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에서 가져온 전 부산CBS 본부장 김광수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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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정오(正午)의 빛’이어야 한다
최근 공개되자마자 OTT 통합 콘텐츠 순위 1위를 차지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그리스도인이 보기에 매우 불편한 방송이다. 비상식적 악행을 일삼은 집단 모두가 기독교를 가장한 이단들이었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국내의 기독교 이단 신도들은 최소 34만 명에서 최대 6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1 이 조사 결과는 “귀하가 출석하는 교회는 정통적인 교회에서 주장하는 소위 이단에 속한 교회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얻어졌다는 점에서 실제보다 적은 수가 집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단 교회에 다니는 보통의 성도들은 자신이 속한 교회가 주류 교단들부터 ‘이단 의혹’, ‘교류 금지’, ‘경계’ 등의 판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독교 이단 신도가 100만 명이 넘을 수도 있다는 추론은 합리적이다. 가히 사이비 신들의 왕국이 되었다고 할 만하다.
이처럼 기독교 이단들의 거침없는 질주에는 교회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지금껏 교회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범죄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또한 은퇴를 했음에도 재단을 만들어 제왕적 권력을 유지하는 원로목사도 존재한다. 부자(父子) 세습을 통해 교회를 인간의 왕국으로 만들어버린 곳도 적지 않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있는 마을은 드러나게 마련이다.”(마 5:14, 공동번역)라는 말씀으로 세상의 어두움을 빛으로 드러내라고 하신 주님의 당부가 허망하게 느껴진다.
정통 교단도 피해가지 못한 교회 내 성폭력
2022년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반센, 공동대표 방인성·박유미)에 접수된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총 38건, 피해 호소인은 47명이었다. 또한 가해자의 71.5%는 목회자와 교회 리더였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중복 집계)은 강간(15건), 성희롱(8건), 성추행(7건) 등의 순이었으며, 불법 촬영이나 통신매체를 이용한 폭력도 3건 있었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으며, 이 중에는 미성년자와 20대가 45%(미성년자 17%, 20대 28%)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50대와 60대의 피해 사례도 접수되는 등 교회 내 모든 연령의 여성이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성폭력이 발생한 공동체는 이단 소속 8%(3건), 미상이 26%(10건)였으며, 정통 교단과 독립교단에 소속된 교회가 47%(22건), 정통 교단에 속한 선교단체와 신학교들이 13%(6건)였다. 그럼에도 교단의 가해자 징계(견책, 정직, 해직, 면직, 제명 등)와 가해자의 자진 사임 등은 각각 17%(각각 8건)에 불과했으며, 사건의 34%(16건)는 형사고소로 이어졌다.
기반센은 접수된 사건 대부분이 물리적 폭력이나 협박보다는 영향력과 신뢰 관계를 악용하여 벌어졌으며, 형사고소로 이어진 16건의 사건 중 11건은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벌금 800만 원에서 징역 7년까지의 유죄 판결을 받았고, 3건은 아직 재판 중이며, 2건은 불기소 및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염려하여 성급한 결정을 내리거나 사건을 덮으려는 교회와 교단들의 태도는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형사고소에 앞서 기반센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교회의 자정능력과 정의로움에 대한 희망으로 봐야 한다면서 “(교회와 상위 기관, 교단들은) 부족한 인식과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또한 사건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혼자 남지 않도록 계속 함께 걸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2
한편 교회 내 성폭력에 관한 실태와 유형은 해마다 비슷한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2021년에 기반센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45건에 달했으며, 가해자의 66%(30건)가 목회자(리더)였다. 성폭력이 일어난 교회와 선교단체, 신학교 역시 정통 교단에 소속된 곳이 대다수였고, 피해자 전원이 여성이라는 점도 지난해와 동일했다. 교회 내 성폭력은 범죄라는 점에서도 문제이지만 이단 종파와 정통 교회의 구분을 흐리게 한다는 점에서도 개인의 일탈로 여기거나 감쌀 문제가 결코 아니다.
목사 은퇴가 없어진 교회들
대부분의 장로교회와 감리회, 성결교회 등은 교단 헌법에 70세를 정년은퇴 시기로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후임 청빙을 미루는 교회, 원로목사로 남아 담임목사의 지위를 놓지 않는 교회, 왕국처럼 세습하는 교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울 광진교회(예장통합, 민경설 원로목사)는 2년 전 정년은퇴한 민경설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했지만, 아직까지 후임 목사를 청빙하지 않고 있다. 당시 한 교계 언론은 네 차례 보도를 통해 광진교회를 비판했다. 원로목사가 사실상 교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교회 정관을 고치고, 재단을 설립해 교회의 주요 부동산을 편입했다면서 민경설 원로목사의 교회 사유화를 비판했던 것이다. 이 언론은 또 민 목사가 “교단법에 의해 담임목사직 은퇴가 있는 것이지 사실상 성경적·신학적으로 목사의 은퇴는 없다.”, “예장백석 교단은 75세가 정년이고 사례 조정 후 80세까지 목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한 사실도 전했다.3 민 목사는 언론의 폭로 당시 “코로나가 진정되면 당회와 협의해 후임자를 선정하고 ‘연합 목회’를 훈련한 후 담임목사직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직 후임 청빙 소식은 없다.
원로와 후임자가 설교권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쪼개진 교회도 있다. 서울 강동구에 교회(기독교한국침례회)를 개척하여 목회를 이어오던 담임목사는 2018년 65세에 조기 은퇴를 선언하며 후임 목사와 3년간 ‘연합 목회’를 한 뒤 리더십을 넘기고, 자신은 세계 순회 선교사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회는 신임 목사 취임 및 은퇴 목사 선교사 파송 예배를 드리면서 매월 600만 원의 (선교) 사례비를 드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동역 목회 3년에 이른 시점인 지난 2021년 10월 후임 목사에 대한 재신임 투표가 92%의 지지로 결의되자, 후임 목사는 원로목사에게 매월 1번의 설교가 아닌 절기별 설교만 맡아 달라고 요청하였다. 결국 이 일을 계기로 교회 내부의 갈등이 시작되고 만 것이다.
원로목사는 ‘은퇴했으니 사라져도 좋다’는 얘기로 들렸다며 교회 중직자들에게 섭섭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말에는 교인 100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구성되어, ‘담임목사가 4개월간 안식월을 갖게 하기 위한 사무처리회를 열어 달라.’, ‘지난 4년간 교회 법인카드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였다. 이 사안으로 인해 교인들까지 두 쪽(찬성 186표, 반대 218표)으로 갈라졌다. 결국 담임목사에게 안식월을 갖게 하자던 비대위 측은 올해부터 별도의 예배처를 마련해 모이고 있다. 원로목사는 매 주일 본 교회 1부 예배에 참석한 뒤 별도로 비대위의 예배처를 찾아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교회를 세습하며 자기의 왕국을 세우는 일, 재단을 만들어 교회 재산을 편입하면서까지 제왕적 권력을 탐하는 일, 아름다운 동역을 갈등으로 만드는 일 모두 예수께서 택하신 고난의 길과는 참으로 동떨어진 모습들이다.
교단의 위세에 흔들리는 100년의 NCCK
한국교회 에큐메니컬 운동의 구심 역할을 해왔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금권에 흔들리고 있다. 이홍정 총무는 지난 3월 강연홍 회장에게 총무직 사의를 표명하고,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이철 감독회장)의 제35회 총회 제3차 감독회의(2023. 3. 16, 삼척 쏠비치호텔)에 참석한 감독들에게도 사임 의사를 일일이 서면으로 전했다. 교회협 총무가 임기 중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감리회 연회 감독들에게 일일이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감리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차별금지법 반대와 연계한 교회협과 WCC의 정체성 시비에 따른 부담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감리회 내부에서는 회원 탈퇴에 앞서 행정보류를 통해 회원 분담금 납부를 중지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뤄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4
그동안 교회협은 동성애 허용을 찬성한 적도 없으며, 신학을 연구하는 기관도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밝혀 왔다. 교회협 100년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홍정 총무의 돌연 사임은 재정 운용에 타격을 주려는 대형 교단의 행정보류를 막으려는 고육책에 가깝다. 대형 교단은 언제든 교회 연합기관을 돈으로 흔들 수 있고, 연합기관은 그것에 휘둘리는 구조임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에큐메니컬 진영은 지난 3월 30일 한국기독교회관(조에홀)에서 “위기의 에큐메니컬 운동 대안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이진 목사(교회협 재정위원장)는 인사말을 통해 “NCCK가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은 가야 하는 방향은 있는데 구조와 시스템이 끌어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최형묵 목사(기장, 천안살림교회)는 교회의 사회적 공신력과 영향력을 위축시키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정체성 위기 요인의 하나로 ‘보수 헤게모니의 강화 추세’를 지적했다. 최 목사는 아울러 “에큐메니컬 운동은 반드시 새로운 형태로 형성되어 있는 바닥교회(local church) 운동을 기초로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가 연합을 말하면서도 하나가 되지 못하는 모습은 해마다 제각각 드리는 부활절 예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부활절 예배 때도 언론들은 “예수는 한 분인데… 사분오열 쪼개지는 부활절 예배”,5 “부활절연합예배도 ‘젯밥’에 눈이 어두워 분열됐다”6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연합기관마다 5개로 나뉘어 따로따로 예배하면서 ‘부활절 연합예배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고 교계의 분열을 비판했다. 주도권 다툼은 물론 헌금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편 전광훈 목사(대신복원,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3월 2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자유통일을위한지역교회총연합회’라는 교회 연합기관을 결성하고, 한국교회연합(송태섭 대표회장)과 함께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전 목사는 특히 한국교회총연합이 CTS기독교TV와 함께 준비한 ‘부활절 퍼레이드’를 “CTS가 문체부로부터 돈 3억을 타려고 계획한 것”이라며, “CTS는 우파도, 좌파도 아니고 오직 ‘돈’ 파”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전 목사는 또 “CTS는 형식만 장난치지, 감경철의 개인 방송”이라면서 CTS를 사유화된 선교기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는 또 ‘(교단) 총회장을 했던 사람들이 총회장 이후 허전한 마음에 새로운 교단을 만들고, 선교단체 대표들은 돈 벌려고 단체를 만든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면서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총회가 약 370개”라고 말하기도 했다.7
교회는 ‘정오의 빛’이어야 한다
기독교 이단 연구자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학교)는 “이단과 교회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단과 교회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라고 말한다.8 한국교회는 거침없는 기독교 이단의 질주와 맞물려 쏟아지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왕이여 정오가 되어 길에서 보니 하늘로부터 해보다 더 밝은 빛이 나와 내 동행들을 둘러 비추는지라 우리가 다 땅에 엎드러지매 내가 소리를 들으니 히브리 말로 이르되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가시채를 뒷발질하기가 네게 고생이니라… 이스라엘과 이방인들에게서 내가 너를 구원하여 그들에게 보내어 그 눈을 뜨게 하여 어둠에서 빛으로, 사탄의 권세에서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고 죄 사함과 나를 믿어 거룩하게 된 무리 가운데서 기업을 얻게 하리라 하더이다(행 26:13-14, 17-18, 개역개정)
기록된 말씀처럼 예수는 정오의 밝은 빛을 통해 사울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셨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언제부턴가 높이 치솟는 교회당 건물을 추앙하며 ‘십자가만이 우리의 신학이다.’라는 마르틴 루터의 고난 신학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제 과거를 되돌아보며 우리의 잘못을 고백해야 할 때이다. 교회가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으며 정오의 빛을 발할 때, 기독교 이단의 어두움은 세상에 낱낱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정오의 빛과 같은 순전함으로 사이비·이단에 응전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주(註)
1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 「목회데이터연구소 numbers」 182호 (2023. 3), 조사 대상 및 방법: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2%p.
2 “2022년 상담통계 및 분석,”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홈페이지(bit.ly/yourvoice2022) 참조.
3 자세한 내용은 “후임 안 뽑고 원로 추대된 목사… 재단법인 세워 이사장 취임, 교회 핵심 부동산 소유권 이전,” 「뉴스앤조이」, 2022년 3월 15일 기사 등을 참조하라.
4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글 “부끄러움이 없는 ‘메리 크리스마스’,” 「기독교사상」 768호 (2022. 12): 125-128을 참조하라.
5 「국민일보」 2023년 3월 30일, 37면 참조.
6 「기독교한국신문」 2023년 3월 22일 참조.
7 “전광훈, 새로운 교회 연합기관 만들어… 총재는 장경동 목사,” 「평화나무」, 2023년 3월 24일 참조.
8 “교회가 순전 정결할 때, 이단 도전에 응전할 수 있다,” 「한국기독공보」, 2023년 3월 31일 인용.
김광수|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