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935호
어미
박제영
지구에는 1400만 종의 생물이 산다고 알려져 있지만 나는 어미라는 족속보다 더한 별종을 알지 못한다
- 에밀 졸르, 『어느 생물학자의 노트』에서
한때는 여자였고 한때는 사람이었으나
모두 아궁이에 던져버리고
스스로 불이 되었으니
어미는 얼마나 뜨거운 족속인가
젖을 달라면 젖을 주마
뼈와 살을 달라면 뼈와 살을 내어주마
내 너를 잃으면 창자를 끊으리라
어미는 얼마나 독한 족속인가
어미를 지펴서 어미를 태워서
한 식구의 구들장이 절절 끓는 것이다
한 식구의 캄캄했던 밤이 환한 것이다
독한 년! 모진 년!
세상의 욕은 어미가 모두 거둘 것이니
너는 살아야 한다
어미를 딛고 살아남아야 한다
불에 덴다한들 어떠랴
독이 오른들 어떠랴
지구에는 6,000여 종의 언어가 있다고 하지만
어미, 그보다 더 간절한 말을 나는 알지 못한다
- 『그런 저녁』(솔, 2017)
***
가정의 달, 5월의 첫째 월요일이니까, 어버이날이 낀 월요일이니까,
무엇보다 오늘은 대체 휴일이니까
긴 말 대신 졸시 한 편 띄웁니다.
엄마를 베끼고 쓰는 일은
눈물이 먼저 번지는 일이지만
여전히 엄마를 잘도 써먹는 자식입니다.
엄마를 참 잘도 먹습니다. 잘도 팔아먹습니다.
그러고 보면 달아실에서 나온 책들 중에 유독 엄마를 뜯어먹거나 엄마를 베끼고 쓰거나 한 책들이 많지요.
5월에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 조서정 산문집 『엄마를 팝니다』(2024)
- 임수진 시에세이 『오토바이 타는 여자』(2022)
- 성시하 시집 『삶이 고단할 때면 꺼내 읽는, 엄마』(2021)
- 허림 시집 『엄마 냄새』(2019)
- 손한옥 시집 『그렇다고 어머니를 소파에 앉혀 놓을 수는 없잖아요』(2018)
2024. 5. 6.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첫댓글 어버이날을 앞두고
"어미"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에
어미 보다 더 강한 언어는 없겠습니다
어버이날도
휴무로 지정하자는 뉴스도 나오는데
어버이날
함께 축하드립니다
원래는 어머니날이었는데 누가 슬쩍 아버지를 끼어 넣어 어버이날이 되었을까요?
다시 어머니날로 바꾸고 싶네요.ㅠ,ㅠ
덕분에 주페도 새 운동화를 선물 받긴 했어요.^^*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