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쾅쾅쾅쾅쾅.....
심장이 튀어나올 듯이 날뛴다.
살아서 진성이에게 고백을 들을 줄은 몰랐다.
늘 꿈꿔온 꿈인 줄만 알았다.
진성이가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의 진지한 시선에 수줍어져 고개를 떨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두...”
진성이가 천천히 다가와 허리에 팔을 감는다.
숨결이 느껴지는 가까운 거리에서 떨군 고개를 들어 올린다.
뭐? 뭐야?
타는 듯한 그의 눈동자...
이건 너무 빠르잖아.....
주저하며 몸을 빼내려 하자 더욱 꽉 붙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서는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입술에 키.스.했.다.!!
뜨겁게 밀착해오는 그의 건강한 몸이 전신으로 느껴졌다.
난생 처음의 경험에 어쩔 줄 모르지만 뱃속 깊은 곳에서 전율이 일어났다.
그가 머리카락 속으로 손가락을 깊숙이 밀어넣어 머리를 잡아당기자 정신이 몽롱해졌다.
살짝 벌어진 입안으로 부드럽게 혀를 밀어넣었다.
그는 혀로 입속을 매끄럽고 유혹적으로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 황홀한 감촉에 온몸이 흐느적거렸다.
그가 한 손으로 젖가슴을 감싸쥐었다.
아..안돼...진성아...그만해...
이건 너무 빠르잖아...
당황한 내가 몸을 빼내려 하자....
번쩍 눈을 뜨자 흥분한 진성이는 온데 간데 없고...
야릇하게 눈을 빛내며 날 관찰하고 있는 동호와 정혜만 있다.
“좋~은 꿈 꾸셨나?”
크어어어어어억.....
개 망 신 이 닷.....
드뎌 여자 몽정기까지 찍었구나......
하필 이런 것들한테 들키다니...ㅜ.ㅜ
눈에 광채를 내며 달겨드는 이것들아...
니들이 정녕 가족이더냐.
으아아아아아악......
2.
사슴....
이정원 인생의 한 화두다
사슴 종족은 몹시 희귀하다
하얀 피부. 물론 잡티 없이 깨끗한-
뼈가 가늘어서 호리호리하고 비계없는 마른 몸..길고 얇은 목 까만 머리 쌍거풀없이 까만 예쁜 보석같은 눈 날씬한 코 포동포동한 입술 긴팔과 다리 티없이 맑은 모습과 어울리는 여린 성격...
완벽한 정원이의 이상형 즉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여린 종족을 꿈꾼다.
이것은 완벽한 사슴의 형태이며 진성이다.
처음 그를 보았을때의 놀람이란ㅡ
사슴에도 종류가 있는데 크게 꽃사슴과 엘크사슴으로 나뉜다.
엘크사슴은 좀 더 남성적이고 표독스러우며 보통 눈이 길고 커다란 것이 특징이다.
나는 꽃사슴이 더 좋다.
내 나이 스물하고도 두 살..
발빠른 애들은 벌써
취직할 나이건만..
대학도 못 가보고 텔레비전이랑 놀았다.
가끔 알바로 푼돈을 모았으나 먹느라 죄다 탕진해 버렸다.
무일푼 백수이다.
4월 22일 화요일 오후2시 36분
따르르르릉....
단잠을 깨우는 요란한 전화 소리...에잇 짜증난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려고 노력했지만 계속 울려댄다.
대체 누구야?
“여보셔?”
“뭐했냐?”
“엄..마?”
“또 잤지?”
“결코 안 잤죠..화장실에서 막 달려 나왔어여.”
“그러냐? 그런데 목소리가 왜 금방 깬 것같냐?”
“그라게...묘하네.. 감기 기운이 좀 있나?”
“요놈의 지지배. 엄마가 잔 것도 못 알아봐?”
“....알면서 왜 농락해요.”
“미친놈의 지지배.. 도대체 니 나이가 몇 살이야? 눈을 까뒤집고 공부해도 모자란데.... 저녁내 쳐 자고 낮잠까지 쳐자고,, 공부는 언제 할꺼야? 수능 몇일 남았는지 알아? ”
“엄마 저한테 뭐라고 하실려고 전화했어요?”
“그래 이놈의 지지배야.. 너 공부할려면 안 데리고 갈려고 했는데 빨리 나와. 지금!!”
“옷 갈아입고 갈께요. 근데 어디요?”
“옷을 뭘 갈아입어.. 빨개 벗었어?”
“아후..엄마... 왜 그러시는데요?”
“잔말말고 나와...”
“엄마.. 엄마????”
뚜 ...뚜뚜뚜..
나갈 때마다 곤란하다.
나날이 체중이 불어 입을 만한 옷도 없다.
니트를 입고 거울을 비춰보니 돼지가 따로 없다.
옆구리 겨드랑이 안찐 데가 없다.
이 청바지 자크 안 올라간다.
살찌면 촌스러워 보이나?
몹시 촌스럽다.
할 수 없이 츄리닝을 걸쳤다.
이 놈의 살 좀 빼야지..
날씨 한번 좋네
어딜 데리고 가실라나?
일하기 편한 복장이 좋겠지.
사람이 별로 없는 거리.
병든 할머니가 지팡이를 집고 머리 위에 보따리를 얹고 힘겹게 걸어간다.
이런 생활이 오래 되다 보니 동정심도 말라 버렸다.
그냥 지나친다.
엄마 가게에 가니 쇼파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셨다.
손님은 아닌거 같은데...
친분이 있나?
“어- 왔네. 낫 갖구 왔어?”
“낫이라뇨?”
“에구.. 내가 그걸 말을 안했네.”
연장 챙겨 오란 적은 없었는데...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나 낫 있어. 괜찮어 그냥 따러 와..”
뭣?
저 사람과.... 같이 행동해야 되는 건가?
도대체 왜?
엄말 바라봤다.
엄만 꼭 내가 알고 있던 것처럼....
“동백나무 하러 가잖아.”
동백나무?
혹시...
요즘 아빠가 허리가 아프시다.
배구를 하다가 다치셨는데 시일이 지나야만 낫는다고 한다.
아픈 허리 때문에 밤잠을 설치시는 아빨 계속 걱정하시다가 민간요법 책을 찾아보셨다.
책에는 어혈 푸는 데는 동백나무가 특효라고 써있었다.
지금 나는 산을 타고 있다.
고소공포증이라 다리가 떨린다.
할아버지는 낡은 고무신을 신고 날다람쥐 마냥 재빨리 올라간다.
나이드신 분이 무리하시면 안될텐데..
헥헥..
“엄마.. 저 할아버지 누구세요?”
“102동 사는 그 할아버지야. 산초도 따다 주고 돌나물도 갖다 주잖아.”
“헉 헉 고마운 사람이네. 헉헉”
“아이구 나두 힘들다. 헉헉 할아버지이이이.. 왜 이렇게 빨리 가셔?”
엄마가 큰소리로 할아버지를 불렀다.
내 눈엔 할아버지가 안보인다.
멀리서 목소리만 들렸다.
“얼릉 와아.”
“엄마. 할아버지 보여?”
“아니.”
엽기다.
겨우 저 멀리 서있는 할아버질 찾았는데 우릴 보고 말씀하시기를
“이 산엔 동백나무가 없는거 같은디 저 산 넘어 가면 있나? 저 언덕빼기 넘어가면 많이 있을틴디.. 여긴 다 공사하느라 뽑았나? 그 나무가 참 귀해.”
“어떻게든 구해야 될텐데...”
“전번에 등산하다 여기쯤에서 본것두 같은디... 그건 작어.”
“작으면 더 좋죠.”
“뭐에 쓸라구 그런다고 했지?”
“어혈푸는데에는 이 나무만한게 없다구 해서. 남편이 아프다고 했잖아요.”
“누가 그려?”
“제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말씀하셨었어요.”
“약방하셨남? 어이구 저깄네.”
작고 연약한 나무에 여린 잎사귀가 막 틔어나고 었엇다.
꼭 저걸 먹어야 할까?
가엽다...
“진짜 작네. 스읏.. 요것부단 더 있어야 할텐데..”
“걱정말어. 저 밑에 좀 더 큰 게 있은께.”
우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약한 어린 나무가 낫에 잘려 나갔다.
작아보였는데 가지를 치고 나니 꽤 많았다.
아슬아슬한 곳에 나있는 좀 더 큰 나무는 할아버지 혼자 곡예를 하듯이 살곰살곰 내려가 베기 시작했다.
휙 휙
나뭇가지 던지는 소리
지고 올라오기엔 좀 위험해서 나무를 밑에서 던지셨다.
“뿌리까지 뽑으까?”
“됐어요. 많은 데요. 뭘.”
이걸 다 어떻게 갖고 가지?
내려가서 뭐 들것이라도 갖고 와야 하나?
고민에 잠겨 있는데 할아바지가 주머니에서 뭘 꺼내 놓으셨다.
노란 자루랑 파란 노끈
불룩한 주머니를 미처 주시하지 못했다.
주섬주섬
40kg쌀이 들어가는 자루에 가득 담고도 한참 남아서 끈으로 여몄다.
그리하여 두 나무는 두 짐이 됐다.
엄마가 들려고 하자
“아줌니는 무거워서 못들어. 내가 들어야지.”
오옷.
기사도!
역시 우리 한국은 화랑의 후예였다.
나무 해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정말 좋으신 분이다.
“학생은 뭐혀? 들어야제.”
“네?... 아.. 그럼요.”
그럼 그렇지.
으쌰..
으레 만화책이나 코미디 프로에는 뚱뚱한 사람들은 힘이 세게 나온다.
그래서 산더미 같은 짐도 가뿐히 드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몹시 힘들다.
고소공포증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 올 때가 더 고역이란 것을.
무겁고 다리 후들거리고 아~ 죽겄다.
난 괜히 엄말 째려 봤다.
그 책 믿을 만하지 않다.
몇 개 효과를 본게 있긴 하지만 그 저자 구라가 좀 쌔다.
예를 들자면 회화나무에 꽃이 피는 데 그 중에서 섣달 그믐날 자정에 우는 꽃이 있다고 한다. 딱 한송이...그걸 찾아서 따 먹으면 신선이 된다고 한다...
신.....선.....
꽃이 우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그거 먹고 신선 되면 그 저자 이런 책 써서 돈 안 벌어도 된다.
그냥 산에서 신선놀음이나 하고 있겠지
더 심한건 뭔진 잘 기억 안 나지만 어쨌든 산에서 크는 뭘 먹으면 낮에도 별을 본단다.
온 몸에 열이 뼏쳣다.
할아버지가 바람처럼 내려가서 멀리 떨어지자 엄마에게 조그맣게 속삭였다.
“엄마. 이거 먹구 안 낫으면 어떻게 해요? 사기일수도 있잖아요.”
“안 그래. 그리고 안 들으면 더 해다 맥이면 되지.”
“엄마. 그 사람 어떤 풀 먹으면 낮에도 별 본다고 했어.”
`“그려? 그게 뭔데?”
“잘 기억 안나. 근데 그 말을 믿어?”
“그럴수도 있지. 책에 괜히 쓰냐? 낮에도 별 보면 좋겄네.”
“그거 미친거잖아. 정상이야? NASA에 팔려가요. 그리고 또 뭐랬더라? 또 뭔가 먹으면 온 몸에 털이 나서 겨울에도 옷이 필요 없대. 그게 좋아? ”
“이야 너무 좋다. 감기도 안 걸리겠네.”
“그래도 심하잖아. 사람인데.. 그럼 여름엔 어떻해? 덥잖아. 그리고 나 털나봐. 뭔 짐승인가 사람들 놀래잖아.”
온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그리 더운 날씨는 아닌데 땀이 뚝뚝 떨어진다.
할아버지는 멀쩡했다.
오히려 나의 허약함을 보며 자신의 건재를 자랑했다.
“요기부턴 학생이 가꾸갈수 있지? 약속이 있어서리.. ”
“아이구 그럼은여. 고맙습니다. 바쁘신데.”
“아녀요. 이웃끼리 돕구 살아야주. 그럼 가보겄슈.”
“예에 안녕히 가세요.”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가자.”
“엄마가 어떻게 들어. 힘도 없으면서.”
“그래도 이걸 너 혼자 어떻게 들고 가.”
그때
“아줌마. 어디 갔었어요? 한참 찾았잖아요.”
“이이. 수빈이 엄마. 어쩐 일이여?”
“머리하러 왔져. 이거 뭐에요?”
“아 그냥 뭐. 너 혼자 갈 수 있지?”
“.... 그럼여.”
“그럼 가.”
천하무적 **동 척척박사 두 나무 지고 도로 한복판을 홀로 누비다.
그나마 자루는 해괴하긴 하지만 내용물이 보이진 않는다.
이놈의 끈은 올 누드다.
날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들..
이제 제법 사람들이 눈에 띈다.
학교 끝날 시간이지.
제발 또래만 만나지 않게 해주세요.
또래 중에도 아는 사람은 절대 만나면 안돼요.
차라리 날 아줌마로 봐 줬으면 좋으련만.
시끌시끌
고개를 푹 숙인 내게 또래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그냥 지나쳐라..
뭐가 신기하니?
산에 있는 흔한 나무 해온 건데..
옛날엔 다 이렇게 살았어
엄마.. 요즘에 우리처럼 가내 수공업 하는 사람 없잖아
그만하자 이런거.
수군수군
내 얘길 하고 있군
“어! 누나.”
이 목소리는 내가 귀애하는 진성이 같은데...
차마 고개를 들 수 없구나.
넌 왜 꼭 이럴때만 마주치니?
3.
“정원이 누나?”
“으으응? .....진성이구나. 어디가니?”
“애들이랑 약속 있어서요. 그게 뭐에요?”
“뭐.. 그냥 좀..”
킥킥킥
여자애들이 날 비웃는다.
하두 잘생겨서 신봉자가 따라 붙는구나.
다들 여시같이 꾸몄군
못생긴 것들이 예쁜 척하긴.
에잇.
“나 갈게. 재밌게 놀아.”
“누나 제가 들어다 드릴께요.”
안됏. 지금 나 냄새 무지 나.
그리고 땀에 쩔어 얼굴도 빛날꺼야.
그냥 날 가게 해줘.
무거운 건 참을 수 있어도 너까지 날 불쌍하게 보는 건 못 참어
제발 가.
“바쁘잖아. 이게 보기엔 이래두 가볍단다. 괜찮어. 애들이 기다리잖아. 얼릉 가.”
말없이 내 짐을 뺏는 진성이.
흔들..
순수한 진성이는 가볍다는 내 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서 아무런 의심없이 들다 휘청거렸다.
에구 쪽팔려라.
“...누나. 이거 어디서부터 들고 왔어요?”
“무겁지? 됐으니 그냥 가라.”
“어떻게 그래요? 니들 먼저 가. 난 누나 짐 들어다 주고 갈테니.”
한 기집애가 무섭게 노려본다. 순간 가슴이 섬뜩해졌다.
여기서 집은 보일만큼 가까운 거리다. 다행이다.
나의 꽃사슴이 힘들어 보인다.
어쩜 마음까지 이렇게 순수할까? 널 이 험한 세상에서 끝까지 지켜주마.
쿠쿠쿠...너도 짐까지 들어주는거 보니 내게 맘이 없는 것은 아니구나..구여운 녀석..
볼수록 내 남자란 말아야...
“여기야. 힘들지? 들어가서 시원한 거라도 좀 마시고 갈래?”
“네? 그럴까요?”
흐흐흐흐....아무도 없는 빈집. 젊은 남녀에겐 고마운 공간이지.
헉..
집안이 난장판이다.
인간이 이 정도면 집이라도 깔끔해야 이미지가 올라가는데..
준다고 하고 안 줄 수도 없고 어쩌지?
“누나 안 들어가여?”
“어.. 들어가야지.”
“아.. 맞다. 열쇠.”
라고 말하는데 진성이가 문을 연다.
“열리는데여..”
엇? 깨끗하네.
하는 순간 동생의 엉덩이가 튀어나왔다.
쳐다보지도 않고 엉덩이가 말을 했다.
이를 앙물고
“어디 갔다 온거야? 집을 이꼴로 만들고.”
“호호호. 언제 왔니?”
내 가식적인 말투에 엉덩이가 경직했다.
“무슨 수작이야 또 뭘 부려..”
발갛게 상기돼 바닥을 밀고 다니던 정혜는 진성을 보고 더 벌개졌다.
정혜도 진성일 몹시 좋아하고 있다.
후다닥 .....사라져 버렸다.
시익 시익..
사라진 그녀는 아주 가까이에서 내 심장을 조였다.
용서해줘. 정혜야
냉장고에서 정혜가 좋아하는 쥬스를 꺼내 듬뿍 따라줬다.
뒷 일은 뒤에 생각하자.
지금 중요한 것은 까만 눈을 별처럼 반짝이는 그만이 존재할 뿐이다.
“아 시원하다.”
“더 주까?”
“아니에요. 근데 누나는 왜 안 마셔요?”
“배불러서.”
너만 봐도 배불러. ㅋㄷㅋㄷ
“요즘 뭐하세요?”
“공부하지. 너는?”
“아.. 저 공연 있어요. 오늘도 그거 연습하러 가는 거에요.”
“언제?”
“다음주 수요일이요. 구경 오실래요?”
“몇시니?”
“리허설이 4시니까 한 5시쯤 오시면 되나?”
“그래? 4시에 가면 된다구?”
좋았어. 3시에 가야지.
“언니가 사람이야? 학교 다니는 나 불쌍하지도 않아? 집에서 뒹굴 거리면서 꼭 동생 청소까지 시켜야겠어?”
점차 언성이 높아지는게 심상치 않다.
“진성이가 너한테 공연보러 오래.”
안면근육이 풀어지며
“나? 나 시간 없는데. 언제래?”
기집애. 잡아먹을 듯 지랄떨땐 언제고.
“응? 5시.”
“내일?”
“다음주 수요일인가? 목요일였나?”
다시 험악해지는 안면근육
“아. 맞다 수요일. 꼭 오라더라.”
“꺄아악. 친구들이랑 가야겠다.”
“나는?”
“호호호호호 언니도 가고 싶어? 오빠가 오래?”
“응? 오라는 거 아냐?”
피식.
“언니 맘대로 해. 난 몰라.”
나 혼자 가라는 말이군. 케케케...고마워!
동생은 콧노래를 부르며 전신 거울 앞에서 빙빙 돌았다.
밤 11시 45분
동호가 들어왔다.
“늦었네.”
“아 깜짝이야. 왜 이러구 있어. 놀랬잖아. 돼지가 사람 잡네.”
참자.
“동호야아~”
애교있게 불렀다.
“=.=;;”
“상의할게 있어.”
“본론만 말해. 원래 목소리로.”
“니 방 가자.”
쑥덕쑥덕
“돼지 너 미쳤어? 진성이형 원래 착해. 이래서 못생긴 애들은 도와주면 안돼. 꿈도
야무지셔. 얼마나 눈이 높은데. 햇소리하지 말고 빨리 자.”
“너 내가 니 누나라 모르는 거지. 나 은근히 인기 많았어.”
“엄마 누나가 자꾸 괴롭혀.”
문열고 동생이 소리쳤다.
“알았어 나갈게.”
4.
마사지도 하고 광도 내고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
밥도 반만 먹었다.
오늘은 즐거운 수요일
“언니 나 어때?”
나만 즐거운게 아니구나.
너두 즐거웠구나.
바비리스로 곱게 핀 머리.
잘 줄인 교복.
날씬해서 그런지 꽤 이뻤다.
“너 얼굴에 뭐 했냐?”
“어? 아니...왜? 내 얼굴이 하애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