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힘이듭네다
중산리 초입에는 예상밖으로 바람 한점 없이 고요했으며
매표소를 지나 왼편으로 빠져들어 바위로 이뤄진 계곡을 훑어서 30분 가량 오르면
갈림길이 나타난다.왼쪽으로 가면 장터목 산장 이고 오른쪽은 법계사로 가는 길이다
발 아래에는 웅덩이가 패어 있어 작은 출렁다리로 통합네다
칼바위를 지나 법계사에 이르기까지 땀이 솔글송글 맺혔습네다
계속되는 오르는 길은 잘못 내디디면 바로 떨어질 만큼 좁고 가파릅네다.
하지만 뒤돌아보는 경치는 우리의 눈길을 놓아주지 않습네다.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느낌이 다르고, 아래에서 볼 때와 같은 높이에서 볼 때
그리고 위에서 볼 때 제각각 다른 모습을 연출합네다.
급경사를 뻐근한 다리 이끌고 이를 악물고 오르다보면 갑자기 사방이 뻥 뚫린
로타리 산장 바로 아래 조금 펑퍼짐한 헬기장 같은 곳에 이르렀다
올려다보면 멀리 천왕봉을 가리고 선 마지막 봉오리 밑으로 법게사가 보이고
돌아다 내려보면 멀리 산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골과골을 나누고 줄줄이 누웠는 모습이
앞산까지 크로업 해보면 과연 산이 우람하게 느껴집네다
옆으로 흰눈을 덮어쓴 큰 산은 천년고찰을 자처하는 법계사를 한 손으로 달랑 안고
가슴팍을 활짝 열어젖힌 사나이와 같은 의연한 모습입네다.
절집은 아래쪽에 로타리 산장이 소담스레 앉아 있는데 위쪽으로 집채만한 바위들이
양쪽으로 삐죽삐죽 솟아 있어 쉬어가는 이들이 개미처럼 보였습네다
법계사옆으로 싸립문을 열고 부터는 눈이 제법 얼어붙어 아이젠을 차야만했고
턱을 스치는 차가운 산바람 또한 날카롭습네다
저마다 깔딱고개를 오르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머리 위로
커다란 까마귀 몇마리가 날개를 크게펴고 빙빙 돕니다
한발한발 드뎌 천왕봉에 올랐습니다
표지석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뽈이 찢어집네다
3대가 공덕을 쌓아야 볼수있다는 파란 하늘입네다만
정상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상상을 초월하여
목을 가리는 머폴라를 끄집어 올리고 모자를 뒤집어썼지만
몰아치는 세찬 바람에 몸을 가눌수가 없었습네다.
억겁의 시간속에 우뚝선 천왕봉에서 상서로운 올해의 서설(瑞雪)을 밟고서서
천천히 주위를 조망하니 발아래 풍광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새해의 소망과 건강을 마음속으로 기원하며 늘 산을 오르는 것처럼 살리라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바람을 피해 점심을 먹었습네다
꽁꽁 언손으로 점심을먹고 다시 장터목산장으로 걸었습네다
가문비나무 위로 눈송이가 탐스럽게 얹혔습네다
수많은 악우들의 발걸음에 닳고 닳은 산길은 흰눈이 겹겹이 쌓여
다저지고 다져저서 뽀드득 뽀드득 소리로 아픔을 참아냅네다
벌거벗은 고사목이 푸른잎을 뽐내고선 구상나무 앞에서
위풍당당 우뚝 선자세로 불어오는 삭풍을 맞고있습네다
오히려 저렇게 다버리고나서야 더 넉넉해지는 것인도 모를일입네다
이렇게 대 지연은 우리들에게 언제나 당당 할것을 가르칩네다
목에 감은 머플러와 겉옷의 잠바 모자를 벗고 멀리 발아래 구름을 내려다보며
가슴을 펴고 큰 걸음으로 걸어봅니다
가슴이 뻥뚫리고 새로운 피돌기가 왕성해지는 그 기분은 아마 그 높은 능선에
올라가서 걸어보지 않는 사람으로는 도져히 느끼기 힘들지도 모릅네다
통천문 가기전에 보면 칼날같이 삐죽한 작은 봉오리 사이로 눈이 흘러내려 폭폭같고
가까이서 마주보면 가슴팍으로 시원함이 건너오며 위에서 보면 어딘가 모르게 한 쪽이 짜릿짜릿합네다.
천왕봉은 이래서 아기자기한 설악이 여성적이라는 것에비해 기운이 왕성하게 솟는
남성의 산 이라고 하는것이겠다 싶습네다.
푸르름이 하늘 끝간데 없이 무성한 여름날에도 보기 좋지만
지금 둘러보는 겨울산도 좋은 것이 무성한 것들은 다 지고 원래 있는 것들이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좋습네다
장터목 산장 가기전에 잠시 인원을 둘러보는데 두 사람이 안보입네다
선두 그룹에 무전으로 산장에서 대기하라고하고 두 사람을 기다렸습네다
의리가 생명인 악우에게는 같이 가는 즐거움 함께하는 기쁨이 있는 것입네다
그것은 어떠한 경우가 오더라도 늘 배려하는 마음에서 생기는 것입네다
후미를 기다리는 동안 제석봉 밑 고지에서 눈을 뭉처 아이들같이 눈싸움을 해봅네다
눈이 허리 까지 빠지는데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웃음소리가 골짜기로 흘러내립네다
후미 시체 처리반이 걸음이 느린 두사람을 데리고 땀을 흘리고 따라왔습네다
두 사람을 앞세우고 쉬어쉬엄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습네다
산장 뒷쪽으로 해서 백무동 계곡으로 접어들자 눈이 엄청 많습네다
통상 지리산을 다녀다보면 전북 남원 함안쪽이 전남이나 구례 경남 하동 산청쪽보다
더 춥고 눈이 많고 오랫동안 녹지 않는것을 볼수있습네다
그래서 피아골이나 의신계곡에 빨치산의 근거지가 많았다는걸 보면
추위또한 그때 지금처럼 그러했으리라는 걸 알수있습네다
제법 푹푹 빠지는 발걸음이 돌너덜을 딛고 삐딱삐딱 휘청휘청 걸어야하는
중산리 계곡보다는 훨신더 발맛이좋습네다
한 두군데 깍아지른 절벽을 빼고나면 대부분 완만하여 무릅이 않좋은
악우들도 신나게 걸을 수있어서 많은 산객들로 봄빕네다
내려오는 능선은 높지는 않지만 기세가 당당할 뿐 아니라 흐름 또한 힘차고 가파르고 험합네다.
골짜기에 돌들도 하나같이 크고 시컴해서 아기자기하다기보다는 굵직굵직하고 씩씩합네다
맞은편 산비탈에 마른나무 사이로 흰눈이 잔뜩 박혀 전체가 하얗습네다
발아래 얼어붙은 계곡 큰바위위로 흰눈이 소복하여 마치 시골집 장단지위에 쌓인 흰눈 같이
평화롭고 한적하기 그지없습네다
먼저 내려간 악우가 오막한 곳에서 보이차를 끓이고있었습네다
바위에 눈을 쓸고 넘어진 고목나무 그루터기를 털고 깔고앉아 보이차 한잔씩받아 들고
주욱 둘러 앉아 농담으로 몸을 녹였습내다
배낭밖에 꽂아둔 물병은 주둥이가 얼어 물이 나오질 않습네다
올라갈때는 유자 막걸리로 하산길에는 보이차로 힘을 ?구었습네다
아까 내려오다 후미를 기다릴때 쯤 지나갔던 입술을 발갛게 칠한 한 아주머니가
벌써 천왕봉을 밟고 내려왔습네다
여기까지 혼자 산행을 한다니 엄청 산을 좋아하시는 모양입네다
아직 3.7 km 남았다는 팻말이 보이고 여기저기서 휴휴 소리가 나기 시작합네다
4시간 정도 걸어야 바닦에 닿을 수있는 백무동길 정말 지루합네다
아무리 점잖은 사람이래도 두번정도는 욕 나옵네다
물론 속으루 중얼거립네다
다들 지친 모습이 역력할때쯤 멀리 집들이 보이기 시작합네다
끝이 보이니까 마음이 한결 여유로와저 선채로 5분간 휴식을 하기루하고
뒤돌아 내려온길을 처다 봅네다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은 잎진 나무와 늘푸른 소나무 그리고 바위로 된 겨울산을
수묵으로 많이 그렸습네다. 겨울 지리산이 꼭 그 모양입네다.
산꼭대기나 능선에는 크고 우람한 바위사이로 소나무가 드문드문있고 산 아래쪽이나 골짜기에는
크고 작은 활엽수들이 잎을 다 떨어뜨린 채 꼿꼿이 서 있는 풍경입네다
지리산을 오르는 길은 오르때는 무진장 가팔랐다가 꼭지를 한번 틀고나면 한 번쯤은 평평해집네다
그렇지 않음 꾸준히 오르다가 한번쯤 평평해지다가 꼭지를 틀고나면 급속히 내리막이 나오던가입네다
그래서 한번 위험해졌다가 다시 편안해지는 길이던가 편안해졌다가 한두번 짜릿한 위험길이던가
힘들었다가 편해지던가 하옇튼 걷다가 보면 꼭 우리네가 살아가는 모습처럼 이런저런 굴곡이
훤히 드러나 있다고나 할까 ? 뭐 그런 생각이 듭네다..
그래서인지 산을 찾은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은 극기 훈련쯤으로 생각하며
훈련하는 도량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습네다
산에서 즐거움만 누리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깎아지른 산을 즐기는 전문 악우들도 아닌
우리네는 같이 가는 산객들과 가파른 길이 나오면 서로 끌어주고 험한 길에서는 서로
의지가지가 되어주면서
그러다가 모든 걸 떨궈버린 잡목들 사이로 평탄한 길이 나오면 이런저런 세상사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우연한 山情을 을 쌓다보면 몰랐던 삶의 눈도 뜨이고 포용하는 가슴도 넓어집네다
또 사람은 가끔 이렇게 기진맥진 할때까지 힘을 다 소비해볼 필요가있습네다
체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알고 그에 따른 참을성도 느껴보고
그래서 스스로 대견함도 갖고 보람도 느껴보는 것입네다
하산이 완료된지점의 바닥은 눈이 녹아 질척였지만 나무들은 담갈색 줄기만 드러내거나
채 물들기도 전에 바짝 말라버린 잎들을 몇장 매달고 메마르게 서 있습네다.
다신 않오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네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도 다시오고 또오고 이번이 열번째도 족히 넘습네다
이렇게 대자연의 품속을 한번 들어갔다 빠져나오면 단조롭기만 하던 생활에 활력소가
되곤하기에 어느날 생활이 무미건조해지면 힘들었던 순간을 잊고 또 오르곤하는것입네다
대략 13km 를 7시간에 걸처서 걸었던것 같습네다
대자연의 위용도 대단하지만 그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의 능력또한 무섭습네다
돌아오는길엔 이번에도 구례구역 맞은편 식당에들러 섬진강에서 잡아은
구수한 참게탕으로 바닦난 원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돌아 왔습네다.
지리산 천왕봉의 기운를 나누어 드립네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ds18.cafe.daum.net%2Fdownload.php%3Fgrpid%3D1yA0%26fldid%3D1lBv%26dataid%3D23%26fileid%3D3%26regdt%3D20070115162617%26disk%3D16%26grpcode%3D40flowers%26dncnt%3DN%2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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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사진방
천왕봉에 올라보니...
빚가프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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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1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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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빚가프리오님 멋진 모습까지 잘 보고 갑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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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오르는 길은 정말 가파르지요?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늘 따뜻하게 준비되어 있는 법계사의 약초 다린 차 한 잔은 아무리 추운날씨라도 녹신녹신 녹여준답니다. 그러고보니 장터목이 그립습니다..
무지하게 힘든산행 참으로 즐겁게 다녀온것 같습니다. 한번도 못가봤지만 마치 내가 덜덜 떨면서 헉헉거리면서 올라갔다온 기분입니다. 대단하십니다.
항상 움직이는 삶 보기 좋습니다
우아~~~~좋으셨겠습니다....힘든시간의 크기보다 더많은 즐거움을 가지신 듯한 모습..그러함이 계속되는 산행이겠지요......
멋지고..부럽습니다~~^(^
건강한 삶의 모습에 박수 보내 드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