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국 안행부 1차관이 새정부의 2년차 추진업무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안행부 제공 | ||
박경국 안전행정부 제1차관을 지난달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만났다. 지난 2월 27일 임명된 후 지역 언론과는 첫 대면이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2대 안행부 1차관으로, 키 180cm 정도의 다부진 체격에 호남(好男)형의 서글서글한 외모가 인상적이었다. 행정추진력을 인정받고 있는 박 차관을 통해 2년차를 맞은 새 정부의 주요 추진업무를 소개한다.
-차관 업무수행에 대한 각오는.
"국정운영 중추부처인 안행부 제1차관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영광스럽다. 동시에 중요하고 굵직한 현안들을 잘 풀어가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다. 안행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현장을 중심으로 국민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정보공개 등 정부3.0의 구체적 성과를 창출해내고, 개인정보보호 강화, 공직 내 비정상의 정상화 등 주요 정책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겠다. 아울러 국민 안전과 성숙한 지방 자치를 위해 소홀함 없이 지원하겠다."
-새 정부가 지난해 공공정보 및 공공데이터를 대폭 개방하는 '정부3.0'을 추진하면서 성과도 있었지만, 국민이 원하는 정보는 부족했다는 자체 평가도 있었다.이로 인해 지자체·공공기관 등 국민 접점기관의 실천이 저조했고, 국민 인지도는 낮은 실정이다. 올해 정부3.0의 성과를 확산하기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
"지난해 6월 '정부3.0 비전선포식' 이후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법·제도와 추진체계를 정비하고 공공정보를 공개·개방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창출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3.0을 이해하기 어렵고 성과를 체감할 수 없다는 국민과 여론의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부3.0을 위해 계획을 집행하고 우수사례를 창출하는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전체의 10% 불과하며, 현장에서 계획을 집행하고 실천하는 것이 정책성공의 9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설문조사·간담회·온라인 투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요자인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발굴해나갈 예정이며, 각 기관이 발굴한 성공사례를 범정부적으로 홍보해 국민들이 '아! 정부3.0으로 생활이 이렇게 좋아졌구나' 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안행부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직부문 내 비정상적 관행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과감히 개선해 기본이 바로 선 국가 구현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잘못된 관행과 제도, 비리와 부정부패를 바로잡아 기본이 바로 선 국가를 구현하려는 것으로, 안전행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특혜성 또는 불공정 관행을 즉시 시정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공직자 퇴직 후 재취업, 지방공공기관 친인척 특혜채용, 불합리한 공로연수제도, 부당한 시간외수당 수령행태 등을 개선하겠다. 아울러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제도는 과감히 개선해 나감으로써 법과 원칙의 공직문화가 확립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방에 대한 차별적 용어를 개선하고, 지자체 출연기관의 부실경영을 예방하는데 노력하겠다. 공직 이기주의나 특혜성 제도는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개선해 공직부문 정상화가 조기에 실현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차관 직전에 국가기록원장으로 재직하며 역대 원장 중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힘들었던 점과 가장 기억에 남은 일화가 있다면.
"국가기록 관리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으면서 막중한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건과 관련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검찰 수사 결과,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판명됐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안타깝다.
당시 일부에서 회의록 이관과 관련해 많은 억측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진실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고, 진실만이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니콜라 부알로(프랑스 시인·문학평론가)의 말을 되새기며 흔들림 없이 대응하고자 노력했다. 아울러 과거사 관련 기록물 수집과 보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정부가 작성한 '3·1운동 당시 피살자 명부'와 '관동대진지 당시 피살자 명부', '강제동원 명부' 등을 최초로 공개해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해 고국을 떠나 먼 타국에서 고생하셨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분들의 기록을 발굴하고 전시회를 개최했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2년여 충북도 행정부지사로 재직하며 능력 있는 행정 관료로 도민에게 각인됐다. 도청 공무원으로부터는 '해결사'라는 별명을 듣기도 했는데 재직 시 가장 보람됐던 일은 무엇인지.
"무엇보다도 고향 충북을 위해 일할 수 있어 보람있고 행복했던 시기였다. 특히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오송 기능지구 지정, 청주-청원 통합, 천안-청주공항 수도권 전철 연결, 예산 확보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는 게 가장 힘들었고 보람이 있었다.
충북도에서 20여년을 근무하면서 제 젊음과 열정을 다 바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저를 믿고 친구처럼 때론 형·동생처럼 함께해준 충북도 공직자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고마운 마음이다."
-선거철마다 지역에서 후보로 거론된 적이 많았다. 공직자로서 곤란하지 않았는지.
"지역에서 저를 생각해주시고 사랑해주신다는 면에서 감사할 일이지만 공직을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면서 현직에 충실하겠다'는 마음이었다.
변신도 좋은 면이 있지만 공직자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항상 성실하고 꾸준하게 봉사하는 자세를 유지하겠다. (정계 입문은)공직자로서 마무리를 잘 하고 나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새로운 봉사의 기회로 생각하겠다."
-지방대학 출신으로 그동안 중앙부처보다는 지역 일선에서 근무한 기간이 더 길었다. 지역공무원과 지역 대학생들에게 격려 한마디 해 달라.
"미래는 꿈꾸는 사람의 것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 지역 후배들에게 '큰 꿈을 가져라'라는 당부를 많이 해왔다. 성실하고 과감하게 도전하길 바란다.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중앙과 지방 행정에 정통한 박 차관은 충북 보은출신으로 보은 관기초와 보덕중을 거쳐 서울 장훈고와 충북대(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동 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단양군수, 충북도 내무국장·농정국장 ·국제통상국장·문화관광국장·기획관리실장·행정부지사로 근무했다. 중앙부처에서는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지역협력국장과 행정안전부 기업협력지원관을 역임했다.
2012년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제9대 국가기록원장을 지냈다. 충북출신 재경공무원들의 모임인 청풍회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평소 부하 직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스타일로 소통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한 번 결정하면 책임지고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현안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서울=김홍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