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한강진역 3번 출구로 나와 300m 쯤 스페이스신선 쌍둥이 건물 2개가 눈에 띈다. 건물 외벽부터 예사롭지 않다.
방문 계기는 팝아티스트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Colorful & Alive'전 관람을 위해서였는데, 이게 왠걸 전시회 플러스를 누렸다. 건물 자체도 재미있어, 탐방하는 즐거움에 더해, 옆건물에서 설렁탕 먹고, 시화담 카페에서 커피마시고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전시는 2020년 2월 31일까지이므로 반나절 먹고 보고 즐기는 곳으로 추천한다.
1층에 들어왔다. 1000원 이상 기부금을 내면 전시 관람이 가능한데, '신진작가 후원', '어르신 돌봄이 활동', '미술영재지원' 등등 10가지 기부 종류가 있어 관람객이 원하는 지원을 선택하면 된다. 아래 사진 정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내려 한층씩 내려오며 관람하면 된다.
1층은 '시화담' 카페 및 '이노·아트&데코' 라는 플라워샵과 도예가들의 작품을 감상 및 판매하는 아트샵이다. 이곳은 나중에 둘러보기로 하고 먼저 3층 전시관으로 올라갔다.
전시의 전체 주제가 'Colorful & Alive'이다. 3층엔 김민경 작가의 작품, 2층엔 데이비드 걸스타인, 1층 카페를 지나 지하1층에 주후식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색색의 창연함(colorful)과 생동감(alive)을 느끼게 해 주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잘 보면 3차원 입체의 조각품이 아니다. 움직이는 활동성을 포착하고 거기에 컬러풀 색상을 입힌 부조 작품들이다. 바쁜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항상 움직이고 뛰어다니는 사람들, 이러한 모습은 김민경작가는 '위장된 자아'라고 표현했다. 그 위장된 자아도 현대인의 정체성이라고 하면서. 잘 생각해 보라. 우리가 과연 몇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제작 과정은 인물의 얼굴 조각을 하고, 이를 여러 각도에서 찍어 같은 인물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표정을 채집한 후 여러 형태의 마스크와 머리 모양을 덧씌워 만든다고 한다. 브론즈에 채색이다. 즉 하나의 얼굴에인데, 소품으로 다양한 위장된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아래 사진의 배경을 보면 유리 문이 있는데, 그곳을 열고 나가면 야외 테라스가 펼쳐진다. 전시도 보고 가을 바람도 만끽하기를 바란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올라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지만, 내려갈 때는 층계로 가야 건축물까지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위의 사진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촬영 컷이고, 아래 사진은 아래쪽에서 위를 올려다 본 촬영 컷이다. 박준상 작가의 <기원 Pray>(2016)이다. 구름 사이로 내려오는 학의 모습을 인간들의 기원의 상징인 종이학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근데 얼핏보면 색색가지 번쩍이는 것이 드론같기도 하다.
처음 스페이스신선을 오고자 했던 것은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1944년 이스라엘 출신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을 볼까 해서였다. 대중적인 작가이므로 이런 패턴을 활용한 작품들이 여기저기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을 것이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항상 어디론가 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작품은 평면인데 왠지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라는 데 있다. 자전거를 타고 바삐 가는 듯해도 왠지 유쾌한 기분으로 즐겁게 일하러 가는 것 같은, 그런 마취적 효과를 준다.
그의 작품은 항상 뛰거나 달리거나 한다. 그러면서도 자세히 보면 뒤를 돌아보며 뒷사람을 챙기는 모습도 간간히 있다.
아래 작품이 맘에 들었다. 사람이 몸이 비현실적으로 늘려져 있기도 하고, 서로 소통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밟고 가기도 하고, 사람들끼리 엉켜 있고, 현대인! 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데이비드 걸스타인 전시는 2층에서 하고 있는데, 동 건축물은 특이하다. 전면 유리로 되어 있어 아래 1층 카페가 내려다 보인다.
시화담 카페 카운터의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유리창 반대 건물은 설농탕집이다. 저기에서 밥먹고 여기에서 커피마시면 된다.
작품 제작 방식은 종이에 그린 드로잉을 컴퓨터로 작업해 터이터화 한 후 금속을 레이져 커팅하는 과정을 거친다. 거기에다가 붓으로 채색하는 것이다. 평면적이면서도 왠지 입체감이 살아 있다. 기수들이 있는 아래의 작품은 또 다른 채색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움직이고 있는 그 찰나를 표현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주로 가로 작품만 있는데, 아래는 세로작품이다. 그리고 자전거 타는 사람, 스케이트보드 타는 사람 등등이 섞여 있다. 이상하게도 세로로 사람들이 쌓여져 있다 보니, 가로보다는 힘겨워 보인다. 역시 위계가 있는 듯한 수직적 구조보다는, 위계가 없는 수평적 구조가 낳다. 요즘 회사들은 직위를 부르지 않고, 중역 포함 모든 사람을 '땡땡 님'이라고 부르는 곳이 늘고 있다. 바람직하다.
내가 데이비드 걸스타인을 처음 접한 곳은 제주도 본태박물관에서 본 아래 작품에서였다. 룰루랄라~ 느낌이어서 유쾌했다.
2층에서 카페가 있는 1층을 지나 지하1층의 제1전시관으로 가는 길이다.
박준상 작가의 <흑록, 백록>(2016)이다. 사슴은 1000년 살면 청록, 500년 더 살면 백록, 거기에 500년 더 살면 흑록이 된다고 하는데, 상상력을 발휘해 스토리 만드는 것이 인간 이성의 특징이다.
지하 1층 전시관에는 주후식 작가의 개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반려동물 1천만 시대라고 한다. 인간이 개를 좋아하지만, 인간만의 방식으로 좋아하고 인간이 원하는 식으로 꾸민다.
사람은 배신해도 개는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개에 안경을 쒸워 개와 소통하는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어찌보면 인간 세상에 인정받지 못한 것을 개와 소통하면서 위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우울에서 탈피하고, 조금이라도 폭력성에서 탈피한다면 이러한 매개물도 긍정적이다.
1층 시화담 카페의 좌석이다. 최근 건축물 유행답게 한쪽의 층고를 뚫어 개방감과 햇빛을 불러왔다.
외부도 돌아봐야 한다. 두 동에서 아래 건물이 전시관과 카페가 있는 곳으로, 건물 앞에는 천도(하늘의 복숭아)를 먹고 여신선이 되었다는 중국작가 하선고(HE XianGu)의 작품이 세워져 있다.
건물 외관의 울퉁불퉁함은 안쪽에서는 이렇게 비춰진다. 요리문 바깥에 하얀 벽돌이 블라인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른쪽 건물은 외식기업 (주)쿠드 사무실과 신선설농탕 식당이 자리한다. 건물 앞에는 또 다른 조각작품 한상자(Han Xiangzi) 작가의 피리를 부는 음악가들의 수호신이 세워져 있다.
두 건물 사이에 층계가 있는데, 그곳을 내려오다 보면 작품들이 포진해 있다. 전체적으로 작품 제목은 <낭원의 신선들 Immortals of Nangwon>이다. 아래 층계를 가르는 곳에 조국구(CAO Guojiu) 작가의 작품이 놓여 있다.
이철괴(LI Tieguai) 작가
남채화(Lan Caihe)작가와 장과로(Zhang Guolao)작가
여동빈(Lu Tungpin)작가
건물 뒤쪽 골목이다. 아래 사진 왼쪽으로 스페이스신선의 뒷쪽 건축물이 보인다. 앞만 울퉁불퉁이 아니라 뒷모습도 울퉁불퉁이다.
스페이스신선 건물 뒷길의 비스트로 입구의 장식물이다.
층계들에 있는 작품들과 건축물 뒷모습까지 탐방을 마치고 다시 올라간다. 이제 설농탕을 먹고 시화담에서 후식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