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설암]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바람결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양 나래쉬고 보더라.

하얗게 마전(모시를 삶아서 표백을 하는 것)한 모시적삼은 잠자리 날개처럼 송송 뚫린 올과 올 사이로 바람이 솔솔 들어가 땀이 날 틈을 주지 않고, 속살이 보일 듯 말 듯한 세모시 저고리를 입은 아낙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시원함을 주고, 쌀 풀물을 들여 다듬이로 두드린 모시 바지저고리에는 선비의 기상이 물씬 배어 있습니다.

우리 옛 풍습에 시집가는 신부는 반드시 모시 속적삼을 입었다는데, 여름철 시원한 모시처럼 '시집가서 속 시원히 살라'는  뜻이고, 그런 맥락으로 무지기(치마 속에 입는  짤막한 통치마)만은 모시에 풀을 빳빳하게  먹여 입었다고 합니다.

여성 한복의 지나치게 긴 옷고름과 짧은 저고리의 파격을 통해 멋을 불러 일으키고, 옅은 빛깔 저고리와 짙은 색 치마의 대비된 색상 조화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양복은 몸에 맞지 않으면 표가 나서 입지 못하지만, 한복은 웬만큼 차이가 나도 품에 맞고  몸놀림이 훨씬 넉넉합니다.

우리 민족의 고유 복식은 치마와 저고리를 기본 구조로  하는 북방 계통으로, 하체에는 많이 입고 상체에는 조금밖에 입지 않는 하후상박의 전통을 지녔습니다.
저고리는 곧은 깃, 왼쪽 여밈, 좁은 소매 등의 형태를 지니고 있고, 치마는 추운 기후를 고려하여 온돌 방에서 무릎을 세우고 앉기에 알맞게 되어 있습니다.
삼국 시대의 고분 벽화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이 땅의 의복 양식은 긴 웃저고리와 통 넓은 치마를 받쳐 입는 방식으로 일관되어 왔습니다.
 
그러다가 고려 충렬왕 이후 몽고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부터 의상에도 몽고풍이 많이 가미되어 저고리 길이가 짧아지고, 저고리·두루마기같이 여며야 할 곳에는 고름을 다는 습속이 정착되었습니다.
저고리 고름은 상의가 짧고 치마가 긴 옷의 연결체 구실을 하는 장식성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슬픔이 격해질 때엔 고름으로 눈시울을 닦고, 그리던 임을 상면하면 절로 솟구치는 행복한 웃음을 고름으로 감쌋다고 합니다.
또 저고리에는 조붓하게 덧꾸민 하얀 동정은 목덜미로 시선을 끌게 했고,  흰 동정은 정숙함과 아울러 성적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여자 저고리는 몽고가 지배하던 고려 말기를 전후하여 줄곧 단소화 경향을 보이다가, 조선 시대 중기·후기에 더욱 가속화되어 가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짧아지고, 대조적으로 치마는 그  길이가 길어지고 폭도 여러 폭으로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겹으로 짓고 속치마를 두 겹 세 겹으로 껴 입어 풍만한 스타일로 변천했습니다.
당시의 여성 한복은 신장이  비교적 작은 여성의 결점을 만회하기 위해서 허리선을 위로 올리는 동시에 여성의 정숙함과 우아함을 나타내기 위한 우회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치마를 입을 경우 끈을 묶는 위치도 세속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초기에는 저고리 길이가 허리 밑까지 내려올 정도라 치마끈도 허리에 맸다가 점차 저고리 길이가 짧아짐에 영·정조 이후 18세기 중엽부터는 가슴에 치마끈을 매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같은 치마라도 옷을 여미는  방향이나 치마 길이 또는 치마 빛깔을 보고 그녀의 신분을 알 수 있었으니, 여염집 여자가 치마를 왼쪽으로 여미는 데 반하여 기생은 오른쪽으로 여몄다고 하는데, 당시 기생들은 '나는 언제쯤에 왼쪽으로 치마를 여며보나'하고 소원하였다고 합니다.

또 신분에 따라 서민이나 천민은 짧은 치마를 입었고 양반 계급에서는 긴 치마를 착용하였지만, 서민이라도 예식 때에는 긴 치마를 입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옛날부터 허벅지나 다리는 성적인 곳으로 상징되었던 바,  다리를 노출시킨다는 것은 은밀한 곳을 개방한다는 의미로 인식되어 여성들의 다리는 치마로 완전히 덮어서  가려야 했으며, 특히 상류층 사람들은 이성적 자제력 과시를 위해 더욱 노출을 삼가야 했습니다.

또한 치마 색상에 있어서도 신분에 따라 제한이 있었는데. 양반 가문 여인네들은 겨드랑이 및  배래기에 끝동과 같은 색을 두른 삼회장 저고리를 애용했던 반면에, 서민층에선 저고리에 회장을 넣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에 고름엔 유달리 자주색을 많이 써서 액센트를  주거나, 또 저고리 앞가슴에 노리개나 주머니를 달아서 단조로운 디자인을 커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생들은  극히 제한된 색상의 치마만 입어야 했습니다.
<세종실록>에는 '예로부터 내연에 나오는 창기는 모두 흑색 장삼을 입기로 되어 있는데, 회색 치마를 입어 처벌했다'는 기록이 보이고, 구한말에 와서도 기생들은 삼회장 저고리를 입을 수 없었고, 붉은 치마를 입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목부터 발끝까지 몸을 완전히 가리고 덮으며, 밑까지 내려가면서 점점 넓어지고 퍼지는 전형적인 이등변 삼각형 속에 묻힌 여인.
하반신의 각선미를 도외시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상반신의 가슴마저 치마끈으로 꽁꽁 묶어 천인단애한 상태를 만들어 놓았지만, 한복은 코가 뾰족한 버선과 꽃무늬 고무신으로 대치시킴으로써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미를 불러 일으켰으며, 반투명의 질감으로 전신의 모습을 우련의 상태로 만들어 매혹감을 증폭시키는 장치를 해 두었던 것입니다.

즉 모시 저고리 속으로 가는 어깨 끈을 보이게 함으로써 천천히 눈빛으로 더듬어가게 하는 미적 배려라든지, 또 속살이 보일 듯 말 듯하게 함으로써 노골적이며 천박해지기 쉬운 급진적 성욕을 반감시키고, 여인의 섬세한 감정을 숨이 막힐 듯 흘러내리게 하는 멋은 한복만이 가진 최대의 상징적 장점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단선적 즐거움을 배제하더라도 몸이 움직일 적마다 사각거리는 음향을 배합하고 은근함을 강조하고 상상력을 발동하여 무한한 황홀감에 접근토록 하는 한복은 감춤의 옷이지 가림의 옷이 아니고, 숨김의 옷이지 막음의 옷이 아닐 것입니다.
 
남성 복장은 바지저고리와 두루마기로 대표되는데 이런 양식은 오랜 전통에 뿌리를 두고 변화를 거듭해 온 결과입니다.
한복은 웃옷과 바지, 허리띠의  착용을 기본 복식으로 삼고, 추운 지방에서 몸을 완전히 감싸도록 소매와 가랑이 좁으며, 또한 온돌방 생활을 하는 데 편리하도록 고려되었습니다.
바지는 풍성하고 통이 넓은 게 특징인데, 풍덩하게 넓은 허리춤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접어 여미고 그 위에 허리띠로 동여맸으며, 아랫도리 역시 통을 접어 붙여서 대님으로 졸라매었습니다.

도포는 양반 계급만이 외출복으로 입던 것으로, 도포의 색은 두  가지로  길사에는 청색 또는 옥색 옷을 입었고 보통은 흰색을 입었다고 하며,서민들은 양옆이 트인 창옷을 외출복으로 입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원군이 도포의 넓은  소매를 좁게 하고, 개혁파가 갑신년에 소매 넓은 포의류를 모두 활동적인  것으로 개조케 하였는데, 두루마기는 이때 창옷의 양옆을 막아 널리 착용토록 함으로써 생겨 났습니다.

이후 두루마기는 서양 문물의 홍수 속에서 우리 것 애용을 실천하는 상징으로 많은 지사들이 입게 되었는데, 가슴에 끈을 동여맨 도포는 양반의 위엄과 권세의 한 표상이었다면, 두루마기는 서양 문물에 대한 우리 전통의 보루였던 것입니다.

[목­화]

한복 입은 여자분 누구인지 아주 이쁘네요

[파도]

시집올때 모시 속점삼을 안 입었더니 '시집와서 속 시원히 ' 못살고 있어요

[차이]

하하하~설암님~요즘은 모시 옷 풀하기 싫어서 ~못입습니다~나이좀더 들면 곱게 입고 댕길라고 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더운날 건강하시이소~

[은고개]

잘 읽었습니다.