”단청이 세계 제일인 저 집 그림자를 연못 속에 드리우면 /
그 영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속에 뛰어들어 나비처럼 너울거리며 춤추고 싶어져요.“”
장우는 가슴이 매여 지는 것만 같다 .
지금 꿈속의 춤을 사부와 (공주와 )
연기처럼...
연기와도 같이...
연못 속 깊은 영상 속에 / 장우는 너울거리며 공주와 함께 춤을 추는 것이다.
이모에게 전화한 서진과 장우는 경복궁 정취가 담긴 돌담길을 돌아 청와대로 향하는데
커다란 느티나무의 팔 사이로 겨울의 전설을 이야기 하듯 파란빛이 하얀 모자에
흰 정장을 하고 백설 같은 부츠를 신은 서진과 검은 구두에 검정 폴라티에 까만 바지를
입은 장우를 감싸자 정문을 지키던 경찰들이 무슨 비밀을 밝히듯 정색을 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둘을 응시한다.
장우는 손을 흔들며 정문을 통과 하는 서진을 배웅한다.
언젠가 채팅 하면서< 사부와 춤을 출수 있는 영광을 가질 수 있을까요> 를
아련히 떠 올리면서...
(여러분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어요)
사부 어제는 가족끼리 이야기 하시느라고 주무시지도 못하셨죠?
잠 못 잔건 사실인데 엄마 아빠 기다리느라고... / 새벽 3시에 오셨어 /
아침 6시에 일어나니까 벌써 외출 하셨어 전화로만 오늘 4번 대화했고 아직도 안 오셨어/
속상해 / 친척 분 친지 분 선후배 대사관 직원 청와대 비서실 도대체 나랑 이모랑
같이 앉아 이야기를 못 하실 정도로 전화가 빗발쳐 오늘은 외무부 장관과 만찬이 있으셔서
늦는 거야 / 만나면 할 이야기가 산처럼 쌓였는데 화가나 /
진짜 화나시겠어요/
8년이나 떨어져 생활 했는데 일 때문에 가족이란 단란함을 맛보지 못 하시다니
하기야 정부일 하시는게/ 신념으로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거잖아요 /
가끔 평범한 삶이 부러울 때가 많아 / 엄마 손을 잡고 소풍도 가고 싶고 /
졸업식장에서 아빠랑 사진도 찍고 싶고 / 가족이 둘러 앉아 고기 구워 먹는 정경도
연출하고 싶고 / 늦은 밤에 아빠 엄마와 영화도 보고 싶고 / 크리스마스 선물도 교환 하고
싶고 / 생일 선물도 주고 또 받고 싶고 / 상 타온 것을 안방 침대위에 모른 척
올려놓고도 싶고 / 합격 했다고 아빠 엄마 품에 안기고 싶었어 /
내게는 필요 할 때 상대가 없는 거야/
장우는 옥황상제님이 아빠신데 / 떨어져 생활 하는 공주가 항상 안스러웠는데
오늘 서진의 글을 보자 왜 이승에서도 아빠의 정을 못 누리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애처러움에 한숨을 쉬며 자판을 친다.
사부 대단해요 혼자서 그 모든 외로움을 다 이기시다니 /
떨어져 생활 할 때는 몰랐던 감정이 지금 가까이..... / 아니 한집에서 부모님과 자면서
혼자라는 생각이 나를 우울 하게해 / 난 도대체 부모님에게 어떤 존재일까 ?
일 보다 못 한 존재 ?/ 있어서 귀찮은 존재 ?/ 두 분이 결혼해서 인간 본능을 실천
증명한 존재 / 이모에게 넘겨진 존재 ...
내 인생 내가 책임지라고 내던져진 존재 /
사부답지 않게 염세주의적인 냄새가 풍겨요 /
명랑 / 패기 발랄한 사부한테도 어두운 면이 있다니 /
기분 전환해요 / 우리 5분만 고운 은하수 보고나서 채팅 다시해요 /
그러자 우리의 5분을 할애 하자./
사부와 제자가 창가에 서자 어둠 속에 담겨진 별 빛은 변함없이 서진을 반기고
서진을 보고 있는 달빛이 다감히 장우에게 다가온다.
천상에서 공주의 물음을 한순만 참았어도 이토록 공주가 아픔을 겪지 않았을텐데
장우가 자책과 자학을 반복할 때 서진은 어둠을 만지며 장우에게 쓴 자신의 속내를
부끄러워 한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나는 빠지고 남의 슬픔이 나의 행복과 견주고
지금의 형태가 너무 아름다워 투정이나 하고 서진은 얼굴을 붉히며 장우의 하늘을 본다.
장우는 사부의 심정을 달빛에 전해 들으며 꽃처럼 밝은 별을 따서는 사부가
외로움 떨치라고 어둠에게 정중히 전달을 부탁한다.
사부 마음이 상쾌해요/
그래 자연과 호흡함이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구나 /
사부 넌센스 문제인데 /
한국의 불가사의가 뭔지 아세요?
너 하고 나의 사이 (비밀이면서 다 아는 사부와 제자 사이)아냐?
뭐냐면 거북선과 개구리 소년이래요 /
거북선은 알겠고 / 개구리 소년 ?
초등학생 5명이 도뇽룡 잡으러 나갔다 11년 6개월 만에 시신이 발견된 사건이레요.
연인원 32만명이나 동원된 미궁의 사건이요.
실종된 소년들 우리보다 나이가 많네 / 안타깝다 /
장우는 기분전환 한다는 것이 또 무거워 지자 얼른 자판을 쳤다.
사부 미국인들이 죽기 전에 가 봐야할 곳 1000곳을 지적 한 책이 있는데
네팔 /캄보디아 /스리랑카 / 홍콩 등등 은 있는데 정작 한국은 없는 거 아세요.
결국 홍보에 문제가 있어 / 독도 문제도 그렇고 / 우리 아빠도 공직에 계시지만
멀리 보고 준비해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실적만 운운 하는 것이 참 문제야/
생색이 나지 않는 큰 이득은/ 알면서도 이슈로 대두 되지 않으면 접어 두니 /
사명감 결여라고 봐야지 /이렇게 쓰면 공보부냐 외교부냐 교통부냐 떠 넘기기나 하고
안그래 ?
사부 이상하다 .이런 말 쓰려는게 아닌데 사부가 기분전환 화두 하나 던져 보세요 /
그래 너 어떤 여자 탈렌트가 좋으냐?
죽이네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야 내 눈치 볼것 없어 /
응 연상으로는 최진실씨 아픈 만큼 성숙하셔서 연기에 물이 오르셨다고 생각돼서
다른 사람은 이나영씨 눈이 크고 사부랑 가장 이미지가 비슷할 것 같은 상상에서 /
또 흰색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돼서/
어쭈 /
이제 사부 차례 ?
난 조제현 강하면서도 항상 양보하다 손해 보는 그런 타입의 이미지 /
에릭 / 언제든지 라면에 밥말아 같이 퍼 먹을 수 있고 감미로운 노래로 가난을
승화시킬 수 있는 맑은 목소리가 좋아 /
서로가 아는 만큼 표현도 서로의 장점을 짜고 적는 것 같다.
사부 최근 본 영화는 ?
외출해서 본 거는 없고 거의 책만 읽는데 / 사운드 오브 뮤직은 CD로 자주 봐 /
음악도 좋지만 작가의 의도가 내 마음과 같아 ...
청순함 / 천진난만함 그리고 깨끗해서 변명하지 않는 ...
은은히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긍심을 이끌어 마음에 심어주는 구도가 ...넌?
전 고전을 좋아해요 /
특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무기여 잘 있거라 / 하노버 트위스트 같은 ...
절대 절명 속에서 나타나는 위트/ 재치 /
사랑속에서 떠나야 하는 이유/ 기다려야만 하는 이유 /
죽음을 아픔으로 느끼지 않고 기억으로만 남기고 싶은...
야 감미롭다 장우야 우리 춤 한번 추자 .
눈을 감고 연기처럼...
장우가 자판을 두드린다.
가즈런히 손을 얹고 사부의 손 자락을 느껴요 .
12시야 사부... 시간을 초월해요?
오늘만 / 아직 부모님이 안 오셔서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
살다 보면 사부 이런 날도 있네요 .새벽의 채팅이라 /
밤하늘에 별과 달이 우리를 위해 노래하면 어둠이 졸고 /
그 사이에 사부와 제자가 끝도 없이 대화한다.
제자님 꿈이 좋아 ,꿈을 찾으러 꼭 떠나야 하면 여기서 그만 끄고 /
아니 사부 / 지금 같은 순간이 꿈이 였다고요.
연인들은/ 지인들은 만나면 대화 없이 눈빛으로 모든 걸 전부 안 다고 하던데
우리 같은 지인은 상대를 감동시킬 문장을 구사해야하니 사부 먼저 써 봐요 /
이 밤은 그리움 없이 모든 걸 다 나누는 밤 /
이 어둠은 감춤 없이 모든 걸 다 보이는 어둠 /
이 달빛은 너와 나의 존재를 세상에 비추어 보게 하는 달빛 /
이 별은 우리의 낭만을 셀 수 없게 모여 있는 수많은 별 /
사부 역시 작가답네 .../ 순간에 이렇게 멋있게 써요 /
앞뒤가 맞아요 시조처럼 /사부 글을 흠쳐 보고 제자 씀니다.
이 밤은 낮에 못 이룬 대화 연이어 주는 연못 /
이 어둠은 사부의 글을 옮기라고 있는 흑판 /
이 달빛은 오래전 비밀을 간직하고 지켜보는 추억 /
이 별은 사부에게 전해 주라고 피는 어둠의 꽃 /
제자 / 앞과 뒤가 다른게 생동감 있네 /
참 너희 부모는 어떤 분이셔 ?
아빠는 하나에 몰두 하는 노력가에요.
지금은 평범하셔요 치킨 가게를 하시고 욕심 다 놓고 우리 형제 잘 되기만
바라시고요. 정이 깊고 누구든 대화에 응해 주시는 사려 있는 분이죠.
술 석잔 마다 않고 담배 피우시지 않고 음식 골라 드시지만 타박하지 않고
어디든지 어울리는 분이죠
엄마는 흥이 많고 근심 걱정 떨치는 능력 있는 분이고요.
저의 형제 엄마 닮아 노래 잘 하는 거고 /
우리 아빠는 엄마 노래 솜씨 바느질 음식 솜씨에 반하셨던 거래요 .
사부님은 ?
두분 다 집안이 좋으셨대 내 기억이야/
질문이 하고 싶을 때 내 곁에는 책만 쌓여 있었어 /
사부 오늘은 이상해 / 사부를 즐겁게 해 드리고 싶은데 ....
아냐 말로 하고 싶었던 거야 / 무거운 거 같지만 너무 즐거워
비밀을 전부 털어 놓으면 그 사람하고 멀어진다고 하지만
이건 비밀이 아냐 /
사부와 제자 사이에 비밀은 ...불문 이지... 무슨 ...
사부 못난 제자 이해해줘 / 채팅 하면서 헤어질 때마다 조금만 더 조그만 더..
그러다 이런날이 왔는데 / 사부에게 할 말이 많았는데 / 또 내가 실수하네요.
(장우는 천상을 연상한다. 공주 앞에서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을...)
장우야 가족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를 존중 한다는 거야.
그리고 가족에 관한한 일어난 모든 사건은 추억이고 아무일도 아냐 /
너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거... / 그게... 중요...
사부님 고마워요 / 우리나라에는 말광량이 삐삐나 빨강머리앤 같은 명랑 발랄한 소녀
주인공이 없으니 / 춘향이/ 심청이/ 팥쥐 /장화/홍련 / 전부 슬픔을 이기고 자신의 삶을
승화 시킨 너무나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분들 뿐이니 /나 참...
결론은 나이에 비해 옛 선인들 보다 내 행동이 너무 어리다/ 이걸 말하는 거냐?
아니 /사부 김빠진 사이다를 꽃에게 주면 꽃이 좀더 오래 있다가 시들듯 사부는
많은 것으로 저를 가르친다는 뜻으로 해석 하셔야죠/
사이다에 비유해 ? 나 참/ 톡 쏘는 맛이 천하일품인데 톡 쏘는 그 맛이 사라져도 다른 사람
특히 제자에게 매력이 있다 ./칭찬으로 내 접수하마 /
사부 /감사...
오늘 같은 날은 브라암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신의 여인 크라라를 위하여
연주하는 것처럼 무드도 조성하고... 크라라가 오른손을 사용하기 불편해 하자
왼손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샤콘드를 작곡 한 것처럼 사부에게 무언가 감동을 주고 싶은데
마음뿐 이네요./ 아니 제 능력이 벽에 부딪치네요.
간혹 눈에 보이는 것으로 기쁨을 전하며 감격하기도 하지만 볼 수 없는 마음을 주는
제자에게 난 탄복할 뿐 ./어둠을 함께 만지며 달과 별을 주고받는 지금의 유희가 ...
사라지는 어떤 감동의 순간 보다 더 사무치는 정이란 걸 느끼고 있어...
그때 서진의 아빠 엄마가 들어오시는 소리가 들린다.
잠깐 제자 / 부모님이 오셨어 /
서진은 방을 나와 “엄마 아빠 피곤 하시겠어요”
“그래 미안 하구나 일 핑계로 우리딸 얼굴 볼 시간이 없으니 /”
“우리 차 한잔 할까 ?”
“예 제가 물 올려 놓을게요”(서진은 가스불을 켜고는 급히 방으로 간다)
제자 /
예/
우리 이야기 해피엔딩으로 끝나야지 /
네 사부 엄마 아빠랑 많은 이야기 나누는 좋은 밤 되세요 /
사부를 가장 잘 아는 제자에게... 네가 함께한 이 어둠이 좋아지려해 ...
안녕/ 제자
친구
“장우야 식사하자.”
“예”
“아빠 벌써 나가셨어요?”
“그래 오늘 물건 오는 날이잖아”
“식사 후 엄마도 나가 보세요 제가 설겆이할게요”
“그래 그럼 신세 좀 지자.”
“부탁한다.”(식사를 마치자마자 문밖으로 향하시면서 말씀하신다)
“예 엄마 다녀오세요”
장우가 반찬통을 냉장고에 넣고 식기를 닦으려고 고무장갑을 끼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그래 기웅아 반갑다./ 11시 알았어 갈게/”
츄리링을 입고 K고교로 들어서자 30여명이 모여 있다.
“야 김장우 반갑다.”
“기순아 / 인상아 / 수호야 ”서로들 악수하느라고 정겹다.
이어 기웅이가 말한다.
“야 얼굴도 볼겸 근황도 듣고 건강을 생각해서 축구로 몸 좀 달련하자고/”
“그러자 모처럼 추위도 이길겸 한바탕 뛰어보자.”
“수호 넌 심판보고 나머지는 두명씩 마주서서 가위 바위 보해서 승패로
편을 나누고 시작하자.“
전반전에 장우는 해를 등지고 남에서 북으로 뛰었다.
30분 뛰는 것이지만 땀이 비오듯 했다.
스탠드 그늘로 오자 “야 후반에는 힘내 이왕 하는거 이겨야지”
“어 혜민아 언제왓냐 ?”
“우린 안보이냐 ?”지민 수연 길자 수경 등등 7명의 여학생이 서있다.
“야 정말 오랜만이다.”
“이리와 너희 남친들을 위해 우리가 축구 정보를 입수하고 김밥 싸왔다.”
“야 먹을걸 나누는 게 진정한 친구아니겠어 와 같이먹자.”
기웅이가 “이거 누가 만들었냐 ? 아담하다.너지 수연이/”
“까불기는 먹기나 해 여기 뜨거운 커피도 있어 /”
“야 근데 누구 아이디어냐 오늘 소모임 주체한게 ?”길자가 종이컵을 꺼내며 이야기한다.
“기순이래 /”
“정말 야 이리와 기특하지 /누나가 뽀뽀해줄게/” 지민이 은근히 강조한다. 둘은 연인이다.
“야 서럽다. 지민아 후반 이기게 등좀 두드려라” 인상도 한마디 한다.
지민이 무섭게 인상의 등을 두드리자 “어휴 야 나 후반 못 뛰겠다 ”하며
엄살을 피자 모두가 웃는다.
장우는 혜민과 한쪽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너 이제 출국 8일 남았네/”
“여전하구나 숫자 정확한 거 /관심이니 최소한의 예의니 ...”
“미안 / 몇 번이고 전화하려 했어 /”
“야 후반 시작 하자 ”수호가 소리친다.
“응원 할거지 /”
“역전해야해 장우 너 지독한 모습 내 눈에 담아야 안심돼 ”
“그래 /”
3분 남기고 4대4 동점이다.
장우가 숨을 몰아쉬며 골문 언저리에 있을 때 인상이 “장우야 ”소리치며 어씨스트 하자
장우가 골을 받고 문전으로 대쉬하며 강슛을 날리자 볼이 골대를 맞고 들어갔다.
결국 5대4로 이긴 것이다.
이런저런 화제가 오가는데 장우가 혜민의 손을 잡고 일어난다.
“가자” (혜민이 따라 나서며)
“재미있었다. 먼저간다. ”장우가 소리치자.
서먹한 혜민과 장우 둘 사이를 모두가 아는 터라
“잘가 / 또보자 /그래 / ”로 응한다.
“대학원 까지 5년 코스레며”
“응”
“잘하고와 /어떻게 변할까 6년 후에”
“공터에 건물 들어서듯 허울 좋은 명성과 내세울 것 없는 추억으로 돌아오겠지 /”
동네 골목이 변해 집 찾기 힘들 듯 외국물 먹고 온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친구도 적겠지 /“
“놀러가니 학문에 뜻이 있어 좀 더 많은걸 탐구하러 가는데 /”
“혜민아 유학동안 이기적으로 행동해 나 같은 놈은 잊고 절대 아무 한테도
시간 할애하지 말고 공부만 하다와/“
“누가 네 생각한데 /마지막까지 그런 말 하니 ?”
“자주 편지 할게 /건강해야해 이런 좋은 말 놔두고 ...”
흐릿한 날씨가 드디어 눈을 떨군다.
혜민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다.
“날씨가 구질구질 하더니 눈까지 오고 이래 /”
장우는 아무 대꾸도 못 한다.
공원을 돌아 나오자 혜민과 처음 만난 그곳이 보였다.
장우가 혜민이 짜준 장갑을 낀 손으로 가리키며
“저 곳 기억하지 /눈이 크고 겁을 먹은 소녀가 눈물 흘리던 곳 /”
혜민이 발로 장우를 가볍게 차며“ 울긴 누가 울어 말을 만드냐 /”
“어 분명 울었는데/나한테 아저씨 고마워요 하면서 /”
“김장우 너 죽어볼래” 하면서 혜민이 고운손을 휘두른다.
장우는 혜민을 피해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는 함박눈 속으로 달린다.
혜민이 그새 눈을 뭉쳐 장우를 향해 던지자 /
장우가 일부러 맞아주면서 눈을 가볍게 뭉쳐 혜민을 향해 마주 던진다.
지금의 고등학생도 그렇듯이 장우와 혜민도 수시다 .정시다 쫏기면서 공부에
매여 고등학교 2년 세월을 살같이 빠르게 보내고 대학에 진학하면 시간 좀 있으려니
생각했으나 오히려 정시 공부하는 것보다 시간을 더 쪼개어 쓰고 오늘 모처럼
소년 소녀가 되어 그동안에 지난 시간을 보상받는 악동이 된 것처럼 뛰어 노는 것이다.
“야”헉헉“
“어쭈 그리 큰 눈으로 던진다 이거지”
마치 억울해서 화풀이 하듯 혜민이 장우의 목덜미 뒤에다 장우 머리보다 조금 작은
눈덩이를 내리친다.
장우는 피하지 않고 맞고는 엄살을 떤다. “어구 사람잡네”
장우가 눈위로 비명과 함께 벌렁 자빠지자 혜민도 장우 옆에 눕는다.
“혜민아 일어나 옷 젖어 감기 들라.”
“누워봐”
“저 파란 하늘이 쏟아지는 흰눈에게 자리를 내어주고는 회색이 되다니 /
하늘은 구름의 끝을 알고 있어서 잠시 자리를 비켜주는 걸까/“
“흰눈이 내릴 양을 알아 하늘이 멈추는 시간을 계산해서일까 /”
“나도 기다리면 달라질까?”
“눈이 그치면 파란 하늘이 전처럼 나타나듯 5년 후에 나도 흐른 시간을 아쉬움 없이
되돌아 볼 수 있을까 ?“
“시간이 흘러도 혜민 넌 변하지 않을 거야?”
함박눈이 너무나 많이 내려 두 사람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코언저리만 두 구멍이 뚫려 콧김이 새어나오지만 둘은 보려하지 않고 서로의 몸과
마음을 눈 속에 꼭꼭 감추려고 움직일 줄 모른다.
생각보다 눈 속이 따뜻하다고 혜민은 느낀다.
지척에 누워있는 장우의 체온이 금방이라도 눈을 녹이면서 자신의 구역으로
넘을 것만 같다.
장우는 지금 자신의 나신을 눈 속에 감춘 듯 일어날 엄두를 못 낸다.
뛰는 심장에 눈이 튕겨져 나가 가슴이 휑하니 뚫려버려 허젓함을 가리고만 싶은
충동이 일어나지만 누워있는 혜민을 거역 할 수가 없다.
몇 년 만의 폭설이라고 시간시간 매스컴이 떠들어대는데 둘은 1시간을 넘게 누워있다.
지나가는 누가 보아도 둔턱으로 알지 사람이 누웠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많이 쌓였다.
종종 향나무 가지에 눈이 올라 쌓여 그 무게로 가지가 부러져 마음의 상처를 받는
사람이 많은 것을 떠올리며 장우와 혜민은 동시에 이 눈이 자신들을 눌러
다시는 누구를 그리는 연민이 일어날 수 없도록...
자신들의 심장을 한 장의 종이처럼 납작하게 하여 모든 추억을 빠져 나가게 하기를
바라며 각자는 옷을 통해 피부를 살포시 누르는 눈의 무게를 아무 저항 없이 감지한다.
새하얀 천지에 처음 누빈 흰 이불을 나란히 덮은 듯 누운 두 사람 위로
얕은 어둠이 찾아와 슬픔을 달래듯 주위를 맴돈다.
심신의 체념을 요하는 짙은 죽음의 안개처럼 어둠이 엄습하자
장우는 밀려오는 오한을 이기지 못 하고 일어나 급히 혜민을 깨운다.
“혜민아 / 일어나 /어두워 졌어 /”
장우가 일어나자 수북한 눈이 주변과 혜민이 누운 위로 나불어져 덩이진 채 구른다.
“으음”
얼음 속에서 100년을 자다 일어나는 여인을 보는 것 같은 장우는 마음속으로도 공주란
표현을 하지 않는다. (공주는 서진에게만 쓸 수 있는 신분인 것이다)
“야 설인 같다.”
혜민이 두손을 번갈아 움직이며 얼굴과 머리의 눈을 털며“ 넌 무드도 없냐 ?”
“잠에서 깨어난 예쁜 공주님/미모에 끌려 감히 입김을 불어 소생시킨 본인은
남쪽 작은 땅을 다스리는 영주이온데 이렇게 공주님의 자태에 반하여 넋을 추스릴 수
없나이다. 하며 아부하면 않돼냐?“
장우가 혜민의 손을 잡아끌어 세우고는 눈을 털어 주면서 “영국에서는 이런 깨끗한
눈이 아니니까 함부로 뒹굴지마 /“
“너야 말로 내가 만든 이 추억 눈 녹듯 녹이지 말고 눈처럼 깨끗하게 간직해 /”
눈을 다 털자 장우가 혜민이 짜준 장갑2짝을 하나로 포개 혜민의 왼손에 끼워주고는
오른손을 잡고 자신의 왼손과 함께 왼쪽 츄리링에 집어넣고는 “손이 차다.”가자“
혜민이 장우의 체온을 받아들이며 둘이 나란히 발목이 빠지는 눈길을 힘겹게 걷는다.
장자 못 쪽으로 오자 공원입구에 둥근 가로등이 흰눈을 머금고 발하는 빛이
흰색의 지면을 너무나 하얗다 못해 상서로운 보라빛으로 비추는 것을 혜민이 보고 감탄하며
“장우야 저 가로등 좀 봐 모든 흰색을 끌어 모아 한번에 뿜어내는 것 같아 /”
“마치 세종대왕님이 모든 빛은 이 문을 통해 들어오고 이 문을 통해 나가라고
경복궁 궐문을 광화문이라고 명한 그 장관을 보는 거 같아 “
혜민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감탄한다.
발등에 눈이 녹아들어 발이 시리자 장우가 혜민을 잡은 손에 힘을 가한다.
“혜민아 내가 자란 고향과 가족을 떠난 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지/
널 위로할 말도 ...너에게 보태줄 힘도 ...네게 전달할 우정도...“
“그만해 / 이대로가 좋아 / 내 손을 맞잡은 이 따뜻함 간직하고 떠나는 나 행복해 /
우린 참된 친구야 /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집까지 바래다줘 /“
천지가 하얗게 깔린 눈위를 걸으면서 깊게 빠지는 발목이 남긴 뚜렷한 자욱을
장우와 혜민은 친구이기에 결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감정
“내 기억으로는 이렇게 많이 내린 눈은 처음이야/”
장우가 혜민이 사는 집 골목가를 돌면서 어렵게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여느 때 같으면 오가는 사람도 있고 자동차 헤트라이트가 언덕을 올라오며
골목 구석구석을 비추면서 남의 집 대문 호수와 문패까지 밝히고는 사라지기 아쉬운
불빛으로 걷는 두 사람을 희미하게 주시하곤 했는데,
오늘은 온통 뒤덮인 눈으로 행인도 없고 여기저기 미끄러진 차들이 마치 장군의
무덤인양 커다란 봉을 만들고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처럼 방치되어 있다.
“야 나도 발이 시려워 참기 힘든데 혜민이 너도 마찬가지지 /”
25cm나 내린 눈에 푹푹 빠지며 걷느라고 체온에 녹은 눈이 운동화는 물론 양말을 적시고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데 장우는 혜민의 손을 츄리닝 속에서 꼭 잡은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혜민의 집 가까이 오자 헤어지기 전에 무슨 말이나 해야 될 것 같아
꺼낸 말인데 혜민이 손을 빼며 /
“날 위해 그 정도도 못 참아 / 가/”
“발 얼어 동상 걸리기 전에 어서가 ”하며 / 뛰다 그만 눈에 발이 빠져 넘어진다.
“혜민아 ”장우가 놀라 뒤 따라가 혜민을 부축해 세우자 혜민의 쉐타가 눈에 젖어
쉐타올 사이로 눈물이 스며든지 한참이 되어 속옷이 전부 젖은 채 부들부들
떠는 것을 그제서야 장우가 알았다.
“야 바보야 이 추운 날 이 많은 눈을 맞고 이렇게 떨면서 아무 곳이나 들어가 몸 좀 녹인
다음에 집에 가자고 하지 이게 뭐야 ?“
“난 힘겹게 눈에 빠지며 걷는 내가 안스러워 택시도 잡을 수 없어 빨리 집에 바래다 줄
생각으로 네 손잡고 걷기만 했잖아 /“
“도대체 끝까지 난 너에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친구를 빙자한 짐 /”
“이기적으로 해석하는 허울 좋은 친구 /”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우연 이었나봐 /”
“그만해 그런 소리 듣자고 이 추운 날 네 손 맞잡은 줄 아니 /”
“이리와 저기 순대국 파는 곳이라도 들어가자,”
장우가 혜민을 한쪽으로 부측하고 가게로 들어가서는,
“아줌마 순대국 좀 따뜻하게 주시고요 저 전기난로로 몸 좀 녹일게요” 하며
전기난로를 당겨 혜민에게 바짝 대어 준다.
“미안하다 혜민아/”
“아줌마 죄송하지만 마른 수건 없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혜민이 수건을 가져와
장우 츄리닝과 얼굴의 물기를 닦아주자, 장우가 수건을 빼앗아 혜민을 의자에 앉히고는
서둘러 떠는 혜민의 옷을 수건으로 닦으며 ,
(서진과 혜민 둘다 남자를 생각하는 섬세함이 장우를 멋쩍게 한다.)
“ 나란 놈 내가 이해하려 해도 한심해 /보이는 대로만 살고 있잖아 /“
“내일을 위한 설계도 없고, 목표 설정은 더 해본 적도 없고,
누구를 위해, 가령 부모님과 형을 위해 양보심이나 사랑을 가지고 대화해본 적도 없이,
나하고 싶은 대로 싸움질하고 , 공부한다고 TV시청도 못하게 하고,
시끄럽다고 전화코드 뽑고, 내가 닭고기 좋아한다고 형과 아빠가 삼겹살 구워 먹자는 것
조차 한번도 호응안하고, 친구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선도 하는 것이 인격인양 폭행과
폭언으로 상대의 의사를 꺼내지도 못 하게 욱박지르고, 자신이 괴롭거나 힘들 때
시간에 상관없이 ,전화하거나 찾아와선 혜민이 네게 투정하고 ,
네가 부탁하면 마지 못 해 응하는 쓸모없는 ,나란 존재, 도저히 오늘 용서가 않돼 /“
순대국이 나오자 ,
“아줌마 소주 한병 주세요.”
헤민이 소주를 따라주면서,
“받아 , 우리의 우정을 위해 한잔 하자.”
장우와 나란히 잔을 들고 혜민이 단숨에 비워 버린다.
“난 항상 외톨이인 네 곁에 나 말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친구에게 뒤 늦게 전해 듣고는
나도 너처럼 공부만 했어,“
“하나는 넌 나 아니면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성에 갇혀 있는 불상한 신분이라는 것이고,”
“다른 이유는 우연과 필연은 동등한 위치에서 외면하거나 버리지 않는 한 계속 지속되고/
발전되는 것이라고 믿었길레, 내가 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작가 꿈도 이루고,
네가 가는 대학에 내가 가서 널 꼭 지켜보고 지킬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
정시 60일 동안에 전화 한 통화 없어도, 난 자신 있게 반듯이 Y대에서 너를 향한
내 마음을 전하려 했던거야 .“
“장우야 한잔 더 하자.”
장우가 두 잔에 소주를 따르자 ,“마셔 ,우정을 마시는 거야 / ”
둘은 목구멍울 타고 내려가는 쏴한 소주가 무거운 찌꺼기를 거르듯 이마를 동시에
찡그리며 , 서로가 약속 한 듯 수저를 들어 국물을 떠서는 상대 입가로 가져가 먹여준다.
국물을 받아 마신 혜민은 당연하다는 몸짓으로,
“몸이 풀리는 거 같네” 하며 이야기를 계속 한다.
“난 만나면 만날수록 사람들은 정을 나누고 그런 가운데 정이 든다는 것을 문학을 통해
잘 알아서 네가 사부와 2시간 채팅하는 것쯤은 무시할 정도로 자신이 있었던 거야,
그래서 꿈에서 벗어나라고 내 나름대로 수소문해서 과외자리를 마련하고 ,
장우 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기다린 거지/“
“그런데 그게 자만이었어, 너처럼 외골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남보다 집착이
높다는 걸 방관 한 거야/“
“그리고 너의 사부가 여자인 내가 보아도 마음을 뺏길 정도로 너무
착하고 곱다는 것이 문제였어 /“ “따지면 내가 경솔 했던거야 /“
“혜민아 여러번 너한테 이야기 했지만, 난 아직도 나 자신을 잘 몰라/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도 안 해 봤고, 살면서 친구가 ,이웃이, 선후배가
꼭 필요한지 고민도 하지 않았어, 그런 내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는
그 소중한 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뒤 늦게 알았어/“
“그게 사부를 만나고 나서 장우 네게 일어난 변화야 /”
“나만 알고 나만 만났을 때는 그런 생각 하지도 않았지 ?그렇지?”
“아냐 / 사부를 만나고 꿈을 꾸고 ,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에 마음을 띄운 것은 인정해/
그러나 혜민 너를 만나고 네가 나에게 전화 처음하면서, 어제 고마워서 오늘 답례로...
하면서 말을 잊지 못 할 때, 나도 당황해 전화번호 어떻게 알아내셨어요? 하며 존대했지.
그 순간 얼마나 맘이 떨렸는지 내 생전 처음 떨었어/“
“그날 너하고 피자를 먹고 너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 집에 와서 방문을 잠그고 몇 시간을
고민 했어, 번뇌라 하나, 머릿속에서 너를 떨치려 해도 , 영수를 잃어버리듯 , 혹시나 너를
사귀고 너를 잃을까 하는 두려움이 나를 미치게 하는 거야 .“
“그 밤에 얼마나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는지 몰라/
새벽 3시에 들어오자 , 엄마가 대문에서 서성거리시며 나를 기다리고 계셨지,
엄마가 나를 보시더니 와락 껴안으시더니 그냥 우시는 거야 /
내가 다시 방황할까 겁이 나신거지/“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그 밑에 주저앉아 엄마에게 혜민이 네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나도 이유 없이 울었지/
소년 소녀로 첫 인상만 간직 한 채 헤어진 네가 이미 오래전 사귀다 나의 경솔함으로
내 곁을 떠난 영수의 자리를 이미 채워버린 거야 /“
“엄마는 나를 다시 안아 주시고는 시간에 모든 걸 맡겨 봐 장우야/
혜민이란 아이 한번 보고 싶구나 /
장우를 이렇게 아프게 한걸 보니 마음이 따뜻한 아이 구나 / “하셨지
“넌/ 지금도 / 그 때도 변함없이 나를 지배해 /
너를 뺀 나는 존재의미를 다시 생각해야해 / 집안 친척 어른들은 나를 무엇인가에 금방
집착하고 빠진다고들 하지만, 사춘기 소년처럼 호기심으로 잠시 거치는 그런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난 항상 내 주어진 시간 모두를 거는 거야 /“
“오토바이를 타고 어둠과 나를 상대로 10분을 달리다 모든 것을 버린다 해도 ,
후회안할 자신으로 맘껏 순간을 가지려했어 , 영수를 잃어버리기 전에 , 그와 단둘이라면,
목숨도 내어주고 싶었어, 하지만 숙명이란 핑계로 영영 헤어진 영수에게 내가 줄 수
있었던 건 알량한 눈물 몇 방울뿐이었지, 난 내 의지로 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너를 만나면서 고뇌하기 시작한건 혜민이 네가 내 생활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서가
아니라 , 이미 나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거야 /“
“우정을 빙자해서 너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 너니까 , 네가 다 받아주니까 ,
나를 숨김없이 다 보였던 거야 /
그래야 내가 존재할 수 있었기에...“
(장우가 단숨에 술을 마시자 혜민이 순대를 수저로 떠서는 장우에게 먹여준다.)
“장우야 우린 왜 남들처럼 너 좋아한다. 이런 말 못 하는 걸까?
3류 소설에 나오는 대사처럼 나 너하고 오늘밤 함께 보내고 싶어 , 집에 들어가지 않을거야
왜 ? 이런 말 못 하는 걸까?“ (혜민의 맑은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장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혜민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가볍게 혜민을 안아준다.
“넌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아이야/
로미오와 쥴리엩도 그렇고, 우리가 아는 소설 속 주인공들이 어리거나 ,
우리 또래의 나이인데도, 세상 사람들이 짐작도 이해도 못 하는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나누다가 사랑을 택하고 명예도, 신분도, 가족도, 하나밖에 없는 목숨도 미련 없이 사랑을
위하여 버리는 것을 알아, 우리의 사귐도 그만한 깊이가 있고 가치가 있다고 나는 믿고,
오래전 혜민 너를 받아드린 거야/“
“사랑하기 때문에, 좋아하기 때문에,
떠나간다는 그런 유행가 가사가 난 싫어,
소중하니까 언제라는 기약 없이 간직하는 거야 /
내가 겪어 아픈 만큼 너에게 아픔 주지 않으려고 아무 말 못 하는 거야/
죽은 영수의 시신 앞에서 갖은 욕설 다 하면서 수십명의 어른과 경찰에게 악을 쓰고,
침을 뱉고 손발을 휘두르고 내게서 흐르는 피를 짜내어 뿌리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언제나 같이 웃고 , 함께 슬픔도 나누고, 공부도 놀이도, 미래까지 계속하자고,
맹세한적 있었나, 영수와 맹세는 한 적이 없지만, 맹세보다도 더 큰 그 무엇이
표현 할 수 없게 나를 당연시 짓누르는 거야 /“
“난 눈물과 몸부림으로 순종할 수밖에 없었어/ ”
(혜민이 눈물을 닦으며 소주잔을 권하고는 소주를 따른다)
“마셔 / 마시는 거야 /우리의 추억을...”
단숨에 소주를 비우자 혜민이 또 순대를 수저로 떠서 장우의 입에 넣어주고,
본인은 소주잔에 입만 대고는 도로 내려 논다.
“혜민아 추억을 만들자고 널 사귀려한 게 아냐,
소주를 마시며 추억이나 가슴에 새기려는 게 아니라고,/
잊어야 한다는 아픔이 얼마나 아픈데,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다는 그리움이 얼마나 가슴을 태우는데,
쉽게 떠나보내고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자신을 몸부림치게 하는데,
잠 못 이루는 밤에 뇌리에 스치는 목소리가 얼마나 사무치는데,
방종하고 방황하면서 내 마음을 전하려 해도 이야기 들어줄 상대가 없다는 게
얼마나 삶을 좀 먹는데,
시간과 상관없이 누군가와 대화하고 누군가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인생을 살찌우고
살만하게 하는데,
난, 인생을 모르는 사춘기에 남 보다 먼저 맛본 이 모든 경험을 자랑스럽게 받아드릴 수
없어 숨기며 지낸 거야/
그런 어느 날 네가 나타나 숨어 살다시피 한 나의 작은 시간을 보상하는 거야/“
“치유 받을 수 없는 과거를 혜민이 네가 사랑의 여신 이아처럼 단지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지난 아픔을 다 치유해 주는 거야 /“
“너라면 어떻게 대하겠니 ?”
“혜민이 너도 나처럼 알 수 없는 미래를 보면서 자신의 모든 것으로 나를 위해
아프게 하지 않겠다는 맹세쯤은 하지 않았을까?“
혜민이 대답을 미루고 장우를 조용히 부드럽게 자신의 가슴에 꼭 껴안는다.
사랑
얼마를 잤을까 ?
너무나 열에 시달려 끙끙 소리를 내며 누워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고, 감자처럼
동그란 얼굴의 남자가 검정 옷을 입고 장우를 일으키더니 천엽을 가자고 한다.
이런 저런 망설임 없이 장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가는데,
옷 입을 생각도 안하고 , 학교나, 가족, 친구, 공부, 식사, 는 물론 왜냐는 일체의
질문도 없고 걱정도 없이 숲속 물가에 이르러 고기를 잡기 시작한다 ,
이상한 건, 하루를 지나도 똑 같은 상황이 처음과 변함이 없는데도 어찌나 재미있는지,
세상사 근심걱정 모든 시름 놓고 고기를 잡고 물에서 들어 올리면 손에서 고기가 사라지고,
다시 잡아 올리면 손에서 고기가 사라지는 행위를 넋 없이 반복하며 재미있어 한다..
검정 옷을 입은 사람이 장우를 앞세우고 길을 재촉하자,
재미에 넋을 잃은 장우가 아무 생각 없이 또 다른 재미를 기대하면서 찾아가듯
어두운 숲길을 앞서서 걷는데,
사방에서 메아리가 퍼진다 <가지마 장우야 저승사자 따라 가지마.>
<장우야 서, 저승사자 보내고 너 그 자리에 서> 서러움이 북받친 목매인 목소리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혜민이 장우를 껴안고는 다짜고짜 입을 맞추며 눈물을 쏟자,
그 눈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뼈까지 시려오고, 계속되는 혜민의 얼음 같은 눈물을
이기지 못한 장우가 깜짝 놀라 꿈에서 깬다.
시간을 보니 저녘 7시다.
새벽에 들어와 17시간을 오한에 쫓겨 열에 시달리며 죽음을 맛보다 혜민에 의해
돌아온 것이다.
혜민이 현실에 이어 꿈속에서도 장우를 지키려하는 거다.
장우는 세수만 하고 어지러움도 상관없이 혜민의 집을 향해 뛰다 지나가는 학생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헨드폰을 빌려 전화한다.
“나야 혜민아 괜찮니?”
“어디야 / 아픈데는 없는 거지/
집 앞으로 가는 중이야 / 그래 /“
고맙다는 말도 없이 헨드폰을 주고는 언덕을 단숨에 오르자 약간의 현기증이 나서,
그 자리에 잠깐 앉아 본다.
신의를 중시하면서 살았고, 열심히 공부해 주위의 인정도 받고, 친구도 제법 생기고,
남들과 무엇을 견주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 그러나 본인도 내세울 것 없는 허울 좋은
이기주의자일 뿐이라고 장우는 생각하는데,
“장우야 도대체 무슨 일이니?”
“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아, 옆구리에 꼭 껴야겠어 /”
“그래,나 네 주머니에 넣고 다녀주라/”
“꼼짝 못하고 순종하게”
“손에 든 건 뭐냐”오빠 보약“
“너 담을 호리병이다. 염치는 좋다.”
어제 밤의 일을 초월한 혜민이 앞서서 순대국 가게로 들어가자 , 장우도 따라 들어간다.
내일 생각 안 하고, 일부터 저질르는 장우지만 혜민을 만나면 수줍은 소년이 되어 고분고분
혜민이 하자는 대로 응할 때가 많은 장우다.
칭얼거리는 어린아기가 엄마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해맑은 미소로 답하듯, 장우도 가슴에
응어리진 모든 사연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혜민이만 보면 어느덧 화사하게 웃는
꿈 많은 소년이 되는 것이다.
“아줌마 우리 왔어요.
15000원 이건 어제 외상값이고, 이건 고마워서 엄마한테 얻어왔어요.
매실 원액이에요.“
“고마워요 아가씨 그러지 않아도 사모님한테 신세만 지고 사는데 잘 먹을게요.”
제법 부유한 혜민의 집 건물에 세들어 장사하는 아줌마는 몸둘봐를 몰라했다.
남편을 잃고 세 남매를 거느리고 어렵사리 생계를 꾸리시느라 벌써 6개월치 월세가
밀렸지만 혜민이 엄마는 내색한번 안하고 , 경제가 어려워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모두가
어려우니 형편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 봅시다 하시면서 순대국 가게 앞을 일부러 피하여
다니시곤 하셨다.
그런 고마운 사모님 딸이 고운 마음씨를 가졌으니 아줌마는 “아가씨 따끈한 순대국 좀
드시고 가세요“한다.
“예“
혜민이 짧게 대답하고는 의자를 빼서 앉으며,
“장우야 앉아, 2차 해 보자.”
“아줌마 소주도 한병이요.”
여유롭고 풍족한 사람들이 호화롭고 비싸거나 , 혹은 해외로 다니면서 사치하며 , 아니
자신의 경제적인 능력을 과시하며, 당연시 돈을 쓰면서 소박하고 힘든 서민의 입장을
모르거나 아는 체를 안 하고 산다.
그들은 자신의 돈을 자신들이 맘껏 쓰는 것에 대하여 반문할 의지가 없는 거다.
그러나 최근에 영국을 다녀온 혜민의 집 배경을 알게 된 장우는 혜민이 존경스러운 것이다.
그 많은 재산을 가졌다고는 믿을 수도 없었고, 근면 겸손함으로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고,
라면과 순대에 소주를 마시는 귀공녀인 그녀를 바라보며 , 아줌마가 권하는 순대국을
반기며 자리를 차지하는 소녀의 속을 들여다본다.
분명 거절하면 맛이나, 청결, 싸다는 이유로 아줌마가 속상해 하실까봐,
돈 많은 자제라고 티내는 거 같아, 더 좋고 비싼 것 먹으러 가는 것 같아,
아니 아줌마의 따뜻한 정을 알기에 혜민은 그 정을 온전히 마음으로 받아
영국으로 가져가야 하는 벗의 체취를 놓고 정감 있게 조촐한 술판을 벌리고 싶은 거다.
“너도 나만큼 놀래키는 귀제인거 알아 혜민아”
“그럼 초록은 동색이고, 새는 같은 깃털끼리 모인다고 하잖아”
“밤새 끙끙 앓고 네가 걱정되어 한걸음에 왔더니, 소주 타령을 해/”
“벗이여, 노하거나 슬퍼하지 마라 /”
“사나이가 그깟 추위에 , 누나 봐 , 이 정도는 돼야 , 안심이 되지 /”
혜민이 밤새 헛소리를 하자 , 엄마가 아침밥을 준비하시다 들으시고는 아빠와 함께
H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다행히 혼수상태에서 돌아왔지만, 폐렴증세가 있어 3-4일 입원해서 경과를 보자는
주치의의 이야기가 있었으나, 혜민은 6일 밖에 안 남은 날을 병원에서 있을 수는 없었다.
분명 장우가 전화를 할 것이고 , 병원서 환자복을 입은 모습을 보이다가 영국으로 가면,
마음이 여린 장우가 자칫 오토바이를 타면서 자학할 것이라는 염려가 앞서 , 혜민이 우겨
집으로 돌아 온지 두 시간 만에 전화가 온 거다.
그런 혜민이 벗이 찾아오자 , 독특한 낭만을 연출하는 거다.
“너 정말 아픈데 없는 거야?”
혜민은 차라리 죽을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마지막 특권으로 하고 싶은,
가고 싶은, 말하고 싶은, 먹고 싶은, 그 모든 것을 요구하면서 악을 써 보고 싶다는
말이 목에 찼지만 ,“그래, 꽃 대신 눈을 구경하다 벗 있는 곳으로 벗이 왔으니
어찌 술한잔 없을 수야.“
순대국과 소주가 나란히 탁자에 오른다.
“자 장우야 한잔 받아”
고열에 시달리며 아프다고 꼭 죽는 것은 아니지만, 알지도 못하는 저승사자와 동행하는데
혜민이 나타난 것은 꿈이지만 소녀의 정성이 하늘을 감복시킨 것이다.
장우는 꿈에서 깨자마자 소녀가 하늘을 움직인 것은 분명 자신이 소년을 대신하여
아플테니 소년의 고열과 고통을 옮겨 달라고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숨이 목에 차도록
뛰어온 것인데 정말 혜민이 아프지 않았던 걸까 ?
물어 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장우는 술잔을 들어 혜민을 향해 내민다.
“혜민의 우정을 여기 김장우가 받는 거야/”
“야 우정이라는 단정 짓 지마/ ”(혜민이 작지만 강하게 말한다)
장우는 그럼 무슨 의미를 담을까라고 말하려다 말고, 혜민의 거짓 없는 눈에 비친 맑은
눈물의 조짐을 보고는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혜민아 조금 전 꿈속에서 너를 만났어
변함없이 날 위해 네가 의미 있는 눈물을 흘리는 거야.“
“불안한 기운에 진의를 확인하려고 달려왔어 /
너 많이 아팠지 / 아니 아프지 / 숨기고 있지 /“
장우는 말하면서 혜민의 고통을 느끼듯 손님이 돈을 지불하고, 문을 열고 나가는 틈새로
들어오는 작은 바람에 한기를 느끼고 순간 떨자, 혜민이 보더니 “너 떠는구나 ”하며 일어나
손님이 나가고 난 빈 테이블의 전기난로를 장우 앞으로 가져다준다.
<다시 태어나도 여인의 섬세함을 이기지 못 하리라.>
헤민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장우가 난로의 방향을 혜민이 쪽으로 돌리자,
약기운으로 버티던 혜민도 추위를 느끼고 잠시만 장우의 호의에 응하기로 마음을 정한 채,
“자 이제 한잔해야지”
“마시자”(잔을 들고 혜민이 따르는 술을 받는다.)
나름대로 다혈질의 폭력 전과가 있는 문제아였었지만 , 개성을 흐리면서 선배나 주위의
어른이 권하는 담배나 술을 넙죽 받는 그런 타입은 아니라, 스무 살이 되도록 담배 한 모금
빨아보지 않았고,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은 후, 형하고 아빠 앞에서 술 서너잔 배운 것이
가끔 오늘처럼 혜민과 대적하는 것이다.
“자 새로운 미래를 위하여”(혜민이 앙증스런 선창을 하자)
“슬픈 추억을 지우기 위하여”(장우가 응한다)
마신 술잔을 내려놓기 무섭게 혜민이 공격한다.
“김장우 슬픈 날이 추억을 살찌게 하는데 술로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해?
집안이 부유하여 사촌들이 유학파가 많은 관계로 자유 분망하게 자란 혜민은
부모님은 물론 삼촌 이모와 더불어 사촌들을 만나면 포도주와 각종 위스키 등을 마시며
나름대로 술에 대한 철저한 철학이 있었다.
멋있게 우아하게 마시며, 깊이 있게 마시되 상대가 자신과는 별로 무관하다고 생각되면
어떠한 경우에도 첫 잔 이외에는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것이다.
그런 혜민이 요즘 자주 술에 몸을 비틀 거리는 것은 장우가 혜민에게는 너무나도 크고,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난 네가 유학 가 있는 동안에 고독한 학문과의 싸움에서 가끔 그리움에 시간 빼앗기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거야.“
“야 나와 보라고 그래/ 어떤 누가 목표를 위해 모든 추억 다 버리고 과정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위해 정진하고 성공한 후에 추억을 다시 기억해 찾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어,
아니 그렇게 독한 사람이 대체 어느 누구야 ? 힘들 때마다 돌아보고,
외로울 때마다 지난 일을 기억해보면서 힘을 충전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
그리움을 물로 거울 닦듯이 닦아 낼 수 있어, 그게 더 시간을 버리는 못난 짓 아닐까 ?“
“원한으로 사무쳐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독려 차원이면 그렇지만, 달콤한 미련 때문에
아쉬워하는 것은 혜민이 네게 도움이 안된다는 거야 /“
혜민이 발끈하며,
“나말야 1년 전 정시 60일 남기고도 장우 너랑 전화 한 통화 안 해도 너를 향한 믿음이
나를 지독하게 만들어서 대학에 수석 했고,
영국가기 전에 네 사부를 찾고 너에 대한 자신이 있어 스스로 네 곁을 떠나주었고,
영국서 돌아와서도 계속 널 놔주고 , 교수님과 연극 각본과 시나리오에만 전념 했어,
그건 지울 수 없는 추억과 믿음이 있어 가능했는데, 잔인하게 다 지우라고, 믿지 말라고,
수많은 날을 술한잔으로 달래라고 , 너 말이라고 하는 거야 /“
혜민이 술을 따라 연거푸 마시자,
장우가 술병을 빼앗아 나머지 모두를 입에 가져가 전부 마신다.
혜민을 위하여 해줄 수 있다면, 대신 술을 마시듯 , 위 속에 가두듯 , 지금 보여주듯,
홀가분한 기분으로 혜민이 영국으로 향할 수 있도록 모든 방도를 취하고 싶은 심정이다.
고열에 시달리고 빈속에 마신 술이 체온을 내리자, 실내 온도가 덥게 느껴진 혜민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 난로를 장우에게 향해 다시 돌리면서 정감이 서린 목소리로,
“누나 땀나는 거 보이지/”(땀을 손으로 닦는다)
장우는 고개를 끄떡이며 취기를 이기려고 연실 따뜻한 순대국을 떠 먹다 말고,
“혜민아 너도 먹어, 술만 마셨잖아 ?“
가족에게 잘해야지, 혜민이 마음 아프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해야지 하던 장우가 막상
대상을 만나면 무슨 말과 행동을 하여야 하나 머릿속으로 생각하지 않고 여느 때처럼 쉽게
덥석 말하고 행하는 것을 느끼고는 걸식 들려 먹듯이 떠먹던 수저를 내려놓는다.
천상에서 공주를 보필할 때도, 싸움으로 영수를 잃을 때도, 혜민을 바라보며 연민을
품으면서도, 어느 것 하나 진지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여 말과 행동으로 보이지 못한
자신을 또 보면서 장우는 할 말을 찾지 못한다.
혜민이 빈 술병을 보면서 공허한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본다.
죽어라 공부해서 1차 수시에 장우가 붙은 학교에 나도 가야지 하면서,
목표를 설정하고 악바리처럼 시간과 싸웠고, 넌 나아니면 상대가 없다고 자부하며,
영국으로 가 그리움과 싸우며 연민을 싹틔우고, 유학을 가서 자연스러운 우정이
발전하여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랑으로 결실을 맺을 거라고 확신하고 준비했는데,
어디서 잘 못된 건가? 무엇이 삐꺽한 건가?
내, 외모가 배척받을 정도로 추한 것도 아니고, 내 정성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경제적인 신분을 넘어 검소하고, 겸손하게, 명랑하게, 내 자신을 티내지 않고
치장했는데, 이토록 가슴 아프고, 돌이킬 수 없는 패배로 인정하는 피해망상적인
본능이 나의 의식을 전부 차지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동안 지켜만 봐도 좋았던 감정이 고개를 들어, 진정 장우를 사랑하는 걸까?
비틀거리는 이 밤에, 내가 사랑을 논할 자격이 있는 걸까?
나를 염려하고 걱정해서 한달음에 호흡도 제대로 못 하고 달려온 장우에게
내가 너 사랑하는 거 같아... 말이라도 전해볼까?
어느새 비어버린 술병을 놓고 장우는 빈속이 쓰려옴을 느낀다.
순대국을 먹을 수도, 술한병을 더시켜 마실 체력도, 혜민을 위한 준비된 말도 없고,,,
기억의 밑바닥을 내려가면, 유난히도 어려서는 엄마 아빠와 어울려 즐겁게 놀던 날이
많았다. 롯데월드와 어린이대공원은 눈을 감고 돌아다닐 정도로 자주 갔고, 형과 아빠에게
배운 운동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장소를 불문하고 발차기와 공중돌기로 언제나 행인들을
놀래키거나 즐겁게 했다.
과한 것 보다는 차라리 못한 것이 낫다는 말과 같이 장우도 운동이 과하자 두려울 것이
없어 대적할 새로운 상대를 찾아 기웃거리면서 외톨이가 되었다.
정이 많은 할머니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부족함이 없는 생활 속에서 단순하게
자란 장우는 모든 또래의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환경에서 자란 줄 알고 보기만 하면
재미로 싸움을 걸었고, 할머니가 나서서 손주의 나쁜 행동을 엄마 모르시게 감싸주시고
해결하시는 바람에 장우는 더욱 혼자가 됐다.
사고를 치고 나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장우에게 쏠렸다.
주위에서 겁을 먹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주며 작게는 섬기며 피하는 것이다.
가족과 친척은 잔소리를 줄이고 새로운 칭찬거리를 만들거나 특혜를 주었다.
그러나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당하고, 가족의 사랑을 느끼면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장우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전환기의 첫발을 내딛게 한 것은 혜민이 고맙다고 답례의
전화를 걸며, 장우를 밝은 피자 가게로 불러내 시간을 나누어 쓴 것에 있었다.
작은 불씨가 모든 것을 태우는 무서운 화마의 근본이라면, 오늘이 있기까지 장우를 지배한
근원은 혜민과 나눈 작은 시간에 혜민이 보인 첫인상과 첫인격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순수하고 맑았기 때문이다
망설이던 장우가 “혜민아 너보다 네가 더 두려워 ”
“‘언젠가 고백했듯이 나를 지배한 네가 있었기에 내 존재에 의미가 있는 거야”
<장우는 마음의 고백을 하려하는데...>
“혜민아 약 먹어야지”
방에서 네시간을 기척이 없자, 저녘 부부동반 국무총리 기업만찬에 참석한 혜민이
엄마 아빠에게 가정부 아줌마가 급히 전화를 해서, 혜민이 엄마만 만찬자리를 빠져나와
혜민이 방을 두드리다 문울 열고는 혜민이 침대에 없자, H대 응급실로 전화하고,
거기도 없자 친구들에게 전화로 혜민이 행방을 묻다 애가 타는 심정을 진정시키지 못 한 채
기사를 앞세우고 가정부 아줌마와 무작정 골목을 누비고 다니다 희미한 조명아래 앉아
있는 장우와 혜민을 발견하고는 문을 열자,(순대국 아줌마가 놀라 반색하며)
“아니 사모님 이 시간에 어쩐 일로..”
혜민과 장우가 동시에 쳐다보고는 일어난다.
“어머니 안녕하셨습니까?” (장우가 정중히 인사를 한다)
“그래 장우구나, 혜민이 하고 같이 유학 간다고?”(혜민이 아직 장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혜민이 많이 아파서 집으로 데려 가야겠다.
아줌마한테 말하고 나오면 이런 소란 안 피잖아/
아빠 걱정하시겠다 어서 가서 전화드려 /“
“엄마 나 5분만 있다가 들어갈게요.”
“알았다. 장우야 혜민이 5분 있다 집으로 보내라 /”
“네 어머니 걱정마세요 그럼 들어가십시오.”
교양이 넘치는 고운 자태의 어머니가 조용히 문을 여닫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장우가 의자를 당겨 혜민의 이마에 손을 대고는 “열이 있잖아, 많이 아팠구나/
내 짐작이 맞았구나./ 내가 항상 널 아프게 하는 구나.“
혜민이 손을 뻗어 장우의 입을 틀어막고는
“아픔을 대신 하는 것 보다 더 귀한 것을 주고 싶었어”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준다는 그런 흔한 대사 말고, 진정 나를 알 수 있는 그 무엇을 ...“
넌 내 마음을 ...(혜민이 얼굴을 붉히며 말을 맺지 못 하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나가고 장우가 총총히 따라가 나란히 걷는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사랑이란 글 한자 못 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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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봉지홍] [사부님사부님 아 나의 사부님] (21~30)
(완결)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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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0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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