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 여러번 왔지만 냇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더욱이 그 계곡에 낙수가 흰색 포말을 만들며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는 폭포가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기에 오늘 산행을 계기로 청계산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은 자신의 지식과 정보, 그리고 경험내에서 사물과 어떤 현상을 재단하고 판단하는 우(愚)를 범하기 쉽다고 했던가.
갑자기 필자가 그동안 청계산을 과소평가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것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허공에 흩뿌려진 새하얀 물방울과 감미롭게 노래하는 숲속 냇물 앞에서 선조들이 왜 청계(淸溪: 맑고 깨끗한 시내)라는 이름을 이 산에 붙여 주었는지 금새 이해할 수 있었다.
시원한 물소리에 마음을 빼앗기며 걷기 시작한 지 한시간 반쯤 되었을까 11시 반쯤 될때까지는 멋진 트레킹 코스의 전형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번에 걸쳐 목까지 숨이 차 오르는 한계상황에 이르도록 가파른 비탈길을 산마루까지 치고 올라가야 했을때는 고통스럽긴 했어도 화끈하게 제대로 등산 한다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폭서의 열기를 뿜어내는 햇빛 한 번 볼 수 없었던 흐린 날씨가 오히려 산행 하기에는 더 편하고 도움이 되었다.
하산길에 거울처럼 투명한 천연수가 흐르는 계곡물에 웃통을 벗고 네발 짐승 같은 자세를 취했더니 산행대장이 등목을 해주는 호사를 누렸다.
허리에서 시작된 시원한 물줄기가 땀에 젖은 등을 적시고 목을 거쳐 머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자연과 육신이 짧은 순간이나마 혼연일체가 된 것 같았다.
계곡에서의 휴식시간은 길지 않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서둘러 떠나야 했기에 연인과의 이별처럼 아쉬움을 남겼다.
하산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근본적인 질문이 머리에 맴돌았다.
뒤풀이는 꼭 식당에서 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루 세끼를 먹는 것이 꼭 정답일까 하는 의문이었다.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해 와서 이런 물가에서 뒤풀이를 하면 어떨까.
폐쇄된 공간, 매캐한 냄새, 잡다한 소음공해, 오염된 공기로 가득찬 식당에서 같거나 유사한 메뉴를 반복해서 먹는 것만이 최선의 뒤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들은 고개를 돌려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거나 애써 외면한 채 그저 관성적, 습관적으로 똑같은 일상을 되풀이 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강박을 갖고 사는지도 모른다.
잘 훈련되고 길들여진 짐승처럼.
"그곳이 어디든 폐쇄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한 곳에 몇 시간씩 큰 움직임 없이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은 투명 유리로 된 우리속에 갇혀 있는 원숭이에 비유될 수 있다." 고 하는 어느 유튜브를 본적이 있다.
하루 세끼를 먹는 것도 인류역사에서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19세기 까지는 하루 두끼 식사가 일반적이었는데 산업혁명 이후 세끼 식사가 보편화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건강에 좋고 또 너무나 당연하다고 믿고 있지만 하루 한끼 혹은 두끼만 먹어도 건강한 사람도 많다고 하니 하루 세끼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논란의 소지가 있는 주제라고 해야 하겠다.
지정등산로를 가다가 본의 아니게 샛길로 빠질때가 있는 것처럼 청계산을 이야기 하다가 논외(論外)의 주제로 흘러간 것같다.
전국의 산에 옥녀봉은 곳곳에 많이 있지만 변강쇠봉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적도, 본적도 없다. 왜 그럴까.
마왕굴
첫댓글 야거 대장님, 리딩하느라 수고 많이 하셨고 덕분에 커피 잘 먹었습니다.
비져스님! 멋진 사진 서비스 감사합니다
비저스작가님!사진봉사 감사드립니다.^~^
미쳐 느끼지 못 하고
지나치기 쉬운 산행길
되돌아 볼 수 있도록 섬세 한 글과 함께
올려 줘 매번 감동으로 읽고 있답니다.
더운 날씨
건강 잘 챙기시고 다음 산행 때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진후기까지 잘읽고갑니다~~ 감사
모처럼 보는 비져스님의 멋진 후기글과 영상에 잠시 빠져듭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소자 형님 오랜만이네요 반갑습니다. 졸필이나마 칭찬해주셔서 고맙고 이번 주말 뵐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