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선자령 자꾸 부르면
바람에 하얀 도포자락을 휘날리는 산신령님이 떠오르는 건
저만의 느낌이겠죠 ㅋ
암튼 저는 선자령이 참 좋아요
겨울이 다 가기 전에 하얀 눈길을 지치도록 걷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가 발동하여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산악회 사람들 틈에 끼어 갔어요
적어도 길을 잃거나 조난 당할 염려는 안해도 되니까요
이렇게 예쁜 눈!!!
죽죽 그어진 직선의 그림자가 꼭 비질을 해 놓은거 같아요
눈을 밟으며 밟으며, 꼭꼭 밟으며
내 머릿속도 하얘져라, 비워져라, 주문을 걸면서
수많은 인파의 꼬리가 되어
앞사람 보폭에 맞춰 느긋하게 걸어갑니다
계곡으로 쏠리는 그림자들
하얀 눈 위에 그려진 나무의 그림자들이 걷는 내내 눈길을 끌었어요
눈의 표면이 완만한 곡선으로 굴곡을 이루니
그림자도 휘어진 눈을 따라 그려지는게 당연한 건데
자꾸만 시선이 머물게 되네요
주위는 온통 하얀 눈 세상이지만 계곡물에는 윤슬이 꽃처럼 피어납니다
자세히 보면 뱀이 기어다니고 개구리가 헤엄치는데
시간 되시는 분은 한번 찾아보세요 ㅋ
너무 예뻐서 조금 당겨서 한컷 더요
윤슬이 분홍꽃으로 피어나네요
요기는 나뭇가지 끝에 하얀꽃이 피었구요
고드름은 많이 약해졌어요
제 눈엔 사람 얼굴도 보이는데
물 먹으러 내려 온 산신령 아닐까요 ㅋ
걷는 내내 보고 또 봐도 자꾸 보게 만드는
정말 예뻤던 눈 녹는 계곡
이런 눈길을 12km를 걸었어요
힘들진 않아요, 그냥 걸을만해요
정상석 앞에서의 인증샷은 대기줄이 너무 길어 포기
사람들 바뀌는 막간에 잠깐 스톱 외치고 급히 한장 찍었는데 좀 삐딱하네요
그래도 1,157m 정상을 밟았다는 증표는 있어야 하니까요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어대는지
눈가루가 날려 볼을 때리는데 볼이 따가워요
그래서 저렇게 얼굴에 복면을 쓰고 눈만 내놓고 다녔어요
저기 서 있는 동안도 바람에 휘청거리는 걸 겨우 버티고 있는거예요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정상 인근에선 사진 찍는 것도 힘들어요
저 풍력 발전기가 정신없이 휙휙 돌아갑니다
바람이 눈 위에 그린 그림
바닷가 모래밭에 파도가 그리는 그림과 비슷하죠
바람과 파도는 무엇이 닮았을까요
부드럽게 살랑거리다 한번씩 휘몰아치고
그러다가 미친 듯이 할퀴고 물어뜯고
어느 순간 다시 고요해지죠
이 사진을 잘 찍어보고 싶었는데
눈이 빛반사를 일으키는지 그림자가 선명하게 안 나와요
실제로는 그림자가 나무색 만큼 선명한데 말이죠
다들 선자령 하면 거센 바람을 제일 먼저 떠올리는데
저는 눈 위에 그려지는 나무들 그림자와
눈 녹는 예쁜 계곡이 참 좋았던 산행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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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참 좋죠
너무 거센 바람만 아니라면 더 좋겠지만
바람에도 불구하고 매력 있는 곳이죠~^^
선자령 하면 스틱이을 찍으려는 곳과 찍히는 곳이 내맘대로 안 될 정도의 강한 똥바람이 유명하죠.
비박팀 텐트 걷을 때 팩을 박아 놓은 채 폴대를 해체해야지
팩부터 빼고 텐트 접다가 여러 사람 텐트 날렸다더군요
멋진 산행하시는 님이 부럽습니다
사진도 이쁘게 잘 찍으셨습니다
특히 핑크색 윤슬도...
선자령 바람을 똥바람이라 하는군요 ㅋ
정말 대단한 바람이었어요
더운 여름엔 오히려 바람때문에 더 좋다 하지 않을까요~
선자령 비박 경험은 부럽습니다~^^
보는 눈은 마음을 평화롭고 맑게 해주지만 치우는 눈은 이 넘의 눈 그만 와라 이중성을 보여주군여..ㅋ 산에 오를때 매번 느끼는거지만 자연의 아름다움과 성취감때문에 오르는 이유가 아닐지..
산길을 걷다보면
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되죠
걸음 걸음이 이어지며 머릿속의 잡생각들은
길 위에 버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에만 심취하게 되죠
모든 욕심이 사라지며
그 순간은 행복하다 느껴져요
산에 머무는 동안에는 세상 부러울 거 없이
마음이 평온하거든요~^^
산악회버스가 참 편리하죠^^
선자령 부럽네요^^
오고가는 길 운전의 부담에서 자유롭고
예전처럼 뒷풀이 이런거 없어져서 좋더라구요
깔끔하게 오고가는 길 예약 버스를 이용한다 정도로
가끔 이용하면 좋을거 같아요
산타기님은 더 좋은곳 많이 다니시잖아요
그 자유로움이 얼마나 부러운지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풍경과 현상까지 품으려는 가나다님의 갬성~~^^
여유로움이 좋습니다
작은 바람의 숨결
떨고 있는 나뭇가지와 마른 풀잎의 흔들림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여요~^^
드텨
성공하셨네여~~
거센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했던,
선자령이 다시 떠오르네여^^
빈티지님이 가셨을 때는 눈이 더 많았었네요
선자령의 매력은 가 본 사람만이 알수 있죠 ㅋ
아름다운 금수강산 구경 많이 다녀야겠어요
늘 즐산 안산 하세요~^^
난 산행하는 그 맛을 몰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
신체발부 수지부모 라
부모님께서 만들어 주신
소중한 연골을 아낍시다.^^
연골 닳아 없어지기 전에 부지런히 돌아댕기고
연골 바닥나면 그땐 집에서 뒹글거리면 되지
도가니탕을 억지로라도 많이 먹으면
무릎 수명을 좀 연장할 수 있을까 ㅋㅋ
앞사람 엉덩이와 거친 바람이 생각나는 선자령이지요
겨울산행 아름다웠어요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꿈 속 같아요
겨울산은...
화담님 넘 오랜만에 오셨네요
넘 반가워서 눈물날뻔 ㅋ
겨울산이 꿈속 같다는 말
조금은 알것도 같은데...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5~6월에
한번 더 가보려구요
동행 하실려우?
@가나다 저도 닉보니 반가워서 얼른 아는척 해봅니다ㅋ
산행 쉰지가 오래됐어요
다리도 체력도 무리가 돼서요ㅠ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산등성이 그리워요
가실땐 제 마음도 좀 실어가세요ㅎ
@화담이 아 아쉽네요 ㅠㅠ
내 배낭 안주머니에 화담님 마음 잘 넣어둘게요
산 아닌 곳에서라도 꽃피는 봄에는 함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