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33712414E0121F834)
부산에 사시는 솔빛님 일행이 다니러 오셨습니다.
제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어제 오셔서는 교회근처
한샘이네 민박집에서 주무시고 오늘 예배시간에 만났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3755414E01230335)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멀리에서부터 오신 것은 교회에 일도 있긴 하였지만
3년간 사진 한장 찍겠다고 산작약을 찾아 오만데를 다 뒤지고 다녔는데도
못 만나서 제가 아는 산작약을 소개 하기로 약속하고 좀 늦게 산을 올랐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41A8414E01230402)
햇님은 서산을 넘겠다고 재촉하는데 그 꼬리를 붙잡고 우리는
카메라를 들여대고 먼저 만난 산달래 찍기에 바빴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356E414E01230738)
자연에서 자란 것들이 올해 거의 다 그렇듯이 산달래도 올해는
유난히 많은 꽃을 탐스러이 피웠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3722414E0123093A)
![](https://t1.daumcdn.net/cfile/cafe/183759414E0121FC37)
마음이 바쁘긴 벌도 저와 같아서 수시로 이꽃 저꽃을 드나들며 화분을 모읍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3F41414E0121FE03)
하나의 꽃이라도 남아 있기를 기대하며 산작약이 사는 동네로 들어 섰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3755414E01220334)
제일 처음 만난 산작약 아니 참작약입니다.
열흘전에 왔을적에 분홍색꽃을 피웠던 작약은 이제 추억같은 꽃잎만 남기고
그 자리에는 실한 씨앗주머니들이 달렸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356E414E01220637)
온 산을 다 뒤졌지만 역시나 씨앗주머니만 남아 있어서 아쉽게도 올해의 산작약은 보지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솔빛님등 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회원님들은 그 귀한 것들이 이렇게나 많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살고 있음에 감동하여 기분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내년을 기대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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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는 발걸음 옆에 그 아쉬움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갈매기난초가 딱 한송이 피었습니다.
저도 수십번은 이곳을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만나는 것입니다.
위로를 한다는 표현이 맞는것이 이 깊은 산골에 부산 어느 바닷가에서나 날음직한 갈매기가
딱 한송이 꽃을 피웠으니 말입니다.
다른 분들이 이러저러 구경을 하는 동안 저는 멀리 그리운 곳 심바골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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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부터 심바골은 안식년에 들어 갔습니다.
입구에는 굵은 철창으로 바리케이트와 대문을 달아서
아무도 들어 가지 못하게 막아 놓았지요.
아련해 진 그곳을 바라 보고 있는데 역시나 그런저를 위로라도 하듯이
느릅나무에 풀잎편지 한통이 배달되어 있었습니다.
편지를 열어 읽으며 그리움에 잠시 눈물이 찔끔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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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 공개일기를 읽는 분들에게 추가 설명이 필요한 글 부터 올립니다.
오늘 일기에 주제가 될 심바골은 아버지께서 어린시절을 사셧던
고향마을로 마을에 효자가 편찮으신 부모님을 위해 겨울산을 뒤지고 다녀
산삼을 캐서 봉양해 드렸더니 깨끗이 나아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골짜기 입니다.
그곳으로 봄이면 약초를 하러 다녔었는데
그곳 전체가 안식년을 맞아서 들어 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운 마음을 얹어서 풀잎편지로 제 마음을 적어 보는데
의인법을 사용하여서 기왕이면 그곳에 사는 풀잎이 보낸 편지로
임의 구성 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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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편지라는 말은 느릅나무나 기타 잎사귀가 있는 나무에
대부분 거위벌레 등 벌레들이 알을 낳기 위해 나뭇잎을 돌돌 말아서
속에다 알을 낳아 놓고 키우는 곳입니다.
옛부터 어른들이 표현하기를 그렇게 하기도 하고
꾀꼬리가 우는 계절에 많이 생긴다고 꾀꼬리 편지라고도 합니다.
제 스승님이신 백암님은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풀잎편지를 쓰기도 하셨었구요.
또한 숲해설가 분들 중에는 애벌레편지라고 하여서 오랫동안
숲의 이야기를 편지로 써서 보내 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생긴 모양이 마치 편지를 써서 돌돌 말아 보낸 것 같아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입니다.
오늘 제 글의 주인공은 애벌레가 아니고 느릅나무잎이라서
애벌레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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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금자씨
저는 심바골 샘 곁에 사는 느릅나무 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애벌레가 제 잎을 말아서 풀잎편지를 만들었습니다.
나도 당신도 그리워 하는 시간이 벌써 3년째에 접어 드는데 몇년이 더 흘러야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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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오미골 아저씨댁 모심기는 이제 끝이 났나요.
홀딱벗고 새가 노래를 부를적에 아저씨네 모내기 이야기를 들려 준 적이 있었지요.
이제 그 시기가 좀 지났으니 논은 온통 초록으로 물 들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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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림자놀이를 하며 작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바위채송화는 올해 더욱 풍성한 노오란꽃을 피웠습니다.
햇님이 잘 드는 오후에 우리는 그 때 즐거웠던 이야기를 하곤 하지요.
바위옆에 가시딸기잎이 자기도 끼워 달라고 자꾸만 조르던 생각이 납니다.
결국 햇님을 졸라서 그림자만 출연 하였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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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무전기라는 것을 처음 알게 해 주었던 아버지와 동생들과의 산행일은 잊을 수가 없는 날이었는데
함께 오셨던 형제분들은 지금은 무엇을 하며 잘 지내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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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도 산과 들을 누비며 이 심바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내셨는데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셨기에
조금은 세월의 무상함도 느꼈습니다.
올해 키우시는 벌농사가 잘 되었다는 이야기는 바람에게서 전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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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뚝이 나물주머니를 가슴에 가득 안고 산을 다니던 그 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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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골에 옹달샘은 올해도 맑은물이 여전히 흘러 나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샘 속에서 솟던 하얀 수증기도 여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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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곁에는 올괴불나무가 빨간 열매를 맺었지요.
다정한 오누이처럼 두개씩 세개씩 다정하게 열매를 맺은 모습은 늘 정겹지요.
요즘에 산속을 누비는 산새들의 심심찮은 간식꺼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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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옆으로는 다래가 한창 꽃을 피웠어요.
골짜기로 퍼지는 다래향을 좋아했던 당신의 모습을 그려 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15C03D4DF5665F0E)
큰 참나무곁에 간신히 자리를 잡은 각시괴불도 꽃을 피웠습니다.
그 향도 향기로와 잊을수가 없겠지요.
사이좋게 둘씩 나란히 피운 꽃들이 골짜기를 드나드는 벌들을 분주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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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하면 자기도 빠질 수 없다고 샘곁의 오미자도 한 몫 거드네요.
올핸 오미자도 많은꽃을 피웠어요.
지난겨울이 너무나 혹독했기에 다들 철저히 준비를 하고 퇴보하지 않으려고 주먹을 불끈 쥐고
꽃들을 피워 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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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응석받이 오미자도 올해 예쁜열매를 열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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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늘 컴플렉스 있는 꽃이라고 안타까워 했던 개다래도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잎사귀에 하얗게 분칠을 하기 시작했어요.
멀리에서 이 가상한 애를 쓰는 개다래를 위해 나비와 벌들이 많이 다녀가 주길 저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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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다래와는 달리 당당하고 용기있게 곤충들에게 중매를 부탁하고 있는
청가시덩굴도 잘 보이지 않는 연두색꽃을 피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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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나무 사이에 집을 얻어 살고 있는 시금이풀 괭이밥은 올해 시집가서 노란꽃을 피웠습니다.
늘 햇님이 모자라 목을 쭉 빼고 살아서 목긴 괭이밥신부가 되기는 하였지만 조건에 굴하지 않고 피운
꽃이 대견해서 칭찬을 해 주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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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골짜기 한켠에 당신이 좋아하던 선밀나물도 그 특유의 색으로 꽃을 피워냈습니다.
옆에 풀잎이와 가끔 애벌레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며 선밀나물 꽃잎세기놀이를 합니다.
하나, 둘, 셋,넷 다섯, 여섯 분명히 여섯장인데 왜 제눈에는 다섯장으로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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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엄나무 그루터기에서 햇볕쬐기를 좋아하는 다람쥐 콩이는 이제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내가 편지를 쓰는 이시간에도 와서 졸면서 햇볕쬐기를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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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에게 편지 쓰는 일을 며칠동안 하고 있는데 건너편산에
꽃들도 안부를 전해 달라고 소식을 전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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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예쁜꽃을 한아름 피운 물참대가 이슬바구니를 가득 안고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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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에 사는 연분홍철쭉도 그 큰 키를 한들거리며 소식을 전하구요.
저런 기운이 없어 땅으로 떨어졌네요 자연의 순리이니 어쩌겠어요.
그 자리에 이제 실한 열매들이 커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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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나무 잎사귀에 먼저 떨어진 꽃잎이 위로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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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보다 더 작은 꽃인 기생꽃도 안부를 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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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4329C404DF5668629)
기생꽃과 한집을 쓰는 이 친구들도 기억하지요.
목아지가 길어서 당신이 사슴 닮았다고 사슴이라는 시도 읊어 주었었지요.
우리같으면 한 미모하는 기생꽃앞에서 미모자랑 못 할 터인데,
언제나 주눅들지 않는 두루미꽃의 반들거리는 잎도 기생과 인연이 깊지요.
그 반들거리는 잎 때문에 기생오래비라는 별명이 붙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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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307B13D4DF5668C32)
바위에 붙은 좀양지는 아직 꽃 피울때가 이른 때지요.
이때쯤이었나 저때쯤이었나 저도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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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당신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산앵도나무는 올해도 그 귀하고도 고귀한 종모양의 꽃을 피웠습니다.
이제 한참동안 당신이 우리와 만날 수 없음을 모른 어린 산앵도가 작년가을에는 열매를 맺고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지요.
좀 더 성숙해진 산앵도는 이제 기다릴 줄도 알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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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쁜 모양들을 마음껏 보아 주세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001623D4DF5669133)
마치 연지곤지 찍고 시집가려는 새악시처럼 예쁜 꽃을 피웠지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01A833D4DF5669205)
올해 이 친구들이 맺을 각진 열매의 모양을 보여 줄 수 없음이 새삼 안타까워요.
조금 우울해 지려고 했더니 산닭가족이 느릅나무밑에 모여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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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구찌가방 메고 우리산에 처음 왔던 날
처음으로 새끼를 깐 산닭자매를 만났었지요.
혼자 돌아 다니다가 에미를 잃은 산닭병아리를 에미 찾아 준다고
나물보자기속에 넣고 다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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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도 몰라주고 산닭은 새끼에게 해가 될까보아 야단도 아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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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다친 시늉을 하며 병아리를 놓아주고 자기를 잡아 보라고 날개를 접고 다리를 절뚝거리면서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1917F03D4DF566A90B)
에미곁에 병아리를 놓아 주었더니 데리고 쏜살같이 숲으로 사라졌던 에미산닭 대신 올해는 병아리가 커서
에미산닭이 되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2EC7404DF566AD2F)
![](https://t1.daumcdn.net/cfile/cafe/142F48404DF566BE30)
![](https://t1.daumcdn.net/cfile/cafe/137269464DF5664030)
옆에 애벌레는 어제 집을 떠났습니다.
밤새도록 구멍을 뚫고 밖으로 나와 쪼르르 제 몸에서 실을 빼서 아래로 줄타기를 하더니
둥지만 남겨 놓고 떠나 버렸지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19396A404DF566C117)
제가 품고 있는 애벌레도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갈 차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그맣게 구멍을 내기 시작했어요.
이 편지를 쓰는 동안 애벌레가 잎을 뚫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립니다.
홀딱벗고새는 아직도 짝을 못 찾았나봐요.
나른한 오후에 홀딱벗고 어째 보자고 애원을 하며 느릅나무 꼭대기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안녕 우리 다시 만날 날에 당신도 나도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보길 원합니다.
첫댓글 와 우 ~ 잘 보았습니다..갈매기 난초는 처음 보네요..야생화 찍으러 10 년을 같이 다니며 많은 야생화를 보았는데 물참대 꽃이 그렇게 예쁜지 처음 알았구요..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