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노선
유쾌한 박구칠 씨는 하늘로 갔다 하늘 하는 길
날마다 새들이 빗금을 쳐 흔적을 지웠다 따라갈 수 없었다
하늘로 오르려고 그들은 뛰어내렸다 옥상에서 창문에서 다리 위에서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추락했다 몸을 놓고 버렸다
날개가 있었다면 그들은 끝내 하늘로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잠시 높이를 가졌다면 다시 버리는 일
솟구쳐오르기 위해 벗어야 할 하늘의 중력을
수려한 자세로 돌파하는 그들은 제트기
유쾌한 박구철 씨를 하늘로 보냈다 각자의 장지에서
하늘로 보내려고 그들을 붇었다 코를 막고 입을 막고 귀를 막고
보내기 우해 사각에 가두었다 흙을 덮고 다졌다
부력이 있었다면 그들은 끝내 하늘에 닿지 못했을 것이다
먼 하늘을 향해 새싹으로 화하여 솟구치는
관은 우주선 가장 느리고 단단한 비상을 꿈꾸는
무덤은 지상이 만든 가장 견고한 발사대
세상에는 유쾌한 노선이 있다 새들도 하늘로 가기 위해
땅에 떨어졌다 흙에 스몄다 느리게 봄이 왔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창비 2008.
작가: 신용목
1974년 거창 출생
200년 <작가세계> 신인상 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 젊은 시인인데 시를 잘 씁니다.
젊은 시인의 감각적 기질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언제 여건이 되시면 읽어 볼 만한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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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시집에서
저수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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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2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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