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이거슨 본적 없는 준호총수!!! 눈총 분자 모여라 (1탄 찬누너)

[안다빈]

 생부 경고에 해당하는 경우 하루 안에 수정

 생부 강등에 해당하는 경우 10분안에 수정

안녕하세요. 안다빈이어요.

등업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야심차게 준비한 준호총수 팬픽들이어요.

1탄은 눈총계의 초메이저 찬누너!!!!!!

대부분 중단편 위주이어요. 연재는 완결 아니면 안보는지라 완결된것들만 골랐숨미다ㅋㅋ

개인홈 같은데 가입 안해도 볼 수 있는 것들로만 모셨어요.

지금부터는 편의상 반말 할게요^-^

1. 바람의 것은 바람에게 (http://deletemotel.er.ro/)

W. 삭제여관

- 이건 진짜 예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건 꽤 유명해서 많이들 알거야!

   준호가 유명한 음악감독 조수로 일해. 그런데 고등학교 때 친구 부탁으로 연극 음향감독을 맡게 됐어

   준호랑 찬성이는 7년 친구에 3년동안 사겼어. 그러다가 헤어지고 찬성이는 닉쿤이랑 사겨.

   얘네 둘이 관계가 되게 애매모호한데.. 사귀는 것도 아닌데 몸도 섞고 그래..아 나도 잘 모르겠다ㅠㅠ

   아무튼 준호가 음향 맡은 연극의 총연출이 재범인데 약간 준호한테 관심 있어하는 눈치야.

   준호는 찬성이랑 그 애매모호한 관계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해....더이상 말하면 스포라서 안되겠다...ㅋㅋ

미리보기

잠결에도 무언가 불편하다 싶었다. 꿈과 현실의 가느다란 경계에서 스르륵 눈이 떠졌다. 무언가 답답한 느낌에 가슴을 움켜쥐려는데 다른 게 만져졌다. 순간적으로 눈이 번쩍 뜨여 실체를 확인했다. 두툼한 팔. 깜짝 놀라 호흡이 멎었다. 촉각이 곤두섰다. 목덜미로 닿아오는 숨. 어깨 뒤에서 나는 그 숨소리를 가만히 듣고 나서야 다시 눈을 감았다. 숨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아는 내가 좀 싫었다.

“언제 왔어.”

잠긴 목소리가 서걱거리며 흘러 나왔다. 녀석이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숨소리가 그랬다. 잠든 숨소리가 아니었다.

“깼어? 미안.”

귓가에서 축축한 목소리가 낮게 들렸다.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표정까지 다 그려졌다. 눈은 감고 있겠지. 나쁜 일이 있었구나. 미세하게 알코올 냄새가 났다.

“놀랬잖아.”
“후…….”

깊은 한숨. 연애사업이 잘 안 되는 눈치였다.

“준호야.”

나를 부르는 침착한 목소리.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오면 받아줄래?”

어둠 속에서 눈만 깜박거렸다. 무슨 대답을 해주어야할지 알지 못했다. 술만 먹으면 나를 놀리듯 늘 물어오곤 했던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한 번도 나는 녀석에게 대답해주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했다. 너는 아직 나를 좋아하지? 나는 그렇지 않아도 너는 아직 나를 좋아하고 있지? 그렇게 묻는 것 같아서.

“주사 좀 바꿔.”

눈을 감았다. 셔츠 밑으로 맨살을 지분거리는 녀석의 손길이 신경 쓰여 한 잠도 못 잘 게 뻔했지만 억지로라도 눈을 감았다. 담배 생각이 간절했지만 녀석이 잠들면 한 대 피우자, 그렇게 생각했다.

“이준호는 맨날 나만 미워해.”

투정 같은 말을 뱉곤 내 목덜미로 더욱 깊이 코를 박아왔다. 모로 누워 있는 내 몸을 뒤에서 끌어 당겨 완전히 안았다. 습관적으로 가슴을 더듬는 녀석의 손. 그것이 생물학적인 현상일지언정 내 심장의 반응을 녀석의 손에 전해주는 것이 싫어 나는 몸을 웅크렸다. 그러자 등으로 몸을 더욱 밀착해왔다. 더욱 가까워진 숨소리에 나는 점점 잠에서 완벽하게 깨어나고 있었다. 내일 해야 할 작업들이 산더미인데.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었다. 세시 사십분. 액정 불빛이 지나치게 환해 미간이 찌푸려졌다. 낮게 한숨을 쉬었다. 불편한 감정들이 짜증스럽고 지겨웠다.

“하지 마.”

추리닝 바지 속으로 손이 들어오기에 힘없이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이 뻔한 시나리오의 끝을 알고 있었다. 연속극처럼 반복되는 일들이었다. 체념했다. 우리가 헤어졌다는 것이 너에겐 어떤 의미일까, 찬성아. 7년을 알았고, 그 중 3년을 사귀었다. 사귀었던 시간만큼 사귀기 전, 맘 졸였던 시간이 3년. 그리고 나머지 1년. 사족 같은 1년의 시간은 우리의 어느 때보다 흥미롭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헤어지고도 나를 찾아오는 너와 그것을 별로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였던 내가, 함께 만든 시간이었다. 가끔 여진처럼 흔들리는 내 마음과, 습관처럼 돌아가자고 지껄이는 네 입술은 어느 쪽도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었다.

“나 내일 작업해야 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았다. 녀석의 숨소리는 조금씩 빨라졌고, 그 호흡의 리듬에 맞춰 그의 손이 내 것을 주물렀다. 지겹고 피곤했다. 저항해봤자 결국은 녀석의 뜻대로 되리라는 걸 알았다. 이왕 할 거, 빨리 끝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빨리 잠들 수 있고, 내일 일에 지장이 없을 것이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뱉어 놓았다. 찬성이의 손이 내 턱을 감싸 자기 쪽으로 당겼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녀석의 혀가 능숙하게 들어왔다.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알싸한 술기운이 혀끝으로 전해왔다. 지겹다, 고 생각하는 순간 심장이 뛰었다.

2.  겨울, 긴, 긴. (http://somewhere.ivyro.net/)

W. Serendipity

- 찬성이 준호 우영이 셋다 고등학생이고 친구들인데 이것도 찬성이랑 준호랑 되게 관계가 애매해...

   아 이거는 내가 딱히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미리보기를 보면 감이 올거야ㅠㅠ

미리보기

자박. 밤새 내린 봄비에 젖은 꽃잎을 밟은 발을 세우고,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물 먹은 아스팔트에 그려진 듯 내리박힌 꽃잎에 새겨진 발자국을 바라보던 눈을 들어올려, 신호등 위에 드리워져 있는 앙상한 가지를 올려다보았다. 숨이 찰 만큼 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건,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반드시, 결국 봄은 오기 때문이다. 아주 먼 길을 돌아오느라 늦어져 미안하다고, 상기된 뺨에 벚꽃을 틔우고.

출근시간도 점심시간도 아닌 애매한 시간대라 거리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건 내 쪽에는 나 혼자뿐이였다. 마주보는 건너편에는 두어명. 지나가는 사람들 중 더러가 합류해 이제 서너명. 치익, 증기차가 움직일 때 내는것과 비슷한 소리로 덩치 큰 버스 한대가 정지선을 조금 지나서 멈춰섰다. 축축한 바닥을 가르고 달리던 승용차들도 그 곁으로 천천히 속력을 늦추었다. 정지선을 완벽하게 지키는 차량은 드물었기 때문에, 높이 다른 본네트에 가려져 건너편 일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앞에 사거리가 있어 이곳의 신호는 체감 지루할만큼 긴 편이었다. 습관처럼 손목을 올려 시계를 확인했지만, 급할 것은 없기에 조금 느긋하게 마음을 갖는다. 건너도 그만, 그렇지 않아도 그만. 어차피 약속장소는 여기 아니면 저기, 이 길목 부근이였다. 왼쪽 신호등에 초록등이 켜지고, 오래지 않아 깜박였다. 다음은 이쪽 횡단보도에 신호가 바뀔 차례였다. 텅 빈 횡단보도 위로 또르르르, 또르르르, 하는 경고음이 울렸다. 출발하려는 차 두어대가 정지선에 걸쳐선 채로 움찔거렸다. 아무 이유도 없이 문득 사람들이 몰린다 싶을 무렵이었다. 내 쪽에도 두명이 더 섰고, 반댓편은 어느 어느 건물에서 각각 쏟아져 나온 유동인구로 복작복작했다. 귀에 꼽고 있던 이어폰 한쪽을 빼면서 내 발 바로 앞에 앉아있는 꽃잎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나를 마주보면서 작게 웃고 있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눈썹을 살짝 들어올린 채 입술을 꾹 말아 웃는 표정. 성인이 되고, 좀 더 나이를 먹으면서 습관처럼 줄곧 짓게 된 표정이라는 걸 안다. 두 손을 바짓 주머니에 넣은 채 발을 까닥여 몸을 가볍게 흔들다가, 한쪽 손을 빼 내어 내게 저어 보인다. 사람이 많았더라면 누릴 수 없었을 사소로운 것에 새삼 마음이 동해, 이어폰을 들고 있는 쪽 손을 가볍게 접었다 펴 보였더니 문 이를 웃음으로 벌린 입술 새로 드러낸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무도 모를 무언의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 특별해진 것 같은 우월감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신호가 바뀌고, 나를 향해 걸어오는 그를 나는 움직이지 않고 기다렸다. 그리고 부드러운 표정의 그가 서 있던 자리, 나와 같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인영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가까워지는 그는 아웃포커싱.


"………."
"………."

나를 보고 있는 걸까. 애매한 시선이 어디에 걸려있는지 잘 가늠이 되질 않는다. 오랫만에 본 너는 조금 더 자랐고, 시간이 깎아나간 만큼 조금 더 벼렸다. 그리고 여전히,


"별로 안 기다렸지?"
"오래 기다렸어? 가 맞는거 아닌가."
"별로 안 기다렸잖아."
"푸흐..."

내 등을 감싸 어루만지듯 부드럽게 툭 두드린 손이 떨어져나갔다. 어깨를 맞붙이듯 가까운 거리에 나란히 서서 몸을 돌렸다. 보이지 않게, 우연히 맞닿는 것 처럼 손이 스칠 때 마다 손가락을 살짝 잡았다 놓을 것이다. 지금 내 옆에 선 이 남자는. 나는 웃음으로 수그렸던 시선을 흘리듯 돌려, 건널목 너머를 바라보았다. 웃고있는거니.

─여전히 너는 눈이 부실만큼 위태로워, 찬성아.

3. 여름 자전거 (http://02110125.net/)

W. 레몬밤

- 이거는 달달한 단편인데...ㅋㅋ 준호가 자전거를 못 타서 찬성이가 가르쳐준다?

   준호는 자전거를 너무 못타고 찬성이는 답답해하고ㅋㅋㅋ 둘이서 자전거 때문에 투닥투닥 대는데

   보고 있으면 귀엽고 달달해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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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시를 넘긴 시간이라 운동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가끔 운동장 주변을 돌며 운동을 하는 아줌마들의 모습이 보이기는 했지만,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드라마 방영시간이라 그런지 땀복을 입고 이상한 구호에 맞춰 운동을 하는 아줌마들의 모습은 평소보다 적었다. 운동장에서 놀던 초등학생들도 어느덧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비어버린 운동장 한가운데에 찬성과 준호 그리고 자전거 한대만이 전부였다. 해가 졌다고는 해도, 열대야로 인한 기온덕분에, 연신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손으로 닦아내며 찬성이 작게 미간을 좁혔다. 아, 젠장. 도대체가 체질적으로 땀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은 줄곧 제자리에 서있고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것은 분명 녀석인데, 어째서 땀은 자신이 더 많이 흘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려는 찰나,


찰캉―


자전거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또 다시 모래바닥과 반가운 접촉을 시도하는 준호를 보며 찬성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열이 안나면 그거야 말로 이상한거다. 짜증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 성인군자다. 벌써 한시간째, 얼마 나아가지도 못하고 넘어져버리는 저 꼴통을 보고있자니 화가 안날래야 안날 수가 없는거다. 낑낑거리며 자전거를 일으켜 세운 준호가 다시금 안장에 올라타 중심을 잡는다. 그리고 바닥에서 다리를 떼는 그 순간, 얼마가지 못하고 또 다시 찰캉, 하는 소리와 함께 옆으로 고꾸라져 버린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억지로 꾹꾹 담으며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찬성의 입에서 결국,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저 나름대로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화를 참아가며……



"야, 이준호! 페달을 밟으라고 몇번을 말해!"

4. 곰과 개 (http://the2ndflower.net/)

W. 애먼

- 이거는 연작인데 가끔씩 한편씩 올라와! 이 문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일상의 가난뱅이 찬누너......ㅋㅋ...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곰은 찬성이고 개는 준호야. 맨날 찬성이가 준호보고 누렁아 이러는데ㅠㅠㅠ

   폭풍 달달하뮤ㅠㅠㅠㅠㅠㅠㅠㅠ본래 찬누너는 뭔가 불온한게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ㅠㅠㅠ 달달하기도 하고ㅠㅠ

   여기 택범도 조금 나와ㅋㅋㅋ 바를 운영하는 재범이와 재범이 애인 택ㅋㅋㅋㅋㅋ

   미리보기는 연작 중에 '빨래 걷는 곰과 라면 먹는 개' 중 한 부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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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호는 가만히 이불 위에 엎드려 좁은 주방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그냥 싱크대 앞에서 움직이는 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 번이고 되는대로 하고 나서, 끈끈한 몸을 씻어냈더니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로 몸이 나른했다. 둘에게 나른함과 함께 찾아 온 것은 공복감이라서 라면을 먹기로 했다. 확실히 싱크대는 찬성에게 너무 낮지만 그 앞에 서 있는 뒷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씻고 나서 반바지만 대충 꿰어 입은 몸. 문가에 낮게 쌓여져 있는 빨래 더미들을 보는 척하다가, 읽다 만 슬램덩크 한 권을 집어 들었다가 접고서는 라면을 끓이는 찬성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무리하게 움직였는지 허벅지 안쪽이 조금 저렸다. 이래저래 깁스를 빨리 풀고 싶었다.  


“누렁아, 계란 넣어 말어?”


  매콤하고 맛있는 냄새가 방안에 확 하니 퍼졌다. 면을 휘젓던 젓가락을 든 채 찬성이 뒤를 돌아 봤다. 그대로 꿈뻑거리는 눈동자.


“계란은 안 넣고. 파는 넣고.”

“엉.”


  냉장고 앞에 쪼그리고 앉아 시든 대파를 꺼낸 찬성이 물에 씻어 슥슥 가위로 냄비에 파를 잘라 넣었다.


“야 너 파 잘 씻었어?”


  그냥 괜히 시비가 걸어보고 싶어서 말을 꺼냈는데 끝이 삑하고 갈라졌다. 갈라지는 목소릴 들은 찬성이 파냄새가 묻어 있는 손을 탁탁 털고선 큰 소리로 웃으며 준호의 말투를 흉내 냈다. 잘 씻었어?


“이게!”


  준호의 손에 있던 슬램덩크 12권이 허공을 날아 찬성의 허벅지를 때렸다. 툭하니 떨어지는 슬램덩크를 주워 들며 찬성이 다시 한 번 준호의 말투를 흉내 냈다. 잘 씻었어? 휙 하니 이불 안으로 들어 가버리는 준호를 내려 다 보며 낄낄 웃는 찬성이 냄비에 불을 껐다.


“야, 아뜨거…, 너 오늘 어디 가서 말하지 마.”


  목소리 갈라지는 거 그거 존나 야해, 다른 사람한텐 절대 들려 주지마 라는 뒷말을 삼키며 찬성은 라면 냄비 전용 받침대로 쓰이고 있는 자신의 두꺼운 전공책 위에 라면 냄비를 올려놓았다. 아직까지도 이불 안에 있는 준호의 정수리를 보며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 웃음도 거두지 않고.


“누렁아아. 라면먹자아.”

“…….”

“서방님은 진짜 배고픈데에. 이 냄비 뚜껑은 우리 누렁이만 열 수 있는데. 라면 다 불어 터지…….”

“그놈에 누렁이 타령은!”


  이불 안의 준호가 발딱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이런 습기와 더위에 이불 안에 말려 있던 얼굴이 발개져 있었다. 찬성이 쥐어주는 젓가락과 그릇을 준호가 마지 못해 받아드는 척을 한다. 냄비 뚜껑을 연 준호의 부은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도대체 라면 몇 개를 끓인 거지. 잠시 빨래를 보느라 한 눈 판 사이 라면 두 개를 집어넣는 것만 확인했는데.


“야, 곰찬, 라면은 한 봉지가 일 인 분이지, 멀티팩 한 팩이 일인분이 아니야.”

“찬 밥 먹을라고 하나 덜 넣었는데?”


  어느새 준호의 손에 들려 있던 그릇을 빼앗아 면을 덜어주며 찬성이 씨익 웃었다. 준호가 젓가락을 들려던 찰라 찬성이 구석에 구겨져 있던 자신의 티셔츠를 건넸다.


“너 그렇게 하고 먹으면, 나 또 꼴려.”


  속옷만 입고 있는 자신의 몸을 훑어보며 말하는 찬성의 목소리에 목덜미까지 얼굴이 붉어진 준호가 건네어 진 티셔츠를 훽하니 낚아 채 꿰어 입었다. 찬성의 것인데다가 목덜미가 늘어나 준호에겐 품이 낙낙한 티셔츠.


“아, 라면 먹기 한 번 진짜 힘드네.”


5. 잠자리 (http://starry.er.ro/)

W. EM

- 이건 학원물 찬누너ㅠㅠㅠ 제목보고 혹한 사람 없지?ㅋㅋㅋ 이 잠자리는 저스트 드래곤 플라이야ㅋㅋ

  둘이 절친이거나 사귀거나 그런건 아닌데....불온한 찬누너라....*.*

   아무튼 미리보기에도 나와있듯이 준호는 깡도 세고 자존심도 세. 게다가 전교 1등이야

   찬성이 패거리가 좀 질 안 좋은 애들인데 걔네가 준호를 갖고 놀아. 찬성이는 준호가 맞는걸 방관만하고

   긴말 필요 없어! 그냥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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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는 깡이 셌다. 자존심도 셌다. 부러지면 부러질지언정 굽힐 줄을 모르는 녀석이었다. 불시에 뺨을 내어주고 배를 얻어 터졌으면 이유가 어찌되었든 공포심에 살려달라고 바지를 붙드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이준호는 안 그랬다. 뺨을 얻어터지자 제 주먹을 날렸다. 제법 싸움도 할 줄 아는 듯싶었다. 하지만 1대 다수의 싸움이다. 이준호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억지로 무릎을 꿇게 하자 바락바락 악을 썼다. 원하는 게 뭐야, 이 새끼들아. 원하는 거. 그 말에 애들은 벙찐 표정을 했다. 애초부터 의미 없이 녀석을 지목했고 녀석은 팬 녀석들이었다. 원하는 게 있을 리 없었다. 그냥 몇 번 주먹질을 하고 심심할 때 마다 불러 패고 그러다 지겨워지면 다시 버리는 게 습관인 애들이었다. 그런 애들에게 이준호가 물었다. 원하는 게 무엇이냐고. 그 건 상당히 어리석은 짓이었다. 이준호의 그 말에 녀석들에게는 목표가 생겼다. 이준호의 자존심이 바닥을 치는 걸 보는 것. 한 놈이 입을 열었다.


‘넌 뭐 살려달라는 말 같은 건 할 줄 모르냐?’
‘난 잘못한 게 없어.’
‘너 그렇게 뻗대는 게 잘못이야.’


손으로 녀석의 뺨을 툭툭 내리치며 운섭이 말했다.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어이없다는 듯 시선을 피하는 녀석의 행동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운섭이 불시에 녀석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홱, 하고 마른 고개가 그대로 꺾였다. 녀석이 운섭을 노려봤다. 눈가에 빨갛게 독기가 어려 있었다. 목에는 핏대가 섰다.


‘놔, 이거.’
‘어쭈. 뭐라 떠드냐 너.’
‘놓으라고.’


그 말에 다른 놈들이 허리를 젖혀가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은 뻔했다. 가끔 저렇게 자존심을 세우는 놈들이 더러 있었다. 그 자존심은 더 센 폭력으로 짓밟으면 그만이었다. 아마 몇 번 더 쥐어터지다 이준호도 결국은 무릎을 꿇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멀찍이 그늘에 떨어져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는데, 라이터 휠을 돌리는 달칵 하는 작은 소리에 이준호가 나를 봤다. 제 고개만 붙들린 채로 시선만 돌려 나를 보는 이준호의 눈가가 반들반들했다. 이마를 타고 귀 옆으로 땀이 흐르고 있었다. 나더러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황찬성 거기서 뭐 해.’
‘담배 펴.’
‘넌 안 하냐?’
‘난 재미없어. 늬들끼리 놀아.’


한 놈이 말을 걸었다. 이제 막 담배를 피워 입에 물었기에 나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그 말에 녀석의 시선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보는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뭐. 그러니까 나한테 뭘 기대하는 건데. 끝까지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말없이 담배만 피우자 체념한 녀석이 먼저 시선을 돌렸다.


‘이 또라이 새끼가!’


녀석이 운섭에게 침을 뱉었다. 곁에서 보던 준성이 발로 녀석의 배를 걷어찼다. 바닥으로 거꾸러진 녀석이 몸을 둥그렇게 말았다. 헉헉, 하는 가쁜 숨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렸다. 그 옆으로 운섭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러더니 별안간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몸만 만 녀석의 머리채를 다시 잡아챘다. 이준호의 고개가 힘없이 딸려왔다.


‘핥아.’
‘하지 마!’
‘닥치고 핥으라고 새끼야!’


운섭이 이준호의 머리채를 제가 뱉어놓은 침 가까이로 가져갔다. 이준호가 악을 썼다.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게 보였다. 어찌나 세게 이를 악물었는지 뺨이 딱딱하게 굳고 으드득 하고 이준호의 어금니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부러질 듯 한 목에 힘을 주며 이준호가 버텼다. 이 새끼가 진짜. 운섭이 치를 떨었다. 손으로 잡아챈 이준호의 고개를 바닥에 처박았다. 억센 힘에 반항 한 번 못하고 녀석의 고개가 운섭이 뱉어놓은 침 위로 떨어졌다. 운섭이 성난 손길로 이준호의 고개를 거칠게 바닥으로 비볐다. 살갗이 다 긁히는 소리가 났다. 야. 적당히 해. 한 놈이 운섭을 말렸다. 꽤나 열이 받았던 모양인지 여전히 씩씩대던 운섭이 바닥에 쓰러진 이준호의 배를 다시 한 번 걷어찼다.


‘까불지 마, 새끼야. 좆 만한 게 어디서 자존심은.’


운섭이 제 손을 털었다. 준성이 운 좋은 줄 알아, 하며 옆에서 운섭을 거들었다. 저마다 옷에 뭍은 흙먼지를 털고 날 부른다.


‘황찬성. 안 가냐?’


그 말에 손에 들린 담배를 들어 보였다.


‘장초야. 이것만 마저 피우고.’


녀석들이 내려가고 나는 마저 담배를 피웠다. 바닥에 구겨져 있던 이준호는 그러고도 한참을 더 쓰러져 있었다. 내가 담배 불씨를 바닥에 비벼 끌 때도 시체처럼 쓰러져 있던 이준호는, 제 어깨를 흔드는 내 손길에 그제야 고개를 들었었다.


‘미련하긴.’
‘……무슨 상관이야.’


울음에 젖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딘가 위태로웠다. 얼굴이 땀으로 옴팡 젖어 있었다. 바닥에 쓸린 뺨과 턱 끝에 핏망울이 맺혔다. 흙먼지와 자갈 같은 시멘트 조각들, 그리고 운섭의 침으로 얼룩진 그 얼굴을 바라보다 내가 먼저 손을 뗐다.


‘넌 가해자는 아닐지라도 방관자야.’
‘그래서.’
‘제일 비겁한 인간은 너란 소리야.’


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코웃음을 치고는 녀석을 등지고 교실로 내려갔을 뿐이었다. 방관자라. 녀석이 나를 정의 내린 말이었다. 방관자라. 한 번도 방관이라는 단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어 그 단어가 가진 참의미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참의미에 대해 고찰할까 하다 관두었다. 참의미를 찾는 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나는 그저 녀석이 나를 정의 내려 준 방관자, 라는 단어의 뜻에 맞게 살면 되었다. 방관. 그래. 그 날부터 나는 내도록 녀석을 방관 했었다.

6. 회오리를 삼키다 (http://ahnn.ivyro.net/)

W. 안

- ㅠㅠㅠㅠㅠㅠ이건 저번에 생부에 올라왔던 거긴 하지만...ㅠㅠㅠㅠ 이거슨 배틀호모 찬누너ㅠㅠㅠ

   준호랑 찬성이 둘다 고딩이야. 준호는 양아치는 아닌데 술자리 자주 나가고... 술 마시고그런 애야

   황찬성은 소위 말하는 일진인데 걔한테 떠도는 더러운 소문들이 되게 많아. 

   아무튼 준호는 찬성이랑 아는 사이는 아닌데 택연이 통해서 친구들이랑 술자리를 같이 해

   그런데 준호는 찬성이가 계속 거슬려 왜 그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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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거슬렸다. 나를 한참 웃도는 신장하며, 기생오라비처럼 매끈한 얼굴, 스칠 때마다 풍기던 싸구려 여자향수 냄새. 거슬리는 걸 대자면 동짓달 기나긴 밤에 구뷔구뷔 펴도 부족할 거다. 그런 녀석이 지금 내 눈 앞에서 소주를 홀짝이고 있다. 학교에서 마주쳤을 때도 눈인사조차 허락하지 않는 나였다. 아니, 애초에 상대방이 하질 않으니 허락할 기회조차 없었다. 괜히 억울한 마음에 잔을 가득 채우고 있는 소주를 한 번에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오늘은 좀 마시네? 옆에 앉아있던 권이 같이 마시자며 방금 비운 내 잔에 소주를 콸콸 따랐다. 잠시 황찬성의 길게 찢어진 눈과 마주쳤다. 눈 밑에 긁힌 자국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허공에서 시선이 얽히곤 이내 떨어졌다. 의식적으로 내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 열 받아.

  ……왜 네 얼굴만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를까.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맹목적으로 사람을 싫어 한 적이 없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7. 실 (http://hmworld.ivyro.net/main)

W. Dr. Honey

-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문체가 대박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여타 팬픽들처럼 무게있고 무겁고 어둡고 이렇지는 않은데 솔직하다고 해야되나?

   그렇다고해서 유치하고 가볍고 그렇지는 않아ㅋㅋㅋ문체가 생동감있다고 해야되나?...

   아.............표현력에 한계를 느낀다.........걍 읽어보도록ㅋㅋㅋㅋㅋ 

   되게 읽으면서 편하게 느껴졌어ㅋㅋㅋ 찬성이 시점으로 얘기하듯이 말하는건데 줄거리는 기억 안난다ㅋㅋ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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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는 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웃기지도 않게 이준호 앞에서는 무엇이든지 욕심내게 된다. 그렇다고 내 넘쳐나는 식탐이 이준호 때문에 생긴 것도 물론 아니다. 본능이겠지. 살아내겠다는 본능. 그리고 다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본능. 예를 들어 성욕 같은 것 말이다.

이준호는 내가 배고프다 하면 자기 밥도 반씩 뚝 떼어서 내 밥그릇에 얹어주곤 한다. 내가 많이 먹기도 먹는다만 조금이라도 몸에 살이 붙으면 그것에 스트레스 받는 타입이기도 해서 내가 덜 먹고 말지, 너 먹는 거 보면 내 배가 다 부르다...가 아니라 시발아 다 쳐 먹어라 지 배고프면 자식새끼고 뭐고 다 굶길 새끼 하고는 이를 바득바득 갈곤 한다. 그래서 난 좀 스케일이 큰 듯? 하고 신나게 웃으면 시발 좋단다 하고 내가 네 덕에 허리가 휜다 하면 그 허리야 아님 그 허리야 하고 웃는 그런 사이. 우리는 그런 사이다.

여태까지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바나나 다섯 송이에서 한 개를 선심 썼다는 듯이 떼어주고 나니 바나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이준호가 보인다. 하나를 먹고 이준호를 보니 이준호는 ‘여자의 인생은 20대에 결정 된다’ 라는 책을 뚫어져라 읽고 있었다. 존나 진심으로 내일이면 20대가 끝나서 내 인생 어떻게 결정된 거냐고 따질 기세로 말이다. 너 여자였냐, 여자도 아닌 게 왜 그딴 책을 정독하는데 라고 묻고 싶으나 그랬다간 남은 바나나 뭉그러질 것 같아 차마 이야기 하지 못 했다.

누가 그랬지, 덩치가 크면 파워가 세고 마르면 스피드가 좋다고. 난 둘 다 되는 타입이라 파워는 넘치고 또한 매우 스피디하게... 먹어치운다. 물론 다른 것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은 불허하지만. 어느새 바나나는 몇 개 남지 않았다. 나는 이준호를, 이준호는 책을 보고, 나는 또 바나나를 먹고, 이준호도 먹는.. 아무리 봐도 세 시간 정도씩이나 읽을 책은 아닐 성 싶 으나 글자 하나하나 다 먹어버리겠단 야망 쩌는 눈빛으로 책을 읽으니 이준호는 마치 수술집도를 하는 의사 김명민 마냥 존나 카리스마가 넘쳤다. 시발. 이준호, 넌 뭔데 그딴 책 읽으면서 미간 찌푸리는 것도 멋있냐 하고 옆에 배 깔고 엎드려서 몇 개째인지도 채 기억이 나지 않는 바나나를 우걱우걱 쑤셔 넣었다. 물론 바나나는 밥을 먹고 나서 후식으로 먹는 게 다섯 송이 쯤 된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한다.

이준호는 책을 읽다가 탁 하고 덮고 껍질을 벗기고는 한 입을 앙하고 먹는다. 아 시발 이거 오늘따라 모양이 왜 이 따위야. 하고는 반쯤 남은 바나나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작은 눈으로 날 힐끔 본다. 그 말과 그 눈빛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냐, 두 개가 함께 해석해야 되는 거 맞지 하고 나머지 쩜오개 먹고 다른 것도 하나 먹자 한다.

8. 비와 너와 그리고 소리 (http://alohazm.ivyro.net/)

W. 알로하

- 미안......이거 뭐였는지 기억이 안나ㅠㅠㅠㅠㅠㅠㅠ 찬누너 팬픽 추천할라고 폭풍으로 읽다보니 섞였어...ㅠㅠ

   그냥 미리보기로 즐기길 바래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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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 아침부터 좋지 않던 하늘이 결국 일을 저질러버린 것 이다. 나는 우산을 미리 가져오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었다. 친구 녀석들에게 같이 쓰자고 이야기 해봤자 녀석들은 좁다며 나를 밀어내기에 급급했다. 웬일인지 그날따라 나는 비를 맞고 싶지 않았다. 젖는 것 이 싫었다. 그래서 건물 출입구와 가까운 교실에 들어가 비가 그칠 때 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교실창가 근처에 앉아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밖은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침침했다. 왠지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 춥다... ”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교실은 휑하니 추웠다. 아이들이 넘쳐흐르는 수업시간과는 많이 달랐다. 방과전후가 이렇게 다른 학교의 풍경은 낯설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편안한 느낌도 들었다. 이 넓은 공간에 혼자라는 것이 마냥 새롭기까지 했다. 그렇게 한참을 끝을 모르고 내리는 빗방울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슬슬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둑어둑한 밝기도 한몫했다. 나는 앉아있는 책상에 고개를 파묻고 엎드렸다. 확실히 편했다. 엎드린 상태로 다시 창밖의 빗방울들을 관찰했다. 하지만 엎드린 탓에 그것은 오래가지 못하고 나는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잔 것 같았다. 은은하게 울려오는 빗소리도 좋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손길도 따듯했다. 손길을 느끼며 스르륵 눈떠 양팔사이로 파묻은 얼굴을 내밀었다. 역시 앞자리에 앉은 누군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 왜 남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냐.... ”




놀랄만한 상황이지만 나는 그 닥 놀랐거나 하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앞자리에 앉아 큰손으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던 녀석은 무심한 듯 입을 열었다.  ‘왠지 외로워보여서’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곡을 찔렸네, 나는 다시 고개를 팔사이로 파묻고 녀석의 손길을 조금 더 느꼈다. 녀석도 별 말없이 나의 머리를 계속해서 쓰다듬었다. 좋은 느낌이었다. 표정과는 다르게 녀석의 큰손의 감촉은 상당히 따듯하고 부드러웠다.




“ 이제 그만 일어나 ”


“ 그래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 ”


“ 어째서? ”


“ 그걸 알면 내가 진작 말했겠지.....”




나의 말에 녀석은 피식 하고 웃음을 흘렸다. 하긴 내가 말했지만 어이없긴 하지, 나도 덩달아 웃음이 흘러나왔다.  ‘너 이름이뭐야?’  조용한 목소리로 녀석이 물어왔다.  ‘이준호 너는?’  ‘나는 황찬성’  그러고선 녀석은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거두어 갔다. 아쉬웠다. ‘ 저기 있잖아.. ’ 나는 엎드린 채로 고개만 살짝 들어올려 녀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 좀 더 쓰다듬어 주면 안될까아... ’ 나의 물음에 녀석은 조금 놀란듯했으나 이네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 어두워 ”


“ 엉? ”
  

“ 집에 가야지 벌써 9시야 ”

9. Autumn Code (http://sonority.ivyro.net/)  

W. Sue

- 음 이것도 잘 기억은 안나는데............준호가 막노동을 하면서 근근히 살아가

   찬성이는 결혼한 유부남이고.....워낙 짧아서 이 이상 말하면 스포라......ㅋㅋ 미리보기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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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 다신 보지말자."

이별선고나 다름없는 찬성의 말에 차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한참을 머뭇거리던 준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고작 그것이었다. 쓴물 단물 다 빨고 이렇게 뒤통수를 쳐도 되는 거냐고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리기라도 하는 편이 더 준호다웠을 테지만, 어쨌든 결혼한다는 찬성의 말에 준호는 그랬다. 다신 보지말자고.

내가 널 어떻게 안 봐. 목 끝까지 꾸역꾸역 거슬러 올라오는 말을 애써 삼켜낸 찬성은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일렁이는 준호의 눈동자가 뿌옇게 차오르는 물기에 흐려지는 것까지도 보고 말았다. 아껴주고 싶었다. 저 맑고 또렷한 눈동자가 물기로 흐려지는 것만큼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늘 웃을 때면 한 점의 티도 없이 해맑게 웃는 얼굴을 지켜주겠다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준호를 울려버린 것은 찬성 자신이었다. 너무 한심해서 다신 보지 말자는 그 말에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황찬성은 이렇게나 용기 없고 비겁한 남자였다.




"어차피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어. 너 같은 놈이 뭐가 아쉬워서.."

물기 가득한 목소리는 가슴을 아렸다. 테이블 위에 놓인 떨리는 손을 잡아주고 싶었지만 준호는 이내 그 손마저도 테이블 아래로 숨기곤 애써 눈가로 번지는 물기를 문질러냈다. 찬성은 준호가 허둥지둥 서두르는 손길로 주머니를 뒤져 함께 살던 오피스텔의 열쇠를 내미는 것을 찢어지는 가슴으로 바라보았다.

준호가 알리가 없었다. 말 그대로 아쉬운 것 모르고 자랐던 자신이 처음으로 아쉬워 해봤던 것이 이준호였다고, 늘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으니 알리가 없었다. 보고 싶어 애가 탄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처음으로 느껴보았고, 늘 안고 싶어 목이 말랐다고. 품 안에 으스러지게 끌어안고도 자꾸만 허전해서 갖고, 갖고 또 갖고 싶었다고, 한 번도 제대로 이야기한적 없으니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한 번도 진심을 입 밖으로 내어 표현한적 없었던 것이 이토록 한이 될 줄은 몰랐다. 헤어지자 말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한 번도 사랑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고, 이제와선 결코 말할 수 없다. 그것이 이토록 가슴이 아플 줄도 바보 같은 황찬성은 전혀 몰랐었다.

너든 나든, 어느 한쪽이 여자였다면 나는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을지도 몰라.

찬성은 목 끝까지 차오른 더 없이 비겁한 그 말도 묵묵히 삼켜내었다.

10. Maybe you love me/Maybe I love you/You and me, I maybe.. (http://tbhouse.ivyro.net/)

W. 태빈

- 이거는 연작인데 각 단편들마다 제목이 달라서........예를 들면 중단편 상 중 하 라고 보면 돼

   아무튼 여기서 준호는 베스트셀러 연애소설작가고...찬성이는 어머나 또 유부남이네^ㅠ^

   나같은 경우에는 소설에 대한 내용을 일언반구도 듣지 않고 백지 상태에서 보는게

   가장 흡수가 잘 된다고 생각해서 이 소설에 대한 언급은 별로 안할거야 왜냐면 그만큼 추천하고싶그든ㅋㅋ

   내가 계속 줄거리 얘기 안해준다고 섭섭해 마.....다 뜻이 있어서.....ㅋ....미안.....ㅋㅋㅋ 미리보기를 봐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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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과 말 섞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내가 택한 직업은 소설가였다. 혼자 공상에 젖기 좋아하고 가끔씩은 골치 아픈 생각을 하는 나에게는 아주 적합한 직업이어서 출판 되어있는 내 책을 읽던 엄마도 천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숫기가 없어 사회에 나가면 청년 실업자나 될 줄 알았더니 떡하니 소설가로 변신을 했다며 한시름 놓으신 것은 분명할테다. 말했다시피 나는 본래 개구진 성격인데.

각설하고.
우울한 로맨티스트 이야기 때문에 책만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아니오라 나도 어느정도 이름을 날린 모양이었다. 사람 많은 것을 정말 싫어하는 나에게 작가 사인회라니. 그것도 조용(해야 할)한 서점에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초연, 저자 이준호 팬 사인회’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나는 테이블을 기준으로 한 손에 네임펜을 든 채 정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서. 이런 거 딱 질색인데. 여기 저기 내 얼굴을 보고 놀란 사람도 몇몇 끼어 있었다. 아마 고등학교 동창들이겠지. 나는 이름도 모르는 놈들이었다. 수근대는 것을 뒤로하고 수줍게 책을 내미는 것을 받아 들었다. 여자구나. 손이 참 보드라워 보인다.

“이런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준호.. 이름까지 쓰고 책을 넘겨주려던 순간 작게 흘러나온 목소리에 동그란 눈을 마주쳤다. 내 표정은 웃는 것도 아니고, 화난 것도 아니고 그 즈음 중간이리라.

“잘 생기셨네요.. 소설가라고 하셔서 안경 쓰시고 그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시구.. 되게 멋있으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의 한도는 여기까지다. 칭찬이 거북한 것이 아니라 생판 처음 보는 남과 말을 섞는다는 것이 나에겐 가장 어려운 숙제였기 때문에. 지긋지긋해서 못 고칠 고질병. 내 손을 덥썩 붙잡아 악수까지 하고 활짝 웃는 얼굴로 지나가는 여자를 뒤로하고 나는 부쩍 잡혔던 손이 낯설어졌다. 내가 뭐 대단하다고. 생각 할 겨를도 없이 다음 사람이 앞으로 걸어와 나는 또 겉으로는 티나지 않을 심호흡을 해야 했다. 나타샤가 사랑으로 앓는다면 나는 사람으로 앓는 캐릭터였다. 우리는 글 속에서, 내 머릿속에서 공존하는 사이였다.

“야.. 이준호 성공 했나봐. 이름 날렸다고 사인회까지 하시네. 이게 몇 년 새야?”

....!
순간, 심하게 가슴이 고동쳐 떨리는 손으로 네임펜을 내려놓았다. 목소리가 낯설지 않다. 적당히 비음이 들어가 비꼬는 그 추임새 마저도 돌아버리도록 그대로여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세미정장에 귀를 한 쪽만 뚫은 부리부리한 인상의 남자. 눈 큰 것도 그대로고, 나긋한 표정도 그대로다. 나를 보면서 입꼬리를 올려 웃는 걸 슬쩍 보고 고개를 돌렸다.

“잘 지냈냐? 저자 이준호 씨.”

“…….”

말 했었나.

학창시절. 소리없이 내 공간에 침범하려고 했던 열 아홉의 황찬성이라는 놈이 있었다. 그리고 이 놈은 내가 엄마 이외에 유일하게 말을 섞었던 놈이었다. 씨발.

11.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http://slime52.mireene.com/frame.htm)

W. BLUːZ

- 음.......이건 시대물? 이야....배경은 1919년 3월 1일 3.1운동 당시가 배경이고 두사람 모습이 되게 아련해ㅋㅋ

   처음에 이야기가 상당히 비밀스럽게 전개 되기 때문에 준호랑 찬성이가 무얼 하는지는 비밀이야ㅋㅋ

   읽으면서 알아가는게 더 재미있지 않겠어? 내가 다 말해주면 재미없잖아ㅋㅋㅋ미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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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린다. 준호는 잔뜩 웅크리고 있던 몸에서 천천히 힘을 뺐다. 와이셔츠를 쥐고 있던 손에서도 스르르 힘이 빠진다. 손자국이 그대로 난 채 구겨진 와이셔츠를 스윽 비볐다. 손목이 시큰거린다. 바짝 힘을 주고 있어서 인지 손끝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똑똑.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귀한 침입자는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준호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인기척은 아니다. 그저 자신이 왔다는 소리를 준호에게 넌지시 알려주는 것일 뿐이다.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끼이익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린다. 그리고 그 자리엔 어김없이 ‘그’가 서 있었다. 한 손에 따뜻한 우유, 또 다른 한손에는 누런 종이의 신문을 들고서 자그맣게 앉아 있는 준호를 바라본다.

- 삐그덕 삐그덕.
그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올수록 바닥의 나뭇결들이 제 몸을 부딪히며 요란스런 소리를 낸다.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요란스럽다. 미미하게 인상을 쓰는 준호를 향해 다가온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우유를 건넨다. 비릿한 우유냄새가 천천히 코끝으로 밀려들어온다. 멍하니 내밀어진 컵을 바라보자 컵 주위로 우유 따른 흔적이 여실하게 남아 있었다. 줄을 지어서 말라있는 우유의 길. 작게 솟아 오른 우유거품. 컵이 뜨겁지는 않을까 덧대어 온 푸른색 손수건. 겉으로는 절대 내색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그는 너무도 자상했다. -호오.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컵에 조심스럽게 입김을 불었다. 파리하다 못해 푸르스름하게 변한 손가락도 따뜻한 컵을 쥐고 있으니 원래의 색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침대 위에 앉아 있던 준호의 곁으로 의자를 끌어서 앉는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신문을 펼쳐 들었다. <朝日新聞>아사히신문. 매주 일본에서 공수해오는 신문인데 하루에 한부씩만 읽는다. 여섯 부를 가지고 오는데도 꼭 한부씩만 읽는다. 정해진 약속처럼 말이다. 저만치 떨어져 있던 거리에서 손만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그의 체온은 봄바람처럼 따스하다. 한 장 한 장. 신문 넘기는 소리가 빗소리에 섞여간다. 준호는 고요한 아침의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눈을 떠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시간. 잠깐 동안의 기다림. 그리고 그 기다림 후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행복감. 편안한 마음으로 그를 바라볼 수 있는 이 잠깐의 시간이 준호는 눈물이 날 만큼 행복했다.

“내일도 비가 올까요?”
“관상대의 말을 들어보니 오늘 밤 늦게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

무심한 척 신문을 넘기고 있지만 준호의 물음에는 꼬박꼬박 대답을 해준다. 무슨 기사를 읽는 건지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낮게 고민하는 소리를 내뱉는다. 날이 선 얼굴위로 결 좋은 머리카락이 천천히 흘러내린다. 한 가닥, 한 가닥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에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손가락을 간질이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그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그 역시 준호의 손길이 싫지 않은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미미하게 올라간 입술 끝이 그의 기분을 대신하고 있었다.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어요. 푸른 하늘을 보고 싶습니다. 분명히 아름답겠죠.”

다정한 손끝이 머리카락에서 천천히 얼굴로 흘러온다. 보드라운 살결이 손 안에서 느껴졌다. 보들보들하고, 계속 만지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만지고 또 만져도 이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손길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왜 이렇게 애가 닳고 그리운 걸까. 심장이 떨리고 아플 만큼 이 사람이 그립다. 바라만 보는데도 눈물이 난다. 그를 향한 손길이 이어질수록 준호의 눈에서는 새록새록 물기가 솟아오른다. 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볼을 쓸어내리던 손 위로 차가운 손이 천천히 포개졌다. 시린 겨울의 눈처럼 살포시 다가온 손은 봄을 끌어안듯 준호의 손을 꼭 눌러 잡았다. 신문을 바라보던 눈도 천천히 준호에게로 돌아섰다.

“나는 계속 비가 왔으면 좋겠어.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계속.”

12. 019125

W. BLUːZ

- 이것도 BLUːZ 님이 쓰신 건데 배경은 6.25전쟁 때야. 준호는 군의관인데 전쟁이 계속 되던 어느날

   다 죽어가는 병사 하나가 준호가 있는 막사로 찾아와.........이 소설은 되게 보는 내내 먹먹해 죽는줄알았어ㅠㅠ

   단편이긴 하지만...........나는 이거 여운이 좀 길게 가더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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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한히 살고 싶더라.
너랑 살아 보고 싶더라.
살아서 죽음보다 그리운 것이 되고 싶더라.
나는 유효 사정 거리 내에 있다.
나는 019125다.


누르스름하게 때가 꼬인 막사 안에서는 분주한 움직임과 함께 비명소리만이 빼곡하게 차 있다. 하늘을 뒤덮고 있던 폭약의 잔재들은 이미 저 만치 멀리 사라져 있었지만 그 뒤에 몰려온 것은 수많은 장정들의 고통 섞인 울음과 절망에 찬 비명소리였다. 준호는 두 손 가득 묻어 있던 붉은 살점들을 닦아내며 막사를 벗어났다. 막사 안을 벗어나자 쾌쾌하고 비릿한 냄새들이 한아름 몰려온다. 안이나 밖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풍경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시체의 산이 마치 환영처럼 가물가물하게 움직인다. 천금같이 무거운 발걸음을 천천히 이끌자, 서넛의 의무병들이 그 뒤를 따른다. 작은 현기증이 몰려왔지만, 잠시라도 멈출 수 없었다.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 자들이 아직도 저 벌판 위에서 구원의 손길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차가운 바닥위로 뜨거운 피를 흘리며 처절한 울음을 터뜨리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의 인력만을 남기고 모두 내 뒤를 따른다. 몸이 성한 병사들이 있다면 모두 대동시켜. 우리가 살려야 할 사람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예.”

준호의 나지막한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하는 준수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향해 우렁찬 고함을 지르며 빠르게 대열을 정비시키고는 양손 가득 들것을 쥐고 곁을 따른다. 뇌수가 터져 피고름과 함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잘기잘기 찢어진 시체를 넘어설 때 꼭 쥐어진 준호의 주먹은 피가 사라졌다고 느낄 정도로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참혹하다. 사람과 사람이라는 동등한 위치의 존재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며 목숨을 위협하는 현실이, 육체와 영혼을 제물로 삼아야 하는 이 전쟁이 너무도 참혹했다.

“괜찮으십니까.”

걱정이 어린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피비린내가 가득 찬 이 넓은 벌판위에서는 눈물조차도 흘릴 수가 없었다. 죽었다는 감각도 느끼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은 영혼들이 떠돌고 있을 이곳에서 울음 따위 내보일 수 없었다. 입술을 비집고 악에 받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찾아라. 살아있고, 살 의지가 있는 자들은 모두 찾아서 막사로 옮긴다. 숨만 붙어있다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13. 봄날은 간다 (http://nuneogun.com/)

W. 샌드위치

- 준호랑 찬성이랑 같은 대학 같은 과에 다니게 돼. 학교에 왔는데 준호가 우산이 없다?

   그래서 찬성이가 씌워주고 그러면서 둘이 친해져. 그리고 신입생 오티 때 이런저런 사건이 일어나고

   그 뒤부터는 비밀이다ㅋㅋㅋㅋ약간 반전이 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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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린 겨울이 가고 수줍은 봄비가 땅을 적셨다. 합격통보를 받고서 밟은 캠퍼스 교정은 원서접수를 하러 왔을 때와 매우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나도 그닥 쓸모없는 사람은 아니었구나, 무언가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과 성취감이 느껴져 지금까지 반항심에 마구잡이로 쓸데없이 내버린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다.
벚꽃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기다란 길은 학교의 자랑거리 중에 하나라고 했던 것 같다. 아직 영글지 않은 꽃송아리들이 하나둘씩 날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적어도 사흘 뒤면 팝콘 튀겨지듯이 펑, 소리를 내며 벚꽃잎들이 휘날릴 것이다.


"우산 없나봐요?"


또박한 말투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그는 하얀색 우산을 씌워준다. 비니를 꾹꾹 눌러 쓴 작고 동그란 얼굴이 보였다. 까만 머리카락이 그 목덜미에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보통 즐겨신는 하이탑 슈즈까지 어디 하나 모난 것없이 가지런한 인상이었다. 감사합니다, 신세 좀 질께요 하는 말에 머쓱했던지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코끝을 쓱쓱 부빈다. 비가 와서 제법 쌀쌀한 날씨 탓에 우산 손잡이를 꼭 말아 쥔 그 손끝이 후드티의 소매로 감겨있었다. 그 모양새가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 가세요? 가는 곳까지 바래다줄게요."


큰 제 키 때문에 한껏 하늘을 향해 팔을 뻗는다. 줄곧 손끝에 닿아있던 시선을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원래부터 상대방에게 친절한가보다, 이 사람은. 제멋대로 길게 뻗친 곱슬한 앞머리카락 너머로 휘어진 눈꼬리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어쩐지 숨이 턱 막혀와서 끄덕이는 고개로 대답을 대신했다. 살짝 기분이 나쁠만도 한데, 개의치 않는다는 듯 또 한번 웃음을 내비쳤다.


"무슨 과세요? 저는 이번 공연예술학부 신입생 이준호라고 해요."

"아… 황찬성이예요. 저도 이번에 공연예술학부에 응시했어요."

"그럼 우리 동갑이겠네? 말놔도 되지?"


또 한번 그 눈꼬리가 보기좋게 휘었다. 나는 무의식 중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빠른 생년이라 한 살이 더 어린데, 그렇게 말하면 사이가 벌어질 것만 같아서 그냥 스무살 황찬성으로 남기로 했다. 여전히 까만 머리칼이 목덜미를 덮고 있었다. 쓰다듬고 싶었다. 왠지 부드러울 것 같아.


"다 왔다."


준호가 본관에 들어서면서 우산을 접었다. 무의식 중에 머리카락 표면에 살짝 닿았던 손을 허공으로 뿌리치며 기지개 켜는 척을 했다. 두어번 탈탈 우산에 맺힌 물기를 털어내던 그는 소집하라는 그 강의실로 쏙 들어가버렸다. 멀뚱히 그 뒤꼭지만 바라보던 나는 들어갈 생각도 않고, 그저 그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곳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뭐해? 안들어와?"


강의실에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며 팔을 잡아당기는 준호의 손길이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계속해서 너가 없어진 공간만 바라보고 있었겠지.


"첫눈에 반한다는 말, 믿어?"

"그딴 게 어딨어. 고작 겉모습 따위."


그런데 고작 겉모습 따위가 아닌거 같아. 그 겉모습에서부터 따스함마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처음으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고 싶어졌다.

14. Heartbeat (http://nuneogun.com/)

W. 녹차맛우유

- 이건 좀 길어. 연재물인데 완결 났고 번외까지 있는거야^ㅠ^

   찬성이는 잘 나가는 배우고 준호는 신인 작곡가야. 둘이 고등학교 동창인데 어쩌다보니 동거를 해.

   여기에 택연이가 인기 가수로 나오는데 준호 곡을 받고 싶어해. 더이상은 비밀이다ㅋㅋㅋㅋ

미리보기

“안되는 게 어디 있어!”

잘생긴 찬성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결국 눈이 그렁그렁해진다. 차오르는 눈물을 참아내느라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 ‘우린 안돼. 어쩔 수 없잖아.’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하며 등을 돌린 여자를 붙잡아 다시 돌려세운 찬성이 절규하듯 소리치고는 여자를 와락 껴안았다. 여자의 눈에서도 참지 못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과자를 집어먹으며 둘을 지켜보던 준호의 눈에서도 기어코 눈물이 터졌다. 화면이 조금씩 멀어지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악녀가 둘을 지켜보며 이를 갈고 있다. 거기서 영상은 정지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제 앞에 놓인 티슈각에서 티슈를 한 장 뽑아 휑, 코를 풀어낸 준호가 휴지를 뭉쳐 옆으로 살짜쿵 던져놓는다.

시청률 좀 높아졌다고 이젠 예고도 하지 않는다. 그게 괘씸해서 채널을 돌려버리려는데 바로 찬성의 CF가 이어지기에 리모컨을 누르려던 손을 멈추었다. 화면 가득 들어차는 찬성의 얼굴에 준호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뉘집 자식인지 잘생기긴 참 잘생겼다. 몇 해를 가까이서 봐온 얼굴이니 이제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준호는 아직도 찬성만 보면 심장이 뛰었다.

찬성을 처음 본 건 준호가 고등학교로 진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의 학교식당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고 부쩍 친해진 우영과 나란히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누굴 발견한 건지 우영이 큰소리로 인사를 했더랬다. 자연스럽게 준호도 고개를 들었고 순간 시선이 마주쳤다. 시선이 마주친 그 찰나의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준호는 TV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부리부리한 눈하며, 오뚝하게 모양 좋은 코에 얄팍한 입술까지.

샅샅이 훑는 준호의 시선을 느낀 건지 녀석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지기에 정신 차린 준호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못 볼 것을 봤다는 듯이 휙 시선을 돌려버리는 녀석의 태도에 잠시 상처를 받은 듯도 했지만 잘생겼으니까 봐준다, 그렇게 생각한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찬성과 저의 첫 만남이었다. 찬성이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우영과 찬성이 중학교 때부터 꽤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던 탓에 준호는 찬성의 일행으로 그럭저럭 합류할 수 있었다. 단순히 잘생겼으니까 친하게 지내고 싶은 것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첫눈에 반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았다면 유독 제게만 차가운 찬성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듯이 굴지는 못했을 테니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저와는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 듯 보였던 찬성과 제가 이제는 동거까지 하는 사이가 됐다. 여전히 제게만 다정하지 않은 태도는 변하지 않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니 역시 사람은 오래살고 볼일이라고 준호는 생각했다. 고등학생일 땐 찬성과 제가 한 집에서 사는 사이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물론 찬성과 제가 기적처럼 다정한 친구(또는 연인)사이로 발전해서 같이 살게 된 건 아니었다. 다만 당시의 상황이 어쩔 수 없게끔 돌아갔다. 그나마 있던 단칸방도 재개발을 이유로, 밀린 집세 탓에 보증금조차 받지 못하고 거리로 나앉게 된 찬성과 아파트 한 채 덜렁 남겨놓고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준호. 마침 그렇게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곧 죽어도 자존심은 굽히기 싫어하는 녀석이라 처음부터 순순히 네 집에서 살게 해달라고 고개 숙인 건 아니었지만. 그런 녀석에게 제가 뭐라 그랬더라. 집세는 몸으로 내, 라고 했던가.

15. 울 동네 미친 년 (http://damyo.er.ro/)

W. 담요

- 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사랑하는 담요 여신ㅠㅠㅠㅠㅠㅠㅠㅠ이 님 소설은 다 주옥같애ㅠㅠㅠ

   아무튼 이것도 저번에 생부에서 본적있는데.......음..........여기서 준호가 좀 정신이 오락가락해

   나이는 고등학생인데 발육상태도 그렇고 정신도 다 어려ㅋㅋㅋ그래서 되게 귀엽게 나와*.*

   찬성이는 준호 옆집사는 앤데 준호 엄마가 유명한 무당이라 외부 출장?을 가게 돼서

   준호를 찬성이네 집에 맡겨.....찬성이는 어릴 때 부터 준호랑 알던 사이고.....

   여기 옥택연이 보건소 의사로 나오고 찬성이 친구로 대폭발 그룹의 큰승현 분도 나와ㅋㅋㅋ

   내 비루한 글 솜씨보다 그냥 보는게 나아ㅋㅋㅋㅋ후회 안함ㅋㅋㅋㅋ

   아 근데.............이건 미리보기가 없다........담요 여신님 글은 이동이 안돼ㅠㅠㅠ

16. Stay together

W. 담요

- 찬성이가 남자친구가 있는데 남친이 맨날 바빠. 집을 나가는 남친한테 투덜대고 있는데

   옆집에 피자 배달하러 온 배달부가 그걸 봤어.

   찬성이는 빽으로 들어온 일반사회 선생님이고 준호는 피자 배달하는 고등학생이야.

   알고보니 배달부가 자기네 학교 학생인거지. 그 일 때문에 찬성이랑 준호랑 가까워져ㅋㅋㅋ

17. 守

W. 담요

- 이건 시대물이야! 참고로 저 한자는 '지킬 수'야ㅋㅋㅋㅋㅋㅋ이거 다읽고 저게 뭔가 직접 찾아봤다ㅋㅋㅋ

   아무튼 찬성이가 검을 쓰는 사람인데 어느날 스승이 자기는 곧 죽을거라며 어린 아들을 잘 지켜달라고해

   그 아들이 준호고..............이거 좀 슬퍼ㅠㅠㅠㅠ

18. 고얼孤孼

W. 담요

- 이거는 고전물! 우선 고얼이 무슨 뜻이냐면 외로운 서자라는 뜻이야. 뒤에 한자는 고얼을 한자로 쓴거고

   서자가 뭔지는 알지? 아무튼 준호 어머니가 후궁인데 현비에게 아들이 없어서 준호가 세자로 책봉됐어

   근데 현비가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아서 준호는 궁을 나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준호를 찬성이가 뒤에서 지켜줘.

   그 다음엔 읽어보면 알거야^ㅠ^

19. 庶

W. 담요

- 이것도 고전물이다.....ㅋㅋ....나 원래 고전물 별로 안좋아하는데 담요 여신꺼는 거부감없이 볼수 있어서 좋아ㅋㅋ

   암튼....준호네가 사대부 집안이고 준호는 삼대독자야. 그 집에서 찬성이는 종으로 일해.

   찬성이가 준호보다 두살이 많은데 아버지는 아들인 준호보다 문무에 뛰어난 찬성이를 더 좋아해.

   준호가 약간 질투? 같은 걸 하는데........그 다음은 기억 안난다ㅋㅋㅋ읽어봐 그냥ㅋㅋㅋ

아 힘들다........ 이 외에도.......

친구

그대, 내게, 다시

Request. 290

신나게 써제끼다가

- 네개 모두 담요 여신 홈에서 볼 수 있어

근기根基

- 애먼 님 홈에서 볼 수 있어

일방통행/추석에도 일방통행

- 일방통행 번외가 추석에도 일방통행이야

   이거는 찬누너 위주가 아니어서 밑으로 뺐어

   http://parkmicky.com 에서 볼 수 있어!

아.......폭풍스압이다.....

2탄에서는 쿤누너, 범누너, 우준 이 될 것 같아!

[안다빈]

나도ㅠㅠㅠ태빈님 글 진짜ㅠㅠㅠㅠㅠㅠㅠ먹먹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곰과개는 달달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덧_쿠]

찬누뉴ㅓ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여

[안다빈]

찬눈찬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아승현]

눈총 대박....완전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다빈]

ㅠㅠㅠㅠㅠㅠㅠ누너ㅠㅠㅠㅠㅠ

[재범이가나좋대]

찬누너 손나 좋아...............................

[안다빈]

아 좋다.......찬누너......

[안다빈]

아......쿤누너ㅠㅠ....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ㅠㅠ.....

[Beast]

헐찬누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곳은천국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다빈]

천국이랄것까지야....ㅋㅋ

[안다빈]

아.....이러시면 안돼여ㅠㅠㅠㅠㅠ쿤누너 별루 없는데ㅠㅠㅠㅠㅠㅠ

[2PM-박재범=0]

헐언니완전사랑해...........나찬누너분자..ㅋㅋㅋㅋ

[안다빈]

난 눈총*.* 재밌게 읽어~ㅎㅎ

[안다빈]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고]

아진짜 찬누너 완전조와ㅠㅠㅠㅠ 역시 찬누너는 투닥투닥배틀호모맛이 있어야돼ㅋㅋㅋㅋㅋㅋㅋㅋ 쿤누너도 완전사랑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결국 눈총이 되는건가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다빈]

배틀호모쩔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총의 길로 인도하사 환영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씨미]

찬누너 ㅠ팬픽 공유해줄수 있나유??ㅠ 혹시 가능하면 wprzl001@hanmail.net 일루 부탁드려도 될까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