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와 실거주 잘못된 만남으로 전세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증여와 실거주 잘못된 만남으로 전세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임대차법이 인정한 이 실거주 사유는 다주택자들의 증여와 맞물려 예상치 못한 전세 공급 부족 사태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집주인은 추석 이후 큰딸이 기존에 전세 살던 다세대주택의 계약이 종료되면, 큰딸이 실거주할 테니 나가달라고 갱신 거절 의사를 통보하였다. 11월 초에는 큰딸이 내용증명도 보내왔다. 아파트를 증여받았으니 실거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을 통해 소유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큰딸이 전세로 살고 있다던 다세대주택은 집주인의 둘째 딸 소유로 되었다. 집주인은 2019년 12월20일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을 각각 큰딸과 작은딸에게 증여하였다.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12·16 대책이 발표된 직후의 일이었다. 실거주 조건은 아파트를 증여받은 자녀가 세입자를 퇴거시키고,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채우는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2017년 8·2 대책 때 1세대1주택의 9억원 이하 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기존 ‘보유 2년’에서 ‘거주 2년’으로 강화되었다. 일부 다주택자들은 거주 2년을 채울 타이밍으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세입자들의 계약 갱신 시점을 선택하고 있다. 세입자에게 전월세상한제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5% 증액해 받는 대신, 증여받은 자녀가 실거주할 경우 이 가족은 양도세를 물지 않고 양도차익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 매매가격이 4억3천만원이었던 아파트는 2년 만에 6억5천만원으로 급등하였다. 역세권에 1천가구 규모인 아파트는 전세 수요가 늘 몰리는 곳으로, 2년 뒤 큰딸이 퇴거할 때는 비싼 가격에 신규 전세계약을 맺어 유동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증여를 받아 1세대1주택이 된 자녀들의 경우 2년 거주를 해야 나중에 매도를 할 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주택자들이 자녀나 친인척 증여를 통해 실거주를 하게 되니 일반 세입자들을 위한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 증여받은 주택에 실거주하러 들어갈 경우 그 사람이 살던 주택이 전세 매물로 나와 상계가 되면 전세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있었다. 현장에서 체크해보면, 동거하고 있던 자녀나 친인척이 세대분리를 하면서 나가는 경우가 많고 자기가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고 실거주하러 들어가는 케이스는 별로 없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까지 4% 안팎에서 2018년 9.6%로 두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올해는 9월까지 13.2%에 이른다. 증여 건수는 올해 9월까지 17,364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 공급 부족이 심각한 것은 특히 중저가 전세이다. 최근 줄 서서 전세주택을 보고, 추첨으로 세입자를 선정했다고 알려진 강서구 가양동의 아파트는 임대차법 이전부터 진행되어온 중저가 전세 품귀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곳은 10평대는 1억7천만, 2억원대로 전세를 구할 수 있는 곳이지만, 현재 매물이 없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대표는 “기존 세입자가 거의 다 갱신을 했기 때문”이라면서도 “취득세 중과가 4주택부터였는데 7·10 대책 이후 2주택부터 적용되면서, 집을 사서 전세를 놓는 다주택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지금 거래가 되는 것은 매매 거래인데 실수요자들이 산다”고 했다. 실수요로 재편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주택을 매수할 자산이 없는 계층의 주거 안정에 필요한 전세 공급은 줄어들고 있다. 다주택자들의 갭투자로 굴러온 민간 임대차 시장은 때로는 매매 시장이 과열되고, 그 이후에는 전세가격이 폭등하는 방식으로 쳇바퀴처럼 반복된다. 정부의 매입임대주택 확대 정책을 고대하고 있는 임차인들도 있지만, 매입임대 조회를 다 해보고, 대여섯군데 찾아서 직접 가보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좋은 곳은 경쟁이 치열하고, 매입임대는 다가구주택이나 빌라인데, 거기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도 차고 넘치고 있다. 분기마다 지원했는데 번번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밀려서 탈락했다고 한다. 매입임대도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