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 말씀)
에구구, 경북문협 강인순 회장님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나는 그동안 사랑하는 우리 ‘안동문협’이 대충 1973년쯤에 결성되었다고 잘못(?) 생각하여 1,2년 지난 뒤에 ‘안동문학 50년사’를 ‘내가 꼭 써야지’ 마음먹고 있었지요.
그런데 며칠 전, 존경하는 강 회장님이 올 상반기 발간예정인 ‘경북문단’에 우리 안동문학사를 수록한다고 집필을 엄명(?)하시기에, 쓰려고 보니 올해가 우리 문협 창립 50주년이고, 오는 9월 16일이 50돌이 아닙니까? 하마터면 생일 까먹고 지날 뻔했는데, 50주년은 큰 의미가 있는 생일이니, 올해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듯합니다.
세상에 몹쓸 역병이 돌아 입마개를 쓰고 모두가 힘들지만, 제 생각에 오는 50돌에는 축하 떡도 쪄 돌리고, 우리 회원님 모두가 안동을 대표하는 학가산(또는 문필봉)에 올라 작품 낭독회도 열고, 우리나라와 우리 안동, 우리 문협 발전을 위해 만세 삼창도 크게 외치고, 문학의 기도 받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제가 요즘 여러 일(?)로 분주(사실은 음악 관련)하고, 시간이 촉박하여(핑계이지만), 부실하기 이를 데 없는 ‘안동문학 50년사’를 여기 게시합니다. 시간 나시면 읽어보시고, 수정해야 할 오류와 추가할 중요 사실이 있으면 연락(유선, 댓글 등)바랍니다. 어쩌면 이번 경북문단에는 간략하게 싣고, 연말에 발행하는 우리 ‘안동문학’에는 보충하고 다듬어 좀 더 충실한(?) 문학사를 싣도록 해보겠습니다. (며칠 째 봉두난발, 조사하고, 확인하고, 식음도 거의 거르고, 겨우 쓴 것이니 해량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안동문학 50년사(1971~2021)
―‘한국문인협회 안동지부’를 중심으로
주영욱
(시인, 전 한국문협 안동지부장)
1. ‘영남가단嶺南歌壇’과 안동 문학의 흐름
안동은 산자수명한 고장이다. 백두대간 옥돌봉에서 분기한 문수지맥의 산줄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안동의 진산인 학가산鶴駕山을 우뚝 솟구치고, 앞으로는 문필봉文筆峯이 바라보는 가운데 낙동강과 반변천 두 물줄기가 이수지합二水之合을 이루어 예로부터 인재의 보고요 문향文鄕으로 이름난 곳이다. 특히 유교문화의 본고장으로 숱한 명현달사와 선비들의 숨결이 서려 있는 선비정신의 요람이자 정신문화의 본향임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안동을 일러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 부른다. 일찍이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 퇴계退溪 이황李滉을 필두로 하여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송암松巖 권호문權好文, 경당敬堂 장흥효張興孝 등 문인·학자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배출되어 학문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이기에 부르는 말이다. 그러기에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자부심과 함께 문화적‧정신적 자존과 자긍심을 이어가고 있다.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 1467∼1555)는 조선 중종 때 문신이자 시조 작가로 조선 초기 시가에서 조선 중기 시가로 발전하게 하는 기틀을 마련하고 교량 역할을 했다. 조선 시대 자연을 노래한 대표적인 문인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문학사에서 강호시조의 작가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전해오던 「어부가漁父歌」를 장가 9장, 단가 5장으로 고쳐 지은 것과 「효빈가效嚬歌」, 「농암가聾巖歌」, 「생일가生日歌」 등 시조 작품 8수가 전한다.
농암의 강호문학은 영남 사림파에게 문학적 영향을 주어 영남가단을 형성하게 한다. 가단은 지역을 중심으로 동일한 신분의 일정한 구성원이 일정한 공간을 바탕으로 시가 활동을 한 집단을 가리킨다. 영남가단은 16세기 중반 이현보를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의 시가 활동을 가리키는 범칭으로 이해할 수 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러한 농암의 강호가도는 퇴계 이황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으로 이어지고, 다시 매암 이숙량의 「분천강호가汾川講好歌」, 송암 권호문의 「한거십팔곡閑居十八曲」, 갈봉 김득연의 「산중잡곡山中雜曲」, 선오당 이시의 「조주후풍가操舟候風歌」, 병곡 권구의 「병산육곡屛山六曲」 등으로 이어지고 영향을 미쳤다.
갈봉 김득연은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산림처사로 지내면서 일생을 오로지 학문과 시작에 힘쓴 시인이다. 1579년 청량산을 유람하고서 「청량산유록淸凉山遊錄」과 많은 시를 남겼다. 한글로 쓴 장편 가사 「지수정가止水亭歌」와 한글 시조 「산중잡곡」은 단가 형식으로 지은 49수의 연시조로 국문학사에서 주목받는 작품이다. 세상의 시끄러움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하며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물외한인物外閒人의 삶이 작품 속에 잘 드러나 있다.
집 뒤에 자차리 뜯고 문 앞에 맑은 샘물 길어
기장밥 익게 짓고 산채갱山菜羹 무르게 삶아
조석朝夕에 풍미風味가 족함도 내 분인가 하노라.
❊자차리: 고사리. ❊산채갱: 산나물을 넣어 끓인 국.
산중山中에 병든 몸이 내 혼자 한가하여
사생기한死生飢寒을 하늘에 부쳐두고
평생에 값없이 둔 것은 명월청풍明月淸風뿐이로다.
❊사생기한: 죽고 사는 일과 굶주림과 추위로, 여기에서는‘삶’또는‘인생’을 뜻함.
— 김득연 「산중잡곡」 중에서
2. 안동문협 발족 이전의 문학 활동 양상
안동의 오랜 문화적·학문적 전통은 국권을 강제로 침탈당한 일제강점기에 더욱 그 빛을 발한다. 암울한 일제 치하, 민족 시인이요 항일 애국지사인 이육사는 암흑기 이 나라 문단에 횃불을 들어 일제의 압박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는 작가정신을 보여주어 한국문학사에 빛나는 족적을 남겼다.
이육사(李陸史, 1904∼1944)는 본관은 진성眞城으로 퇴계 이황의 14대 손이다. 안동시 도산면 원촌리에서 아버지 이가호와 어머니 허길의 6형제 가운데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호적에 기록된 이름은 원록源祿, 두 번째 이름은 원삼源三이었고 훗날 활活로 개명했다. 예안의 보문의숙과 도산공립보통학교, 백학학원 등에서 수학했으며, 이후 일본의 금성고등예비학교(혹은 동경정칙예비학교, 또는 일본대학 문과 전문부), 그리고 중국 북경의 중국대학에서 수학했다.
1925년 대구 조양회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운동에 참여했다. 조양회관은 1922년 독립운동가 서상일이 민족 계몽운동을 위해 세운 교육 회관이었다. 1927년 장진홍 의사의 조건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렀다. 이후 언론계에서 활동하다가 1932년 중국 남경의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1기생으로 입교하여 다음해 졸업, 귀국했으나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
1935년 『신조선』지에 ‘춘수삼제’, ‘황혼’을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청포도’, ‘절정’, ‘교목’ 등을 발표했다. 또한 이 시기를 전후하여 시조, 소설, 시사평론, 수필 등 다양한 갈래의 글을 발표했다.
1943년 북경으로 갔다가 귀국했으나 피검되어 북경으로 압송, 투옥되었으며, 이듬해 북경의 감옥에서 순국했다. 광복 후 동생 이원조에 의해 유시 ‘꽃’, ‘광야’가 『자유신문』에 소개되고, 1946년 유고집 『육사시집』 초간본이 서울출판사에서 발간되어 그의 작품 20여 편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 「광야」 전문
그러나 광복 이후 안동의 신문학 활동은 한동안 긴 침체를 보여 이렇다 할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그러면서도 안동에서 직접적인 문학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몇몇 안동 출신 문인들이 경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으니, 시인 김종길, 석용원, 이규호, 김용진, 수필가 김시헌, 이화진, 평론가 김용직 교수 등이 그들이다. 그리고 한때 안동에 살았던 문인으로는 시인 박종우, 신세훈, 소설가 성학원 등이 있었다.
한국문협 안동지부(이하 안동문협)가 발족하기 이전, 안동에서의 본격적인 문학 활동이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후반이다. 50년대 말 안동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교편을 잡던 경남 울주 출신의 고무신古無新 박종우(1925~1976)시인과 평북 박천 출신으로 안동사범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소설가 성학원(1922∼1975)이 1958년 6월 6일, 안동시내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맥향문학동인회」를 결성, 지도하여 안동문학의 초석이 되게 했다. 창립 당시 회원은 9명으로 안동고 3명, 안동농림고 4명, 안동여고 1명, 안동사범 1명이었으며, 초대회장은 김용진이 맡았다. 이 「맥향」의 출발은 그동안 이렇다 할 문학 활동이 없었던 이곳에 학생들에 의해서 문학의 활력을 불러일으켰다는데 큰 의의를 지닌다. 「맥향」은 창립 첫해 시화전을 열고, 작품 평회와 낭독회, 문학제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초창기 「맥향」의 핵심 멤버에는 김용진, 이두형, 김복자, 정용원 등의 활약이 컸다. 이들은 당시 『학원』 등의 학생잡지를 통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창립 1주년을 맞은 1959년 12월에는 중앙문단의 모윤숙, 이하윤, 김광섭, 이무영, 이헌구, 조애실 씨를 초청, 문화극장에서 제1회 ‘문학의 밤’(문단 인사 대표 참가자는 모윤숙 시인) 행사를 개최하고 안동 최초의 문학 강연회를 여는 등 문학열이 대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맥향」의 활동도 1966년 6월, 안동극장에서 열린 제5회 문학제를 끝으로 1967년 해체되어 그 명맥을 잃게 된다. 「맥향」에서 활동한 동인에는 김용진, 이두형, 권오원, 정용한, 신승박, 권오비, 류시하, 정운성, 김윤길, 박정완, 변호섭 등의 이름이 보인다.
「맥향」이 안동 최초로 구성된 학생 문학 서클인데 반해 지역 최초로 결성된 성인 문학단체는 1966년 김원길을 중심으로 한 「안동문학회」이다. 「안동문학회」는 문학의 밤, 문학 강연회 등의 행사를 여는 한편, 등사판 동인지 『아직도』를 4호까지 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안동문학회」의 가장 큰 행사는 1968년 이육사 시비 건립에 따른 기념 백일장과 공연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안동문학회」 회원에는 시에 김원길, 신승박, 손진현, 반희정, 정재숙, 이재호, 남시봉, 정용한, 김만곤, 이연우, 소설에 이석구, 이용우, 권오비, 수필에 신순탁, 아동문학에 김무일, 시나리오에 김재학 등이 참여했다.
「맥향」의 해체 이후 잠시 침체기를 거쳐 다시 결성을 본 것이 「글밭동인회」이다.「글밭」은 학창시절 「맥향」의 멤버로 활동했던 김성영, 변호섭, 이홍범, 조병국, 임명삼, 임병호 등에 의해 1969년에 결성되었으며, 그 해 동인지 『글밭」 창간호와 2집을 잇달아 발간하는 등 활발한 문학 활동을 전개했다. 1970년 2월에는 제1회 ‘안동문학제전’을 개최하였는데, 이 행사에는 이가원 박사, 김종길 교수 등 안동 출신 문인과 학자들을 초청하여 향토문학 활동의 현실을 이해하게 하는 등 안동의 문학 활동은 「글밭」을 중심으로 활발해졌다고 할 수 있다.
1965년에 개교한 안동교육대학에는 「카오스문학동인회」가 있어 김만곤, 이연우, 권오신 등이 주축이 되어 문학의 밤과 시화전을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 뒤 1972년에는 「일요문학동인회」가 결성되어 시화전과 문학의 밤을 개최하고, 1974년 동인지 『청포』 창간호(동인 대표 주영욱)를 발간했다. 「일요문학」 동인으로 등단한 문인에는 아동문학에 배익천(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달무리〉 당선), 손기원(81년 『아동문예』 신인상), 서정오(84년 『어린이문학』에 작품 발표), 시에 김진택(「글밭」 동인 활동), 황근식(76년 『심상』 신인상), 권석창(7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김선굉(82년 『심상』 신인상), 오승강(7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주영욱(76년 『시문학』 추천 완료) 등이 있다.
이밖에 당시 상지전문학교(지금의 가톨릭상지대학교)에는 「사슴문학동인회」가 있어 문학의 밤 행사를 열었으며, 「일요문학」 동인과 교류하기도 했다. 또한 1973년에는 안동시내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맥향문학동인회」가 재결성되었고, 1974년에 동인지 『맥향』 창간호(회장 권오성)를 발간했다. 창간호를 보면 권오성, 이윤주, 김승종, 권영태, 박상영, 신윤기, 서정문, 유창연, 이영숙, 이화영, 정미자, 김현탁, 하충웅 등의 이름이 보인다.
3. 한국문협 안동지부의 태동
1971년 3월 27일, 때마침 한국문인협회 주최로 제3차 전국 순회 문학강연회가 안동에서 개최되었다. 이때 문학강연차 안동에 온 문협 이사 백철, 양명문, 이호철 세 분과 「글밭」 동인들이 좌담회를 갖고 안동지부 설립에 대한 제반 사항을 논의하였다. 이를 계기로 그 해 4월 5일, 한국문인협회 안동지부 발기총회를 개최하였으며 안동지부 승인신청서를 한국문인협회에 제출하였다.
1971년 9월 9일에 한국문인협회에서 안동지부 발족을 승인하였으며, 이에 따라 9월 16일 안동지부 창립총회가 열렸다. 창립총회에서는 초대 지부장에 안동교육대학의 이동희 교수, 사무국장에 김성영을 선출하였으며, 10월 25일 첫 월례회를 개최하여 작품 평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창립 당시 회원으로는 소설에 김주영, 이석구, 권오비, 박정완, 염순규, 임명삼, 시에 예종숙, 권오규, 김원길, 신승박, 김성영, 김지섭, 임병호, 시조에 김시백, 김현, 박시교, 아동문학에 이오덕, 권정생, 수필에 최중수, 임수민, 평론에 이동희 등 20여 명이었다. 특히 지부가 발족한 1971년에는 회원들의 작품 활동도 왕성하여 이오덕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수필 〈포푸라〉,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꿩〉이 당선, 김주영이 『월간문학』 제7회 신인상에 소설 〈휴면기〉 당선, 박시교가 7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조 당선, 『현대시학』에 추천 완료했으며, 김시백이 『시조문학』 추천 완료, 김현이 『현대시학』에 추천 등단한다. 또한 김원길이 71년 『월간문학』 신인상, 72년 『시문학』 추천 완료 〈꽃그늘에서 외〉, 김성영이 7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흙〉 당선, 72년 『현대문학』 추천 완료하는 등 등단의 경사를 맞았다.
1972년 1월에는 소설가 김주영이 제2대 지부장에 선출되어 문예지 『안동문학』을 창간하는 등 어느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의욕적인 활동으로 지부의 위상과 기틀을 다지는 기반을 마련했다. 1972년 9월 15일, 『안동문학』 창간호를 발간하는데, 이는 경상북도 내 문협 지부의 기관지로는 최초의 일로써 안동문협의 자랑과 긍지가 되고 있다. 창간호에는 당시 한국문협 김동리 이사장의 격려사와 함께 회원 16명의 작품이 실렸는데, 작품 수록 회원과 작품명은 다음과 같다.
■ 『안동문학』 창간호: 1972년 9월 15일, 경북인쇄소 발행
• 격려사/ 김동리 (한국문인협회이사장)
• 창간사/ 김주영 (한국문인협회 안동지부장)
• 시/ 예종숙: 출생기
권오규: 새야 외 2편 (유고)
김성영: 흙의 미학 외 4편
김원길: 소리 2제 외 4편
김지섭: 겨울․ 산․ 까마귀 외 1편
신승박: 개구리 울음 외 1편
염순규: 죽령에서
임병호: 파랑새 외 1편
• 시조/ 김시백: 선인장 외 4편
김현: 신열 외 4편
박시교: 목다리 외 1편
• 소설/ 김주영: 출가
박정완: 닮은 사람들
임명삼: 무서운 아이들
• 아동문학/ 권정생: 방패연과 느티나무
• 평론/ 이오덕: 농촌 아동의 시
이밖에 한국문인협회 안동지부 정관, 회원 명단, 임원 명단, 연혁, 편집후기가 실려 있으며 『안동문학』 창간호 제자는 삼여재三餘齋김태균이 글씨를 썼다. 김주영 지부장의 창간사는 이렇다.
아무도 우리를 반겨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 미워하는 이도 없다. 때문에 우리는 이토록 철저한 고독을 느낀다. 가난한 사람끼리 모이면 서로 스스럼없이 눈물겹듯, 서로를 걱정하며 또 손 꼭 잡아주는 전통 속에서 이 책을 펴낸다. 이런 일이 잘 된 것이든 못된 것이든 간에, 우리 딴엔 그야말로 한 톨씩의 영혼을 쪼아내어 지어낸 것이기에 눈치 없는 대로 우선 보람부터 갖는다.
이것을 계기로 우리는 튼튼히 속살을 올려야 하고, 그러나 누가 보아도 투명하게 맑은 속살을 찌워야 하겠다고 서로 다짐해본다.
앞으로 『안동문학』을 오래도록 펴내어서 이 불모의 땅에 신문학의 꽃을 피워야 할 무거운 짐을 우리들이 지고 있다.
— 김주영 「창간사」 전문
김주영(金周榮, 1939∼)은 청송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71년 『월간문학』에 「휴면기」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대표작으로는 대하소설 〈객주〉,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외촌장 기행〉, 〈홍어〉, 〈멸치〉 등이 있다. 향토색 짙은 토속적이고 섬세한 언어로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하거나 역사를 탁월하게 재현해내는 뛰어난 작가로 평가받는다. 한국소설문학상, 유주현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산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만해대상 문예대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73년 5월 6일에는 처음으로 「이육사 선생 추모백일장」을 영호루에서 개최하였고 『안동문학』 2집을 발간하였다. 아울러 이무렵 안동문화원에서 개최한 안동민속제전 「한글백일장」도 지부에서 주관하는 등 지역문단의 대변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1970년대는 안동문협이 본궤도에 올라 힘찬 출발을 내딛은 시기였다. 1974년에 3대 지부장으로 시인 김원길이 선임되어 정기적인 문예강좌를 개최하는 등 지역 문학발전과 문학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이어서 4대 지부장에 소설가 이석구, 1978년 5대 지부장에 시조시인 김시백이 맡아 활동했다.
김원길(金源吉, 1942∼)은 안동 출생으로 안동을 지키고 안동에서 시를 써온 시인이다. 그의 시어는 독특하게 순화된 말을 골라 쓰는데 톡톡 튀는 듯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1971년 『월간문학』에 시 「취운정 마담에게」 1972년 『시문학』에 「사행수제四行數題외 2편」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했다. 1966년 안동 최초의 일반 문학단체인 「안동문학회」를 조직하여 회장이 되고, 한국문협 안동지부장을 역임했다. 대표 시로는 「내 아직 적막에 길들지 못해」가 있으며, 한국문협 경북지회장, 국제펜한국본부 경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는 『개안開眼』, 『내 아직 적막에 길들지 못해』, 『들꽃다발』, 『적막행』, 해학집 『안동의 해학』, 시화집 『시를 위하여』 등이 있다. 경상북도문화상 외 여러 상을 수상했으며, 우리 문화의 계승·선양에 이바지하여 2007년 옥관문화훈장, 2017년에 대한민국한류대상을 수상했다.
미닫이에 푸른 달빛
날 놀라게 해
일어나 빈 방에
좌불처럼 앉다.
내 아직 적막에
길들지 못해
버레소리 잦아지는
시오 리 밤길
달 아래 그대 문 앞
다다름이여.
울 넘어 꽃내음만
한참 맡다가
달 흐르는 여울길
돌아오나니
내 아직 적막,
길들지 못해.
— 김원길 「내 아직 적막에 길들지 못해」 전문
김시백(金時百, 1935∼)은 안동 출생으로 1971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문협 안동지부장, 한국크리스찬문협 시조분과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한국목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추강산조』, 『열원』, 『매여동시첩』, 『동서·2인시집』, 『광야의 소리』, 『안동호』 등이 있으며, 수필집에 『포도의 계절』이 있다. 1977년 「영가시조문학회」를 조직하여 회장이 맡았고, 1986년 『영가시조문학』 창간호를 발행했다. 2004년에는 「영가시조문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추강시조문학상’을 제정·시상하는 등 시조문학에 대한 열정을 쏟았다.
나무도 천년을 살면
신이 붙는 모양인가
온 골안 다스리듯
지켜선 그 둘레로
골짝과
봉우리들이
옹위하고 있고나.
한 가락 할 줄 아는
새들과 인간들이
목청 없는 소리로도
세상을 울려주는
영험에
감동하여선가
나무 밑을 찾아들고.
스스로 가지 않고
손짓 하나만으로도
먼 하늘 구름이며
바람마저 불러다가
한 평생
인자仁者의 도道를
가르치며 사는 나무.
— 김시백 「용계동 은행나무」 전문
70년대 안동문협에서는 박영교(75년 『현대시학』 추천 완료), 조영일(75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문학』 추천), 이재호(75년 『한국문학』 신인상), 오승강(7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문학』 추천 완료), 황근식(76년 『심상』 신인상), 주영욱(76년 『시문학』 추천 완료), 김호운(78년 『월간문학』 신인상 소설 〈유리벽 저편〉 당선), 권오신(79년 『시조문학』 추천 완료 〈월외리에서〉) 등이 등단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김원길 시집 『개안』, 신승박 시집 『별밤에』, 김성영 시집 『흙』, 김시백 시조집 『추강산조』, 수필집 『포도의 계절』」, 이오덕 동시집 『까만 새」, 권정생 동화집 『강아지똥』」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1973년 『안동문학』」 2집(발행인 김주영)이 발간된 이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1975년에 3집(발행인 이석구)이 출간되었고, 4집(발행인 김시백)은 그로부터 4년의 공백을 거친 뒤, 1979년에야 속간되었다는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권정생(權正生, 1937∼2007)은 안동문협의 창립회원이다.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평생을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일직교회와 찔레꽃 하얗게 피는 빌뱅이 언덕 아래서 동화보다 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삶을 사신 분이다. 1969년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에 동화 강아지똥이 당선되고, 197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아기양의 그림자 딸랑이가 가작 입선되고,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었다. 1975년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 1995년 제22회 새싹문학상을 수상했다. 선생은 작고 보잘것없는 것, 가난하고 힘없는 것들에 대해 한없이 따스한 시선으로 생명존중과 인간애가 절절이 배어있는 글을 쓰고 그런 삶을 실천했다. 첫 작품집 『강아지똥』에서부터 『몽실언니』,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오소리네 집 꽃밭』, 『한티재 하늘』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고 2007년 5월 17일, 선생의 시에서처럼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로 영면했다. 『안동문학』」 6호에 실린 시 한 편을 옮겨 적는다.
소는 몸뚱이가 무거워서
네 개의 다리로 걸어야 한다.
두 다리로 뻣뻣이 서서 걸어도 되는 주인과 걸으며
소는 어쩐지 죄스러워진다.
머리 푹 숙이고
앞발 발자국 위에
뒷발 발자국
앞발 발자국 위에
뒷발 발자국
강기슭을 지나
고갯길을 넘으며
소는 할아버지가 되도록
길을 걷는다.
— 권정생 「소 6」 전문
4. 안동문협의 발전기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안동문협은 문학 활동의 영역을 넓혀 나간다. 1973년부터 1976년까지 열렸다가 중단된 육사추모백일장을 부활시켜 1981년에 ‘도내 육사추모 한글백일장’으로 개칭하고, 그 해 10월 12일 육사시비 앞에서 개최했다. 1980년 제6대 지부장으로 선임된 이오덕은 회보를 월1회 발간하여 회원들의 창작열을 높이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나갔다. 또한 80년대에는 연례행사로 시화전과 시 도예전을 개최했으며, 시민을 위한 ‘문예 강좌’와 ‘안개시 낭송회’를 통해 문학의 저변을 확대해나가는데 힘썼다. 1984년에 9대 지부장에 조영일, 사무국장 권혁모가 맡아 내실 있는 활동을 보여주었다. 사실상 안동문협 활동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이 무렵부터이다. 이후 『안동문학』은 결호 한 번 없이 향토문학의 맥을 탄탄하게 이어가고 있다.
1980년대에 등단한 회원으로는 권혁모(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배찬희(8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강인순(85년 『시조문학』 현상공모 장원), 김두한(88년 『현대시학』 추천 완료), 고재동(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이동백(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권세홍(89년 『시와 의식』 신인상), 김훈일(『기독교아동문학』 신인상) 등이고, 작품집을 낸 회원으로는 김원길, 김시백, 오승강, 강윤수, 황근식, 민병도, 석혜경, 권정생, 김낭봉, 김장동 등이다. 1988년에는 김원길이 금복문화예술상 및 경상북도 문화상을, 이듬해는 안동문협이 제3회 금복문화예술상 단체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 기간 이오덕, 김원길, 강윤수, 조영일, 최유근이 지부장을 맡았다.
조영일(趙榮一, 1944∼)은 안동 출생으로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과 『시조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람 길』, 『솔뫼리 사람들』, 『마른 강』, 『시간의 무늬』, 『설산』 등이 있고, 산문집 『문학의 현장』과 편저, 앤솔러지 다수가 있다. 제2회 이호우시조문학상, 경북문학상, 대구시조문학상, 경북문화상, 경북예술대상, 한국문협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경북문협회장을 역임했고, 이육사문학관장을 지냈다.
하늘 부끄러운
피여 달아올라라
눈물 반 섞여 흐르는 사월의
흙바람 속
덧없이 살아남아서
진달래꽃 따 문다
— 조영일 「4월 이후」 전문
최유근(崔有根, 1941∼)은 청도 출생으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안동에 정착하여 안과의원을 개설 운영하고 있는 안과 전문의이다. 1981년 『한국수필』로 등단했다. 문협 안동지부장, 안동수필문학회장을 역임했다. 1982년 안동 최초의 수필문학단체인 「안동수필문학회」를 창립하여 회장을 맡아 「안동수필회보」와 『안동수필』 창간호를 발간하는 등 의욕적인 활동으로 안동지역에 수필이 뿌리를 내리는데 크게 이바지한 수필가이다. 수필집으로 『호주머니』가 있다.
5. 1990년대의 안동문협
1990년대는 안동문협이 창립 20돌을 맞이함으로써 성년의 길로 접어든 시기였다.『안동문학』의 발간과 ‘도내 육사백일장’도 계속 이어지는데, 백일장의 명칭은 변화를 겪는다. 1993년 제13회 때부터 ‘육사백일장’으로 개칭하여 실시해오다가 현재는 ‘전국육사백일장’으로 공식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시화전, 문학강연회, 시 낭송회, 문학기행 등의 행사를 열어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치는 한편, 지역의 문학단체인 안동주부문학회, 한마음문학회 등의 활동을 후원하기도 했다. 특히 이 시기에 특기할 만한 일은 1992년부터 한국문협 익산지부와 자매결연을 맺어 영호남 간의 문학교류와 우의를 다지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 교류활동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으며 인근 의성문학회와 삼척의 물보라문학회와 교류가 있기도 했다.
1990년대 등단한 회원은 정광영(90년 『시조문학』 추천 완료), 김명석(90년 문학세계』 시 당선), 장두강(93년 『장르문학』 등단), 심교섭(93년 『아동문예』 문학상), 김현옥 (94년 『조선문학』 신인상 당선), 김명희(97년 『문학세계』 시 당선, 2001년 『아동문예』 동화 당선), 신영희(99년 『열린문학』 수필 당선, 『한국시사』 신인상 시 당선) 등이고, 작품집을 낸 회원으로는 장두강 『강가에 서서』, 주영욱 『마른 풀』, 최유근 『호주머니』, 강인순 『서동이후』, 조영일 『바람길』, 『솔뫼리 사람들』, 김원길 『들꽃 다발』, 권혁모 『오늘은 비요일』, 김두한 『슬플 때는 거미를 보자』, 김명석 『넓은 세상 내 작은 창가에서』, 권오신 『네 생각』, 이동백 『수몰지의 낮달』, 김시백 『댓골 일기』, 고재동 『간 큰 여자』 등으로 작품집 출간이 활발했다.
1993년에 조영일이 제2회 이호우 시조문학상, 1994년 권혁모가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정광영이 나래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1994년 김원길이 제2대 한국문인협회 경북지회장에 당선되었으며, 강인순이 사무국장이 맡았다. 그리고 이 시기에 지부장을 맡은 이는 권오신, 권혁모, 주영욱, 강인순, 권세홍이다.
권오신(權五信, 1946∼)은 안동에서 태어나 1979년 『시조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12대 문협 안동지부장과 경북문협 감사를 역임했다. 삶의 애환과 주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내고, 그 정감을 잔잔한 어조로 풀어낸 작품을 쓰고 있다. 샘터시조상, 경북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네 생각』이 있다.
여기는 학가산 기슭 달도 숨이 차는 마을
임진적 조총에 혼이 나 숨어든 창맹蒼氓들이
울마다 복사꽃 심어 무릉도원 꿈꾼 마을.
영 너머 풍산들은 꿈속에나 그려보며
비탈진 산허릴 쪼아 목숨줄을 이어가는
가난도 정이 들어서 다독이며 사는 마을.
광흥사 종소리 따라 흘러간 무량 세월
서른 목숨 하나 지면 뒷산 봉분 하나 늘고
세상에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사는 마을.
— 권오신 「도화촌桃花村」 전문
권혁모(權赫模, 1952∼)는안동 출생으로 공주사범대학을 졸업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하회동 소견」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작품상, 한국꽃문학상 특별상, 월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협 문인문학정보화위원장, 한국시조시인협회 자문위원, 영축문학회 이사, 양천문학 감사, 「오늘」 시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오늘은 비요일』, 『가을 아침과 나팔꽃』, 『첫눈』 등이 있다. 지부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한국문협 익산지부와 자매결연을 맺어 영호남 문학교류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냥 두어도 될 걸 또 건드리고 말았다
속삭임도 느껴야 할 한 겹의 상피세포를
미워도
미워하지 않으며
사랑으로 닦는다
달팽이관 어디쯤에 그리움이 사나 보다
한쪽이 불편하면 다른 쪽도 따라 불편한
서로가 그리며 살아
사뭇 아픈 관계여
— 권혁모 「귀」 전문
주영욱(朱永煜, 1955∼)은 청송에서 태어나 안동교육대학을 졸업했다. 1974년 『시문학』 주최 전국대학생 시작품공모에 당선되었고, 1976년 『시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그의 시는 “세련된 언어감각과 선명한 이미지로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준다.”(유경환), “깊은 사색과 언어의 절제를 통해 새로운 낭만을 지향하고 있다.”(이원섭)는 평가를 받았다. 시집으로 『마른 풀』, 『동박새 생각』, 『가끔은』, 시문선 『그 겨울의 하늘수박』, 산문집 『그리움 속으로 걸어가다』, 산행에세이집 『솔바람 속을 걷다』 등이 있다. 제9회 경상북도문학상, 안동예술인상 등을 받았다.
벗을 것 다 벗어버리고
가진 것 없어 부끄러워
몸 떠는 나무들
겨울 산을 오르면
키 큰 교목 사이로 흐르는
바람의 길 보인다
귀 기울이면
썩은 상수리 잎의 바스락거림
발아래 아프게 뒹구는 가랑잎들
나뭇가지들은 하늘의 끝을 향해
손 흔들고
부끄러이 흘러온 누군가의 생애처럼
쓸쓸하여라, 이 겨울의 산행길
산다는 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또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인가
외진 곳으로 쓸리며
제 몸 하나 누일 데 없는 가랑잎
머리카락 풀어헤친 찬바람만
쓸쓸함으로 동행하며
겨울 산을 오른다.
— 주영욱 「겨울 산을 오르며」 전문
강인순(姜仁淳, 1954∼)은 안동 출생으로 안동교육대학, 대구대, 영남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85년 『시조문학』 현상공모에서 ‘서동이후’가 장원으로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오늘」 시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조집 『서동이후』, 『초록시편』, 『생수에 관한 명상』, 『그랬었지』, 『사진 한 장』, 공동 사화집 『숲에 내리는 안개』 등 30여 권을 펴냈다. 문협 경북지회 사무국장, 이사, 감사, 수석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지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설록차우리시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추강시조문학상, 안동예술인상, 경북문화상 등을 받았다. 2021년 한국문협 경북지회장에 당선되었다.
슬픈 역사들을
반추하는 해빙의 들판
들꽃 씨눈 틔우며 사랑은 시작되고
그토록 뜨겁던 노래
별이 되어 빛난다.
서동, 떠나간 뒤 모든 것은 몸짓부터
내 천한 몸뚱이로
애증을 연출한다.
우리의 선화공주는 매일처럼 꽃이 되고
이제 때 묻은 길목
순정은 방황의 끝
물기 짙은 꽃 이파리 바람에 떨고 있고
이 밤도 우리의 서동
인연 하나 줍고 있다.
— 강인순 「서동이후」 전문
권세홍(權世洪, 1955∼)은 영천 출생으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198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하였고, 「수화」 동인으로 활동했다. 그의 시는 ‘뛰어난 언어감각을 드러낸 시편으로, 단순하고 밝은 긍정의 함을 사물에서 찾아낸다.’(송재학, 서행西行이 필요할 때)는 평을 받는다. 시집으로 『능소화 붉은 집』이 있으며, 몇 해 전까지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지 운영위원을 맡아 직간접적으로 안동의 문화 활동에 크게 기여한 시인이다.
낯선 골목에서 만난
한때 살았던 것 같은 그 집
원이엄마 편지 행간을 물들인
능소화 붉은 꽃그늘처럼
서까래나 아자문살에
경어체 옛말이 묻어나는 집
반쯤 열어둔 대문으로
바람이 들락거려도 짖지 않는
늙은 개가 사는 집
주인이 집 비운 사이
노을이 회벽에 마음껏 덧칠해도
능소화처럼 잠시 붉어지기만 하는
그 집
— 권세홍 「능소화 붉은 집」 전문
6. 2000년대의 안동문협
안동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 불린다. 21세기에 들어와 안동문협은 그 문화적 전통과 긍지 위에서 문향의 맥을 잇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향토문학의 활성화와 그 저변 확대를 위해 시민을 위한 문학 행사를 활발하게 개최하고 있다. ‘육사백일장’은 2001년 제21회 대회부터 안동MBC와 공동으로 개최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안동문협의 독자적인 대표 행사이다. 2021년으로 43회를 맞는 오랜 연륜에 빛나는 대회로 해를 거듭할수록 그 명성이 널리 알려지고 그에 따라 참여 열기가 높다.
2000년대 들어 안동문협은 외형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회원 수에 있어서도 창립 당시 회원 20여 명에서 2001년에는 36명, 2021년 현재는 55명에 이르는 외형적 성장을 보여준다. 2000년대 들어 입회한 회원으로는 2000년에 금교현(시), 민필기(수필), 이상식(시), 정상구(수필), 박준해(시), 2001년에는 이대걸(수필), 박순화(시조), 김명희(시조) 회원이 입회했다. 2004년에는 권오단(소설), 홍경숙(시), 2005년에는 이재형(시), 박장락(시), 2006년 이회구(시), 2007년 박병래(시), 2008년 김명자(시), 김필녀(시), 김경숙(시), 임춘애(시), 2009년에는 김창규(수필) 회원이 입회했다.
이 시기 등단 회원으로는 김훈일(2000년 『월간 아동문학』 신인상 동시 당선), 정상규(2000년 『문학세계』 신인상 수필 당선), 이인우(2000년 『문예사조』 소설부문 신인상), 박순화(2001년 『시조문학』 신인상), 류희걸(2001년 『문예사조』 수필 신인상, 2004년 『문예사조』 시조 신인상), 이대걸(2003년 『문학저널』 수필 신인상), 홍경숙(2003년 『월간한맥』 신인상), 박병래(2003년 『문예사조』 시 신인상), 이회구(2004년 『한울문학』 신인상), 이재형(2004년 『계간 현대인』), 박장락(2005년 『문학21』) 등이 있다.
이 시기 발간된 회원 작품집으로는 김시백 시집 『방정곡시편』, 『잠언시초』, 『반변천 물소리』, 석혜경 수필집 『약간 삐딱하게 사는 것도 바로 사는 것이다』, 김현옥 시집 『생각은 틈새를 엿본다』, 김진호 동화집 『겨울 방학은 왜 봄에 하나요?』, 『온종일 신나는 학교』, 강인순 시집 『초록시편』, 김원길 해학집 『안동의 해학』, 이상식 시집 『춘란은 겨울에도 푸르다』, 주영욱 시집 『동박새 생각』, 시문선 『그 겨울의 하늘수박』, 박장락 시집 『그대가 그리운 날에는』, 이재형 시집 『넌 사랑이었어』, 류희걸 시집 『밤에 피는 야화』, 권오단 신무협 판타지 소설 『복호출동』, 권혁모 시집 『가을 아침과 나팔꽃』, 이동백 시집 『동행』, 이인우 소설집 『밀어여행』, 조영일 시조집 『시간의 무늬』, 이회구 시집 『초가집 사랑채 호롱불 밝혔다』, 강인순 시조집 『생수에 관한 명상』, 김원길 시집 『아내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한다』, 주영욱 산문집 『그리움 속으로 걸어가다』, 김두한 시집 『해를 낳는 둥지』, 이인우 테마에세이집 『안평 가는 길』, 이수일 시집 『울어메 응가』 등 여느 때보다 작품집 출간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조영일 회원이 2001년 제7회 경상북도문학상, 김시백이 제19회 한국크리스천문학상, 주영욱이 제9회 경상북도문학상, 강인순이 제17회 한국시조시인협회상, 김명희가 제2회 불교아동문학 작가상, 권오단이 2006년 제1회 디지털작가상 소설부문 대상, 김두한 회원이 제16회 한성기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시기 지부장으로는 17대 정광영, 18대 이동백, 19대 김두한, 20대 주영욱, 21대 이인우가 지부장을 맡아 문협 발전을 위해 의욕적으로 활동했다. 특히 이 시기 특기할 만한 일은 시낭송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 지역에 2007년에 문협지부로는 최초로 시낭송대회를 기획하여 ‘이육사 시낭송경연대회’를 개최했다. 현재 이 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낭송에 참가하는 등 참가자들의 열기와 수준도 높아져 회를 거듭할수록 성공한 대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광영(鄭光永, 1946∼)은 예천 출신으로 1990년 『시조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제6회 나래시조문학상, 제20회 경상북도문학상을 수상했다. 나래시조문학회 회장, 경북문협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오늘」, 「나래」 시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흰 열꽃』, 『주술이 풀리다』가 있다.
누가 적막한 뜰에 등을 달아 놓았나.
풀벌레 여린 울음이 꽃잎처럼 매달리고
멀리서 다가온 어둠 삼가면서 앉는다.
어여쁜 소녀가 앓던 사랑도 곱게 익어
가슴을 헤집으면 눈물도 그득한데
나는 또 별빛을 건져 손금에다 감는다.
— 정광영 「밤의 명상록」 전문
이동백(李東栢, 1954∼)은 안동에서 태어나 경북대 사범대와 영남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수몰민」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조집 『수몰지의 낮달』, 『동행』, 『노을 물레』, 르포집 『안동의 산촌』 등이 있다. 「오늘」 시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경북문학상과 경북문화상을 수상했다. 문학평론가 유성호는 ‘그의 시조는 전형적인 언어경제학과 건강한 삶의 투시, 그리고 애잔한 서정성을 결속한 다양한 미학적 장場으로 다가온다. 그 안에는 퍽 다채로운 사연과 소재와 어법이 자리하고 있으며, 심층적 사유와 기억이 중층적으로 겹쳐있어서, 정형 미학의 한 정점을 만나게끔 해준다.’(유성호, 심층적 사유와 기억이 건네는 정형 미학의 한 정점)라고 시집 『노을 물레』에서 평하고 있다.
고향 한 끝을 잘라
짐을 싸는 수몰민
진흙 같은 사투리 몇
사진첩에 끼워서 들고
발목이 걸리는 풀길
덜컹이며 떠났다.
중평리中坪里잔류민까지
대문들을 닫았다.
금이 간 유리창에
한 세대 전 벽보만 남기고
가득히 노을을 싣고
막버스가 떠났다.
— 이동백 「수몰민‧2」 전문
김두한(金斗漢, 1956∼)은 군위 출생으로 경북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석사,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박사 과정을 졸업하고(문학박사), 건동대학교 교수, 문학과 언어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988년 『현대시학』에 김춘수 시인의 추천 완료를 받아 등단했다. 시집으로 『슬플 때는 거미를 보자』, 『해를 낳는 둥지』가 있으며, 저서에 『김춘수의 시세계』, 『한국현대시비평』, 편저 『백기만전집』, 『현대시문학1』, 『현대시문학2』, 역서 『시형태학서설』(공), 『기호학용어사전』(공), 논문 「무의미시 고찰」 외 논저 다수가 있다. 제16회 한성기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시는 ‘무엇보다 진솔한 독백, 쉬운 표현, 간결하면서도 참신한 이미지의 구사가 돋보인다.’(오세영)는 평가를 받는다.
머리카락 속이었다. 배롱나무 꽃 피어나는 길이 툭, 끊어지고 있었다.“내 손이 약손이다.”“내 손이 약손이다.”돌아가신 할머님의 꺼칠한 손바닥 속에서 사투 리 흩어지고 있었다.
마른 풀잎 내 나는 소매 속이었다. 여치 소리
들리고 있었다.
— 김두한 「숨소리 1」 전문
이인우(李仁雨, 1952∼)는안동 출생으로 안동교육대학, 대구대학교 국어교육과,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7년 단편 ‘용담사에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0년 『문예사조』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안동수필문학회 회장, 육사문학관 이사, 안동예총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 한국소설가협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설집 『밀어여행』, 『비 오는 날 편지』, 장편소설 『며느리』, 『묻어둔 그리움』, 『방풍목』, 테마에세이집 『안평 가는 길』, 『지고 피는 해당화』, 시조집 『새벽 눈 내린 날』, 안동의 효이야기 『안동의 효열』 등이 있다. 한국소설작가상, 한국문학신문 소설부문 대상, 한국문학백년상, 경북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7. 안동문협의 오늘
2010년 이후 안동문협에는 새 회원이 대거 입회하여 역동적이고 의욕적인 활동이 기대된다. 신입 회원으로는 2010년에 신승대(시), 조혁해(수필), 2011년 김대현(시조), 김정화(시). 2013년에는 이수일(시), 강수완(시), 최성달(시) 회원이 입회하였고, 2015년에 김득기(시), 김득이(시), 강영옥(수필), 남경숙(수필), 지혜림(수필), 2016년에 정영학(시), 2017년에 손병국(시), 송현주(시), 임상근(시), 임주호(수필), 김현묵,(수필) 서미숙(수필), 2018년에는 이정애(수필), 2019년 권경미(시), 박미순(시), 김경희(수필), 2021년에는 이형자(시조), 권태인(시조), 김순구(시) 회원이 입회했다. 또한 2010년 이후 지부장을 맡은 회원에는 22대 신영희, 23대 장두강, 24대 이대걸, 25대 권영호, 26대 고재동, 27대 박병래 지부장이다. 근래 회원들의 작품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작품집 발간은 물론 각종 문학 활동, 문학상 수상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신영희는 안동 출생으로 1999년 『열린문학』 수필 당선, 월간 『한국시사』 시 부문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안동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황희문화예술상 시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경북위원회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토담집
마당 뒤란의 녹슨 농기구
장독대 위 항아리들
간신히 매달려 있는 문짝들
모두가
떠난 주인을 기다린다.
모진 겨울 이겨낸
나뭇가지에 새순이 눈뜨고
온 산야에 신들린 듯 꽃이 피고
고목이 된
감나무 그늘 속
매미, 산새, 풀벌레
오수午睡를 즐기고 있나?
고요의 푸른 산천.
— 신영희 「고향」 전문
장두강(본명 장은주張銀周, 1949∼)은 안동 토박이 문인이다. 안동교육대학과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했으며, 1993년 『장르문학』으로 등단했다. 안동수필문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학가산문화환경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수필집으로 『강가에서』가 있다. 격월간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대걸(李大杰, 1952∼2020)은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 출생으로 안동고, 안동교육대학, 대구대학교 대학원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교사, 교감, 장학사, 교육연구사, 경상북도의성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역임했으며, 안동 와룡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2003년 『문학저널』 제11회 수필부문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문학저널 제5회 작품상, 창작문학 수필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협 상벌제도위원, 이육사추모사업회 이사를 역임했다. 수필집에 『산들바람』, 『조각보』, 『들풀』과 『아련한 추억들을 그리다』가 있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주옥같은 수필을 쓰던 가운데 지병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대인’의 풍모를 가진 수필가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오랜 지우 이동백 시인의 추모시 ‘보게나, 대걸이 형’ 일부를 옮겨 싣는다.
이보게, 대걸이 형
(중략)
마뜰 학교를 떠난 후, 자네는 대학을 거쳐
마흔 해가 넘는 교단생활에서
한 고을의 교육 수장의 자리에까지 나아가서
사표로서의 큰 모범을 보여주었지
지명에 이르러, 들어선
자네의 문학의 길 또한
『산들바람』, 『조각보』, 『들풀』로써
세상 사람들의 가슴을 깊이 흔들어 놓았지
(중략)
대걸이 형, 보게나
부디 서방정토 높은 다락에 올라
이 세상에서 짊어졌던 번뇌 벗어던지고
껄껄껄 웃으시며 영면하시게, 명복을 비네.
고재동(1955∼)은 안동 와룡 출생으로 1988년 『한국수필』 초회 추천 및 『월간문학』 신인상 수필 당선으로 등단했다. 현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경북위원장,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문학과비평작가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바람색 하늘』, 『바람난 매화』, 『바람의 반말』, 『바람꽃 그녀』, 산문집 『간 큰 여자』, 수필집 『낮달에 들킨 마음』 등이 있다.
박병래는 강원 원주 출생으로 2003년 『문예사조』에 시로 등단했다. 경북여성문학회, 「동행」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문예사조』 5월의 시인으로 선정되었고, 2015년 경북여성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안동문협 지부장으로 의욕적이고 봉사적인 태도로 헌신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래, 기적이야』가 있다.
꿈자리도 분별없고
밤새 사막을 헤매이고
넘어지고를 몇 번
해오름도 잊은 지 오래다
흙길을 걸어보고 싶어
시골 버스에 몸을 실었다
덜컹이기는커녕
스스르 달려가는
버스 길이 그냥 심심해져서
낯선 길에 몸을 내렸다
시선이 멈춘 곳
이빨 빠진 노부부 콩 타작을 하다
잠시 쉬고 있어 뻔뻔하게
엉덩이를 디밀고
폴더 허리 접듯
깍듯이 인사를 건넨다
찰랑거리는 소주잔
입술과 부대끼며
허허로이 웃으시는
그들이 차암 행복하게 보인다
타닥타닥 불거져 나오는 콩알들
숨바꼭질 하듯 터져 나오는데
순간, 시골 버스 33번이 온다.
— 박병래 「버스를 타고」 전문
2010년 이후 안동문협의 특기할 만한 활동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0년에는 권혁모 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 본상 수상, 조영일 회원 한국문협 경북지회장 피선, 김원길 회원이 안동예술인상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안동문화예술의 전당에서 회원들의 상설 시화전이 월별로 열려 문학 열기를 높였다. 상설전시에는 김원길, 김명자, 김경숙, 박순화, 이동백, 김두한, 주영욱, 조영일 시인이 참여했다. 2011년 5월에는 학가산 시화전이 학가산온천 로비에서 열렸다. 2011년 특기할 일은 안동문화예술의 전당 경내에 ‘안동의 문인 시비詩碑’ 건립이 연차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첫 시비로 이육사의 「절정」을 새겨 5월 20일 제23회 안동예술제에 맞춰 시비 제막식을 가졌다. 이후 시비 건립은 2012년 권정생 시비 「빌뱅이 언덕」, 2013년 김종길 시비 「솔개」, 2015년 유안진 시비 「떡잎」, 2016년 김원길 시비 「내 아직 적막에 길들지 못해」, 2017년 조영일 시비 「사월 이후」, 2018년 김종상 시비 「나비」, 2019년 임병호 시비 「문답」이 임하면 금소리 안동포타운 경내에 건립되었다.
2012년에도 전해에 이어 안동문화예술의 전당에서 회원들의 상설 시화전시가 열려 정광영, 박병래, 김명희, 김정화, 김필녀, 박준해 시인이 참여했다. 수상 회원으로는 권오신 회원이 경상북도예술상, 조영일 회원이 대구시조문학상, 이동백 회원이 제18회 경상북도문학상을 받았다. 2013년 예술의 전당 열린시화 초대전에는 최성달, 신영희, 이수일, 강수완, 김필녀, 임춘애 시인이 전시회를 열었다. 이 해 문학기행은 원주 박경리문학관을 다녀왔으며, 10월 12일, 제34회 이육사백일장과 제8회 전국 이육사낭송 경연대회가 안동민속박물관에서 개최되었다. 수상 회원으로는 김원길 회원이 이은상문학상, 김정화 회원이 원이엄마 시나리오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4년 회원 활동으로는 이인우 회원이 한국소설가협회 이사로 피선되고, 한국소설가협회 작가상을 수상했다. 권혁모 회원이 〈좋은시 낭송회〉(서울 남산문학의 집)에 초대 참가하였고, 주영욱 회원이 제11회 이육사문학축전에 지역문인으로 초대 출연했으며, 이동백 회원이 제8회 지훈예술제 명사초청 문학강연을 했다. 수상 활동으로는 류희걸 회원이 추강시조문학상, 김명희 회원이 제12회 대한민국환경문화대상(문화예술 부문), 조영일 회원이 경북예술상 대상, 이수일 회원이 공간문학상 수상, 정광영 회원이 경북문학상, 이인우 회원이 한국문학신문 소설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경사가 있었다.
2015년에는 조영일, 이인우 회원이 한국문인협회 이사에 선임되고, 박순화 회원이 〈사람과 환경〉 작가상, 홍경숙 회원이 〈대한민국충효대상〉(예술부문), 김정화 회원이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상, 신영희 회원과 김득기 회원이 안동예술제 문학부문 공로상과 신인상을 각각 수상했다. 9월 17일 안동문학의 밤 행사는 〈유안진 시인 시낭송회〉로 세계물포럼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동백 회원이 제56회 경북문화상 문학부문, 박병래 회원이 제5회 경상북도여성문학상을 수상했다.
2016년 5월 제28회 안동예술제는 〈아름다운 봄날 시의 향기와 함께〉라는 슬로건과 함께 회원 시화 70여 점을 전시하였고(예술의 전당), 안동예술인상에 강인순, 안동예술 공로상에 김시백, 신인상에 강영옥 수필가가 수상했다. 6‧25전쟁 참전 전몰 학도의용군 추념식(한국생명과학고)에 김정화 회원이 시낭송과 시비제막식이 있었다. 11월 25일에 열린 안동예술인의 밤 예술포럼에 김원길, 조영일 회원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여했고, 김명자 회원이 제2회 경북작가상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김명자 시인이 〈한국을 빛낸 문인 100인〉, 강인순 회원이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시인에 선정되었다. 경북 신도청 1주년 기념 〈5인의 얼굴〉에는 조영일, 박순화, 강인순, 이동백, 김명희 시인이 시화전을 열었다. 7월 장계향 공모전에 송현주 회원이 대상, 김현묵 회원이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제2회 문향경북 문인시낭송올림피아드에 손병국, 송현주 회원이 동상, 박병래 회원이 문예사조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2018년 김정화 회원이 독도에서 〈독도수호기원 시낭송〉을 가졌고, 제30회 안동예술제에서 박순화 회원이 공로상, 정영학 회원이 신인상을 받았다. 이인우 회원이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에 선임되고, 김정화 회원이 한국문학신문 수필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2019년 권혁모 회원이 한국문협 문인문학정보화위원장에 선임되고, 제7회 한국꽃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강인순 회원이 경북문협 수석부회장에 당선되었고, 김정화 회원이 무주무마을에 〈무주무 그 아늑함이여〉 시비를 건립했다. 제31회 안동예술제에서 안동예술상에 주영욱, 공로상에 권오신, 남경숙 회원이 신인상을 수상했다. 제30회 안동시 〈새마을주부백일장〉에 조영일, 강인순, 장두강, 김필녀 회원이 심사에 참여했으며, 강인순, 조영일 회원이 제9회 〈독도문예대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9월 5일 안동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제6회 〈인문가치포럼〉에서 강인순, 김원길, 이동백, 조영일, 주영욱, 최성달 회원이 ‘팔경八景의 인문가치’ 페널로 참여했다. 강인순 회원이 제60회 경북문화상 문학부문을 수상하였고, 이대걸 회원이 제33회 경북문학상, 김정화 회원이 제5회 경북작가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고재동 회원이 국제펜한국본부 경북위원장에 취임했으며, 제9회 한국수필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김명자 회원이 문학세계 문학상, 권혁모 회원이 제9회 월간문학상을 수상하는 경사를 맞았다. 제32회 안동예술제 시도예전이 안동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열렸으며, 공로상에 고재동, 임상근 회원이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이인우 회원이 제21회 경북예술상, 김필녀 회원이 경북문협 공로상을 수상했다. 2021년 초에는 강인순 회원이 한국문협 경상북도 지회장에 당선되는 경사가 있었다. 2020년 특기할 점은 우리 문협 김명자, 김정화, 김필녀, 박병래, 신영희 회원으로 구성된 시 모임 「동행」이 창간호 『보나루』를 출간한 일이다. 「동행」의 발걸음이 지역문학과 시문학에 큰 족적을 남기기를 기대하며 박수를 보낸다.
2010년대 들어 출간된 작품집으로는 김시백 수필집 『산을 찾는 마음』, 권오단의 『안용복』, 박순화 시집 『안동간고등어』, 김현옥 시집 『그대가 어느새』, 장두강 수필집 『영혼의 하늘재를 찾아』, 장두강 학가산지 『학가산』, 김명자 시집 『시비걸기』, 이대걸 에세이집 『산들바람』, 김원길 시집 『지례유사』, 김정화 시집 『눈 오는 날엔 눈물이 난다』, 김원길 해학모음집 『안동의 해학』, 최성달 시집 『안동한지』, 이인우 에세이집 『지고 피는 해당화』, 이인우 장편소설 『며느리』, 홍경숙 시집 『꽃은 질 때도 아름답다』, 『젖 물리는 여인』, 이대걸 에세이집 『조각보』, 강인순 시집 『그랬었지』, 김원길 번역시선 한‧일시선 『라일락』, 한‧불시선 『시골의 달』, 한‧중시선 『공작수』, 이인우 장편소설 『묻어둔 그리움』, 이인우 시집 『새벽 눈 내린 날』, 고재동 시집 『바람난 매화』, 김명자 시집 『지는 꽃도 눈부시다』, 김원길 시화집 『시를 위하여』, 조혁해 수필집 『법고창신』, 주영욱 시집 『가끔은』, 강인순 시조집 『사진 한 장』, 최성달의 『안동 스토리텔링』, 『안동식혜』, 김정화 시집 『꽃잎 도장』, 박병래 시집 『그래, 기적이야』, 이동백 르포집 『안동의 산촌』, 이인우 소설집 『비 오는 날 편지』, 박순화 시조집 『창밖의 풍경』, 최성달 시나리오집 『네 개의 심장』, 고재동 수필집 『낮달에 들킨 마음』, 고재동 시집 『바람꽃 그녀』, 고재동 시집 『바람의 반말』, 이대걸 수필집 『풀꽃』, 정광영 시집 『주술이 풀리다』, 김정화 르포집 『안동의 아지매들』, 이인우 장편소설 『방풍목』, 김원길 시집 『적막행』, 김경희 수필집 『그래 좋아, 나여서』, 김대현 시집 『나뭇잎 합창』, 강영옥 수필집 『아름다운 동행』, 조영일 시집 『설산』, 권경미 시집 『나무는 외로워도 외롭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주영욱 산행에세이집 『솔바람 속을 걷다』, 이동백 시조집 『노을 물레』, 이인우의 『안동의 효열』, 권혁모 시집 『첫눈』 등 회원들의 작품집 출간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안동문협의 연중행사로는 안동예술제에 정기적으로 시화전을 열고 있으며, 41회째 전통을 이어가는전국육사백일장과 15회를 맞은 전국육사시낭송 경연대회는 안동문협의 대표적인 대외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자매문협인 익산문협과의 교류, 문예지 『안동문학』의 발간 등이 있으며, 회원들은 월례회와 문학기행 등을 통해 창작열을 높이고 향토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8. 안동문학의 발전과 기대
이렇듯 자랑스러운 문화적 전통과 문학적 배경을 지닌 우리 문협은 1971년 9월 16일 지부가 결성된 이래 올해로 뜻깊은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2021년 현재 안동문협에서 활동 중인 회원을 살펴보면, 시분과에 김원길, 주영욱, 김두한, 신영희, 김현옥, 신현태, 박병래, 금교현, 박준해, 이회구, 김명자, 김필녀, 임춘애, 김정화, 이수일, 김현옥, 김득기, 김득이, 신승대, 이경순, 정영학, 권경미, 임상근, 박미순, 손병국, 송현주, 김순구, 시조분과에 김시백, 조영일, 권오신, 권혁모, 강인순, 이동백, 정광영, 박순화, 김대현, 권태인, 이형자, 수필분과에 최유근, 장두강, 민필기, 강영옥, 조혁해, 지혜림, 남경숙, 김경희, 서미숙, 이정애, 임주호, 김현묵, 아동문학에 고재동, 심교섭, 소설분과에 이인우, 평론분과에 김두한, 시나리오 부문에 최성달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끝으로 안동문협 회원은 아니나 안동과 경향 각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동 출신 문인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미처 파악하지 못해 누락된 문인께는 양해를 구한다)
김종상, 김원중, 류안진, 김이대, 정용원, 이원정, 권태문, 김성영, 이재호, 류후기, 김명수, 김원, 권용철, 권오삼, 김선주, 정하나, 손기원, 서정오, 장인호, 이천규, 이용우, 이숙희, 송종규, 안상학, 강문숙, 김연대, 권기태, 김윤한, 조창희, 김해남, 노연화, 조종래, 조희옥, 강성태, 천수호, 권재은, 김국종, 김명석, 김살로메, 최상환, 권기남, 배위홍, 남태승, 이원길, 김옥한, 강수완, 김경희, 김동남, 강희동, 안성교, 권명자, 권영태, 김순호, 이꽃분, 서주희, 김분랑, 장정순, 정재률 등 제씨가 있다.
문학은 인간이 내뿜는 순결한 혼의 울림이다. 그것은 마치 절해고도 바위틈에 자생하는 풍란의 향기와 같아서 삭막해진 우리의 성정을 순화시켜 주고 우리 삶을 한층 풍요롭게 한다. 우리 안동문협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의 명성에 걸맞게 자랑스러운 문향의 전통을 이어받아 그 어느 고장보다 향기로운 문학의 밭을 일구어 나갈 것이다.
〈표1〉 『안동문학』 발간 연보 (※안동문학 30집 연보자료가 정확한 것이니, 그것으로 워드작업하기 바랍니다)
『안동문학』 발간 연보 및 역대 임원 명단(※ 2008년 이후 자료입니다)
지부장 재임기간 | 지부장 | 부지부장 | 사무국장 | 호수 및 발간연도 | 편집인 | 출판사 |
2008.3.14.- | 이인우 | 신영희 | 이대걸 | 31집(2008.12.15.) | 31집간행위원회 | 영남사 |
2010.1.21. | 32집(2009.12.15.) | 32집간행위원회 | 영남사 | |||
2010.1.22.- | 신영희 | 장두강,금교현 | 권영호 | 33집(2010.11.29.) | 33집간행위원회 | 영남사 |
2012.1.26. | 34집(2011.11.29.) | 권영호 | 영남사 | |||
2012.1.27.- | 장두강 | 이대걸,권영호 | 박병래 | 35집(2012.12.19.) | 박병래 | 영남사 |
2014.1.5. | 36집(2013.12.25.) | 박병래 | 영남사 | |||
2014.1.6.- | 이대걸 | 권영호,박병래 | 조혁해 | 37호(2014.12.10.) | 편집위원회 | 영남사 |
2016.1.27. | 38호(2015.11.26.) | 편집위원회 | 영남사 | |||
2016.1.28.- | 권영호 | 박병래,조혁해 | 김경숙 | 39호(2016.12.8.) | 편집위원회 | 영남사 |
2016.1.24. | 40호(2017.12.) | 편집위원회 | 영남사 | |||
2018.1.25.- | 고재동 | 조혁해 | 김정화 | 41호(2018.12.15.) | 정광영 외 4인 | 한빛 |
2020.1.15. | 42호(2019.12.) | 조혁해, 박병래 | 한빛 | |||
2020.1.16.- | 박병래 | 조혁해,김정화 | 정영학 | 43호(2020.12.) | 조혁해,김정화 | 한빛 |
〈화보 1〉 역대 『안동문학』 표지 모음 (※안동문학 42호 화보 자료를 사용하시오)
(참고문헌)
권정생, 「안동의 시단기상도」, 『풀과별』, 1974년 8월호(제24호), 1974.
조주환, 『경북문학 100년사』, 뿌리출판사, 2007.
주영욱, 「다시 쓰는 안동문학사」, 『안동문학』 제30집, 영남사, 2007.
글밭동인회, 『글밭』 통권 39호, 영남사, 2015.
주영욱, 『청포』 창간호, 경북인쇄사, 1974.
글밭동인회, 『글밭』 제1권 제2호, 대한인쇄소, 1969.
맥향문학편집부, 『맥향』 창간호, 대한인쇄소, 1974.
손병희 엮음, 『광야에서 부르리라』 ,이육사문학관, 2020.
첫댓글 안동문학 50년사,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리고 좋은 글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동입니다.
주영욱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원고마감이 촉박하고, 개인적으로 5월 들어 오늘(유교랜드 버스킹)까지 네 차례 공연 활동이 있었기에 내용이 퍽 부실합니다. 이제 다시 읽어보니, 말 안되는 부분도 있어 경북문단 교정 때 고치려고 합니다. 그리고 좀더 보충해서 안동문학에는 완성도를 높여야겠지요. 말씀만도 무지 감사합니다.~
한쪽 눈이 많이 아파 뜸했습니다.
오늘 들어 와서
주영욱 선생님의 안동문학 50년 역사 정리 글을 읽고 감동 받았습니다.
이글을 정리하기까지의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
"안동문학사" 역사의 족적이 낱낱이 드러 나는군요
그 많은 연혁과 ,출간, 등등..
건강이 많이 안좋은 관계로 대구근방 요양병원에 계시는
김시백스승님과 아래께 안부전화 차 건강이 좋지않다는 류희걸선생님도 생각나구요
그간 세월이 많이 흘러갔나 봅니다.
읽어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주 시인님의 필력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영욱 선생님, 안동문협 50년 역사를 꿰시느라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