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성대
사윤수
아들 많은 집의 몇째 이들 이름 같은
아들 요즘 뭐 하느냐고 물으면 군에 갔다고 할 거 같은
그 군에 같은 이름이 여럿 있을 거 같은
부귀와 출세는 멀 거 같은 이름, 성대지만
주황색 몸과 청록색 바탕에
코발트블루 점 여러 개 별처럼 맺힌 날개를 가졌고
다리를 가졌고
밤이면 소리 내어 우는 물고기, 성대가 있다
수심 육백 미터에서 서식하는 성대,
죽도시장 고무 대야의 수심은
수심愁心이 까무룩 깊다
주인 노파가 물속에 담긴 성대를 잽싸게 움켜쥐고
목을 딴다
성대가 성대聲帶를 잃는다
김성대 이성대 박성대가 성대하게
회 떠 먹고 구워 먹고 튀겨 먹고
매운탕 끓여 먹었을,
너의 이름은 언제까지 성대일까
어느 항구의 뜨겁고 매운 골목에서
내가 성대야, 하고 부르면 너는 뒤돌아볼 줄을 알까
노래와 날개를 얻기 위해
너는 이 세상에 또 다녀갔구나
코발트블루 점 여러 개 별처럼 맺힌 깃털이
허공에 흩어지는 것을 보니 알겠다
ㅡ출처 : 계간 『詩하늘 111』(詩하늘문학회, 2023. 가을)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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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재밌다
세상에서 그 흔한 이름 성대와 달강어라고도 불리는 물고기 성대를 가지고
우리의 시심을 끌어올리는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솜씨가 뛰어나다
'너의 이름은 언제까지 성대일까'에서
사람의 이름은 살아서도 표식이요 죽어서도 흔적이라
물고기 성대도 유일한 이름이라 그 이름처럼 특징을 지녔다
회를 즐기는 사람들은 회 축에도 안 넣지만
진짜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연산 잡어에 속하는 성대 같은 물고기를 좋아한다
미주구리(물가자미)는 담백해서 내가 즐기는 물회 재료이다
바다 속에서 건져지면 얼마 못 가 숨을 거두는 물고기들은
싱싱할 때 먹지 않으면 늘 기회를 놓치고 만다
죽도시장 대야에서 곧 죽어갈 처지라서 그런지
시인은 ' 수심愁心이 까무룩 깊다'고 한다
까무룩은 의식이나 기억이 순간적으로 흐려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인데
적절한 표현 같다
한 번을 읽어도 마음을 끌고 가는
이런 시들이 많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詩하늘
첫댓글 자작시 코너에 좋은 시들이 많아서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윤수 시인 시하늘에 올려진 걸 환영합니다.
시하늘 시편지를 읽는 재미가 쏠쏠 합니다.
가우님, 감사합니다 ~^^
성대란 물고기는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물고기가 특징이 무엇인지요
회를 먹는다던지 매운탕으로 먹는다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