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편지
― 규(圭) 누이에게
누이 손톱엔 짠 배춧물 알알하겠지요
택배상자를 풀다가는, 그냥 느루 앉아있었어요
목화꽃송이처럼 터지다가
민들레 갓털처럼 삼삼한 고향마을
고무장갑 손등으로 쓸었을 누이의 콧등
이냥 다 보여요 누이의 뒷모습
평상 위에 쟁여 논 절인 배추포기들
야, 니 사내니께 장작뽀개드끼 배추 좀 갈라봐라
니 팔뚝심 좋으니께, 여 앉아 채칼 좀 치래이
내 반지하 신혼집에 늬가 왔을 때처럼, 누이야
이놈의 절임배추가 김장김치가, 들이닥쳤네요
다 실어 차에 보내고는
하필 고무장갑 끝에 눈 주던 어무이처럼
하마하마, 누이도 그랬겠지요
깡아리끝에 맵게 차오르는
이기 뭐라고
이리 하염없냐, 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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