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새로운 놀이역사를 쓰고 있는 우리 탐험대친구들이 과연 오늘은 무슨 놀이를 했을까요?
날씨도 좋고 계곡물도 그득하고...
아직은 물에 들어갈 엄두가 나진 않았지만 물에 슬슬 발을 넣기 시작한 우리 어치모둠친구들은....
재미있는 놀이를 또 하나 만들어내더군요. 모두 놀이천재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잘 놀아야 공부도 잘 한다. 놀이도 내가 운전하고 인생도 내가 운전한다!! |
어치와 곰솔이 탐험대에서 모토로 삼고 있는 내용이죠.
오늘 아침 손흥민선수 아버지의 인터뷰기사를 보고 감동했어요.
"아들의 돈은 아들의 돈, 절대 내가 탐하지 않는다. 아들의 인생은 아들의 인생, 앞에서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내가 좌지우지하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니 얼마나 피곤한가, 나는 내가 편하기 위해서라도 아들에게 개입하지 않는다."
어쩜... 저랑 똑같은 교육관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저도 이런 마인드로 딸 둘을 키웠는데, 죽이 되었든 밥이 되었든 자신이 스스로 인생길을 운전하고 있어 참 편하답니다.
오늘 어치모둠도 어떻게 하루를 꾸려나가는지 지켜만 보려합니다. 스스로 운전할수 있게 말이죠.
그러나, 도움이 필요하면 아주 최소한의 도움만 주면서 스스로 해결하게 할 예정입니다.
오늘 하루 어치모둠의 모습을 공개하겠습니다.
오늘 어치모둠에는 수빈이, 서연이, 서희 그리고 보강을 온 서우와 진규.
이렇게 다섯명입니다. 간단히 간식을 먹은 후 계곡에서 놀이를 시작했는데, 오늘 우리는 이 계곡에서 계속 놀게 되었죠. 곰솔모둠이 떠나고 우리끼리만 있으니 한가롭고 좋다면서도, 오후가 되니 진규는 친구들이 그리운 듯,
"지금 걔들은 뭘할까?' 하더군요. 미안해 진규야 오늘은 우리 여기서만 머물러야 할 것 같아......
그러나 어디서든 뭘하든 스스로의 세계에 빠질 줄 아는 우리 진규에게 서운함과 그리움은 오래 머물지 않았어요^^
그 동안 수빈이언니는, 곰솔모둠 오빠들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고, 수다떠는 걸 좋아하는 서연이는 어치와 이야기를 많이 했기에 둘이는 아직 써억 친하지는 않지만, 오늘은 곰솔모둠과 떨어져 활동하는 덕분에 서연이는 언니와 틈틈이 잘 어울릴 기회를 갖게 되었어요.
우리 수빈이는 오늘 산과 계곡을 뛰어다닐 남자친구들이 없어 많이 심심했겠지만, 그래도 불평한마디 없이 동생들과 잘 어울려 놀아주었답니다. 그래서 고맙고 또 고마움^^
낙엽아래에 숨어 지나가는 먹이를 먹고 사는 쇠측범잠자리는 이런곳에서 많이 잡히죠.
많이 잡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생물이 있다는 걸 아는 것 만으로도 이미 환경전문가^^
그 동안은 물에 들어가기 써늘해서 물속생명을 찾아보지 않았는데, 오늘 친구들과 돌과 모래를 뒤져 찾아보았습니다. 도롱뇽 유생(어린 개체)도 나오고, 쇠측범잠자리 약충(어린 개체)도 나오고, 뱀잠자리, 각다귀, 하루살이, 강도래... 늘 사람이 머무는 계곡이라 그런지 개체수도 적고 크기도 작았지만, 돌 아래, 모래속에도 살고 있는 작은 생명체들을 만났습니다.
더불어, 왜 계곡물에 사람이 먹던 것, 그리고 먹고 남은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되는 지 그 이유도 알았죠. 열심히 열심히 찾고 또 찾으며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서희가 너무 예쁜 잎이라며 가지고 왔어요.
"이게 왜 예뻐? 벌레집도 있고?" 라며 무심코 사진을 한장 찍었는데 정말 예쁘지 않나요?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놀라운 어린이의 시각에 늘 감탄합니다. 산벚나무는 자신이 빨아먹을 양분만큼만 잎을 남기고 이 계절에 낙엽을 떨어뜨리죠. 녹색에서 노랑, 주황색으로 그리고 갈색으로 색깔이 변합니다. 아이들은 무지개색이라며 정말 좋아하네요. 가만히 보니, 산벚나무는 벌레벅은 잎을 많이 떨어뜨렸네요. 이미 벌레는 나가고 없는데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는 잎이라서 그렇겠지요.
이 나뭇잎을 만난 것을 기점으로 하여 우리는 '오늘의 놀이'를 3시 넘어서까지 하게 됩니다.
서희하고 서연이는 이 계곡에서 물속 생물을 잡다가 놀이를 생각해냈어요.
물속 징검다리죠. 물속 징검다리라니? 어차피 건널 때 발이 다 젖쟎아???? - 이건 어른들 생각이구요^^;;
그 동안 남자친구들은 '댐'을 만드는 데 열중했었는데, 서희와 서연이는 물속에서 돌과 함께 놀 궁리를 했던 거에요. 산위의 돌과 물속의 돌을 모두 이곳으로 모읍니다. "돌 좀 가져다 줘" 도움을 요청했기에 어치도 돌을 나릅니다.
"물속돌은 가벼운데, 산에 돌은 무거워" 누군가 이런 말도 해 주었죠. '부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겠죠.
둘이서 공사를 하더니, 올라가기 쉬운지 테스트해야 한대요. 서희는 가벼우니 안되고 서연이가 걸어가는데, 넘어질까봐 언니손을 꼭 잡아주는 착한 서희입니다.
별다른 놀잇감이 없던 친구들이 이 작업장에 슬슬 모입니다. 서우는 예전에도 내가 걸어가는 시범단이었다며 합류합니다. 자주 만나는 사이가 아닌데도 우리 친구들이 모두 착해서인지 얼마나 잘 놀던지요. 남이 보면 몇년 만난 사이인줄 알 정도에요.
진규도 뭐하나~~싶어 슬쩍 와서는 물통에 돌과 물통을 채워 정수기를 만들고 있어요. 깨끗한 물을 다시 계곡으로 뿌려주면서 계곡물을 정화한다고 해요.
진규가 물통에 물을 넣어와서 흩뿌립니다. 그걸 피하다 놀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친구들!!
여기 지나갈 때 장애물을 만들자. 물통에 물을 넣어서 뿌리는 거얏!!! 그리고 자리는 어디가 좋은지, 수중다리를 만들다가 갑자기 물뿌리기 활동구성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서로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진규까지 함께 걸어가는 시범단을 돕고 있는데, 서우는 어디로 간걸까요????
서우는 여기서 수빈이언니에게 연필을 다듬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요. 2년정도의 경력이 있는 수빈이는, 서우가 장갑을 끼도록 하고 전지가위로 다듬는 법을 알려줍니다. 어치가 뿌듯함으로 가슴이 꽈악 찹니다. 가르친 보람이 있구나~~
자 다시 공사현장입니다.
위에서 보니 물속길이 잘 보이지요? 이렇게 많은 돌로 길을 만들고 있어요. 어린이들은 시간만 충분히 주면 이렇게 잘 놀아요. 잘 노는 것 뿐만 아니라, 스스로 만든길에서 어떤 놀이를 운영할지 기획력도 생기구요, 그리고 놀이를 완성한 후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수 없지요.
어치 초등생 시절에는 어두워질때까지 놀았는데, 그 때 놀이의 처음과 끝을 충분히 구성해 봐서인지,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일관된 목적으로 재미있게 구성하는게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우리 탐험대친구들의 놀이를 보면 참 마음이 뿌듯합니다. 우리 친구들 모두다 잘할거에요 뭐든!
이제 거의 완성된 듯합니다. 총괄지휘자 서희가 올라가고 서연이도 마무리겸 걸어갑니다.
아까 잠시 기획했던대로 진규는 물을 뿌려주고, 그런데 너무 처음부터 뿌리면 추우니까, 여기 도착지점에서 뿌려주고,
수빈이언니는 여기서 솔방울을 뿌려주기로 합니다. 2개의 장애물이 있는 코스인거죠.
솔방울이 얼굴에 맞을 수도 있어서, 어치가 긴급제안을 합니다.
"솔방울은 허리아래쪽으로만 던지기!!"
도착한 친구들은 아주 시원하게 물세례를 받아요. 모두 장애물 공격을 즐겁게 받아들입니다.
이제 물을 실컷 뿌리던 진규가 시작합니다. 젖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진규지만, 친구들과 함께니까 뭐든 좋지요.
그러나 많이 뿌리지는 말아달라며 사정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게 어디있나요? 진규도 등이 다 젖도록 물과 솔방울 세례를 받습니다.
손목에 붕대를 감고 온 서우는 조심조심 공격해야 해요. 손목이 젖지 않도록 위로 팔을 올리고 천천히... 그리고 도착해서도 손목이 젖지 않도록 손을 뒤고... 엄마의 말씀을 끝까지 잘 지키려고 애쓰는 우리 서우입니다.
처음엔 물뿌리는 역할이 한사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너도 나도 물통을 찾아서는 물을 뿌리네요. 뿌리는 것도 재미있지만, 맞는 재미도 만만치 않죠.
그렇게 이 주머니 저 주머니에서 모아진 물통을 보자, 우리 친구들 새로운 놀이에 빠져듭니다.
바로 쥬스를 만드는 놀이지요.
산벚나무열매가 바닥에 지천입니다. 까만 열매를 손으로 만지니 진한 자줏빛이 번지네요.
" 아싸~~ 우리 이걸로 물을 염색하자!!"
물을 염색하다니 하하하.
이렇게 해서 이 주변의 산벚나무 열매 버찌는 싹쓸이를 당하게 됩니다....
사진에는 둘 밖에 없지만 다섯명 모두 버찌열매를 찾아다녔지요.
저는 이 열매맛이 썼던 기억이 있어 한개도 먹지 않았지만, 산위에서 놀다가 내려온 곰솔샘의 말을 들으니 '너무 맛있다'네요????
진짜요????
우리는 주워다 손으로 주무르며 놀았는데, 산위쪽에서는 서로 경쟁적으로 맛을 봤다니... 누가 이끄는지에 따라 이렇게 체험내용이 달라지네요. 우리 내년에는 꼭 먹어보자꾸나^^;;
어쨌거나 이렇게 하야 열심히 우리는 물을 염색(?)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너무나 예쁜 버찌쥬스를 만들게 되었어요.
쥬스병을 들고 있는 서우를 보니 CF의 한 장면 같아요^^ 색깔이 정말 진하죠? 그 색깔에 매료되어 모두 정신없이 만들었는데....
어치가 한마디 거들지요.
"그 쥬스에 향기가 있으면 더 좋겠는데...."
모두들 어치에게 잎을 따 달라 합니다. 오는 길에도 레몬잎을 따서 주머니에 넣고 향을 발랐는데, 혼자서는 못 찾겠다는 거지요.
우리가 늘 찾던 레몬향잎은 이곳에 없고, 대신 잎보다 나뭇가지에서 레몬향이 더 진한 생강나무는 많네요. 친구들에게 이 나뭇잎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알려주고 솎아내며 따도록 했어요.
곰솔모둠이 아래로 내려오고, 만들기 좋아하는 재이가 합류하면서 네번이나 잎을 따러 다녀왔다지요. 정말 열심인 친구들...
이제부터는 버찌쥬스에 향을 첨가하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얼마나 정성껏 빻고 있는지 향기도 좋고, 친구들의 정성에 감동을 받고 있는 어치입니다.
협동도 잘 하고, 의견나누기도 정말 잘하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우리 탐험대친구들입니다.
이런 하루가 인생을 운전해 나가며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드디어...오늘 우리가 만든 음료입니다. 생강향, 레몬향이 나는 음료는 색깔이 영~ 그렇긴 하지만서도 향기는 끝내줍니다.
놀이의 처음과 끝을 모두 경험해 본다는 것이 요즘 시대엔 참 어려운 일이지요.
충분히 놀 시간만 주어진다면, 놀이는 의도하지 않아도 부지불식간에 저절로 시작되며, 놀이 중간 중간 많은 의견을 교환하며, 끝까지 마무리하고 털고 일어나야, 진정한 놀이의 힘이 발휘된다. ---어치의 생각 |
자기 의견을 주장했다가 남의 의견에도 귀기울일줄 아는 우리 어치모둠 친구들이 한없이 사랑스러운 하루였어요.
우리끼리는 물을 마음껏 뿌렸는데, 곰솔모둠이 뒤늦게 도착해, 중1 승현이오빠에게 장난을 좀 치려고 했더니, 오빠가 '가만히 안 둔다'며 엄포를 놓네요. 그 엄포에 살짝 기가 죽은 수빈이와 서우. 그러나 입으로는 계속 오빠를 놀리기 바쁩니다.
결국 오빠에게는 한방울의 물도 뿌리지 못했지만, 다음달 어느 더운 여름 날 아마 오빠는 물을 뒤집어쓸 기회를 얻지 않을까요?
나무의 즙을 빨아먹는 요즘 보이는 벌레랍니다. 건드리면 톡톡 튀는 친구인데,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어쩜 저렇게 아름다운 방패를 가졌을까..'
그래서 '선녀'라고 했겠지요. 우리들도 미운 방패가 아닌 아름다운 방패하나 마련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놀이의 시작과 끝을 정말 중요시하는 어치는 오늘도 천국에 다녀 온 기분입니다. 요즘 지구에서는 이런 어린이의 모습을 참 보기 어렵거든요. 이렇게 환상적이고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음에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어치랍니다.
오늘도 사랑스러운 우리 친구들을 만나게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우리 친구들이 '여름 캠프' 열어달라고 간곡히 이야기하여, 이번달 부터 캠프준비에 들어갑니다.
일정과 장소가 정해지면 바로 공지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기울여주세요^^
첫댓글 숲에서 돌아오는 차안 진규가 가방에서 레몬향이 나는 보라색 초록색 물 두 통을 꺼내 선물해주었답니다. 전 진규의 그 뿌듯한 표정을 보고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대충 짐작을 했지요^^ 여자친구들 속에서 진규를 보는것이 이제 저도 적응이 되네요 하하
다음에는 옷도 모자도 미끌어지지않는 신발도 잘 챙겨보내겠습니다. 네모 박스에 적힌 귀한 글을 두 세번 더 읽어봅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