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너무나 많은 맛있는 음식들이 있죠. 그 음식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추천해드리는 클래식 칼럼 '맛있는 클래식'을 통하여 그 맛과 음악을 몇배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코미디언 이영자가 TV에서 언급하며 크게 이슈가 된 휴게소 음식인 '소떡소떡'은 소시지, 떡, 소시지, 떡.. 이렇게 꼬치에 번갈아가며 꽂아서 구워서 판매되며, 각자의 취향에 맞춰 닭꼬치 소스나 케첩, 머스타트 소스 등 다양한 소스를 뿌려 먹는 별미입니다. 현재는 휴게소 뿐만 아니라 편의점이나 분식집, PC방 등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기호에 따라 다양한 소스를 뿌려 먹는 소떡소떡
원래 소떡소떡은 '와이앤비 푸드'라는 회사에서 핫바나 소시지처럼 하나의 꼬치에 하나의 음식만을 꽂는 것이 식상하다 느껴 어울릴만한 조합을 연구하여 출시, 고속도로의 휴게소 등에 유통하며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소떡소떡은 하나의 음식이 아닌 전혀 다른 식감의 두가지 음식이 번갈아가며 꽂혀있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의 취향에 따라 함께 베어먹거나 하나씩 차례로 먹는 등 모두가 좋아하는 히트 음식이 되었는데요. 이러한 독특한 느낌의 '콜라보레이션'을 닮은 클래식 작품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F-A-E 소나타입니다.
낭만 음악 시대를 이끌어 간 위대한 작곡가 중 한명인 '로베르트 슈만 (1810-1856)'은 자신의 피아노 스승이었던 '프리드리히 비크 (Friedrich Wieck, 1785-1873)'의 딸이자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클라라 슈만 (Clara Josephine Wieck-Schumann, 1819-1896)'을 아내로 맞아 풍부한 음악적 영감을 통하여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많은 명곡들을 작곡하였습니다.
또, 젊은 청년이었던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1897)'를 자신의 제자로 삼아 클라라와의 삼각관계라는 대형 스캔들을 겪었지만, 위대한 음악가 선배이자 평론가로서 브람스뿐만 아니라 자신의 많은 제자들의 역량을 키워주려 노력하였습니다. 이러한 슈만의 마음이 잘 드러난 작품이 바로 이 F-A-E 소나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슈만 부부와 브람스, 그리고 클라라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츠의 관계도
브람스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게 되어 슈만 부부에게 소개시켜준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 (Joseph Joachim, 1831-1907)'은 1853년, 그들을 방문하겠다는 편지를 슈만에게 보냅니다. 브람스와 슈만, 그리고 슈만의 또다른 제자 '알베르트 디트리히 (Albert Dietrich, 1829-1908)'는 슈만 부부에게는 벗이자 브람스에게는 은인이라 할 수 있는 위대한 음악가 요아힘에게 어떤 환영의 선물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는데요. 슈만과 그의 두 제자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콜라보레이션 (협업) 작품을 작곡하여 요아힘에게 선물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요아힘의 인생 모토인 'Frei Aber Einsam (자유롭지만 고독하게)'의 이니셜을 따서 명명한 F-A-E 소나타입니다. 특히 슈만은 악보의 표지에 'F-A-E는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친구, 요아힘의 뒤셀도르프 도착을 기다리며 RS (슈만), JB (브람스), AD (디트리히)가 함께 이 곡을 썼습니다'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하였죠.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F-A-E 소나타는 디트리히가 1악장 '알레그로 (Allegro)'를 작곡하였고, 2악장 '인터메쪼 (Intermezzo)'와 4악장 '피날레 (Finale)'는 슈만이, 그리고 브람스가 3악장 '스케르초 (Scherzo)'를 작곡하였으며, 1853년 10월 28일 슈만의 집에서 클라라가 피아노를, 요아힘이 바이올린을 맡아 이 곡을 초연하였습니다. 특히 요아힘은 3명이 각각 다른 악장들을 작곡하였음에 매우 기뻐하였으며, 즉석에서 각 악장의 작곡가를 정확하게 맞췄다고 전해집니다.
각각의 악장에서 제자들이 스승 슈만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슈만의 음악 스타일을 오마주한 파트가 나오는 등 사제간의 마음이 여실하게 들어나는 작품인 이 F-A-E 소나타, 특히 3악장 '스케르초 (Scherzo)'는 브람스가 슈만의 작곡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모방한 중간의 트리오 부분을 포함하여 젊은 청년의 혈기 왕성하고 정열적이면서도 침통한 느낌을 지니고 있습니다.
브람스는 젊은 시절 작곡한 대다수의 작품들을 직접 없애버렸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남겨진 소수의 앳된 작품들 중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강하면서도 계속 당기는 비엔나 소시지의 탱글탱글한 맛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이에 반하여 2악장 '인터메초 (Intermezzo)'는 전주곡이란 뜻에 맞게 잔잔하지만 고요한 작품으로 클라라와 로베르트가 슈만이 각각 작곡한 로망스에서도 등장하는 부드러운 멜로디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며, 살짝 구어진 따뜻한 떡과 같은 쫄깃한 느낌이 있습니다.
여러 작곡가들이 서로를 의도적으로 모방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넘치게 작곡된 우정의 상징인 F-A-E 소나타는 소떡소떡을 다양한 소스에 크게 한 입 먹는 듯한 여러 식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