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행-1재미심장한 주택모형 제작기행 출바~알!
재주행 = 재미심장한 주택모형 제작 기행
부동산 커뮤니티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곳 눈팅 경력만 10년이 다 되어가는 전문 눈팅족^^입니다.
저는 집을 짓습니다.
그런데 제가 짓는 집은 건축주가 입주해 사는 집이 아니라,
건축주의 꿈과 미래가 사는 집입니다.
꿈과 미래가 사는 집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 건축주의 꿈과 미래 ⓒcreativityden.com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들어서면
내방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근사한 설치물이 하나 있습니다.
단지를 작게 축소해 만든 미니어처miniature입니다.
규모 있는 건축・설계사나 부동산 중개사 사무소에서도
빌라나 주택 단지, 또는 단독주택을
실물처럼 작게 만들어 놓은 미니어처를 볼 수 있습니다.
▲ 대우건설 세종시 공동주택 모형(창조디엔엠 제작) ⓒblog.naver.com/barone11
▲ 주택단지 모형 ⓒpinterest.com
예, 제가 짓는 집은 그런 집,
어쩌다 마주치면 실제 건축물과 비슷해 ‘깜놀’하곤 하는 집,
바로 모형주택miniature house입니다.
주택모형의 역사는
5,000년 전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됩니다.
아래 사진은
이집트의 페피Nyankh-Pepi-Kem 2세 무덤에서 발견된
돌과 나무로 조각한 주택모형입니다.
밀을 가는 하인, 빵 굽는 하인, 오븐을 취급하는 하인,
화병을 청소하는 하인, 오리를 굽는 하인 등
16명의 하인들이 사자가 된 왕을 위해 만찬을 준비하고 있군요.
▲ 현존 최고最古의 주택모형 ⓒtouregypt.net/featurestories/egyptancientmodels.htm
그리고 유럽에서는
‘인형의 집baby houses’이라는 이름으로
16세기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는데,
아래 사진에 보듯이
각각의 방이 꾸며진 캐비넷형 돌하우스doll house였습니다.
▲ 캐비넷 돌하우스(Amsterdam, Holland, 1670~1690) ⓒen.wikipedia.org/wiki/Dollhouse
현재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조립형 플라스틱 모형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독자들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게 사실입니다.
▲ 독일산 플라스틱 주택모형 ⓒhobbylinc.com/alwayshobbies.com/minian
▲ 스페인산 플라스틱 주택모형 디오라마diorama ⓒhomedepot.com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책을 쓰는 인문작가입니다.
모 중앙일간지와 인터넷 매체에서
전문 필진 및 정치경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틈틈이 주택모형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커터 칼을 집어 드는 모형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최근 몇 가지 인연이 겹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 가운데
주택모형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법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택모형이 필요한 이들은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서점이나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체계적인 제작 기법을 처음부터 상세히 설명해 놓은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어느 건축업자들, 건축주들의 미완성 작품 ⓒflickr.com/youtube.com
‘미래의 건축주들이나 중소 규모 건설업계 종사자들,
그리고 학생들과 초보 매니아들이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난 주택모형을 직접 만들 수 있다면
여러 모로 많은 도움이 될 텐데...
요구는 많은 데 솔루션이 그닥 없네...’
이런 생각이
이번 ‘재미심장한 주택모형 제작 기행’ 연재를 기획한 동기입니다.
엄청난 스페셜리스트는 아니지만,
주택모형을 직접 제작해 보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그동안 다양한 계층의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주택모형 강의를 해 왔습니다.
연재는 수업에 활용하는 강의 노트를 중심으로
평균 주 3회(월, 수, 금) 정도 할 예정입니다.
진행은 주택모형이 필요한 이유,
주재료와 부재료 소개, 기본 도구, 준비운동 등을 거쳐
제작 실전에 들어갈 예정이며,
다양한 참고 사진 및 모형 제작 과정을 담은 사진들이
설명과 함께 제시될 것입니다.
사진의 양이 적지 않을 것이기에
연재 후 분량은 아마도 책자 한 권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연재 진행 방식은
제가 하는 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아, 이런 식으로 하면 내 손으로 괜찮은 주택모형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꾸밀 예정입니다.
모형 제작자들이 핵심 전제로 간주하는 설계도?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모형 제작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주택모형의 기초부터 되도록 자세하고 꼼꼼하게 시작할 계획이니,
이따금 지~잉한 스크롤 압박을 견뎌야 할지도 모릅니다.^^
세세한 이야기는 중간 중간에 드리기로 하고...
자, 주택모형에 관심이 있는 독자 분들,
주택모형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 보신 분들,
모형이 꼭 필요한데 제작 기법을 몰라 애태우셨던 분들,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우리 학생들,
모두 준비되셨나요?
오늘은 맛보기로 제 강의 노트를 살짝 보여드리고,
다음 연재부터 주택모형의 재미심장한 바다로 푸욱 빠져보겠습니다~~!
▲ 가평 전원주택 ⓒminian
▲ 여수 전원주택 ⓒminian
▲ 서울 우주빌딩 ⓒminian
▲ 단순화한 제작 공정 ⓒminian
내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내일은 다양한 모형 사진과 함께
주택모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재주행-2 주택모형? 그게 왜 필요해?
겨울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깊어지는 겨울만큼
따뜻한 봄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정오입니다.
재주행-2 주택모형? 그게 왜 필요해?
재주행 = 재미심장한 주택모형 제작 기행
주택모형이 필요한 이유는 다양합니다.
오늘은 그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 미래의 건축주near future house-owners
많은 이들에게 집은 평생을 꾸는 꿈입니다.
특히 도심 외곽에 위치한 단독주택이나
전원에 풍경처럼 자리 잡은 근사한 전원주택은
여유, 삶의 질, 제2의 인생 설계와 같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 북아일랜드의 우로스 하우스Urros house ⓒirishplans.com
잔디 깔린 넓은 마당,
햇빛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큼지막한 창호,
잔잔한 조명에 물결 일렁이는 개인 수영장,
8월에는 그늘이 되어 주고 10월이면 먹거리를 내어주는 과실수들,
다과 또는 삼겹살과 함께 드넓은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
▲ 캘리포니아의 다이논 하우스dynon house ⓒhomezenith.com
▲ 거윈가쉬 하우스mgerwingarch house의 바다를 품은 테라스 ⓒpatioproductions.com
이런 꿈을 품게 된 이들은 주택 서핑house surfing에 들어갑니다.
이 서핑에는 온라인, 오프라인의 구분이 없습니다.
미래의 건축주들은
업무 중에 자신도 모르게 PC나 스마트폰에 접속해
주택 사진들을 감상하기도 하고,
가족 나들이 길에 남의 집 담벼락을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전원주택 사이트가 어디 있나...”
“이 집은 스타일이 구려. 마당도 너무 작고.”
“자기야, 저 집 수영장 좀 봐봐. 무지하게 비싸겠다. 부럽부럽~”
“흐음, 이 집 좀 괜찮은데? 내가 찾는 게 바로 이런 거거든.”
서핑이 반복될수록 집을 보는 안목이 넓어지고,
막연했던 주택의 모습이 차츰 구체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합니다.
마음속에만 있던 꿈이
서핑 덕에 꿈틀거리며 밖으로 튀어나오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꿈은 이따금 일상의 활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꿈이 구체적인 형태를 띠어감에 따라
궁금한 것들도 많아집니다.
집 지을 땅은 어떻게 구하지?
주택의 기초foundation는 어떻게 만들며,
골조framework 종류에는 무엇이 있나?
건축 공법별로 평당 건축비는 얼마나 들까?
내・외장재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시공하며,
각각에는 어떤 특성들이 있을까?
질문은 끝이 없습니다.
▲ 꿈이 던지는 질문들 ⓒcherrypickedtravel.com
이런 질문들은
보다 많은 정보를 찾기 위해 서핑의 바다로 뛰어들게 하고,
그럴수록 처음에 품었던 주택의 꿈은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현실에 가까워집니다.
바둑이나 당구를 처음 배울 때 그랬던 것처럼,
각종 주택이 침실 천정을 빙글빙글 돌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보가 어느 정도 축적되었다 싶을 때,
미래의 건축주는 마침내 그 꿈을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A4지나 도화지에 옮겨진 주택의 꿈은
미래의 건축주를 실망으로 이끕니다.
그림에 상당한 소질이 있다 해도,
꿈꾸는 주택을 만족스럽게 표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이런 드로잉, 쉽지 않아요 ㅠㅠ ⓒzionstar.net
설령 웹서핑으로 쓸모 있는 설계도를 입수했다 하더라도
상황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설계도에 익숙한 건축주가 아닌 이상,
선과 곡선, 수치,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영단어로 가득한 설계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건축의 난해함’뿐이기 때문입니다.
▲ 설계도는 정말 난해해요 ⓒalfordbuild.com/commlabindia.com/minian
그림을 그리는 단계까지 이른 미래의 건축주들은
무엇을 원하는 걸까요?
사실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림과 설계도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단계에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림보다 더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현장감realism’과
자신의 꿈을 설계도보다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입체감cubic effect’,
그리고 진짜 같은 ‘질감texture’이기 때문입니다.
▲ 바비 번스타인Bobby Bernstein의 레지던스residence 모형 ⓒhiconsumption.com
▲ 브링카 다다Brinca Dada의 친환경 돌하우스doll house ⓒinhabitat.com
그림과 설계도만으로는
그런 현장감과 입체감, 질감을 표현해내기에 충분치 않습니다.
꿈꾸는 주택을 미리 구현해 보려는 건축주들의 시도는 그렇게 시들어 갑니다.
그러나 도전적인 미래의 건축주들은
그림 단계에서 좌절하는 대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섭니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주택의 모형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모형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주택의 꿈은 다시 활기를 되찾습니다.
그때부터 새로운 도전과 서핑이 시작됩니다.
미래의 건축주들은 마분지와 라면박스, 색상지 같은 재료를
이리 자르고 저리 접어가며 열심히 꿈을 담아내는 틈틈이
주택모형에 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서점과 인터넷의 바다를 헤집고 다닙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어려움과 맞닥뜨립니다.
애써 만든 모형이 너무 볼품이 없습니다.
라면박스로 만든 벽은 깨끗하게 절단되지 않아 우둘투둘하고,
종이를 덧댄 지붕은 너무 얇아 벌써 내려앉고 있습니다.
그 벽과 지붕에 색을 칠하니 초등학생 방학 숙제처럼 보입니다.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 미국의 어느 고등학생이 유튜브에 올려놓은 주택모형 ⓒyoutube.com
서점에 가 봐도 주택모형 제작에 관한 책은 없습니다.
인터넷에서는 그나마 완성된 주택모형 사진들을 구할 수 있지만,
그저 부럽기만 한 사진 몇 장뿐,
어디에서도 체계적인 제작 기법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이런 모형들은 도대체 재료가 뭐길래 이렇게 매끈한 거지?”
“우와, 이거 진짜 건물 사진 아냐? 어떻게 만드는 거야?”
▲ 미니언minian이 제작한 우주빌딩 ⓒminian
미래의 건축주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전문 모형업체 사이트에서
개당 1억 원 ~ 2억 원 정도 하는 대단위 아파트단지 모형을 접하는 순간
절정에 달합니다.
미래의 건축주들이 자신의 꿈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제작 기법을 상세히 알려주는 도우미는 정말 없는 걸까요?
○ 중소규모 건축업계 종사자medium and small-sized builders
주택모형 만들기에 도전하는 사람은
미래의 건축주뿐만이 아닙니다.
그중에는 주택모형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문 업체에 제작을 의뢰할 만한 여력이 부족한
중소 건축업계 종사자들도 포함됩니다.
여력이 부족하다는 말의 의미는 세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전문 모형업체에 제작을 의뢰하려면,
(물론 조건과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모형 하나당 최소 수백만 원에서 최대 천만 원대까지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설령 비용을 지불할 각오가 되어 있다 해도
달랑 주택모형 하나만 제작해 줄 업체를 찾기가 녹록치 않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한 가지는
주택모형이 가진 마케팅의 힘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주택모형이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thesun.co.uk/minian
그래서 어떤 업체는 주택모형 제작을 아예 포기하기도 하고,
어떤 업체는 건축 전문가답지 않은 모형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은 어느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직원들이 골판지cardboard 주택모형을 만들어 놓고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미국 알티우스Altius 건축설계사무소의 카드보드 주택모형 ⓒartsbyjinat.blogspot.com
건축업계 종사자들이 주택모형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건축주와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대화의 목적은
건축주의 꿈과 생각을 설계와 시공에 제대로 반영하기 위함입니다.
이때 주로 활용하는 도구는 설계도면blueprint과 상상력imagination입니다.
하지만 도면을 보는 업계 종사자의 시각과 건축주의 시각은
처음부터 차이가 납니다.
매일 도면을 보고 일하는 사람과
평생 처음 또는 수십 년 만에 한두 번 보는 사람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따금 사진이나 그림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상황은 별반 다를 것 없습니다.
▲ 설계도에 비례하지 않는 상상력 ⓒopmcredit.com
따라서 그들의 대화는 대개
건축업계 종사자가 건축주의 이해를 돕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건축주의 상상력이 요구될 때,
이해를 돕기 위한 대화는 훨씬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이런 상상력의 차이가 소통의 오류를 초래해
시공 도중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만약 건축업계 종사자가 건축주와 대화를 나눌 때,
도면이나 사진 또는 그림뿐 아니라
입체감과 현장감, 질감이 살아 있는 주택모형까지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눈다면?
▲ 설계도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완충재, 주택모형 ⓒhomedesignlover.com
설령 건축주의 생각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모형일지라도,
건축주는 미래에 지어질 자신의 꿈,
그리고 자신의 상상력이 일정 부분 구현되어 있는 주택모형에
즐거운 반응을 보일 것이며,
대화는 건축주를 이해시키는 방향보다는
좀 더 적절한 시공 방향과 더 나은 주택 디자인으로 모아질 것입니다.
이것이 ‘시공 전 주택모형former house miniature’의 존재 이유이자,
건축업계 종사자들이 주택모형을 필요로 하는 이유입니다.
▲ 시공 전 주택모형 ⓒmodernminihouses.com/dailyupdateinteriorhousedesign.com
특히 설계 변경이 잦은 최근의 트렌드를 감안할 때,
시공 전 주택모형은 시공 도중 설계를 변경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 절감 효과를 갖습니다.
또한 주택모형은 때때로 건축주로 하여금
처음 생각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디자인이나 공법을 선택하게 하는 효과도 가집니다.
참고로,
주택모형의 중요성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
시공 전 주택모형뿐 아니라
시공 도중에도 주택모형을 제작해 봅니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설계대로 시공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고,
건축주와 보다 전향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함입니다.
주택모형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건축업계 종사자들의 홍보promotion 활동에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택을 구입 또는 신축하려는 잠재 고객potential client의 입장에서 보면,
도면보다 그림, 그림보다 사진, 사진보다는 모형이
더 손에 잡힐 듯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 건축업체 홍보의 꽃, 주택모형 ⓒtinyhouseliving.com
중소규모 건축업계 종사자가
입체감과 현장감, 질감이 살아 있는 주택모형을 직접 제작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 모형을 건축주 또는 잠재 고객에게 제시하며 대화를 나눌 뿐만 아니라
홍보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면,
전보다 더 많은 신뢰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며,
훨씬 더 나은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 학생과 주택모형 매니아students and manias
주택모형 만들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또 있습니다.
바로 학생들입니다.
요즈음 기술 시간에 주택모형 제작을 커리큘럼으로 채택하는
중・고등학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주택모형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저변으로 확산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 주택모형을 제작 중인 학생 ⓒyoutube.com
그러나 주택모형 제작에 할애되는 시간이 짧은 탓에,
보다 많은 제작 기법에 대한 요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주택모형 제작 기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건축의 꿈을 키워갈 수 있다면,
건축업계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밝아질 것입니다.
▲ 팀별로 주택모형을 제작 중인 학생들 ⓒblog.naver.com(Power of Technology)
거기에 더해서,
건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주택모형 제작 기법에 대한 요구가 존재합니다.
교과 과정에 모형 제작 시간이 포함되어 있지만,
주로 저학년을 중심으로
자신이 제작하는 주택모형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법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사실 자신의 졸업 작품을 아예 업체에 의뢰하는 졸업생도 있는 게 현실입니다.
▲ 주택모형 제작 경력 54년째인 데이비드 엘리스David Ellis와 그의 작품 ⓒdailymail.co.uk
마지막으로
주택모형 제작에 취미가 있는 매니아 계층도 있습니다.
위 사진 속 인물은
1963년부터 주택모형 전시를 시작한 65세의 거장,
데이비드 엘리스씨입니다.
세상에는 엘리스씨처럼 기술력이 이미 높은 단계에 이르러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국내에도 다양한 기술을 가진 매니아들, 고수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이번 연재를 그들과 교류하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제작 기법에 대한 소통이라면 언제든 메일주세요.
소통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 그랬으니까요.
아닌가? 아, 소통이 아니라 칭찬이구나. ㅋㅋ
포스팅에 대한 의문점이나 질타도 좋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주택모형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고,
모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까지 만나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지금부터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갈 주택모형을 만나보겠습니다.
재주행-3 설계도 없이 주택모형을 만든다?
쌀쌀한 날씨에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환하지 않은 날들의 연속입니다.
새해에는 이런 날씨와 반대로
모두에게 환한 일상의 연속이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재주행 세 번째 날입니다.
재주행-3 설계도 없이 주택모형을 만든다?
재주행 = 재미심장한 주택모형 제작 기행
주택모형을 처음 접한 후
마분지로 첫 모형을 만든 지 벌써 15년이 되어 갑니다.
중간에 다른 길로 새버렸지만,
경력으로는 15년차라고 박박 우기고 다닙니다.^^
고수들에게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수백 채의 모형을 만든 경험이 있고,
그중 얼마간은 중소업체에 납품도 해봤으며,
주택모형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제작 기법 교육까지 시켜봤다는 핑계로 말입니다.
이번 연재를 기획하게 된 동기가 있습니다.
얼마 전, 오래 알고 지내던 지인이
땅을 구입했다며 토지 등기부등본과 지적도,
그리고 주택 사진 세 장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여기 이 땅인데, 이런 집들을 짓고 싶단 말이야.”
저는 그 친구가 무엇을 원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땅을 본답시고 함께 돌아다닌 경험도 있고,
모형을 원하는 중소 규모 건축업자를 소개해 준 적도
몇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주택모형이었습니다.
하지만 짐짓 모른 채 딴청을 부렸습니다.
“집들이라니? 고작 150평 좀 넘는 땅에 집을 세 채나 넣겠다고?”
“아이고 왜 그래... 요기 요 부분이랑 이 부분은 넣고, 저건 빼고...”
그는 자신이 지을 주택의 부분 부분에 대한 생각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정확한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1층과 2층의 규모,
필로티pilotis와 2층 테라스terrace의 크기,
수영장의 크기와 디자인,
콘크리트 바닥과 잔디의 경계, 담벼락 종류 같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빙빙 돌고 있는 식이었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수영장과 넓은 필로티,
2층 테라스가 있는 주택,
그것도 들고 온 사진 세 장에서 보이는 장점들이 하나로 합쳐진
모던한 전원주택exurban-style house이었습니다.
▲ 모두 합하면 어떤 주택이 나올까? ⓒminian
참고로 전원주택은
도심과의 거리에 따라 셋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도심으로부터 떨어져 있지만
교외는 아닌 곳에 위치한 주택은
준교외주택exurban house이라 하고,
교외 지역에 위치한 주택은 교외주택suburban house이라 하며,
아예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위치한 주택은
시골주택rural house이라 부릅니다.
따라서 고전적인 의미의 전원주택은 시골 주택을 의미합니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주택의 외관이나 전반적인 디자인에 관한 것이라면
건축사나 설계사한테 가야지 모형 만드는 사람이랑 무슨 얘기를 나눠?“
얼핏 보면 당연한 얘기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건축주 자신이 어떤 주택을 원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설계사와 대화할 경우,
이야기가 헛돌면서 원하는 디자인을 얻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서로 피곤해지죠.
▲ 겉도는 대화 ⓒgardenhousedesign.co.uk
두 번째 이유는
건축・설계사들이 대부분 주력으로 짓는 주택의 유형 및
그 주택의 설계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습니다.
한옥이 전문인 건축・설계사와 현대주택에 관해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현대주택이라 해도
지붕 모양이 경사진 박공지붕gable roof이라서 다락방이 덤으로 생기는
경량 목구조light weight wooden structure 주택을 주로 짓는 건축・설계사와
철근콘크리트조ferro-concrete structure 평면 지붕 주택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것도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황토벽돌 주택이 주종인 건축・설계사와
테라스 하우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비슷합니다.
▲ 저기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mcdonaldjohnshome.com.au/minian
이처럼 공법에 대한 지식조차 없는 상태에서
주력으로 짓는 주택 유형이 각기 다른 건축・설계사들과
효율적이지 않은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건축주는 자신이 생각한 디자인보다
건축・설계사가 추천하는 디자인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자신이 꿈꿔온 디자인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더욱이 건축・설계사의 추천이 많을수록
이미 많이 지어져 있는 다른 주택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디자인을 얻을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택 설계는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최소 두 달은 걸리는 지난한 작업입니다.
따라서 이미 주택 건축에 적용 중인 설계는
새로 작업하는 설계보다 가격 면에서 저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시공 과정도 어느 정도 메뉴얼화 되어 있기에
시공 도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이것이 건축・설계사가 자신의 주력 디자인을 추천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입니다.
▲ 주력 디자인을 추천하는 건축업계 종사자 ⓒoliverwinnettloucoll.com/minian
제 지인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어떤 디자인을 원하는지,
그 디자인이 시중에 나와 있는 기존 설계도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그 차이를 어떤 건축・설계사와 대화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지를 아는 지름길은,
다름 아닌 주택모형 제작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는 적합한 건축・설계사를 선정하기 전에
자신의 디자인을 직접 정리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가 원하는 주택을 모형으로 제작해 주기로 계약하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작업의 첫 번째 단계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인터뷰입니다.
건축주가 원하는 디자인에 최대한 근접한 모형을 제작하려면
땅의 평수와 건평, 용적률은 기본이고,
골조의 형태, 창의 크기와 종류,
외벽과 지붕 마감, 테라스나 주차장의 위치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요.
▲ 주택모형 제작의 첫 번째 단계, 인터뷰 ⓒdreamstime.com/minian
우리는 그가 들고 온 사진과 웹서핑을 통해 찾아낸 사진들,
실제 건축 시 적용되는 시공법 등을 토대로
그림을 그려가며 범위를 좁혀갔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마침내 만족할 만한 주택 디자인을 선정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최종적으로 선택된 주택 디자인입니다.
▲ 지인과 토의 끝에 완성한 주택 디자인-1 ⓒminian
▲ 지인과 토의 끝에 완성한 주택 디자인-2 ⓒminian
위 그림들을 포함한 그림 몇 장이
주택모형 제작을 위한 자료의 전부입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완성된 설계도를 예상한 독자라면
좀 의아해 질 수도 있습니다.
컬러는커녕 수치 하나 없는 그냥 그림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이 단계에 이번 연재의 진짜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주택모형을 제작하려고 할 때,
처음으로 부딪치는 문제는 수치입니다.
모형의 대지는 얼마나 크게 해야 할까?
1층 벽의 길이와 높이는?
아무렇게나 대충 만들다 보면 집 모양이 들쭉날쭉 이상해 질 텐데...
▲ 수치는 늘 난감해... ⓒshutterstock.com
사실입니다.
물론 건축업계 종사자들로부터 의뢰 받은 주택모형을 제작할 때는
평면도, 정면도, 좌우 측면도, 배면도 등 설계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제 지인처럼 시공 전 주택모형 단계,
특히 그동안 해왔던 생각들을 정리하는 단계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정확한 설계도가 아직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른바 ‘대충대충’ 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대충대충’은 그냥 대충대충이 아닙니다.
대지의 크기와 모양, 건폐율, 용적률 등 기본적인 사항이 정해지므로
거기에 어울리는 축척을 적용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역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어떤 것도 적용할 수 있지만,
그중 가장 나은 것을 적용하려면
다양한 디자인을 비교, 분석하는, 생각보다 치열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위에 언급한 ‘대충대충’은
어쩌면 설계도가 있을 때보다 더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를 기획한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설계도 없이 주택모형을 제작해 보려는 제작자들,
그들을 위한 의도 말입니다.
그들에게 “주택모형을 만들려면 설계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자칫 모형 제작에 대한 의지를 꺾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계도가 없어도 주택모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설계도 없이 주택모형 만들기, 가능하다 ⓒdreamstime.com
시공 전 주택모형은
건축・설계사와 본격적인 상담을 하기 전에 제작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기 바랍니다.
건축주의 생각이 어느 정도 반영된 모형이라면,
수치나 축척이 다소 틀린다 해도
건축・설계사와 상담할 때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모형 제작이 시작되었고,
보름에 걸친 작업 끝에 그가 원하는 주택모형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는 머릿속에 빙빙 돌기만 했던 디자인이 눈앞에 구현된 것을 보고
매우 기뻐했습니다.
이쯤에서 제 지인이 의뢰했던 시공 전 주택모형,
즉 지금부터 우리가 만들어 볼 주택모형의 실물을 잠시 엿볼까요?
아무래도 그림만으로는 감을 잡기가 어려울 테니까 말입니다.
아래는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대문과 사람이 드나드는 작은 문,
그리고 자갈이 깔린 마당 부분입니다.
▲ 지인의 주택모형 사진1 ⓒminian
우체통과 주소판, 보안업체 팻말이 보이고,
그 뒤로 잔디와 자갈이 깔린 마당, 보도stepping stone와 회양목이 보입니다.
▲ 지인의 주택모형 사진2 ⓒminian
사철나무 담장 뒤편으로 수영장이 조금 보이는군요.
지인의 아내가 모는 폭스바겐 비틀 모형을 구하느라 꽤 돌아다녔다는...ㅎ
▲ 지인의 주택모형 사진3 ⓒminian
대문 너머로 필로티 공간과 현관 앞 캐노피가 보입니다.
▲ 지인의 주택모형 사진4 ⓒminian
2층 테라스와 발코니는 유리 난간으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 지인의 주택모형 사진5 ⓒminian
수영장 물에 캐노피가 비치는군요.
▲ 지인의 주택모형 사진6 ⓒminian
테라스 유리 난간 안쪽에 정원용 조명등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 지인의 주택모형 사진7 ⓒminian
하부 콘크리트와 상부 벽돌로 지어진 담장 사이에
소로로 나갈 수 있는 쪽문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 지인의 주택모형 사진8 ⓒminian
사철나무 담장 너머로 주택 뒤편 방화문이 보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입니다.
▲ 지인의 주택모형 사진9 ⓒminian
그런데 모형을 만드는 도중,
주택모형 제작 기법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제작 기법에 대한 정보가
과거보다 많이 유통되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인터넷의 바다를 둘러봤지만,
상황은 십여 년 전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라고는
제작 기법을 묻는 학생들의 질문이 많아졌다는 것,
그리고 체계적인 기법 설명이 조금 부족한 주택모형 사진들뿐이었습니다.
‘미래의 건축주들은 분명히 모형을 만들어 보고 싶어 할 텐데...’
‘중소 규모 건축업계 종사자들은
아직도 자신이 주력으로 짓는 주택의 모형도 없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을까...’
‘학생들을 보니 열의는 가득한데, 정보가 너무 없어...’
‘이들이 자기 손으로 직접 주택모형을 제작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비록 출중한 기술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생각들이 이번 연재를 기획한 동기로 작용했습니다.
--------------------------------------------------
오늘은 앞으로 제작할 주택모형을 잠시 훑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주택모형을 만드는 주재료들과
그것들의 특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재주행-4 주택모형의 주재료와 특성
밤새 눈이 내려 소복이 쌓였군요.
어떤 이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주고,
어떤 이들에게는 지금의 행복을 만들어 주는 눈,
하지만 어떤 가난한 이들의 삶에는 치명적일 수도 있겠지요.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는 오전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우리가 만들 주택을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주택모형의 주재료와 특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재주행-4 주택모형의 주재료와 특성
재주행 = 재미심장한 주택모형 제작 기행
집을 지으려면 뼈대가 있어야 합니다.
그 뼈대를 골조framework라고 부르지요.
동굴에서 생활하던 인류의 조상이
처음 선택한 주택의 골조는
흙 또는 나뭇가지였습니다.
그 후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골조의 종류 역시 벽돌, 시멘트 등으로 발전해오다
지금의 경량/중량 목조, 철근 콘크리트, 경량 스틸,
철골, 조립식 판넬, ALC, 황토 벽돌 등에 이르렀습니다.
▲ 골조의 종류(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경량목구조, 벽돌조, 경량스틸조, 철근콘크리트조)
ⓒhebrideanhomes.com/moddedmustangs.com//mcdornaldjoneshomes.com.au/
bft-international.com/minian
그러나 주택이 그렇듯,
완성된 주택모형에서도
골조의 형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유로폼Euro-form이나 황토 벽돌처럼
골조 자체가 외벽 마감재 역할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골조에 단열과 인테리어(내장) 및 익스테리어(외장)를 위한 벽이
따로 덧대어지기 때문입니다.
▲ 익스테리어에 가려진 이 주택의 골조는? ⓒitsokblog.com
따라서 주택모형에서 중요한 것은 골조가 아니라,
현장감과 질감을 제대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주재료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다루기 쉽다면 금상첨화겠죠.
주택모형을 만들려고 작심만 한다면야
주변에 흔한 것들을 주재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원의 흙을 퍼다가
손가락 마디만한 벽돌을 실제로 찍을 수도 있고,
라면 박스나 책받침을 잘라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재료들은 다루기가 어렵고
가공 과정도 번잡해
자칫 모형 제작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주재료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우선적인 요소는 취급의 용이성입니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구하기 쉬운가 하는 점입니다.
현장감과 질감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재료인지,
제작 도중 찢어짐이나 비틀어짐 같은 변형이 적은 재료인지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재료가 나에게 맞는지,
충분히 다룰 자신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 주재료 선정에 고려해야 할 요소 ⓒclip4art.com/thelearningsite.info/minian
주택모형 제작에 주로 사용되는 재료에는
나무, 종이, 플라스틱, 합판, 아크릴, 각종 보드board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을 살펴보겠습니다.
○ 나무timber
주택모형의 역사에서 나무는
진흙과 함께 가장 오래된 주재료 중 하나에 속합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주택모형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약 5,000년 전에 건설된 이집트의 피라미드 내부에서 발견되었는데,
주택모형과 모형 안팎에 부장된 가구, 비품, 보트,
하인, 가축, 애완동물 등이 모두 나무로 제작되었습니다.
▲ 이집트 페피 2세 무덤에서 출토된 주택모형(좌)과 캐비넷 돌하우스(Holland, 1670~1690)
ⓒtouregypt.net/featurestories/egyptancientmodels.htm/en.wikipedia.org/
주택모형의 근대적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인형의 집doll house'은
16세기 초 유럽에서 ‘아기의 집baby house’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제작되었는데,
이 모형의 재료 역시 나무였습니다.
그동안 통나무 일색이던 나무의 재질이
합판plywood이나 집성판medium density fiberboard 등으로 바뀌었지만,
나무로 제작된 인형의 집은
플라스틱이나 아크릴, 각종 보드가 개발된 이후에도
큰 인기를 누려 왔습니다.
인류의 조상들이 주택모형의 주재료로 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종이가 발명된 이후에도
나무는 오랫동안 주택모형의 주재료로 쓰였는데,
이유는 종이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입니다.
주택의 형태가 지금보다 자연에 더 가까웠던 시절,
다시 말해서 벽면과 지붕 등의 각도angle가
지금보다 덜 중요하게 생각되던 시절,
나무는 모형의 골조를 만드는 주재료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당시 모형 제작자들은
나무를 어느 정도 일정한(하지만 완전히 규격화되지는 않은) 모양으로 깎아서
주택의 골조를 세운 다음,
골조와 골조 사이에 진흙이나 자연석을 채우는 방식으로
주택모형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주택의 형태에서
직각, 예각, 일정한 각도의 연속으로 이어진 곡선 등
각도가 중요한 요소가 된 지금,
규격화되지 않은 나무를 주택모형의 주재료로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한옥 등 전통적인 주택모형의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모형 제작자들은 차츰 나무를 일정한 크기로 규격화했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 규격화된 목재로 만들어진 일본의 주택모형 ⓒyoutube.com
주재료로 나무를 선택할 때 가장 현저한 장점은,
벽체와 지붕의 골조를 실제처럼 세우면서
목구조 주택의 건축 원리를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장점 덕에 경량 목구조 주택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이래
건축 관련 종사자들을 교육하기 위한 목구조 주택모형 시장이 생겨났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은 목구조 주택모형 교육 시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 건축가 쉐퍼드 롭슨Sheppard Robson이 제작한 나무 주택모형 ⓒtreehugger.com
하지만 규격화된 주택모형용 나무는 가격이 비싸고,
다루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절단면이 원하는 각도가 되게 하려면
직소jigsaw를 비롯한 목공용 도구와
어느 정도의 숙련도가 필요하니까요.
더군다나 현대 건축의 특성상,
아무리 멋지게 골격을 세운다 해도
완성된 주택모형에서는 그 멋진 골격을 눈으로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에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목구조 주택 교육 용도나 전문가용이 아니라면,
굳이 나무를 주택모형의 주재료로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 종이paper
종이의 장점은 무엇보다 다루기가 쉽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이용한 다양한 주택모형 조립 제품들이
이미 시중에 출시되어 있습니다.
그중에는 전문가의 실력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인쇄된 제품들도 있습니다.
▲ 일본 산카이Sankai社의 종이 주택모형 제품 (1/87 축척) ⓒsankai.co.jp
정말 깔끔하죠?
하지만 형태와 색상이 이미 인쇄되어 있는 제품을
그저 취미로 조립해 볼 생각이라면 모를까,
이런 제품들을 구입해 직접 조립해 본 소비자라면,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주택모형의 주재료로
종이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음을 금세 느낄 수 있습니다.
▲ 학생들이 종이로 제작한 크리스마스 마을 모형 ⓒflickr.com
먼저, 일반 마분지 두께 정도 되는 종이는
뒤틀림 현상으로 평면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제작 도중 찢어지기 쉬우며,
모서리 접착 면적이 너무 좁아 각종 이음매 처리도 어렵습니다.
(건축학과 학생들은 이럴 때 본드를 주사기에 넣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벽면이나 지붕에 물감을 입히면
수분 증발로 인한 단면 비틀림 현상이 일어나고,
외장재를 덧대면
무게로 인한 휨 현상이 발생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려면 작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아주 작게’ 말입니다.
‘아주 작게’란 대개 손바닥 위에 얹어 놓을 수 있는 크기를 말하며,
크더라도 가로 세로 높이가 최대 15cm 안팎인 것을 말합니다.
두께가 1.2mm~2mm 이상 되는 각종 보드board紙를 사용하면
모형의 크기를 키울 수 있고
뒤틀림이나 휨 현상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드지는 절단이 쉽지 않습니다.
꽤 숙련된 제작자도
보드지를 칼로 절단하는 작업에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니까요.
주택모형을 완성하기까지 적게는 수백 번,
많게는 수천 번의 칼질이 필요합니다.
그때마다 지지하는 팔과 자르는 팔에 상당한 힘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랍니다.
▲ 두께 1.2mm인 흑색 카드보드지 ⓒAliexpress.com
제작 초기에 저 역시 보드지로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모형을 겨우 서너 채 만들었을 뿐인데,
제 왼손 검지에는 당시 힘을 주어 칼을 잡았던 흔적이
아직도 굳은살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부재료로는 활용 가치가 높지만,
두껍든 얇든 종이를 중대형 주택모형의 주재료로 선택하는 것은
비추입니다.
○ 합판plywood, 집성판mdf, 아크릴판acrylic board
합판과 집성판, 아크릴은
인형의 집doll house이나 대형 주택모형 제작에 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자재의 특성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절단 및 접합 등의 취급에 상당한 기술을 요합니다.
전문적인 모형 제작업체들은
이 문제를 전문 목공용 장비, 레이저 조각기, CNC 조각기 등
정밀도와 절단력이 높은 고가의 장비들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3D 프린터도 도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아크릴을 주재료로 제작한 빌딩 모형 ⓒarchitectural-scalemodel.com
물론 직소나 아크릴 칼로 도전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럴 경우 양쪽 팔에 쌓이는 젖산과 그에 따른 고통,
그리고 울퉁불퉁한 절단면이 주는 실망감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너무 단단한 재료는 개인 제작자의 주재료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 우드락woodrock, 폼보드foam-board
보드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지만,
여기서는 우드락과 폼보드,
두 가지를 각각의 특성과 함께 비교적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취급이 용이하고 가벼워서
건축 자재로 많이 쓰이는 스티로폼, 잘 아시죠?
스티로폼의 원료는 폴리스틸렌polystyrene입니다.
우드락도 동일한 원료를 사용하는데,
폴리스틸렌에 부탄, 펜탄과 같은 탄화수소 가스를 주입해
증기로 발포시킨 다음,
1~10mm 두께의 판형 원단으로 뽑아냅니다.
이 원단은 일반 스티로폼과 달리 체적의 2% 정도만 폴리스틸렌이며,
나머지 98%는 공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원단 우드락 ⓒprod.danawa.com
우드락은 건축 자재인 스티로폼이 가진 취급의 용이성 및 경량성을
실용 분야와 예술 분야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재료입니다.
그만큼 가볍고 절단하기가 쉽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미술대학이나 건축학과 학생들의 작업실과
유치원, 교회, 마트 등지에서
수없이 많은 우드락을 접할 수 있습니다.
우드락은 원단에 무엇을 추가하는지에 따라 몇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우드락이라고 하면 원단 자체를 말합니다.
그 원단에 색상을 인쇄한 것을 ‘칼라 우드락’이라 하고,
원단을 생산할 때 아예 안료를 섞어서
내부와 외부의 색상을 동일하게 만든 것을
‘보드롱 우드락’이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우드락이든 한쪽 면에 접착성 스티커를 부착해 놓으면
‘접착 우드락’이라 불립니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칼라 우드락, 보드롱 우드락, 접착 우드락,
우드락으로 만든 가을 소품 ⓒgyhwabang.com/item2.gmarket.co.kr/
store.edupre.co.kr/minian
폼보드 역시 우드락의 일종입니다.
폼보드는 팝 광고point of purchase advertising, 실크 스크린 인쇄 등을
주로 하는 광고업계 종사자나 전문 모형 제작자를 위해 고안된 제품이며,
우드락 원단 양 표면에 스노우화이트snow-white紙를 합지해
외관과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우드락과 폼보드 모두 다른 재료에 비해 다루기 쉽고
어디서든 구할 수 있으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둘 중 어느 재료나 주택모형의 주재료로 손색이 없지만,
절단성과 내구성 면에서는 폼보드가 조금 더 매력적입니다.
▲ 스노우화이트지가 합지된 화이트 폼보드 ⓒartdiscount.co.uk/minian
간단히 두 재료의 절단성과 내구성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절단성 면에서,
우드락은 원단이건 칼라가 들어갔건 폼보드보다 더 예민합니다.
예민하다는 말은 칼날이 조금만 무뎌도
절단 도중 쉽게 찢어지거나 뜯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우드락은 절단 시 칼날의 각도에도 매우 예민합니다.
그에 비해 폼보드는 양 표면에 합지된 스노우화이트지가
지지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쉽게 찢어지거나 뜯어지지 않습니다.
내구성 면에서도 우드락은 폼보드보다 더 예민합니다.
양쪽 끝을 잡고 휘었을 때,
폼보드는 합지된 스노우화이트지가 부러짐을 방지하는
지지 역할을 해 줍니다.
그래서 설령 안쪽의 우드락이 부러진다 해도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합지가 없는 우드락은 폼보드에 비해 쉽게 부러지고,
마치 뻥튀기 과자처럼 떨어져 나갑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우드락보다는 폼보드가 주택모형의 주재료로 더 적합합니다.
물론 재료에 대한 이런 평가는 전적으로 필자의 견해일 뿐입니다.
실제로 우드락을 주재료로 선택하는 제작자도 적지 않으며,
특히 부재료로써 우드락은 매우 훌륭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가까운 문구점이나 미술 재료상에서 몇 가지 보드를 구입해 실험해 보면
자신에게 알맞은 주재료를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폼보드로 제작 중인 레지던스 하우스 모형 ⓒlondondesignawards.co.uk
이 연재에서는 폼보드를 주재료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시판되는 폼보드의 규격은
가로 600mm, 세로 900mm이며,
장당 가격은 3천 원~4천 원대입니다.
두께는 1, 2, 3, 5, 10mm가 생산되지만,
주택모형에 가장 많이 쓰이는 두께는 2mm, 3mm, 5mm이니,
두께 별로 한두 장씩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
오늘은 주택모형을 만들 수 있는 주재료들과
그것들의 특성,
특히 중대형 모형에 적합한 폼보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부재료를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양극화 현상 및 중산층 소멸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서민 경제의 겨울입니다.
금세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지만,
겨울의 정점이 봄을 암시하듯,
쌓인 눈이 녹아내리듯,
이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조금씩 녹아내릴 수 있는 2018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재주행-5 주택모형의 완성도, 부재료로 살린다
안녕하세요,
가로림만 바다가 얼어 버린 것을 보니
이 겨울 추위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나 봅니다.
바다가 언 것을 보고
꽤 많은 사람들이 “바닷물은 얼지 않는데,
밀려든 민물이 얼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맞을까요? 틀립니다.
그럼 바닷물은 어떻게 얼까요?
바닷물에 포함된 Na와 Cl 등의 성분들trace element이
얼지 않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H2O, 즉 물은 업니다.
그래서 바닷물이 어는 이유는
물이 Na와 Cl 등의 성분들을 둘러싸고 얼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얼지 않는 항구를 확보하기 위해
끝끝내 블라디보스톡을 차지했던 역사가 생각나는 오늘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주택모형을 만드는 주재료와
특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오늘은 주재료를 꾸며주는 부재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각각은 특성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재주행-5 부재료sub-material
재주행 = 재미심장한 주택모형 제작 기행
주택모형 제작에 사용되는 부재료는 매우 다양하며,
모형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느냐
또는 얼마나 많은 부분까지 포괄하느냐에 따라
사용되는 부재료의 수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서,
200평 땅에 30평짜리 주택만 제작할 때보다
정원이나 주택 주변의 풍경diorama까지 함께 제작할 때
잔디와 조명, 흙, 울타리, 전신주, 도로 등에 사용되는 부재료가 늘어나는 식입니다.
여기서는 기본적인 부재료만 소개하고,
제작 도중에 추가할 필요가 있으면 그때그때 소개하겠습니다.
○ 캔트지kent paper, 일반 벽지wallpaper, 실크 벽지silk wallpaper
주택모형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외장exterior입니다.
실제 건축의 경우, 외장 마감재 종류는 다양합니다.
유로폼이나 황토 벽돌처럼 골조 자체가 마감재인 경우도 있고,
골조에 단열을 위한 벽체를 시공한 다음,
페인트, 드라이비트dryvit, 대리석, 벽돌, 징크zinc 등으로
마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유로폼euroform이 적용된 현장 ⓒkccworld.ph
▲ 황토 벽돌로 시공 중인 주택 ⓒnkhwangto.com
▲ 페인트와 대리석, 징크로 마감한 주택 ⓒarchilovers.com
그러나 실제 건축과 달리
주택모형의 외장을 제작하는 과정은 간단합니다.
벽체나 기둥, 지붕을 만든 후
거기에 물감을 칠하거나 재료를 덧붙이는 방식,
이렇게 두 가지뿐이라서 그렇습니다.
칠하기와 덧붙이기,
이 두 가지가 주택모형의 외장을 표현하는 주요 기법입니다.
모형 제작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간혹 이렇게 물어오는 교육생들이 있습니다.
“유로폼 벽면을 표현하려면 얇고 작은 벽면 구멍을 어떻게 내어야 합니까?”
“황토 벽돌은 어떻게 만들어야 합니까?”
폼보드가 주재료인 이상,
유로폼 벽면이건 황토 벽돌이건
모두 칠하거나 덧붙이는 방식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 폼보드에는 칠하거나 덧붙이거나... ⓒshutterstock.com/minian
칠하는 방식과 덧붙이는 방식,
이 두 가지 중 어떤 방식이 좋을까요?
제가 추천하는 방식은 덧붙이는 방식입니다.
왜냐하면 개인 제작자에게는
칠하는 방식보다 덧붙이는 방식이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칠하는 방식이 어째서 개인 제작자에게 비효율적일까요?
폼보드에 사용하는 물감은 에나멜 물감입니다.
일반 물감을 사용하면 스노우화이트지가 정말 정말 싫어해서
얼굴을 찡그리기 때문입니다.
물감은 통상 붓을 사용해 칠하지만,
붓으로 매끈하고 균일한 평면을 표현해 내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숙련된 제작자들은
에어(스프레이)건air spray gun을 사용합니다.
에어건은 희석된 물감을 공기의 도움을 받아 뿜어내는 도구입니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스프레이 페인트를 떠올리면 됩니다.
그런데 에어건은 가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원하는 표현력을 얻기까지 기술을 습득하기도 쉽지 않으며,
관리에도 신경이 많이 갑니다.
▲ 에어건 ⓒpppcatalog.com
반면, 덧붙이는 방식은 매우 효율적입니다.
원하는 질감의 재료를 폼보드에 접착한 다음
칼질 몇 번이면 끝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질감을 구현해 낼지 궁리하면서
적당한 재료를 쇼핑하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이런 점에서 덧붙이는 방식은 개인 제작자들에게 유용합니다.
에어건은 덧붙이는 방식보다 더 정교하고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길 때 사용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덧붙이는 방식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살펴보겠습니다.
폼보드 중에는 색상지나 한지, 콜크, 무늬 등이 부착된 상태로
출시되는 제품도 있지만,
구태여 그런 제품을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초등학생용 색지, 색상이 들어간 마분지, 컴퓨터 출력용 색지 등
사실상 덧붙일 수 있는 재료가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색상이 대충 비슷하다고 해서
아무 것이나 붙일 수는 없습니다.
덧붙이기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재료의 색상이 아니라
실제와 가장 유사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질감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블랙 대리석 벽면을 표현해야 할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블랙 색지는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단색이라서,
대리석 표면에 보이는 미세한 무늬까지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 블랙 대리석과 블랙 단색의 색상 대비 ⓒhdblackwallpaper.com/minian
벽면의 한 부분만 제작할 때는
단색이 그런대로 괜찮아 보이기도 하지만,
모든 부분 부분이 단색으로 처리된 주택모형은
제작자를 실망으로 이끕니다.
색깔만 있을 뿐, 질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벽면뿐 아니라 바닥재와 지붕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건축 재료의 물성에 가장 가까운 표면을 얻으려면
어떤 재료를 써야 할까요?
이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재료 중 일부가
바로 캔트지와 벽지, 실크 벽지입니다.
캔트지는 수채화 등을 그리는 종이인데,
종류와 색상, 평면의 질감이 매우 다양합니다.
벽지 역시 그렇습니다.
롤당 가격이 좀 더 비싼 실크 벽지를 사용하면
모형의 질감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습니다.
각각 화방이나 문구점, 그리고 벽지 판매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 표면의 색상과 질감이 다양한 캔트지 ⓒcreativity103.com/depositphotos.com/minian
물론, 굳이 캔트지나 벽지 종류가 아니더라도,
덧붙이기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주변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전문 문구점에 가서 종이 코너만 돌아봐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그중 어떤 종이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다만, 덧붙이기 재료를 선택할 때에는
위에 언급했던 질감,
그것도 실제 건축 재료의 물성과 가장 비슷한 질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웹서핑이나 실제 접촉 등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건축 재료의 질감을 충분히 익혀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플라스틱 시트plastic sheet
창호는 주택의 전체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 주택 외관에 가치를 더하는 창호 ⓒusualhouse.com
▲ 스카이글래스Skyglass社의 전면 유리창 ⓒskyglass.co.us
▲ 비트록사Vitrocsa社의 코너를 따라 도는 유리벽 ⓒbonjourlife.com
실제 주택과 마찬가지로,
주택모형에 적용되는 대부분의 창호는 투명합니다.
이 원칙은 설령 색상이 들어간 창호를 표현한다 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개인 제작자들은
창호의 두께를 간과합니다.
심지어 어떤 제작자는
얇은 셀로판지로 창호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철로가 그렇듯,
서늘한 곳에서 팽팽하던 셀로판지 창호는
따뜻한 곳에서 곧바로 뒤틀립니다.
이 문제는 플라스틱 시트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화방이나 전문 문구점에 가면
A4 사이즈 크기에 두께가 0.3mm 이하인 플라스틱 시트를
색상별로 만날 수 있습니다.
사이즈와 두께는 초등학생용 책받침과 비슷하지만,
탄력은 더 뛰어납니다.
몇 장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구할 수 없다면 제본용 투명 플라스틱 시트도 괜찮습니다.
▲ 창호용 플라스틱 시트 ⓒaliexpress.com
▲ 플라스틱 시트로 창호를 제작한 주택모형(San Dimas House) ⓒpinterest.com
주의할 점은,
두께가 0.3mm를 넘는 플라스틱 시트 또는 아크릴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절단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창호 제작용 부재료가 많지만,
제작을 진행하면서 그때그때 살펴보겠습니다.
○ 양면테이프adhesive tape
주택모형 제작에서
칼질 다음으로 손이 많이 가는 공정은 접착입니다.
벽체와 벽체, 벽체와 바닥재, 벽체와 외장재 등
모든 부분이 접착으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폼보드 주택모형에는
주로 우드락 본드가 사용됩니다.
나무나 기타 부재료를 접착할 때는
이따금 목공용 본드 또는 돼지 본드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 벽체에 지붕을 접착하는 공정 ⓒ360models.co.uk
그런데 접착 면적이 넓을 경우,
본드 류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접착할 면적이 2㎟나 5㎟ 정도로 좁다면
본드 접착이 용이하지만,
10㎠가 넘는다면
접착면에 본드를 균일하게 펴 바르는 것조차 쉽지 않고,
본드 찌꺼기로 인해 깔끔하게 마무리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럴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재료가 양면테이프입니다.
저는 클라이언트로부터 의뢰 받은 모형을 제작할 때
양면테이프와 우드락 본드를 혼용하지만,
양면테이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주로 양면테이프를 사용하겠습니다.
나중에 양면테이프로 접착한 부분이 뜨면 어떻게 하냐구요?
그때 우드락 본드로 재부착하면 됩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양면테이프의 규격(폭)은
12mm, 25mm, 50mm입니다.
활용 방법은 실전에서 설명할 테니,
가까운 문구점에서 준비해 두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양면테이프 중에는 접착면과 종이 사이에
두께 0.5~1mm 정도 되는 폼이 들어 있는 제품이 있습니다.
주로 3M이나 스카치 브랜드가 생산하는 제품군인데,
그런 제품은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중간에 들어 있는 폼 때문에
각 부품의 두께를 조절하는 데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닙니다.
접착면과 종이의 두께가 매우 얇고 가격이 저렴한
‘국산’ 제품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중국산은 가격이 싸지만 접착 성능이 떨어집니다.
▲ 양면테이프 두께가 두꺼운 것은 금물 ⓒcxpack.com/pack-material.com/minian
○ 라인 테이프gridding tape
주택모형을 제작하다 보면
0.5mm나 1mm 정도 되는 세밀한 선을 표현해야 할 때가 의외로 많습니다. 유리와 유리 사이에 들어 있는 격자를 표현할 때,
테라스의 유리 난간을 표현할 때,
빌딩의 유리 외벽을 표현할 때가 대표적입니다.
그럴 때 라인 테이프(또는 그리딩 테이프)가 유용합니다.
라인 테이프는 양면테이프처럼 롤 상으로 감겨 있는데,
라인의 폭은 0.5mm부터 5mm까지 다양하게 생산되며,
색상의 종류도 많습니다.
가격대는 개당 평균 2천 원 선입니다.
▲ 라인 테이프gridding tape ⓒtnpvisualworkplace.com/minian
라인 테이프는 두께와 색상이 워낙 다양해
미리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작 도중 필요한 색상과 두께가 정해지면
그때그때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 조경 재료landscaping materials
조경 재료 중 대표 주자 셋을 꼽으라면
단연 나무와 잔디, 그리고 돌입니다.
세 가지 모두 전문 문구점이나 화방에서
완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나무는 축척별로 제품이 나와 있고,
잔디와 자갈은 다양한 색상과 규격으로 출시되어 있습니다.
▲ 각종 조경 재료 ⓒchirimas-viliage-display.com/coolthings.com/minian
나무를 직접 제작하고자 할 경우,
나무의 뼈대를 만들 수 있는 철사, 잎뭉치 또는 나뭇잎,
뼈대에 잎뭉치나 나뭇잎을 부착하는 데 쓰는
스프레이 접착제가 필요합니다.
잔디를 직접 제작하고자 할 경우에는
잔디 가루 파우더와 스프레이 접착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잔디는 간단한 방법으로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있습니다.
조경 재료를 다루는 기법 역시 제작 과정에 설명할 테니,
그때 준비하면 됩니다.
○ 기타 부재료the others
그 외에도
모형 내부를 밝히는 조명 재료,
자연 상태의 흙을 표현하기 위한 색모래,
자동차, 테이블 세트, 가로등, 벤치, 각종 소품 등
다양한 부재료가 있습니다.
이런 부재료들은
주택모형의 현장감과 입체감, 질감을 한층 돋보이게 해 줍니다.
이쯤에서 팁 한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전문 문구점이나 화방, 해외 사이트 등을 둘러보면
상품으로 나와 있는 부재료가 많습니다.
그 모든 부재료를 모두 구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아무리 사려 해도 원하는 부재료가 없을 경우도 많습니다.
제 경우에는 일단 문구점이나 화방에 가서
필요로 하는 부재료를 꼼꼼히 살핍니다.
그런 다음, 사무실이나 집으로 돌아와 주변을 둘러봅니다.
그러면 의외로 손쉽게 부재료를 구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약간의 수고만 감수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예를 들어 잔디가 필요할 경우,
처음에는 상품으로 나와 있는 잔디를 구입해 썼지만,
지금은 찬장 한쪽 구석에 버려진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녹차 가루를 믹서기에 갈아서 씁니다.
빛바랜 잔디를 표현해야 할 때는
추수가 끝난 논에서 볏짚 몇 가닥을 가져와 씁니다.
말라비틀어진 잡초도 유용합니다.
▲ 직접 만들어 쓰는 부재료(녹차와 볏짚) ⓒminian
모양이 제각각인 조경석이 필요할 때면
마당에 나가서 몇 시간이고 잡석을 만지작거릴 때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원하는 질감에 대해 숙고하다 보면,
주변의 모든 물건을 주택모형의 부재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이것이 부재료에 대한 저의 팁입니다.
주택모형에 대한 조예가 깊어질수록,
부재료를 직접 만들어 쓰는 즐거움도 깊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어쩌면 원하는 부재료 감을 찾아
온 집안을 뒤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처럼 말이죠.^^
-------------------------------------------
우리나라처럼 온대에서 아열대로 옮아가는 기후대에서
바닷물이 얼 정도의 추위는 자주 접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춥긴 추운가 봅니다.
어쩌면 힘겨운 서민들의 생활을
날씨가 대변해 주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옛 어른들은 겨울에 추워야 농사가 잘 된다고들 했습니다.
많이 추운 만큼 오는 봄이 알찼으면 합니다.
모두들 어려운 이즈음,
희망은 ‘절망’이라는 이름의 커튼 뒤에서
미소 짓고 있음을 믿어보면 어떨까요.
오늘은 부재료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주택모형을 만드는
기본 도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모두들 건강 유의하세요.~~~
뱀꼬리: 아 참, 많은 분들이 메일로
이 글을 퍼가도 되는지 물어오셨습니다.
공짜니까 마음대로 퍼 가셔도 좋습니다.
이 연재의 목적은 ‘돈벌기’가 아니라, ‘공유’니까요.^_^
재주행-6 기본 도구basic tool
최강 한파가 물러간 자리에
미세먼지가 들어앉았습니다.
한때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고등어와 삼겹살이 지목된 적이 있었습니다.
생선정식 가게와 삼겹살 식당들이 난리가 났었지요.
환경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중국 발 황사와 스모그, 화력 발전소, 경유 차량 등을 꼽습니다.
그중 중국 발 미세먼지의 비중이 단연 압권이죠.
이번 정권은 국내 요인과 더불어
중국 요인에 대해서도 대책을 수립해
적극 추진하는 정권이었으면 합니다.
지난 시간에는 주택모형의 부재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기본 도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스압'이 좀 있을 예정입니다.^^
재주행-6 기본 도구basic tool
재주행 = 재미심장한 주택모형 제작 기행
“일은 사람이 아니라 장비가 한다.”
모든 작업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법칙 같은 말입니다.
아파트 건설 현장의 경우,
70년대 후반만 해도
벽돌 등짐을 지고 계단을 오르는 인부를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부들의 삽질은 레미콘과 펌프카가 대신하고 있으며,
수동 드라이버와 톱이 하던 일은
전동공구의 몫이 되었습니다.
▲ 벽돌 등짐을 진 인부 ⓒblog.naver.com(춘천개미인력)
장비가 건설 현장의 능률을 결정하듯,
주택모형 제작에서도 적합한 도구는 필수적입니다.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도구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테이블table
폼보드를 커터 칼로 절단하다 보면,
짧게는 0.1mm부터 길게는 1m에 가까운 길이까지
절단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절단할 길이가 손에 잡히는 정도라면
좌탁이나 방바닥에서 칼질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40~50cm를 넘어서는 길이를
앉은 상태에서 반듯하게 잘라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유는 절단 작업 도중 몸이나 팔의 미묘한 움직임에도
폼보드 내부에 들어가 있는 칼끝의 방향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칼끝이 흔들리면 매끄럽고 곧은 절단면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짧은 길이를 절단할 경우에도 테이블을 이용합니다.
좌탁이나 방바닥과 달리 테이블에서 작업하면
허리를 필요 이상으로 구부릴 필요가 없고,
작업물을 보다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cm가 넘어서는 길이를 자를 때 역시 의자에서 일어서서,
대개의 경우 숨까지 멈춘 상태로 작업합니다.
▲ 절단 작업은 테이블에서 ⓒclipartkid.com/minian
각도에 맞는 절단 작업과 곧은 절단면은
모형 제작의 핵심입니다.
가급적 테이블이나 책상에서 작업하기를 권합니다.
○ 커터 칼cutter knife
칼의 종류가 많은 이유는
절단하고자 하는 대상의 특성 때문일 것입니다.
연필 깎는 데 식칼을 쓴다거나
고기를 써는 데 연필용 칼을 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폼보드 절단용 칼을 선택할 때도
특성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미 언급한 대로,
폼보드는 98%의 공기와 2%의 폴리스틸렌으로 이루어진 원단을
스노우화이트지가 감싸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스티로폼과 종이를
동시에 자를 수 있는 도구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두께가 얇은 연필용 칼로는
종이를 자를 수는 있지만 스티로폼을 자를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얇은 연필용 칼로 폼보드를 절단해 보면,
폴리스틸렌이 칼날을 잡아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스티로폼 자르듯 실톱을 쓸 수도 없습니다.
스노우화이트지가 뜯겨나가기 때문입니다.
우드락 절단용 열선 커터 역시 스노우화이트지에 손상을 입힙니다.
이런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커터 칼입니다.
하지만 칼날의 새로 폭이 1cm 미만인 커터 칼은
절단 도중 칼날 자체가 심하게 흔들리므로
칼날 폭이 1.8cm인 것(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터 칼)을 추천합니다.
▲ 커터 칼(칼날 폭 1,8cm) ⓒimagefreehd.com/minian
참고로 저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일반 커터 칼과
모형 제작에 특화된 커터 칼을 함께 사용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커터 칼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커터 칼을 살펴보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손잡이 부분이 있고,
칼날이 나가고 들어올 때 리드 역할을 하는 스틸 부분이 있습니다.
문제는 스틸 부분의 폭이 너무 넓다는 것입니다.
커터 칼을 세웠을 때,
칼날의 두께는 0.2mm에 불과한 데 비해,
칼날이 이동하는 스틸 부분의 폭은 1.5mm에 가깝습니다.
무려 1.3mm라는 유격이 생기는 것입니다.
커터 칼로 무엇인가를 자를 때
칼날이 좌우로 미세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 유격 때문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모형용 커터 칼의 스틸 부분은
폭이 0.5mm라서 칼날이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을 현저히 감소시켜 줍니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커터 칼은 폼보드 절단에 가장 유용한 도구입니다.
문제는 폭 1.5mm인 스틸 리드 사이에서
두께 0.2mm에 불과한 칼날이
얼마나 흔들리지 않도록 유지하면서 절단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데는 자ruler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스틸 리드의 유격을 해결하는 방법은 연습뿐... ⓒinmyownstyle.com
결국 유격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절단 연습뿐입니다.
연습이 반복될수록
칼날이 흔들리지 않도록
자에 고정시키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 다양한 기능을 가진 폼보드 절단 도구 ⓒartsupply.com/minian
그 외에 폼보드 절단면의 각도를 조절해가며
자를 수 있는 도구가 몇 가지 있지만,
보다 정교한 작업이 필요할 때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 고무판cutting mat board, 유리판glass plate
모형 제작이 끝난 후에
칼질로 너덜너덜해진 테이블 표면을 보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적절한 보호 도구가 필요합니다.
어떤 제작자들은
골판지corrugated board(라면박스 등 각종 박스의 재료)나 신문지를
두껍게 깔고 작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적합하지 않습니다.
골판지는 내부에 세로 골이 형성되어 있어서
칼날이 자를 따라가지 않고 이탈해
골판지의 골을 따라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합니다.
또한 신문지는 두껍게 깐다 해도
얼마 가지 못해 새로 깔아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불행히도 칼날이 이전에 작업한 칼날의 흔적을 따라갈 경우,
테이블 표면에는 칼날의 흔적이 남습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는 데는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널찍한 고무판이 유용합니다.
그런데 고무판에도 심각한 결함이 있습니다.
결함이란, 칼질로 난 흠을 고무판이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그 흠은 다음번 칼질에 영향을 미쳐서
칼날을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이탈시킵니다.
▲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 ⓒthecakeguru.co.uk/kitronic.co.uk/fotosearch.com/minian
또 어떤 제작자들은 합판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합판 역시 수많은 칼질로 인해 표면이 금세 파이고 맙니다.
모형을 만들려면 수십 번이 아닌 수천 번의 칼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칼질에 충분히 강해서 테이블 걱정 없이
모형 제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보호 도구,
그런 도구로는 유리판이 제격입니다.
유리판의 두께는 2mm, 3mm, 5mm, 10mm 등 다양하게 나오지만,
5mm 유리판이 가장 적합합니다.
그보다 얇으면 제작자가 누르는 압력에 깨어지기 쉽고,
그 이상의 두께는 불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테이블 표면 보호에 제격인 두께 5mm 유리판 ⓒgelifesciences.com
유리판은 어디서든 거의 공짜로 구할 수 있습니다.
유리점에 가서 자투리를 싼값에 구입할 수도 있고,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보면
담벼락에 기대어 놓은 유리판을 흔히 접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따금 차를 몰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봅니다.
이렇게 구하는 유리판은
고무판을 수시로 교체할 때 드는 비용보다 훨씬 경제적입니다.
다만, 유리판에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재질 자체가 칼질에 비교적 강하다 보니,
커터 칼날의 끝을 자주 잘라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고무판을 수시로 교체하는 것보다는 경제적입니다.
○ 자ruler
자는 플라스틱 자와 쇠자, 두 가지가 주로 쓰입니다.
플라스틱 자를 대고 무엇인가를 잘라본 경험이 있다면,
칼을 쥔 손에 힘을 너무 많이 준 나머지,
자를 잘라 먹은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때는 자를 쥔 손가락까지 베이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려면
최대한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자가 필요합니다.
또한 칼날이 손가락으로 향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두께도 필요합니다.
문구점에 가면
두께가 4mm인 플라스틱 방안자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30cm짜리와 50cm짜리, 두 개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 쇠자와 플라스틱 방안자 ⓒaliexpress.com/minian
설계사들이나 건축 종사자들이 사용하는 쇠자나 알루미늄자 역시
비교적 정교한 수치 계산 및 절단에 자주 쓰입니다.
30cm짜리와 60cm짜리, 두 개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직각자나 삼각자 역시
종종 쓰이는 도구이니 준비해 두면 편리합니다.
(노파심에) 참고로,
자의 용도는 계측과 절단, 두 가지입니다.
계측은 숫자가 적혀 있는 얇은 부분으로 하고,
절단은 반대쪽 두꺼운 부분으로 합니다.
숫자가 적혀 있는 부분에 칼을 대고 절단할 경우,
칼날이 자를 침범해 손가락에 닿을 수 있습니다.
▲ 자의 절단면과 계측면 ⓒpaperstone.co.uk/minian
○ 각도기protractor, 방안지(모눈종이)graph paper
주택모형 제작에서 절단이 첫 번째로 중요한 요소라면
각도는 두 번째입니다. 그만큼 중요합니다.
정확한 각도로 절단되지 않은 부품은
모형의 완성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문구점이나 화방에 가면
반원형 각도기semicircular protractor를 비롯한
여러 각도기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각도기들은
크기가 작은 부품의 각도를 정확하게 잡아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중 가장 큰 각도기를 준비하세요.
▲ 반원형 각도기와 원형 각도기 ⓒreadtiger.com/minian
그런데 작은 각도기에는 간과하기 어려운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길이가 10cm 정도 되는 정사각형 벽체를 만들 때는
크기가 작은 각도기로 꽤 정확한 각도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이 20cm에 길이 40cm인 직사각형 벽체를 만들 때는
각도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각도기 끝 지점에 제아무리 정확하게 점을 찍어 기준점과 연결한다 해도,
20~40cm 지점에 가면 유격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방안지(모눈종이)입니다.
물론 자가 부착된 각도기가 있기는 하지만,
방안지가 보다 손쉽습니다.
방안지는 점과 점을 연결해 선을 긋기만 하면
다양한 각도를 정확하고 쉽게 구현해 낼 수 있습니다.
작업은 방안지에 원하는 각도를 그려 넣은 다음,
폼보드에 가볍게 부착해 절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 A3 사이즈 방안지 ⓒmorningglory.co.kr
물론, 건축 현장에서 사용하는
중대형 각도기나 레이저 각도기를 구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주택모형을 위해서라면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전문 문구점이나 화방에 가면
A3(390x260mm) 규격의 방안지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방안지는 소모품이니
한두 장이 아닌 한 권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 접착제adhesive
이번 연재에서 접착 작업에 주로 사용될 부재료는
양면테이프입니다.
양면테이프를 쓰는 이유는
제작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일반 접착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 각종 접착제 ⓒauction.co.kr/minian
폼보드용 접착제로는 우드락 본드가 주로 사용되지만,
이따금 돼지 본드나 목공용 본드도 쓰입니다.
우드락 본드는 세밀한 부분을 접착할 때,
그리고 연못이나 수영장 등의 물을 표현할 때 유용합니다.
돼지 본드나 목공용 본드는
연재를 진행하다 필요하면 그때그때 준비하시고,
우선 우드락 본드만 한두 통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 시침핀straight pin
요즘 대부분의 양복은 기성복이지만,
기성 양복이 생산되지 않던 시절,
양복을 맞춰 입으려면 ‘가봉假縫’을 위해
양복점에 따로 들리곤 했습니다.
가봉이란 최종 박음질 전에 몸에 제대로 맞는지를 보기 위해
듬성듬성 꿰매는 ‘임시 봉합’을 의미하며,
그러려면 실 이외에 옷감을 임시로 고정시킬 도구가 필요합니다.
그런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시침핀입니다.
의상디자인학과나 의류 개발업체, 한복점, 고급 맞춤 양복점에서는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 가봉을 위해 대기 중인 양복 ⓒimgrum.net
주택모형을 제작할 때,
머릿속에 모든 설계도가 들어 있어서
제작된 여러 부품들을 단번에 조립해 마무리할 수 있다면
가봉 따위는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처럼 정교한 사람은 없습니다.
더욱이 설계도가 있다 해도
모형을 만드는 동안 보다 나은 디자인을 위한 고민은 계속되고,
그때마다 주택의 외관은 조금씩 변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동일해야 할 두 부품의 외장이
실수로 다르게 제작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 시침핀 ⓒgoldstartool.com
만약 각 부품들을 이미 조립해 버렸는데
더 나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실수가 발견된다면
다시 뜯어야겠지요.
그런 불편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 중간에 임시로 조립해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가봉(가조립)과 시침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시침핀은 또한 접착면이 완전히 굳기까지
지지해 주는 용도로도 매우 유용합니다.
일반 문구점에서 구입할 수 있으니
한 통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 핀셋pincette, 가위scissors
핀셋은 손톱보다 작은 타일 표현이나
라인 테이프 부착처럼 손가락으로 하기 어려운 미세한 작업을
가능하게 합니다.
가위는 원형이나 타원형처럼 커터 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절단 작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작업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더 자주 사용되는 도구들이니
준비해 두면 편리합니다.
▲ 핀셋류 ⓒlaboutiquedecerise.com/aliexpresscom/minian
이제 기본 도구에 대한 설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쯤에서 제 작업실 테이블과 친구들을 소개하겠습니다.
▲ 작업 테이블 ⓒminian
제 작업장에는 세 개의 작업용 테이블이 있습니다.
일반 책상과 가로 180cm, 세로 90cm인 사각 테이블,
그리고 직경이 110cm인 원탁입니다.
모든 테이블에는 두께 5mm 유리가 깔려 있습니다.
▲ 기본 도구1 ⓒminian
지금까지 설명했던 도구들이 대충 망라되어 있는 듯합니다.
모형 제작 기술이 축적됨에 따라
위에 보이는 원형 절단 칼이나 45도 절단 칼과 같이
보다 정교한 도구들이 필요해집니다.
▲ 기본 도구2 ⓒminian
색상 조견지는 마감재의 색상을 대비해 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가능하다면 벽지 판매상이나 화방에서 구입해 두는 것이
디자인 기획 면에서 유리합니다.
▲ 클라이언트로부터 의뢰 받아 제작 중인 모형 ⓒminian
오늘은 기본 도구를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해외 전문가들의 멋진 작품을 감상한 후,
실전을 위한 준비운동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재주행-7 준비운동warming-up
비가 내립니다.
겨울비는 어쩐지 조금 스산한 느낌이 듭니다.
요즘처럼 전 정권에 이어
전전 정권의 비리까지 뉴스로 접하는 시절에는
특히 더 스산한 것 같습니다.
비 그치고 나면,
어쨌든 해는 비치겠지요.
그 해가 건축 현장에도 듬뿍 비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기본 도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오늘은 실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고,
전문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겠습니다.
재주행-7 준비운동warming-up
재주행 = 재미심장한 주택모형 제작 기행
주재료가 결정되고,
부재료와 기본 도구가 어느 정도 준비되었다면,
모형 제작 실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준비운동을 해야 합니다.
준비운동은 단 하나,
‘잘 자르기 연습’이 전부입니다.
주택모형 만들기에서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각도angle입니다.
예를 들어 직각으로 조립되어야 하는 두 벽면이 있는데,
벽면의 네 귀퉁이 중 일부가 직각이 아닐 경우,
절단면이 벽면과 90도가 되지 않거나 넘을 경우,
조립한 벽체 전체가 뒤틀어지고,
모형의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집니다.
폼보드 자르기 연습은
90도 자르기, 45도 자르기,
이렇게 두 가지만 연습해 익혀두면 됩니다.
먼저 5mm 폼보드를 준비하세요.
2mm나 3mm보다 5mm를 권하는 이유는
자른 후 절단면의 각도를 눈으로 확인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5cm, 10cm, 20cm 등 작은 길이만 연습하지 말고,
폼보드의 세로 최장 길이인 90cm 자르기도
충분히 연습해 두시기 바랍니다.
60cm 자로 90cm를 어떻게 자르냐구요?
폼보드에 자로 잰 점 서너 개를 찍은 후
연필로 90cm 선을 그은 다음,
두 번에 걸쳐 잘라보세요.
절단할 때
칼을 너무 수직으로 세우면
칼날과 스틸 부분 간의 유격으로 인해
자르는 도중 각도가 비틀어지거나
절단면이 매끄럽지 않게 나올 수 있습니다.
스노우화이트지가 찢겨 나갈 수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비스듬히 세워
천천히 당기면서 자르는 게 좋습니다.
▲ 비스듬히 세워서 천천히 당기듯이... ⓒminian
폼보드는 강한 칼질 한 번에 절단이 될 만큼 가공성이 좋습니다.
하지만 숙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힘을 주어 단번에 자르려 하다 보면
칼날이 휘거나 각도가 뒤틀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한 번에 자르려 하기보다는
여러 차례 부드럽게 잘라내는 것이 좋습니다.
자를 부분에 자와 칼을 댄 다음
처음부터 끝까지 약한 칼질을 여러 번 해서
잘라내는 것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여러 번에 걸쳐 자를 때에도
절단면의 각도는 동일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평면과 90도로 절단해야 할 경우,
첫 번째 칼질과 두 번째, 세 번째, 마지막 칼질 모두 90도를 유지하도록
칼날의 각도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 칼날의 각도 유지(자의 계측면과 절단면에 유의하세요) ⓒaluminium-lineale.den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완성도 높고 균형 잡힌 주택모형의 핵심은 정확한 각도이고,
정확한 각도는 정교하고 부드러운 칼질에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실전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라도
지그시 누르고 90도 자르기와 45도 자르기를
충분히 연습해 두시기 바랍니다.
연습하셨나요?
충분한 연습이 되었다면,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주택모형 제작 실전에 들어갈 차례입니다.
세 개의 질문으로 실전의 문을 열겠습니다.
○ 주택모형 제작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나요?
이 질문은 기본 제작 순서에 관한 것입니다.
주택모형은 규모에 따라 주택 자체, 주택을 제외한 공간, 디오라마(풍경),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주택 자체만 제작하는 것보다
정원, 텃밭 등 주택을 제외한 공간까지 포함하는 것이 규모가 더 크고,
그보다는 주변 풍경까지 제작하는 디오라마가 더 큽니다.
▲ 주택 자체 모형 ⓒzionstar.net
▲ 주택 + 대지 모형 ⓒmodernminihouses.com
▲ 디오라마 모형 ⓒelogedelart.canalblog.com
통상적인 제작 순서는
주택을 먼저 만든 후에 나머지 공간을 꾸미고
마지막으로 디오라마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설계도가 있거나 정확한 수치 계산이 가능하다면,
전체 아웃라인과 디오라마를 먼저 제작한 다음 주택을 끼워 넣을 수도 있고, 세 부분을 병행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주택 자체의 경우,
설계도가 있다면 어디든 먼저 시작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설계도가 없을 때는
대개 1층 정면 중 디자인이 가장 확실한 곳이나 주택의 배면 벽체,
또는 좌우 모서리를 시작점으로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물론 시작점은 주택의 디자인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작할 주택모형의 전체 아웃라인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향후 제작 도중 작업이 중복되지 않을 시작점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 축척 계산은 어떻게 하나요?
축척이란, 실물보다 적게 그리거나 만들 때 줄이는 비율을 말합니다.
주택모형 축척의 역사는
유럽의 돌하우스와 궤를 같이 합니다.
16세기부터 19세기 말엽까지,
심지어 상업용 미니어처 가구가 생산될 때에도
균일한 축척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세기 중반 유럽의 브랜드들이
유아용 돌하우스에 1/18(2/3inch)과 1/16(3/4inch) 축척을,
미국의 브랜드들이
성인용 콜렉션에 1/24(1/2inch) 축척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즈음에는 1/48(1/4inch) 축척,
1/144(돌하우스를 위한 돌하우스) 축척 등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현재 돌하우스의 표준 축척은
바비Barbie 인형과 켄Ken 인형의 신장에 맞춘 1/6 축척입니다.
현대적인 의미의 주택모형 축척 역시
아파트와 산업 건설 등이 발전함에 따라 규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 모형에 흔히 적용하는 축척은
1/25, 1/30, 1/50, 1/75, 1/100, 1/150,
1/200, 1/300, 1/500, 1/1000 등입니다.
그러나 개인 제작자는 위 축척을 따를 필요 없이
적절한 크기로 계산해 적용해도 무방합니다.
이 연재에서는 대략 1/30~1/35 축척을 적용할 예정이지만,
축척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쯤에서 축척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해
잠시 영국의 모델 메이커社가 제작한 작품 몇 점을 관람해 볼까요?
▲ 다나 포인트 하우스Dana Point House(1/20 scale) ⓒmodelmaker社
깔끔하죠?
이 주택모형에는 지붕의 질감만 표현되었을 뿐,
벽체와 바닥의 질감은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 은행 빌딩1940 Bank Building(1/50 scale) ⓒmodelmaker社
이 건물모형은 전면의 질감에 중점을 두었군요.
▲ 힐탑 하우스Hill-Top House(1/70 scale) ⓒmodelmaker社
이 정도면 집이 아니라, 거의 연구소 수준이군요.
건물의 전체 질감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창호가 매우 상세하게 표현되었습니다.
▲ 해안가 아파트Low Rise Apartments(1/100 scale) ⓒmodelmaker社
마치 동해안 어느 곳에 있는 리조트를 연상케 하는군요.
작업자의 꼼꼼함이 잘 드러나 보입니다.
▲ 주택단지 개발 계획Housing Development(1/200 scale) ⓒmodelmaker社
이 작품은 시의 개발 계획에 공모되었던 작품입니다.
주택의 전통을 지켜가면서 개발하는 해외 사례라서,
그동안 아파트 개발이 주력이었던 우리로서는
조금은 부럽기도 한 모형입니다.
▲ 카디프만 마케팅 모델Cardiff Bay Marketing Model(1/500 scale) ⓒmodelmaker社
이 정도의 모형이라면 가격이 얼마나 할까요?
각종 건물과 바다, 나무, 거치대, 조명 등을 생각해 보면,
몇 명이 참여했는지 대충 감이 잡히죠?
이 작품은 여섯 명이 넉 달 동안 한 거랍니다.
최저임금으로만 계산해도 어후~~~
▲ 세인트 피터스버그 마리나Saint Petersburg Marina(1/750 scale) ⓒmodelmaker社
전문가들의 작품이라 역시 멋지죠?
작품이 담아내는 풍경의 규모가 커질수록
축척이 작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작품을 만들어내려면
축척 계산이 필수적입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모든 부품을 제작할 때 ‘매번’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축척 계산기scale calculator나
어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습니다.
하지만 개인 제작자라면 굳이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계산이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 축척 계산기와 축척 계산용 앱 ⓒhitplay.in/topapps.net/minian
축척 계산은
원하는 축척으로 실물의 길이를 나누기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실제 벽면의 길이가 1m, 즉 1,000mm일 경우의 축척입니다.
1/1 축척을 원할 경우, 1,000mm(100cm) 그대로 만들면 됩니다(1,000÷1,000).
1/25 축척을 원할 경우, 1,000÷25 하면 40mm(4cm)가 나옵니다.
1/50 축척을 원할 경우, 1,000÷50 하면 20mm(2cm)가 나옵니다.
1/100 축척을 원할 경우, 1,000÷100 하면 10mm(1cm)가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실제 벽면의 높이가 3m(3,000mm)일 때,
1/25 축척을 적용하면 모형 벽면의 높이는 120mm(12cm)가 되고,
1/50 축척을 적용하면 모형 벽면의 높이는 60mm(6cm)가 됩니다.
따라서 완성될 주택모형의 전체 크기를 대략 가늠해 본 후에
적절한 축척을 선택하면 됩니다.
○ 설계도가 반드시 있어야 하나요?
설계도가 있을 경우 모형 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미래의 건축주 또는 제작자의 의도가
도면상에 수치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축척 계산에만 신경 쓰면
큰 무리 없이 모형 제작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설계도를 가진 클라이언트로부터
주택모형을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받을 때,
진행되는 절차를 소개하겠습니다.
① 상담 단계
클라이언트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하고,
도면 접수, 현장 답사, 사진 촬영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 분석하는 단계입니다.
이때 각 부분의 마감재에 관한 토의도 함께 진행됩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최대한 부합하는 주택모형을 제작하기 위해
적게는 세 번, 많게는 6번의 상담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 모형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상담 단계 ⓒsuperfastbusiness.com
② 기획 단계
설계도와 분석된 자료를 바탕으로
모형의 최종안을 디자인하고,
축척, 마감재, 정원 표현, 울타리, 나무, 디오라마 등
부대사항을 결정합니다.
③ 모형 제작 단계
모형의 각 부분을 제작한 다음
가조립으로 완성해 보는 단계입니다.
④ 중간 검수 단계
제작자가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최종 결과물을 만들었다 해도
애초에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사항과 다른 부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가조립한 상태에서 중간 검수를 거치는 단계입니다.
발생한 문제점은 수정, 보완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각 부분에 마감재를 처리해
최종 조립하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후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주택을 제외한 공간 제작, 조명 설치,
디오라마 제작 등의 작업이 이어집니다.
⑤ 최종 검수 단계
완성된 주택모형을 최종적으로 검수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까지 마무리되면 비로소 납품이 이루어집니다.
▲ 백색 거리 풍경White styled street scene ⓒmodelmakers.co.uk
설계도가 있을 경우
위의 절차에 따라 제작하지만,
문제는 설계도가 없을 때입니다.
실제로 주택모형을 제작해 보고자 하는 이들 중에는
설계도를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그렇다고 주택모형 제작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연재는
이처럼 설계도를 가지지 않은 제작자들,
그리고 대략적인 스케치나 사진만 가진 제작자들이
‘따라하기’를 통해
제작 기법을 자연히 습득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연재 초기에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더 하겠습니다.
“설계도가 없어도 주택모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으니
다음 시간부터 당신의 상상력에 현장감과 입체감, 질감을 불어넣는
본격적인 실전으로 들어가겠습니다.
--------------------------------
비가 내리는 새벽,
칼럼니스트로서,
지금의 정치상황에 대한 생각이 깊어집니다.
어느 정권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 하는 생각이 아닙니다.
현 정권도 언젠가는 심판대에 오를 수 있으니까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의 핵심은,
‘기본과 원칙의 준수 여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와 경제, 사회를 논하기 전에
‘나는 과연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살아왔던가’,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 새벽에 꽤 큰 소리를 내면서 내리는 비가
‘남 눈의 티끌을 보지 마라. 네 눈의 들보가 더 크다.’ 하고
야단치는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본격적인 실전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오늘 하루, 모두들 행복하세요~~^^
재주행-8 모델 선정 및 제작 분할
오늘 오후부터 큰 눈이 내리고 춥답니다.
최강 추위가 물러가자마자 미세먼지가 찾아오더니
또 미세먼지가 떠난 자리에 추위가 들어오는군요.
지난 금요일에는 연재를 못했습니다.
밀린 원고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ㅠㅠ
오늘은 어떤 모형을 만들지,
제작은 어떻게 할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재주행-8 모델 선정 및 제작 분할
재주행 = 재미심장한 주택모형 제작 기행
○ 모델 선정
이번 연재를 기획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주택모형을 만들어 달라는 지인의 요청이었습니다.
지인과 함께 이 구석 저 구석을 고민해가며 그렸던 그림,
즉 그가 마음에 품은 디자인을 다시 한 번 볼까요?
▲ 지인과 토의 끝에 완성한 주택 디자인-1 ⓒminian
▲ 지인과 토의 끝에 완성한 주택 디자인-2 ⓒminian
위 그림들은 모형의 최종안입니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제작할 주택은 ‘주택 자체 모형’보다는 크고
‘디오라마 모형’보다는 작은
‘주택+대지 모형’입니다.
최종안이 나왔다는 것은
주택모형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인
상담 단계와 기획 단계 일부를
이미 거쳤다는 의미입니다.
이어지는 단계는 전체 규모를 얼마나 크게 할지,
각 부분을 통으로 제작할지 분할해서 제작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등
전반적인 제작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 제작 분할
용어가 주는 혼선을 피하기 위해
지금부터 우리가 제작할 주택을 ‘한하우스’,
제작을 의뢰한 지인을 ‘클라이언트’라 부르겠습니다.
한하우스는 위 그림에 보이는 대지에 동남향으로 앉을 예정이며,
주택 부분(1층과 2층),
수영장이 딸린 정원 부분,
대문과 주차장을 포함하는 마당 부분,
담장 부분(콘크리트, 벽돌, 사철나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한하우스의 크기를
대략 가로 1m, 세로 60cm,
높이 25cm(L1,000mm x W600mm x H250mm)
정도로 제작할 계획입니다.
이 사이즈는 클라이언트로부터 단독주택 제작 의뢰를 받을 때
주로 채택하는 사이즈입니다.
주택모형 치고는 꽤 크죠?
이 정도 규모의 모형을 한 판의 베이스에 올려두고
한꺼번에 작업해 나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판되는 폼보드의 길이도 900mm에 불과하니까요.
어차피 나중에 납품할 때 거치대에 다시 앉혀야 하므로
각 부분별로 나누어 제작한 다음
마지막에 조립하는 것이 작업 능률면에서 효율적입니다.
따라서 한하우스를 아래 그림과 같이
주택부, 정원부, 마당부, 바베큐부, 담장부 등
크게 다섯 부분으로 분할한 다음,
순서대로 제작하겠습니다.
▲ 한하우스의 주택부 ⓒminian
▲ 한하우스의 정원부 ⓒminian
▲ 한하우스의 마당부와 바베큐부 ⓒminian
▲ 한하우스의 담장부 ⓒminian
진행은 먼저 폼보드만으로 주택부의 외형을 재단해 가조립해 보고,
문제가 없다면 외벽과 지붕, 바닥, 창호 등을 마감한 후에
정원부로, 또 마당부로 차례차례 넘어가는 방식으로 하겠습니다.
대부분 각 부의 외형을 모두 재단한 다음
마감재 처리 과정에 들어가겠지만,
부득이할 경우 재단과 마감을 동시에 하는 부분도 생길 수 있습니다.
▲ 기본 제작 순서 ⓒminian
축척은 어떻게 하냐구요?
이 연재에서 일단 축척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축척이란 무엇인가를 작게 만드는 비율인데,
비율이 있으려면 원래 길이를 명시한 설계도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설계도 없이 제작에 뛰어들었으니까요.^^
설계도가 없어도 멋진 모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따금 축척의 개념만 잡아가면서 단순하게 갈 테니,
걱정 붙들어 매고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다만, 지금부터는 축척에 대한 생각보다
눈썰미와 숨겨진 예술적 감각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위의 한하우스 주택 디자인 1과 2는
앞으로 설계도 없이 모형을 제작해 나가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하는 그림들이니
항상 보면서 참조할 수 있도록
따로 출력해 두시기 바랍니다.
아참, ‘재주행-3’편에 이미 소개된
‘완성된 한하우스’ 사진을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출력해 놓고 보면서 만들면 더 좋구요.^^
-----------------------------------------
오늘은 간단히 제작 분할을 해봤습니다.
다음 시간부터 본격적인 칼질을 시작하겠습니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려면
마음의 칼을 단단히 갈아놓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