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시인 친구에게
외롭고 외롭다는 메일 받았다.
누이동생 별세가 충격이었겠지만
무더운 플로리다 집을 두고
아들이 가까이 사는
시원한 미시간주 여름용 콘도에서
긴소매 옷 입고 산책하며 외롭다는 너,
너의 서울 친구들은 코로나 4차 유행에
반소매 입고도 무덥게 사람 못 보며 산다.
이 코로나 겁박 세상에 우리 나이 또래치고
외롭지 않은 자 얼마 되겠나?
어디부턴가 남보다 더한 외로움이고
어디까지가 그런 외로움 아니지?
하긴 이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고
혼술 30분 하는 것보다
외롭다고 속 한번 터는 게 편킨 하겠지.
그동안 네가 나보다 따뜻한 시 써왔으니
코로나 거리두는 세태에 짜증 더 나기도 하겠어.
하나 외로움을 징하게 느낀다는 건
바깥세상이 아직 살 만하다는 거 아니겠니.
우리 삶의 끈, 한번 획 잡아당기면 그만 끝! 인데
속 슬쓸함 잠시 내비치지 않고 있다 가는 게 어때?
(2021. 8.)
[봄비를 맞다], 문학과지성사,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