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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을 가다 / 겉도는 도시재생]③ 제주 도시재생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
2024년 제주특별자치도, 대한민국은 괜찮은가? 수도권 집중, 저출생, 경기침체 등으로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창간 20주년을 맞은 <제주의소리>가 20년 전 전성기를 누리다, 지금은 침체의 늪에 빠진 원도심에서 해답을 찾아나가려 합니다. 2004년 제주와 2024년 제주 사회를 비교해 보며 오늘의 위기를 진단하고, 내일의 해법을 모색합니다. [편집자 글]
사업 종료 이후 영향력 저조, 관리 주체의 역량이나 이해관계에 따른 만족도 저하, 노후 건물 리모델링에 따른 땜질식 보수,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이뤄진 정비, 소통과 관리 부족.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해 많은 지적이 쏟아졌다. 제주지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모관지구’와 ‘신산머루’ 도시재생사업은 사후 관리 조례에 따라 시행된 모니터링에서 갖은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했다.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주민협의체가 머리를 맞대 주민 주도로 도시를 재생한다는 취지와 달리 마땅한 견제책이 없고 사업 영향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해 ‘예산 빼먹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A현장지원센터에서는 전용 불가능한 도시재생사업 예산을 사업 구역 밖 시설에 투입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센터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단체에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맡긴 셀프 용역, 인건비 지출 관련 의혹 등 문제도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원도심 일대에서 추진되거나 예비사업을 포함해 진행 중인 사업만 해도 10곳이 넘는데 전체적인 시너지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업을 마친 곳이 2곳뿐이라 평가가 이르다 할 수 있지만, 마땅히 시너지를 낼 만한 연계방안도 뚜렷하지 않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도시재생’ 사업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프라와 낙후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으로 꼽힌다. 마을이 가진 문화를 살려 도시를 재생, 사람과 자본을 끌어들여 지역을 활성화시킬 유일한 방책으로도 평가되는 사업이다.
작은 변화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조금씩 나타나는 가운데 이를 놓치지 않고 밀고 나갈 원동력이 필요하다. 일상의 작은 불편함, 생활 인프라를 하나씩 개선해가는 도시재생사업이 겉돌지 않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냈다.
모관지구 도시재생사업으로 탄생한 ‘제주책방·사랑방’ 경우, 지속적으로 보수 및 정비를 추진하고 있으나 오래된 건물로 인한 잦은 누수, 곰팡이, 바닥/마루 손상 등 발생으로 이용자들의 안전과 사용 불편함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제주의소리
# 누가 도시의 주인인가, 주인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 필요하다
제주도시재생포럼 토론에 나서는 등 도시재생사업에 일가견이 있는 권정우 탐라지예 건축사무소장은 “시민들의 감흥이 없다. 나에게 필요한 혜택인가에 대한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 미진하다. 돈은 매해 수십억원씩 쏟아붓는데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해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주민들이 체감하지 못한다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지적한 권 소장은 일부의 시선으로만 의사결정이 이뤄진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행정이 주도하거나, 힘이 있는 지역 유지를 중심으로 진행돼 그간 시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사업들이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도시재생 의미에 대해 “의견 충돌 과정에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계기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그는 “건물 짓고 길을 닦는 것은 부가적 요소다. 민주주의 시민 의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어냈다.
이어 “다양한 의견 충돌을 통해 합의된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잘 작동했는지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며 “성과가 눈에 드러나지 않는 문제도 있지만, 제대로 분석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사업에서도 반복될 수 있어 염려스럽다”고 피력했다.
또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주민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그러나 참여하는 사람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예산을 받아쓰자는 가벼운 생각을 벗어나 우리 동네를 바꿔보자는 생각으로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소장은 도시재생을 지원하는 센터들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광역기구인 도시재생지원센터와 현장 기구인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간 유기적인 연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사업이 파급효과를 거두며 시너지를 발휘해야 하는데 따로 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금까지 이어진 마을 사업과는 달리 포용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동네 주민들끼리만 하는 사업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나 마을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권 소장은 “예산을 나눠준다, 내 것을 빼앗아간다는 생각이 아니라 누가 도시를 재생시킬 수 있는지 파악하고 그런 사람들을 데려와 판을 깔아줘야 한다.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며 “마을을 위한 애정이나 진정성 있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내부적으로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시재생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밖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다. 도시 브랜딩,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누가 도시의 주인인가, 주인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시민들의 움직임이 필요하고 행정은 발빠르게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로가 만들어지기 전 관덕정으로 가는 가장 큰 길이었던 '한짓골'. 권 소장은 한짓골 도로 정비 사업 당시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보차 분리, 가로수 식재 등 도로를 디자인하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관 주도 사업으로 물 건너 갔다고 말했다. 또 한짓골 일대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거리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이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판을 잘 깔아줘 사람들을 끌어들이면 지역 전체가 활성화되는 도시재생의 본 목적을 엿볼 수 있다는 의미다. ⓒ제주의소리
# “예산 사용, 집행률 높이기, 성과 도출 급급해선 안 돼”
모관지구 관덕정 도시재생 마중물 사업에 참여한 고봉수 전 주민협의체 대표는 예산 사용기한 문제를 지적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접근해야 하는 사업임에도 정해진 기한 내 예산을 사용해야 하니 건물만 세운다거나 내실 없이 무리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 성과 도출 문제도 꼬집었다. 공무원 입장에서 눈에 보이는 결과물,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니 도시재생 사업이 토목사업으로 치우친다는 주장이다.
고 전 대표는 “조례를 개정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예산을 투입하지 말고 조례 개정으로 가야 비용도 절약하고 효과적”이라며 “그런데 이런 고민 없이 육안으로 성과를 나타나게 하는 것에 초점이 많이 맞춰진 채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관지구 사업은 제주도 1호 도시재생사업이라 공무원이나 주민들 모두 개념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도시재생센터가 있지만, 행정적 결정권이 없어 사실상 주민 민원을 상대하는 역할 뿐이었다. 직원들이 많이 고생했다”고 말했다.
또 “예산을 써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에 쫓겨 급한 것도 아닌데 먼저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산을 이월할 수 있게 해준다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TF팀을 꾸리는 등 도청 부서간 칸막이를 허물어 관련 부서 모두 협력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정주환경을 개선하는 등 더 나은 주거환경을 만들어줘 주민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동네를 자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도시재생의 목적”이라며 “주민들 입장에서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산머루 도시재생사업으로 만들어진 코리빙하우스 '소랑이싯다'. 제도적 한계로 현재 소랑이싯다는 제대로 된 운영이 힘든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의소리
# 사업 종료 후 현장지원센터 해산, 전문 인력-사후 관리 주체 어디로?
지난해 1월부터 제주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사업이 끝난 뒤 해산하는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각 센터, 광역 센터 간 소통 부재 문제를 꼬집었다.
전문가를 쌓아나가고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데 현장지원센터가 해산되면서 계속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홍 센터장은 “사람도 언젠가는 늙고 병들 듯이 도시도 늙고 노후화될 수밖에 없다. 사람을 치료하듯 도시도 자꾸 고쳐나가며 재생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는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에만 큰 관심이 있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도시재생은 기존 도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죽었냐, 살았냐가 아니라 도시를 어떻게 계획하고 관리하느냐의 문제”라며 “원도심을 비롯한 기존 도심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 마중물 사업을 해왔다. 말 그대로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펌프질을 해온 것”이라며 “이제는 본 물을 끌어올릴 차례다. 원도심을 포기할 건 아니지 않나. 행정이 체계적으로 관리해 도시가 계속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국가 도시재생 방침도 신도시 조성이 아니라 기존 도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핵심”이라며 “도시재생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도시재생지원센터와 같은 주민들을 지원하는 전문 조직들이 일을 잘 해갈 수 있도록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 센터장은 “상생모루의 경우 건물 매입 단계부터 과연 적합했느냐를 들여다봐야 한다. 주차장도 없는 노후된 건물을 매입하고 비슷한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 한 것이 도시재생사업에 얼만큼 효과가 있었는지는 고민해볼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을 지어두고 활용이 안 되는 곳들도 있다. 문제는 제도를 마련하고 사업을 추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것들”이라며 “활용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산머루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거점시설 ‘소랑이싯다’ 의 경우 한달 살기 숙박업 형태 사업이었다”며 “하지만 건축물 용도가 단독주택(주거지역)으로 숙박업 허가를 받을 수도 없고 농어촌민박업이 가능한 지역도 아니라 잠정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랑이싯다에서 할 수 있는 업종은 관광진흥법에 따른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이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허가 근거가 없다”며 “관련 조례 개정으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1년 넘게 난항을 겪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홍 센터장은 “관광도시라는 제주에서 도시 민박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역설적이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에 내국인 숙박 특례까지 적용, 내국인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해 빈집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제대로 운영할 자원이나 수요가 없으면 애써 끌어올린 마중물이 도로 내려가는 등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하는 도시재생 사업. 더 나은 삶을 위한 중요한 고민들이 허투루 치부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 속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제주북초등학교 도서관을 리모델링해 지역 개방형 마을도서관으로 재탄생한 김영수도서관. 원도심 교육환경 개선 및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사진=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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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결국 사람이 있는곳에만 사람이 살수있지요.....우째 이걸 타파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