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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장어 묵그로 가자." 주레 전철역에서 만난 형이 대뜸 이렇게 말했다. 나야 당연히 '좋지'하면서 입맛을 당겼다. 형은 고향인 울산에서 자신의 처남과 가구납품을 했으나 지금은 일을 그만두고 쉬고 있다. 그때 무리를 했는지 허리가 아프다하면서 요즘은 주레 보훈병원에 다닌다. 우리 형제는 바닷가에서 자라서 그런지 유독 해산물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아무도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없다. 그것은 아버지가 고기잡이 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절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남자가 5명이나 되는데도 해군에서 군대시절을 보낸 사람도 하나 없다. 외가는 외삼촌부터 해군 출신이고 사촌들도 전부 해군에 복무했건만…. 그 당시만 해도 고기잡이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죽거나 다친 사람이 참 많았다. 그렇다고 물을 무서워하거나 수영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두발로 걷기 시작할 때부터 물에서 살았기 때문에 수영과 잠수를 잘한다. 특히 형은 잠수도 해녀 못지않게 잘 한다.
특히 해삼을 잡으면 바다 안에서도 균형을 잡고 두 손으로 해삼의 주둥이를 물어뜯어 창자는 버리고 입안에 넣어 먹던 맛은 잔칫집에 가서 잔치음식을 먹는 맛과도 비교할 수 없다. 특히 해삼이나 멍게를 먹게 되면 입안에 향긋한 향기가 가득해졌다. 또 군수(군소)부터 빼당가치(꼼장어의 사촌쯤 된다)까지 안 먹어 본 것이 없다. 어릴 때부터 어부들이 잡아오는 고기를 구경하는 것이 일이었다. 요즘은 구경하기 어렵지만 내가 어릴 때만해도 어부들이 장단을 맞춰 그물에 달린 멸치를 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예술 그 자체였다. 우리는 자갈치 시장 앞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 꼼장어 2인분을 시켰다. 나는 꼼장어가 연탄불에서 익는 것을 바라보며 아주 오래된 기억을 떠올렸다. "난 그거 안 먹어." 여수에서 여객선을 타고 한려수도를 구경하고 부산항에 내린 우리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꼼장어집이었다. 부산 자갈치 시장은 부산과 경남사람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워낙 유명하니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을 테지만 나 또한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23살 새색시는 도시출신이었기에 구운 생선이나 조림 생선은 먹어봤지만 '회'나 꼼장어는 못 먹는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어코 꼼장어 집으로 들어가 나 혼자 먹고 나오는 간 큰 짓을 했다. 사실 제주도 신혼 여행지에서도 관광버스에서 내리면 다른 신혼부부들은 사진을 찍느라 난린데 나는 제일 먼저 해녀들이 파는 생선 물통 앞에 앉아 먹음직스러운 '홍해삼'을 썰어 달라고 해서 먹는 걸 보고 아내는 기겁을 했었다. 물론 고향에서도 해삼은 많이 먹었지만 어찌 제주 해삼과 비교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울산 해삼은 약간 잿빛을 내고 크기도 작았지만 제주 해삼은 크고 붉은빛이 온몸을 감싸고 있어서 너무 군침이 돌았다. 그때는 분위기 때문인지 크게 나무라지 않았지만 아내는 여행을 다녀와서 두고두고 그때 이야기를 했다. 그때가 80년 3월 16일이었으니 꼭 이틀이 모자란 25년 전 일이다. "안 묵고 뭐하노?" 꼼장어가 맛있게 익자 형이 말한다. 그리곤 나에게 꼼장어 잡는 모습을 봤냐고 묻는다. 나는 못 봤다고 하면서 '빼땅가치'는 '낚아 봤다'고 했다. 나는 친구들과 놀래기를 낚으러 가면놀래기 보다 '빼땅가치'를 더 많이 잡았다.
놀래기가 안 잡힐 때는 모래사장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빼땅가치를 구워먹기도 했다. 장작불을 지펴 이놈을 얹으면 요동을 치면서 온몸에 새까맣게 재가 덮인다. 적당히 익었을 때 까만 껍질을 벗기고 하얀 속살을 먹을 때의 그 맛을 어찌 눈깔사탕과 비교할까. 그때 우리에겐 그것이 최고의 군것질이였다. 그리고 성년이 되었을 때 기장이나 일광에 가서 짚불에다가 구운 꼼장어를 먹었는데 그럴 때면 꼭 어릴 때 부락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빼당가치’를 구워먹던 생각이 나곤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입맛이 자꾸 변한다고 하지만 나는 어릴 때 입맛이 전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도 ‘회’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니까. |
첫댓글 언젠가 좋은생각에서 본글 같은데 확실히 기억나진 않네요. 하여튼 저도 꼼장어는 싫어요~~~~. 뱀 같잖아요. 그래서 아나고회도 안 먹는데.. ㅋㅋ 사실은 생선종류는 죄다 잘 안먹지만요.ㅋㅋㅋ 태국에 첨와서 1년정도 들었던 이야기가 와 부산에 살았으면서 생선을 안먹노였으닌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