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제26회 시의 날 행사기록
2012년 11월 1일, <문학의 집 ․ 서울>에서 오후 3시부터 5시 반까지 제26회 시의 날 행사가 (사)한국현대시인협회와 한국시인협회 주최로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200여 명이 넘는 시인과 고교백일장 수상자와 가족, 시낭송, 무용, 퍼포먼스, 노래, 악기연주 등 공연자들이 함께 만든 멋진 시의 축제였다. 시와 다른 예술장르가 만나서 화기애애한 가운데 통합예술로 꽃피운 즐거운 시간이었다.
올해는 현대시협이 주관하기 때문에 꽃과 시낭송, 공연, 음식에 정성을 기울였다. 한국시협에서 보내온 국화꽃으로 현관과 무대는 가을정서를 물씬 풍겼다. 국제펜클럽에서 보내온 꽃분홍 서양란과 정무수 발전위원장이 보내온 동양란은 무대에 산뜻함과 품위를 더해 주었다.
저녁에 코엑스에서 공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정윤님과 김수환님(이복래 발전위원의 딸과 사위)은 포크손과 섹소폰 연주로 <대니보이> <sunny>로 식전 축제분위기를 후끈 달구었다.
정유준 상임이사의 차분한 사회로 1부 시의 날 행사와 2부 전국고교 백일장 시상식이 경건한 가운데 거행되었다. 국민의례에 이어 조병무 시인이 <시의 날 선언문>을 낭독하였다.
“시는 삶과 꿈을 가꾸는 언어의 집이다. 우리는 시로써 저마다의 가슴을 노래로 채워 막힘에는 열림을, 어둠에는 빛을, 끊어짐에는 이어짐을 있게 하는 슬기를 얻는다. 우리 겨레가 밝고 깨끗한 삶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그러한 시심을 끊임없이 일구어 왔기 때문이다.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이에 시의 무한한 뜻과 그 아름다움을 기리기 위하여 신시 80년을 맞는 해, 육당 최남선의 「海에게서 少年에게」가 1908년 <소년>지에 처음 발표된 날, 십일월 초하루를 <시의 날>로 정한다.
(사)한국현대시힌협회 (사)한국시인협회
<시의 날> 제정 모임
현대시협 심상운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시가 인간을 치유하는 약이 되기를 바라며, 음악, 미술, 무용, 영화, 연극 등과 어우러져 시의 기능을 확대할 것을 권유하며 시인들은 시의 품위를 높일 것’을 권고하였다. 이어서 한국시협 신달자 회장은 축사를 통해 ‘김소월 시인 탄생 110주년을 맞아, 세계에서 가장 시집을 많이 발간하고 시인이 가장 많은 나라이지만, 밥이 되지도 않는 시를 쓰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며 도전하는 시인’들을 격려하고 위로하였다.
오세영, 김종길, 함동선, 신세훈, 이길원 등 문단 원로시인들은 후배시인들을 치하하며 분위기를 한껏 고무시켰다.
조덕혜 시인이 소고춤으로 개막공연을 하여 다시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신규호 시인이 현대시협의 뿌리인 초대회장 서정주 시인의 대표작「화사」를 낭독할 때, 시인들은 숙연한 분위기에 노대가의 후배시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강정화 시인이 낭독한 문덕수 시인의 「시는 어디로」는 하이퍼적 해체 기법으로 ‘높은 빌딩, 인터넷, 핵탄두 미사일// 파란 스웨덴 인형의 눈알 속에 숨은 나// 핸드폰 뚜껑 속 번호의 유령/ 리모컨으로 조정하며/ 스크린의 알록달록 빈 그림자들이 뜬다// 시는 어디로 갔나/ 서울역 앞 지하에서 너끈히 사흘을 굶은/ 풋내기 노숙자들의 체중에 휴지로 밟혔나’ 시가 어디로 갔는가 질문하며 독백적으로 시의 향방을 찾는다.
최은하 시인은 김남조 시인의 「시에게 잘못함」을 낭독하였다. “시적 진실성의 함량 미달로/ 친구인 시인들에게/ 환멸을 끼칠 일은 아닌지/ 시인이여/ 우리는 시에게 잘못하는 일이 많다”고 독백적 절규를 하여 부끄러움을 반성하게 하였다.
황진이 복장을 한 박정이 시인이, 장충열 시인의 「논개」시낭송에 맞춰 온몸으로 춤을 추었다. 논개의 혼령이 강림한 듯하다.
2부는 오정수 시인이 변훈 작곡 <명태>를 축가로 불러 고교생 수상자들을 축하하였다. 조명제 교수의 심사평을 첫 순서로 전국고교백일장 시상식을 시작하였다. 꿈나무들에게 까마득한 선조인 시인들을 소개하고 함께 뿌리와 잎새가 만나서 멘토가 되어주자는 취지에서 올해 처음으로 시의 날에 전국고교 백일장 시상식을 갖게 된 것이다. 장원 구미고등학교 2학년 이희수 학생은 멀리 구미에서 부모님과 함께 왔다. 사무국장이 정성껏 만든 꽃다발과 상장, 부상이 주어졌다. 학업 때문에 장원 이희수, 차상 지수범, 차하 신희재, 장려상 조소은, 장려상 배승연, 장려상 정영현만 참석하고 나머지 차상 정지윤, 차하 신예은, 차하 변지운, 차하 김성현이 멀리 지방에 있거나 고3 수험생인 관계로 불참하여 아쉬웠다.
조명제 교수는 심사평에서 모든 수상자의 작품을 자상하게 거론하며 짧은 시간에 주어진 제목을 소화하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밀도와 완성도 있는 작품을 기대할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고교생의 풋풋한 시정과 생동하는 문학적 열정을 감촉하며, 한국 시문학의 밝은 미래를 내다보게 된다며 칭찬하였다.
심상운 이사장과 부이사장인 손해일, 노유섭, 강정화, 이춘하 시인이 상장 수여를 하고 교교 백일장 수상자들과 회장단은 단체 사진촬영을 하였다.
3부는 정유준 상임이사가 <마이웨이>를 수준 높은 섹소폰 연주를 하여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안겨 주었다. 섹소폰 연주는 관객을 집중하게 하며 심금을 울렸다. 프로그램을 짤 때 관악기를 개막 연주로 넣는 것은 무대와 관객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한국시협 회장인 신달자 시인의 「저 거리의 암자」를 임솔내 시인이 코발트색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나비처럼 날아와 낭독해 주었다. 임솔내 시인은 의상과 분장 등 최고의 무대매너로 시낭송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김필영 시인은 현대시협 이사장인 심상운 시인의 하이퍼시「헤드라이트」를 바리톤 저음으로 낭독하여 매력을 발휘하였다.
하이퍼 시의 선구자인 김규화 시인은 상상력의 정점을 선보인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딸의 마음을 수채화기법으로 수놓은「한강을 읽다」를 낭독하여 하이퍼시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손해일 시인은 풍자와 해학의 시인으로 「떴다 까치집」을 억양을 바꿔가며 재미있게 낭독하여 관객을 웃게 하였다.
황은주 시인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플롯연주는 일품이다. 언제 들어도 새소리처럼 초롱초롱하다. 전영칠 시인은 자작시에 곡을 부쳐 <너의 꽃으로>를 열창하였다.
이선 사무국장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부서진 기둥> 캔버스 그림을 무채색 스카프를 둘러 무대에 세워놓고, 남편의 노래에 맞춰 프리다 칼로의 행복한 유년기의 삶과 전차사고로 척추장애를 입고 평생 휠체어에 의지한 삶을 분홍과 흰색 두 가지 색깔로 분류하여 퍼포먼스를 하였다. 이선 시인이 작사한 노래 인연에 맞춰 오페라 기법으로 리드미컬한 고음창법으로 노래를 부르며 바람둥이 남편 때문에 고통을 겪은 초현실주의 천재화가 프리다 칼로의 고통스런 삶을 애도하였다.
연대 대학원 첼리스트 정민영과 이대 대학원 재원 피아노 백민경의 연주 faure - Apre Un Reve(꿈꾸고 난 뒤)는 뼛속까지 흔들어 놓을 것 같은 울림을 주며 시인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차분하게 다시 듣고 싶은 아름다운 연주다.
한국시협 사무국장 김지헌 시인의 「시래기론」은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주는 강인한 힘이, 강력한 시인의 의지와 정신을 접하게 하여 싱그럽다.
정연덕 시인은 통일신문 편집장으로 여영미 엔지오 대표와 함께 현대시협 홍보 자문발전위원으로 늘 큰 힘을 주고 있다. 상징과 비유, 은유로「바람꽃」을 ‘낯설게하기’ 기법으로 격조 높게 애매성과 모호성으로 시를 확장하고 있다. 또 다른 종류의 시낭송의 맛을 내어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좋은시공연문학회의 오랜 퍼포먼스 단짝인 가영심 시인과 이신강 시인이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었다. 이신강의 시 「헤라클레스를 사랑한 요정 4- 코브라의 춤」을 가영심 시인이 낭독하고 이신강 시인이 탈춤을 추었다. 오랜 만에 보는 공연이라 가슴이 뭉클하다. 오래 두 사람의 화합된 무대를 즐기고 싶은 소망이 있다.
한국시협 전 사무국장인 상희구 시인의 「콩나물」은 국민나물로 콩나물을 등극시켜 희화하여 콩나물에 집중하게 한다. 늘 먹지만 질리지 않는 콩나물을 격상시켜 선택한 시인은 분명 보편타당성을 지닌 대한민국 선량한 서민일 것이란 동질감에 정이 간다.
노유섭 시인의「눈꽃으로 내리는 소리」는 허물과 그리움, 명예까지 다 벗은 나상을 보는 것 같다. “어느 날은 마지막 네 화려한 치장마저/ 소롯이 벗을 그 정점에 서서/ 어제도, 내일도 생각지 말아라” 최고의 지성과 겸손을 지닌 몇 안 되는 시인 중 한 사람인 노유섭 시인 자신을 읽는 것 같아 숙연해진다. 시가 알을 까는 시간이다. 아름다움은 비움이라는 것.
문재구 시인의 「억새풀 앞에서」노선비의 자존심과 지엄함이 서려있는 천관산 억새풀, 아마 전라도 장흥 문재구 시인의 고향 산천 억새풀일 듯하다. 고향산천, 이름 없는 풀잎에도 시가 숨어 있다. 시인이 숨어 있다.
멀리 부산에서 KTX 타고 올라온 김금아 시인의 「설악산 가는 길」이 대미를 장식하였다. 지방 시인과 신인에게도 공평하게 무대를 제공하기 위한 배려인데 하이퍼시를 쓰고 있는 김금아 시인, 수준있는 작품으로 감동을 주어 여비가 아깝지 않을 것 같다.
한국현대시인협회가 주관한 시의 날 행사는 200명 이상 시인들과 고교백일장 수장자와 가족, 무용가, 가수, 성악가, 연주자들, 젊은 시인과 원로시인들 만나서 함께 <시의 날>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어냈다. 너무 많은 시인들이 참석해서 혹시 음식이 모자라는 사태가 벌어질까 노심초사하였다. 맥심 25O명을 잡고 모자라면 떡과 빵으로 대체한다는 계획도 마련해 두었다. 다행히 음식이 남았다. 일찍 가는 사람들을 식사를 먼저 하라고 한 건 잘한 조치인 것 같다.
사무국은 세부사항을 점검하며 문학의 집 건물이 오래되어 어두운 점을 보완하려 고심하였다. 우선 테이블보를 하얀색으로 덮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밝게 하였다. 또한 좁은 무대를 확장된 공간으로 보일 수 있도록 밝고 큰 화분으로 장식하여 사진 배경을 만들었다. <시의 날> 프랭카드도 어두운 색을 즐겨입는 한국사람들 옷차림을 생각해서, 코발트블루와 연두색, 연미색으로 상큼하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고려하였다.
축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하여 내빈용 코사지를 충분히 준비하여 모든 하객이 흡족하게 스스로 잔치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였다. 초대장 발송, 꽃장식과 시낭송 책자, 식단짜기, 시장보기, 진열 등 점검사항을 리스트를 만들어 체크하며 준비하였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밖에서 고교생 수상자 부상 봉투작업으로 1부를 참석하지 못하여 신세훈 평의원 축사를 빠뜨린 실수를 하여 죄송하다. 펜클럽 회장과 원로 시인 참석자를 미리 파악하지 못하여 축사배정에 어려움이 있었음도 밝혀둔다. 간촐하게 축사를 2명만 하고 내빈으로 소개할 예정이었으나 원로들에게 축사시간을 더 배정하고, 전국고교백일장과 공연으로 행사가 확대되면서 시간이 지연된 점도 사과드린다. 23가지 항목 준비사항이 있었는데 아침에 또 점검하고 추가사항이 생겼다. 사무국의 고충을 헤아려 주시고 시간이 지체된 것 이해의 눈으로 용서하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행사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 왔다.
제26회 시의 날 행사는 근래 있었던 시의 날 행사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고 평가한다. 단체사진촬영을 할 때 비회원 몇 명을 빼고 모두 사진촬영에 임하는 것을 보고 현대시협의 단합된 힘을 느꼈다. 눈빛교환을 하며 감사와 격려를 보내주신 선한 시인들게 마음으로 진정 감사를 드린다. 눈은 밖으로 돌출한 뇌라고 하니까 그들의 진정성을 믿는다. 꽃을 보내주신 정무수 발전위원장, 전화와 문자, 메일, 카페에 대글을 올려 힘을 돋워주는 회원들께도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연로하신 어른들이 모법을 보이심에 가슴이 뭉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도 통영에서 오신 정민호 시인님, 천안에서 오신 김지향 시인님, 먼 지방과 서울에서 귀히 참석하신 모든 시인들과 공연자 가족, 고교 백일장 수상자와 가족들게 오늘의 기쁨을 드린다.
한국시협 사무총장의 맛있는 음식에 대한 치하전화에, 국화꽃 화분을 대량 보내주신 정성에 감사드렸다. 서양란 화분을 보내주셔서 한껏 분위기를 상큼하게 빛내주신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길원 이사장께도 다시 감사드린다. 한국문인협회 부회장님과 오세영, 신달자, 김종길 선생님, 김유선 사무총장, 김지헌 사무국장 등 한국시협 회장단의 협력도 큰 힘이 되었음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가장 고맙고 존경스러운 것은 현대시협 평의원님들께서 보여주신 사랑이다. 겸손하고 아름다운 지성과 덕성을 보여주신 문단 선배들께 감사드린다.
내년에 한국시협이 주관할 때도 힘닿는 데까지 한국시협 행사에 도움을 드릴 것을 약속드린다.
첫댓글 자상한 후기에 실제 행사에 참가한 듯 합니다
노 선생님께서 행사 준비에 일조를 하신것 같아
수고가 많으셨고 늦게나마 축하를 드립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관악문협에도 시 낭송회가 있어
시인의 날 의미가 새로와 지고 한편 그곳 행사에
함께 못한 아위움이 생기기도 하네요
세종회관서 한국일보 협찬으로 시인의날 선포식
그리고 원로 시인 시 낭송 전국 시 낭송대회가 있어는데
아는 분이 시 낭송대회 참여를 했어 참석 한적이 있고
그때 자료가 저에게 있는데 작고한 시인님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귀한 자료이기도 하지요
언제인가는 회원님께 보이고 들려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글 감사 하며 건안을 빕니다.
신 선생님. 바쁘신 와중에도 글 감사합니다. 창원(?) 일은 잘 치르시고 계신지요? 늘 두루 살피시며 대소사에 애쓰시는 신 선생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