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요양보호사 도움을 받기 시작하신지도 벌써 만 두 달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잘 했다” 하시다가, “신경 쓰인다”, “불편할 때가 있다”하기도 하십니다. 의지력이 그리도 대단하시던 분이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귀찮은 건 피하시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수필 필사도, 일기 쓰기도 필요성 역설하면 “그래” 하시다간, 결국 유야무야 넘어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요양보호사와 함께 하는 색종이 접기, 색칠하기 같은 것들은 “하기 싫어.” 하시면서도 곧잘 따라 하십니다. 그런데, 한 달이 넘어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료로 지급 받아 사용 중인 인지능력 훈련용 교재가 엄마의 총기에 못 미쳐 효과가 없다고 별도로 책을 좀 사두었으면 하는 요청을 요양센터로부터 받았습니다. 치매그림컬러링북, 곱하기나누기책, 어르신치매퍼즐, 스케치북 두꺼운 거... 인터넷을 뒤지고, 서점, 문구사에 가서 확인 후 세계의 명화 퍼즐, 색칠하기 책인 ‘기적의 열쇠’, ‘그리움을 칠하다’와 스케치북을 사드렸습니다. 가감승제 책은 인터넷에서도 대형 문구사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기초탄탄수학’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조언을 받아 본가 근처 초등학교로 갔습니다. 근데 웬걸, 초등학교 앞이라는 증거의 하나인, 오락기구와 간식거리를 함께 파는 작은 문방구는 눈 닦고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학원과 교습소 몇 곳이 모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세상이 바뀐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앞 문방구에서 친구와 게임 같이하고, 간식 나눠 먹고, 문구 사는 풍경은 이제 추억의 한 페이지에 접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재미도 어린 시절 추억의 일부였던 것 같은데... 일상의 모습이 바뀐 게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일상 뿐 아니라 저도, 어머니도 많이 바뀐 건 너무나도 당연한 현실이지요. ‘엄마는 무조건 이래야 돼’의‘무조건’이 욕심이라는 걸 최근 깨달았습니다. 어머니의‘편안’과 ‘무탈’이 주는 행복이 참으로 큼을 최근 새삼 느낍니다. 행복은 언제나 바로 앞에 있음을,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실감합니다.
어머니께서 ‘그리움을 칠하다’에 정말 '그리움'을 칠하셨습니다. 유심히 보니 등을 내준 아이 팔 하나가 색칠이 잘못되어 있습디다만, 그 외에 제가 봐도 헷갈리는 많은 부분을 제대로 칠하셨더군요. 엄마의 총기, 집중력, 인지능력에 감탄하며 또 행복감에 빠졌습니다.
이 책을 고른 제 안목에도 살짝 감탄했습니다.ㅎ
책 소개글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입니다!
이 책은 시니어들이 각자의 삶을 회고하고, 그분들로 하여금 삶의 여정 가운데에서 만났을 다양한 경험들을 떠오르게 하여 그 경험들 속에 묻혀 있던 보물 같은 의미들을 다시 한 번 발견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이 책의 빈 그림들을 그리움으로 한 면씩 채워나가고, 각 장마다 던져지는 정서적인 질문에 조심스레 답을 적어 나갈 때, 비록 우리의 겉모습은 나날이 쇠해 갈지라도 빛나는 기억들은 남은 삶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며, 그러기에 어제보다 오늘이 더 잘 ‘익어’갈, 많은 어르신들에게 이 책이 의미 있는 한 권의 책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분들의 살아온 날들과 현재의 삶, 그리고 남아있는 소중한 시간들에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담아 이 작은 책을 드립니다.>
목차만 봐도 한 사람의 일평생이 그림처럼 떠오릅니다. 옛 추억과 닥쳐올 미래에 미소가 머금어집니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 못할 일이 꽤 많은 것도 같습니다. 학교 앞 문방구처럼...
<대문에 걸린 금줄, 포대기에 업힌 아기, 오줌싸개, 아이스케이크 먹던 날, 신나는 팽이치기, 두근두근 입학식, 졸업식 날 먹는 자장면, 교복의 추억, 추억의 도시락, 으랏차차 말뚝박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청춘의 꽃다발, 살짝궁 데이트, 폐백, 첫아이, 사이다와 삶은 달걀, 찰칵 가족사진, 이사 가는 날, 오라이~, 연탄 갈기, 군대 가는 날, 티끌 모아 태산, 드디어 내 집 마련. 함 사시오!, 그리운 부모님, 화투놀이, 함께 걸어온 길, 활짝 꽃피운 내 인생,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이 책의 한 가지 흠이라면, 전반적인 내용이 남자 위주로 구성되었다는 것입니다.
많이 행복해지는 법(모셔온 글)=======
휴대폰 메모장에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썼는데
‘행복에 지는 방법’이라고 적혔다.
오타 난 자리를 금세 고쳐 쓰긴 했지만
그날 종일 ‘~해지는’이 아니라
‘~에 지는’이 머리에 맴돌았다.
어느 책에서도 ‘행복’이란 명사 다음에
‘지다’ 는 동사가 오는 일은 보지 못했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이 이기거나 지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낯선 조합 앞에
운명의 계시를 받은 사람이 된 마냥 생각한다.
행복에 진다는 건 뭘까.
행복에 지는 방법이란 게 있을까.
아마 행복에 진다는 건
행복에 대한 강박적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태도가 아닐까.
행복해지기 위해서
행복에 지는 상황을 만드는 것처럼.
“무조건 행복해질 거야”,
“기필코 행복해져야 해”와 같은
행복 강박으로 인해 우리는 행복에 진다.
행복이 아무리 주관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해도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강압적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은 없다.
즉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무조건’과 ‘기필코’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행복에 지기보다
행복해지길 바라는 ‘편안’과
‘무탈’을 가져다줄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는 편이 좋다.
애쓰진 않아도 된다.
우리 주위에는 예고 없이
행복의 감정이 밀려드는 순간을 늘 맞이하고 있으니.
-----나란의 < 행복을 담아줄게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