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풀/이동순
아닌 밤중에 일어나
실눈을 뜨고 논귀에서 킁킁거리며
맴도는 개밥풀
떠도는 발끝을 물밑에 닿으려 하나
미풍에도 저희끼리 밀고 밀리며
논귀에서 맴도는 개밥풀
방게 물장군들이 지나가도
결코 스크램을 푸는 일 없이
오히려 그들의 등을 타고 앉아
휘파람 불며 불며 저어가노라
볏집 사이로 빠지는 열기
음력 사월 무논의 개발풀의 함성
논의 수확을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몸을 함부로 버리며
우리의 자유를 소중히 간직하더니
어느 날 큰 비는 우리를 뿔뿔이 흩어놓았다.
개밥풀은 이리저리 전복되어
도처에서 그이 잎파랑이를 햇살에 널리우고
더러는 장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어디서나 휘몰리고 부딪치며 부서지는
개밥풀 개밥풀 장마 끝에 개밥풀
자욱한 볏짚에 가려 하늘은 보이지 않고
논바닥을 파헤쳐도 우리에겐 그림자가 없다
추풍이 우는 달밤이면
우리는 숨죽이고 운다.
옷깃으로 눈물을 찍어내며
귀뚜라미 방울새의 비비는 바람
그 속에서 우리는 숨죽이고 운다
씨앗이 굵어도 개밥풀은 개밥풀
너희들 봄의 번성을 위하여
우리는 겨울 논바닥에 말라붙는다.
===[한국인의 애송시, 신예시인 48 인선 중에서, 청하]===
이동순(李東洵) 1950년 경북 금릉 출생.
경북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동이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자유시(自由詩)』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섬세한 감각, 언어의 운율적 조직을 통해 살아있는 것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지향하는 시세계를 갖고 있다. 시집으로 『개밥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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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풀을 보고
봄, 여름, 가을바람(秋風)이 부는 달밤을 거쳐 겨울까지....
부평초 같은 우리네 삶.
비가 멈춘 오후입니다.
하늘을 구름이 가득 채웠습니다.
햇살에 힘이 없어요.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