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하다 대뜸 전화번호를 묻는 한 여자아이 전화걸어 같이 살 수 있냐고 묻는다
밥하고 빨래도 해 주고 그러겠다 한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웃는다 사랑해, 라고 다섯 번 말해달라 한다
얼굴도 보자 않은 아이 상관없어요 분명 아저씨가 날 사랑할 거니깐 나도 아저씨를 사랑할 수 있어요
그건 일도 아니에요
창 밖에는 가랑비 내리고 문득 한낮이라는 사실이 무겁고 아프다
비를 피한 매미 담벼락 어딘가에 붙어 슬픗슬핏 우는 소리가 들리고
눅눅한 마음에 달라붙은 벌레 몇 마리를 집어 재떨이에 옮긴다
아저씨 변태 아니지요?
여기는 보수적인 데라 아저씨랑 팔짱 끼고 다닐 수가 없어요
아저씨 나한테 뭐 해줄 건데요?
같이 한 방 사는 친구들이랑 수영하러 가는 거라는 여자아이 묻지도 않았는데 재잘재잘 소리높여 말한다
술장사가 꿈이란다 수영하러 바다로 가는 거니?
진주에 사는 아이가 서울엘 올라오겠다 한다
하루 종일 암말도 않고 입만 맞추겠다고 한다
난 멀리 사는 사람이 좋아요 하룻밤 재워줄 수 있어요?
집에는 한방 가득 지린내 나는 옷더미 책더미에 책상 두게나 차 있고
나머지 한방에는 달랑 혼자 누울 침대밖에 없으니 두 개방이어도 오란 소릴 못 한다
다시 누군가를 집에 들인다는 일이 상처가 된다는 것쯤은 안다
바람 잦은 밤이면 내 집 또한 앓는 소리를 낸다는 것쯤 모르지 않는다
몇 시간을 나갔다 돌아왔더니 자동응답기에 남겨진 두 개의 메시지 얼굴도 모르는 아이
환멸이란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주사는 그 아이 달랑 전화번호만 들고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를 탔노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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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엄청 변했다
남과 여의 관계도 변했고 사랑에 대한 트랜드도 변했다
우리 시대가 논했던 성(性)에 대9한 신성한 정의가 이제는 한낱 넑두리에 불과하다
사랑이 타락한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타락하고 사회가 타락하고 성(性)이 타락한 것인가
사춘기의 소녀 같은데 부끄러움은커녕 거침없이... 망서림없이 말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저 고녀를 향해 아주 무모ㅎ한 열정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모자란다
정체성이나 자유에 대한 의지..깊은 思考나 개념도 없이 흔들린다는 표현도 맞지 않다
너무도 난감해서 도대체가 표현할 말이 없다
"아저씨를 사랑할 수 있어요"
참으로 놀라울 수밖에 없는 발칙함의 극치다
사랑하는 일은 일도 아니다?
그렇구나,
저렇게 생각하는 저 소녀는 성년이 되어서도 그이 심장에 대못 쩡쩡 박아놓고
먼 시간 위에 홀로 설 일은 결코 없겠구나
하얗게 날밤을 세워가며 그리움 때문에 가슴 앓이할 일은 없겠구나
오오, 사랑은 그저 잠시 스쳐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라고 느낄 것 같은 소녀는
술장사를 하며 돈도 많이 벌겠고 바람 같은 사랑을 뿌리며 아픔 없이 살겠구나
부럽다,
순정보다 자유가 우선이고 철저한 자기주의의 합리화를 지향하는 요즘 청소년들이....
저 위의 글을 누가 어떤 의도로 썼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에 옮겨 와 댓글을 달아보았다
작가가 말한 "환멸" 이 이 소녀의 터무니 없고 무모함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저 소녀를 자신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기환멸인지 참 모호하기만 해서
매우 흥미로웠다고나 할까...
하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