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연가(戀歌) 에 관한 시모음 2)
가을 연가 /정심 김덕성
적막감이 흐르는 가을 길
외로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소리
가슴을 뚫고 들려오고
애정 어린 따사로운 가을
나무마다 사랑이 주렁주렁 걸려있고
바위틈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
사랑 노래인 듯 들린다
고요를 뚫고 들려오는
그녀의 숨결은
잔잔한 가을 날 사랑의 향기로
행복의 문 여는 세레나데
토실토실 익은
밤송이 떨어져 굴러가는 소리
마치 깊어가는 가을밤
나 위한 그녀의 사랑의 노래
들려오는데
가을 연가 /안경애
창을 열면
눈물 나도록
가을이
붉게
애잔히 피어
그대의 숨결인 듯
살갗 속으로 순식간에 단풍들어
갈바람에
들국화 꽃향기
비질하여 사방에 흩어놓듯
그대 눈빛에
내가 잠겨
이 마음도
붉힌 사모 그대 눈가에 사풋 얹혔으면.
가을 戀歌(연가) /해련 류금선
색색으로 물들은
설레이는 그대 사연
반가웠어요
원색의 그리움 속에
감출 수 없었던
불사른 가슴
붉으락푸르락
산야를 휘젓는 그대가 좋아
후미진 가슴 열어
그대 사랑 채우고 싶었어요.
가을의 연가 /최하정
산허리에 꽃으로 피어나는 단풍
스산한 바람에 낙엽 편지가
내게로 굴러와 앉는다
들녘은 노랗게 수를 놓듯
세월의 리듬 따라 익어만 가고
모두 기지개 켜며 살랑거린다
금빛의 들판은
서걱거림과 바스락의 향연 꽃잎에
살포시 앉은 고추잠자리
나 몰라라 꿀 떨어질 사랑을 속삭이고
왜 모든 이파리가
부끄러워 홍조를 띠는 가을날인지
이젠 알 것 같다
풀벌레들 어절씨구
아우르던 한마당도 기우는 노을 따라
깊은 여운을 남기며 저물어간다
가을 향에 젖은 저녁 들녘을
별은 그렇게 어둠을 헤치며
포근히 감싸 안는다
가을연가 /오보영
문득
당신이 보고싶습니다
바람결사이로 언뜻 스치고 지나가는
당신 모습이
많이 그립습니다
뚝 떨어진 기온에 몸 움츠러드는
이 가을에
당신은
부디
따사한 햇볕만 쪼이며
파란 하늘만 쳐다보며
포근하게
더 많은 사랑 나누어주며
행복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기도를 합니다
가을의 연가 /류동열
가을이 되면
잘 익은 과일이 되고 싶다
사랑하는 임께 먹혀드리게
갈바람이 되고 싶다
한 여름 찌든 땀 냄새 좀 날려 보내게
냇가 부드러운 갈대를 닮고 싶다
힘든 삶 찌든 삶 부드럽게 맞이하게
아름다운 단풍이 되고 싶다
여기에서 예쁨받고 저기에서 사랑 좀 받게
가을 꽃 되고 싶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게
향기가 되고 싶다
나도 항기를 내놓는 사람이 되게.
가을꽃 연가 /이채
무슨 이유로
꽃이 되어 피었냐고 묻지 마세요
아무 생각 없이 피진 않았고
엄마 몰래 피지도 않았어요
진실 하나로 피었기에
내 목숨 짧아도 슬프지 않습니다
갈녁에 은은하게 핀 꽃이
떠도는 바람도 품어 안고
죽어도 변치 말자며
밤새 그리움에 깊은 언약도 했지요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
그 말 한마디에
이제 죽어도 행복합니다
가을 연가 /전선희
빛나는 하늘 시원한 산들바람
들꽃 향기 눈부신 가을날
마음을 담아 보낸 단풍잎 엽서로
그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노을처럼 짙은 가슴에
그리워지는 누군가가 있고
그리워 해주는 누군가가 있는 삶의 뜨락
아름다운 가을날에는
문득 그대를 만나고 싶습니다
환하게 펼쳐진 가을 하늘처럼
그대 고운 눈빛과 해맑은 미소
감미로운 연가 달빛 멜로디
이 멋스러운 당신과 나의 가을이
진정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연가 /龜岩 박윤종
길모퉁이 낙엽 속엔
가을뿐이였던가
그리움에 기다림도
깔려 있었네
사랑에 물던 내가슴에
갈바람 내려오면
서러움은 뚝뚝
허허로운 강변가
으악새 부벼 대면
서러움에 젖은 마음
갈색 바람에 말려나 볼까
가을 戀歌 3 /藝香 도지현
가을 사랑은 향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바람에서 묻어오는 가을 냄새는
커피 향 같은 낙엽 타는 냄새가 난다
낙엽을 태우면 나는 냄새가
당신의 체취 같아 참 좋았었지
그래서 늘 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지금도 당신을 생각하며 걸어
국화 향이 진동하던 그 길을 걸으면
당신과 같이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국화 향기를 맡으며 그 향기에 취해
우리들의 사랑도 향기의 짙어 짐과
비례해서 무르익어가는 사랑이었지
이제는 아스라한 옛 추억이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냥 행복한 마음
주름진 얼굴이지만 하얗게 미소가 피어올라
가을 연가 /권복례
은행나무를 네 사람이 올려다보고 있다
중키의 여자가 은행나무 이파리를 따려고
까치발을 들다
펄쩍 뛰어보다
손끝이 나무 이파리에 달랑달랑 하다가 만다
제일키가 큰 여자가
거침없이 은행나무 이파리를
후두둑 따 예닐곱 살 된 여자아이
손바닥에 올려 놔 준다
은행나무 잎으로 가을을 만들려나 보다
가을 연가 /오진수
어느새
차가움이 농익는 이 가을 아침엔
메마른 화단에
물을 준다.
빈틈없던 서로의 얽매임도
뜨악한 계절의 자취 속으로 사라지고
한여름 내내 매콤하던 고추는
이리도 빨갛게 익어가나
땅바닥을 기는 땅콩 줄기며
구기자는 몇 년째 키 자람 없이 이대로지만
청량리 난장에서 온 대파포기들은
한편에 여전히 파릇하다
생소한 두 그루의 이국풍 아보카도
삐죽이 저편에 서 있는데
빛바랜 공간
뭇 풀은 듬성듬성
중년 머리마냥
잿빛으로 여유롭듯이...
촉촉한 순간의 여운들이 가슴 적실 때
을씨년스런 골목 바람은
사랑을 기다린다
가을 연가 /동광 백성섭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모습들
장중한 여름 그대로 있어도
알록달록 태양이 가득하여라
소나무 푸르러 멀었나 했더니
기러기 떼 지어 남으로 날고
산들바람은 여전히 허공에 걸려있네
하늘 땅 가을 따라 단풍으로 가는데
눈 귀 코 혀 몸 그대는 알고 있는가
걸음마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가슴 속으로 향하여 간다
가을 연가戀歌 /유창섭
단풍 숲을 끌고 산 봉우리에 올라
하계下界를 내려다 보고 있는
가을 해,
그 붉은 노을 뒤로 다가서는
아득한 너의 모습,
이 가을 까닭도 없이
빈 가슴
저려오는 뜻을 이제야 알겠다
마음 한 쪽 떼어 놓고 갔다는
네 말
진실인 것을 이제야 알겠다
너는 나의 침묵의 의미를
언제나 확인하려 했지만
나는 너의 말 뒤에 숨은 집착을
언제나 염려하고 있었던,
방향이 같으면서도 건너다 보기 힘든 마음,
발걸음 잡아 끌던
차디찬 금속성 족쇄를 내려다 보고
머리를 가로 저으며
허망한 욕심 접어 주머니 속에 넣어 버렸다는,
고백이라도 해야겠다 이제는
가야 할 길이 얼마 남지 않았고
보내야 할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고서야
어찌 네게
내 손을 잡으라 하겠느냐
그 헛된 맹세와 언약,
노을 보다 더 붉게 타는 늦은 가을날,
산막 차가운 바람,
발 밑에
살얼음 잡히는 소리를 듣는다
가장 작은 무게에도 세상을 깨우는
살얼음 부서지는 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