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대구의 김도현입니다.
먼저 불치병과 투병 중인 내자의 간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저에게 용기를 주신 원황초등학교 제18기 동기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동기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의 정성들이 헛되지 않게 내자의 간병은 물론, 앞으로 동기회의 구성원으로 더욱 열심히 부여된 임무에 충실하고, 동기회의 발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내의 닫혔던 말문이 트였습니다.
좀처럼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던 다리가 움직이며 사람을 알아보고 미소를 짓습니다.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주면 상대가 누군지 알아듣고 대화를 합니다.
며칠 전에는 시골의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어머님! 저,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했으며, 그제도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이어서 사위와 통화를 하면서 "나는 괜찮아. 잘 지내고 있어?"라는 말도 했습니다.
실로 석 달 만입니다.
병원을 찾은 지는 4개월이 되었지만 아내는 석 달을 넘게 무념(無念) 무상(無想) 무동(無動)으로 누워서만 있었습니다.
지금도 누워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초점이 없는 눈알을 굴리면서 무언가 보려고 하더니 이제는 텔레비전도 보인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가수 '윤종신'의 이름도 알아 맞추었습니다. 이따금씩 연속극도 보며 채널의 변경도 요청을 합니다.
국립보건원 직속기관인 "질병관리본부"의 "크로이츠펠트 - 야콥병" 진단이 이제 의심스러워집니다.
지난 5월 14일, 경북대학병원에서 척수를 채취하여 소변과 함께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보건원 질병관리본부에 검사의뢰를 하고 "양성"이란 결과를 통보 받은 이후로 아내는 병원 측으로부터 "6개월의 시한부 인생"이란 낙인이 찍히고 말았습니다.
이에 병원 측에서는 "더 이상 손을 쓸 방법이 없다. 약이 없다. 요양원에 들어가든지 집에 가서 이제 마지막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마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최선이다"라면서 은근히 퇴원을 부추겼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았고, “포기”라는 용어를 아주 멀리 하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치료를 하였습니다. 주위에서 어떤 말을 하든지 상관을 하지 않고 내가 연구한 방법을 택하여 그 길로만 치료를 고집하였습니다.
굿을 하지 않는다고 온갖 험담을 하던 처가와는 담을 쌓고 옮긴 병원도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측근들이 와서 주당을 풀어야 한다며 환자를 하루만 빌려 달라기에 도리어 달래서 보냈습니다. 지인들이 찾아와서 철학관을 소개하고, 용하다는 무속인과 종교인을 소개해줘도 듣지 않았습니다.
고집스럽게도 혼자 중심을 잡고, 혼자 연구를 하면서 혼자 싸웠습니다. 고칠 수 없다는 불치병과 싸우고, 의식이 없어 식물이 된 환자와 싸우고, 이 방법 저 방법 늘어놓는 주위와 싸우고, 지쳐 가는 나 자신과 싸우면서 환자를 지켰습니다. 아내를 지켰습니다.
우리 동기회의 전임 회장님이 찾아와서 "남편이 자리에 누우면 아내가 병 수발을 하지만, 아내가 병에 걸리면 남편은 짜증부터 낸다는데 네 모습을 보니 참 좋다"라고 했습니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짜증도 났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그렇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울었거나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과 화장실에서 소리 내지 못하고 울었습니다. 환자에 불안한 마음을 조성해서는 안 되고, 자식들에게 아버지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닙니다. 내 자신에 진다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고 아픔이었기에 겉으로 내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름지기 군인의 사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인데, "아내의 목숨을 지키지 못하면 나는 군인이 아니다"라는 독한 마음을 가지고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병원 측의 의료진도 놀랄 정도의 자료를 찾아냈고, 신기하게 여길 만치의 치료방법을 알아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하루에도 서너 차례 하는 검사는 보험이 되지 않으니 검사비용만 해도 엄청 났습니다. 이를 알고 내가 소속된 부대에서 일천여 만원의 돈을 모금하여 갖다 주었습니다. 환자의 상태가 그렇다 보니 개인병실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병실 차액만 해도 한 달이면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누가 그랬습니다.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지?" 물론 걱정을 해 주는 소리인 걸 압니다. 그러나 욕을 해서 보냈습니다. 아내가 내 집에 와서 해 놓은 것이 얼마인데 그런 소리를 했으니 화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는 친정을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나를 만나기 위해서 태어났고, 내 집안과 혼인을 한 것이 아니라 나와 혼인을 했습니다. 아내는 태어나서 친정에서 살아온 기간보다, 나를 만나서 내 가정에서 살아온 기간이 더 깁니다. 내가 지키지 못하면 누구도 지킬 수 없는 사람이 아내입니다.
친정이나 시가, 형제와 친지, 아내의 친구들은 문병을 왔다가 두어 시간도 못 채우고 돌아갔습니다. 손에는 환자가 먹지도 못하는 음료수만 한 상자 들여놓고, 한 시간 채우기를 책임으로 알다가 돌아가면 다시는 그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무당이오, 철학관이요, 점쟁이며, 종교에 귀의하라는 말들 뿐 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왜 더 큰 병원에 안 가고 대구에 있느냐? 하면서 질책도 했습니다.
어느 광고에 유명한 늙은 배우가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고 한 것이 세간에 유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에 내 마음이었습니다.
어느 날 대학병원의 치료불가로 인한 포기선언에 따라서 병원을 옮겼습니다. 깨끗하고 조용한 개인병실이 있는 병원을 찾아서 환자를 안정시키고, 남들이 믿지 않는 방법이지만 내게는 아주 소중한 방법으로 치료를 하였습니다.
지금 당장은 일시적일 지 모르나 아내는 깨어났습니다. 병원이나 의료진에서는 기적이라고 합니다. 도저히 그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발병 후 8개월 내에 100% 사망”이라는 국제적 희귀 불치병이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입니다. 2005년까지 우리나라에는 46명이 그 병에 걸렸으며 모두 사망했으며, 그 중 한 사람이 대구 미래 효 병원에서 오늘내일 하면서 임종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자료가 국립보건원 질병관리본부에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닙니다. 나는 아직 휠체어를 장만하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삶에 지쳐서 쉬고 있는 아내를 위해서 이제는 휠체어를 장만하러 나가야 합니다. 다시 뇌척수를 추출하여 검사를 받아 "음성"이란 판명을 받아내고서야 휠체어를 밀려고 합니다. 그러기 전에 휠체어를 장만 해두어야 합니다.
☞ 저는 지금 병원에서 출퇴근을 합니다. 낮에는 둘째 딸이 제 어머니를 보살피고, 밤에는 제가 저만의 방법으로 치료를 하면서 병원과 아내를 지킵니다.
지난 6월 5일에 경북대학병원에서 대구 서구 평리동의 "세민병원(신경과 전문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세민병원 측의 사정에 의해서 오늘 다시 대구 성당시장 부근에 있는 "굿모닝 병원"으로 옮깁니다. 낮에는 병원의 보전치료를 받고 밤에는 한의사를 불러서 한방치료와 제가 연구한 민간요법 및 물리치료(카본 광선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포천에서 군복무 중인 아들은 2주에 한 번씩 내려옵니다. 서울에서 군복무 중인 맏딸은 출산 휴가 중이어서 병원에 둘째딸과 같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의 모든 내용을 "간병일지"로 남기고 있습니다. 하늘이 내게 "이 병도 고칠 수 있음을 보여주어라"하는 계시로 받아들이고 저와 같이 고생을 하는 또 다른 사람을 위해서 "간병일지"를 쓰고 있습니다.
아내를 휠체어에라도 태워서 애드벌룬을 찾아갈 때가 되면 그 간병일지도 새 주인을 찾으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동기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저에게 베풀어주신 관심이 헛되지 않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동기회의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구성원이 되기를 약속합니다.
*대구에서 김도현 올림*
첫댓글 훌룽한 군인에 훌룽한 남편에 믿음직한 동기가 있어서 너무 흐뭇하구나. 끝까지 용기를 ...
우리 동기중에 이렇게 멋진 친구, 그리고 한가정을 지키는 가장이 있다니 우리 모두가 본받야야할일입니다 환자와 자식들한테 약한모습 않보일려고 고생하는 친구의 모습이 선합니다 끝까지 용기을 가지고 좋은일이있기을 기도 드립니다
소식궁금하던중 오늘내용을 접하니,성공이확신되는듯하여 매우반갑네!,그동안 고생내용을보니 훌륭한간병으로 세상이 놀랄일을하고있구나!...개인적으로 한가지 조심스럽게 제안한다면,원인을 알면 대책이가능한법이니,병명을알았으니 이미 세계석학들이 치료성공사례도있을테니 " INTERNATIONAL MEDICAL CENTER"등에 도움을 청하면 좀더 빠르지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